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6th Sept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3D 프린터, 생후 2개월 아기의 생명을 구하다!

Yoon Sup Choi April 27, 2014 Precision Medicin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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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에서는 3D 프린터가 의료 분야에 적용된 가장 혁신적이자, 대표적인 치료 사례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3D 프린터를 통해서 희귀질환에 걸린 생후 2개월 된 아기의 목숨을 구했던 극적인 사례입니다.

지난 포스팅, ‘3D 프린터가 맞춤 의료에 불러온 파괴적 혁신들‘에서는 3D 프린터란 무엇이며, 작동 원리 및 이 기기가 헬스케어 및 의료 분야에서 이미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사례로 맞춤 보청기, 치아보철물, 인공 턱뼈, 맞춤형 의수/의족을 보여드렸습니다.

이번에는 더 나아가, 3D 프린터를 통해서 제작한 부목(splint)을 통해서 환자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그것도 생후 2개월 된 갓난 아기의 생명을 구한 사례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이미 들어보신 분들도 있으실, 3D 프린터의 의료 적용을 설명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입니다.

Kaiba Gionfriddo

 

희귀 호흡기 질환에 걸린 갓난 아기

Kaiba Gionfriddo 는 2011년 10월 28일에 태어났습니다. 조산이었으며 폐의 발달이 약간 더디긴 했지만, 호습하는 것에는 별 문제가 없어보였습니다. 의사는 Kaiba를 집으로 데려가도 될만큼 충분히 건강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6주 후, Kaiba와 가족들이 함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때, Kaiba는 갑자기 숨을 쉬지 못하면서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지 10일 후, 의사는 Kaiba가 기관기관지연화증 (tracheobronchomalacia) 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의 기도(windpipe)의 연골 조직이 너무 약해서 호흡관(trachea)와 왼쪽 기관지가 짓눌러진 탓에, 산소가 기도를 통과하여 폐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Kaiba는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에게 흔히 행해지듯이 인공호흡장치를 달고, 기관절개술(tracheostomy,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기관지를 목 밖으로 여는 수술)를 받았습니다.

tracheostomy기관절개술 (tracheostomy)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통적인 조치는 Kaiba에게 그다지 효과가 없었습니다. 거의 매일 그는 호흡곤란을 일으켰고, 이는 심장에도 무리를 주었습니다. 인공호흡장치는 사실 매우 까다로운 처치법이기도 하고, 보통 환자가 적어도 한두 살은 되어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런 증상에서 흔히 맞는 진정제도 어린 아기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었습니다. 사실상 더 이상 가능한 치료 옵션이 없는 상태였던 것입니다.

예상되는 예후는 매우 좋지 않았으며, 기존의 방법이나 의료 기술로는 아이를 살리기가 힘들어보였습니다. 어떤 의사들은 Kaiba를 살리기가 어려워보인다고도 했습니다.

아래는 Kaiba의 어미니인 April Gionfriddo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의사들이 Kaiba가 목숨을 건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했었어요. 우리는 정말 절박했습니다. 그를 살리기 위해서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 무슨 수라도 써보고 싶었습니다. Quite a few doctors said he had a good chance of not leaving the hospital alive… At that point, we were desperate… Anything that would work and make him live, we would take it and run with it.

특히, Kaiba의 사례는 매우 희귀한 것이었습니다. 약 2,200명 중의 한 명꼴로 아기들이 이러한 기관기관지연화증 (tracheobronchomalacia)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Kaiba와 같이 기관지와 호흡관이 모두 문제가 있는 심각한 경후는 그 중에서도 10%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극도로 위험한 상태로, 심지어는 아주 평범한 감기 조차 호흡곤란을 일으켜서 아기의 목숨을 잃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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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맞춤형 기관지 부목을 만들다

이 때 혁신적인 해결책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3D 프린터를 통해서 Kaiba의 짓눌린 기도를 감싸서 기관지와 호흡관이 짓눌리지 않게 지탱해주는 부목(splint)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미시간 대학교 소아 이비인후과의 Glenn Green 교수와 의생명공학과 및 외과의 Scott Hollister 교수는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생분해성(bioresorbable) 소재를 통해 부목을 만듦으로써 Kaiba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사실 이 두 명의 동료는 3D 프린터를 통해서 이러한 부목을 이미 만들어 두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연구 단계의 수준이었지만, 진정제를 맞고 중환자실에 누워서, 때로는 마비를 일으키고 있던 Kaiba는 그 기술이 즉시 필요했습니다.

