Monday 05th April 2021,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MCIT: 미국은 혁신의료기기에 파격적인 수가 지급을 결정!

최근 미국 보험청(CMS)는 혁신적인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의료보험 수가체계를 파격적으로 개선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MCIT (Medicare Coverage of Innovative Technology) 라고 불리는 이 정책은 혁신의료기기(Breakthrough Device)로 지정된 기기는 FDA의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기만하면, “자동적으로”, “그날부터” 메디케어 수가를 전국적으로 무려 4년 동안 지급한다는 실로 파격적인 제도입니다. [1, 2]

 

의료기기 허가만 받으면 ‘무조건’, ‘즉시’ 수가를 지급

이 제도는 CMS의 보도자료에 언급된대로, 혁신을 극대화(unleashes innovation)할 수 있는 정말 과감한 결정입니다. 기존에는 미국도 한국처럼 의료기기 허가 (FDA 소관)와 국영 의료보험 메디케어의 수가 지급 결정 (CMS 소관)은 별개로 이뤄졌습니다. 따라서 FDA의 인허가를 받은 이후라도, 메디케어의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별도로 CMS의 결정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MCIT는 혁신의료기기에 대해서는 CMS에서 수가를 책정할지 별도로 심사하는 과정을 아예 생략하고, 4년 동안 수가를 일단 주겠다는 것입니다. 2018년 12월부터 FDA는 혁신의료기기 (Breakthrough Device) 지정제도를 시행해왔는데요. 오바마 정부의 21th Century Cure Act에 근거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이나, 비가역적인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의료기기의 경우 몇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예를 들어, 기존 기기 중에 대안이 없는 경우) Breakthrough Device로 지정하고 있었습니다.

A breakthrough device must provide for more effective treatment or diagnosis of a life-threatening or irreversibly debilitating human disease or condition and must also meet at least one part of a second criterion, such as by being a “breakthrough technology” or offering a treatment option when no other cleared or approved alternatives exist.

참고로, 2020년 5월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 제도 시행 이후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Breakthrough Device로 지정된 기기는 총 300개 정도였으며, 더 나아가 2021년 2월 FDA의 CDRH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Breakthrough Device는 총 400개에 달합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 디지털 치료제, 전자약, 유전자 진단법 등등 다양한 치료 및 진단 목적의 의료기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Breakthrough Device로 지정되면 FDA 인허가 과정을 간소화해주는 등의 지원을 제공했습니다만, 이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근본적인 문제였던 보험 적용까지 혜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 MCIT 제도의 핵심적인 목적은 ‘혁신을 환자에게 빠르게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아무리 혁신적인 의료기기라도 FDA 허가를 받은 이후에 CMS에서 ‘또’ 시간과 리소스를 중복해서 써야 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더구나 혁신적인 의료기기는 대부분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므로, 보험적용에 대한 비용효과성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의료기기에 대해서 과도한 근거자료를 요구할 경우 시장 진입이 그만큼 늦어지므로, 환자에게 혁신의 도달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CMS는 MCIT 제도를 통해 Breakthrough Device로 지정되면서 혁신성을 인정받은 기기에 한해서, FDA 허가를 통해서 안전성과 효과성이 증명된 경우라면, 추가적으로 비용효과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그냥 수가를 주겠다는 결정하였습니다. 이렇게 혁신적인 의료기기들은 비용효과성을 4년 동안 과감히 생략하고서라도 시장에 즉시 진입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런 전향적인 정책에 대해서 ‘검증되지 않은 기기에 수가를 줄 수 없다’고 반박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이미 FDA에서 허가를 받았으므로 안전성과 효과성이 검증된 기기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입니다.)

 

마중물 수가, 글로벌은 이미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 FDA의 승인을 받은 Breakthrough Deivce는 이렇게 4년 동안 임시적으로 메디케어 수가를 받으면서, 추가적인 임상 연구 뿐만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활용되며 real-world data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수가를 받은 4년 동안 추가적인 연구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CMS는 MCIT를 통해서 의료기기 제조사가 추가적인 근거를 확보할 것으로 믿고(‘believe’)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렇게 4년간 임시적 수가를 받은 이후에는 다시 재평가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인 수가를 결정하게 되는데요. 당연히 real-world data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정확한 수가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제가 국회 발표 자료 등에서도 여러번 강조했듯이, 특히 SaMD (Software as a Medical Device,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경우에는 실제 현장에서 쓰면 쓸수록, 여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능이 좋아지고, 성능에 대한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SaMD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시장에 진입하여 사용될 수 있도록 ‘마중물 수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해왔는데요. 이번 MCIT가 정확히 그러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 MCIT 제도는 작년 2020년 8월말에 CMS에 의해서 처음 제안되었고, 이후에는 의견 청취 기간을 거쳐왔습니다. 제가 이 제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전/현직 식약처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이런 제도가 법제화되려면 적어도 1년은 소요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5개월여만의 극히 빠른 기간에 이 제도가 최종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만큼 미국은 혁신적인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에 대해서 적극적이라는 이야기도 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혁신적인 의료기기에 대해서 인허가를 받으면 수가를 전향적으로 지급하는 사례들은 계속 새롭게 생기고 있습니다. 미국의 MCIT 이전에는, 더 파격적인 독일의 DiGA가 있습니다. 2019년 디지털 헬스케어 특별법 (Digital Health Act)이 발효된 이후, 2020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디지털 헬스케어 앱이 의료기기 허가를 받기만 하면 무조건 임시 수가를 12개월, 최장 24개월 동안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그 결과 독일에서는 이미 10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앱이 수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최근 심평원 등에서 기존의 기준을 과감하게 바꾸겠다는 이야기들이 들리고 있는데, ‘과감하게’라면 이런 MCIT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미국에 Breakthrough Device가 있다면, 한국에는 식약처에서 지정하는 ‘혁신의료기기’ 제도가 있습니다. 한국의 혁신의료기기는 현재 국민건강보험 수가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데요. 그래서 현재 혁신의료기기로 지정이 되어도 제조사로서는 실익이 거의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도 Breakthrough Device 제도 시행 이후에 수년 동안 메디케어 수가와는 관계가 없다가 이번에 MCIT를 시행하게된 것처럼, 한국도 이렇게 혁신의료기기에 대해서 수가를 일정 기간 동안 과감하게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현재 4차산업혁명, 디지털 뉴딜, 의료산업 진흥, 유니콘 스타트업 등을 목놓아 외치고 있습니다만, 의료 분야에서는 이런 MCIT 정도의 변화가 아니라면 결국 백약이 무효입니다. 기승전 수가. 결국 수가 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그 이외의 답은 없습니다.

여러번 강조했지만 결국 정책에는 방향성과 우선순위가 중요합니다. 물론 이러한 파격적인 정책에는 예산이 들어갑니다. 정부가 정말 “4차산업혁명, 디지털 뉴딜, 의료산업 진흥, 유니콘 스타트업”에 가치를 두고 있다면, 그런 우선 순위에 맞게 예산을 배정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항상 관련 부처의 회의에 들어가면 당국자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 중의 하나가 ‘외국에서도 선례가 없다’ 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명분도, 필요도, 그리고 선례도 있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의지와 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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