fc4541aaaa1fc19de2be5c76e0ec9674Scott Hollister 교수(왼쪽), Glenn Green 교수

Kaiba의 기관지 부목을 만들어내고 이를 이식하기 위해서 Green과 Hollister는 FDA로부터 긴급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Kaiba의 기관지와 호흡관에 대해서 CT 스캔을 찍고, 정확한 영상 자료를 확보한 다음, 이 부목을 디자인하였습니다. 먼저 그들은 컴퓨터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그들은 Kaiba의 기도의 구조와 정확히 일치하는 모형을 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polycaprolactone 이라는 몸 속에서 분해 가능한 물질로 부목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 열린 원통 모양의 부목은 기도의 바깥쪽을 둘러싸게 되고, 호흡관은 이 부목의 안쪽으로 지나가게 됩니다. 즉, 이는 호흡관을 지탱하여 공간을 확보하는 효과를 주게 됩니다. 그리고 아기가 성장하고 기관지가 굵어지면 이 부목은 그에 맞춰서 더 열리도록 디자인 되었다고 합니다.

d1b6ce2976490aadf8f533c5c311f9743D 프린터에 의해 제작된 Kaiba의 기도의 구조물 및
기도를 둘러싸도록 맞춤 제작된 부목

 Screen맞춤 제작된 부목은 위와 같이 이식되어 기도를 지탱해주게 됩니다

 

Kaiba, 다시 숨을 쉬다

2012년 2월 9일, 미시간 대학의  C.S. Mott 어린이 병원에서 이 부목은 드디어 Kaiba에게 이식 되었습니다. Scott Hollister 교수는 수술 시에 발생할 만약의 상태에 대비해서  Kaiba의 기관지와 딱 맞는 부목 뿐만 아니라, 기관지의 지름보다 0.5mm 씩 더 크거나 작게 만든 3-4개의 추가적인 사이즈의 부목도 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사이즈에 대해서 5개 씩 여분을 준비하기도 하였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3D 프린터로 제작한 부목은 디자인했던 대로 Kaiba의 기관지를 지탱해서 공간을 확보해주었고, Kaiba의 폐는 즉시, 생후 처음으로,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치의들은 3년 안에 이 장치가 자연적으로 분해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그 때가 되면 Kaiba의 기도는 정상적인 크기로 자라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Glenn Green 교수의 입니다:

“정말로 놀라웠어요. 부목을 부착시키자마자, 폐가 아래 위로 움직이면서 처음으로 숨을 쉬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이제 그가 괜찮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It was amazing. As soon as the splint was put in, the lungs started going up and down for the first time and we knew he was going to be OK”

Kaiba는 수술 후 21일만에 인공 호흡장치를 떼어낼 수 있었으며, 병원에서 퇴원했다고 합니다. 수술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내시경과 영상 이미징을 통해서 확인해본 결과, 부목을 대었던 Kaiba의 기도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치료 사례는 의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2013년 5월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생분해가능한 기도 부목 (Bioresorbable Airway Splint Created with a Three-Dimensional Printer)” 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논문의 그림을 보면 이 치료 사례의 전반적인 개념과 진행, 결과에 대해서 아실 수 있습니다.

Screen Shot 2014-04-27 at 11.11.02 AM의학 권위지 NEJM 에 출판된 논문의 그림 일부 (출처) A, B 번 그림에서는
Kaiba의 기도 부분이 짓눌려서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부목을 3D 프린터로 만들어 (C, D), 왼쪽 기관지에 이식하였고 (E, F)
수술이 지난 1년 후에는 이 부분에 대한 기도가 제대로 형성 된 것을 확인 (G)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기사들에 따르면 Kaiba는 이제 정상인 아이들과 다름 없을 정도로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겪었던 마비 등의 증세로 여전히 신체적 발달이 약간 더디기는 하지만, 이제 형, 누나와 함께 강아지 Bandit 과 어울려 놀 정도로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다고 하는군요.

kaiba

 

3D 프린터가 가져올 의학의 혁신

Kaiba의 사례는 3D 프린터가 의학에 어떠한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3D 프린터가 없었으면,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Kaiba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Hollister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Kiba의 사례는 더 이상 다른 처치법이 없어서 목숨을 위험한 상황에서, 우리가 3D 프린터를 활용했던 첫번째 케이스이다. Kaiba’s was really the first case in which we used a device when there was no other option, and he would have died otherwise

이론적으로 CT 스캔 등을 통해서 촬영 가능한 인간의 신체 구조라면 무엇이든지 3D 프린터를 통해서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능숙한 기술자라고 할지라도 컴퓨터만큼 인간의 신체 구조를 정확하게 반영하여 부목을 디자인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Glenn Green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많은 경우, 이러한 부목을 내가 수작업으로 만들기도 한다. 아마도 내가 현미경과 미세한 장치를 사용해서 수작업으로 만들 수 있는 정확도는 1mm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Kaiba의 경우와 같이 중요한 수술의 경우에 필요한, 1mm 이하의 정밀한 정확도는 달성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일관성 혹은 재현성도 장점으로 들 수 있습니다. 인간이 수작업으로 이 부목을 여러개 만들었다면, 각각의 부목마다 미세한 차이가 없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컴퓨터 디자인을 바탕으로 3D 프린터로 제작하게 되면 정확히 동일한 모양의 부목을 여러 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바로 ‘가격’과 ‘시간’입니다. 이번 수술의 경우 연구 프로젝트로 간주되어 부목은 공짜로 제작되었습다만, 실제로 부목의 제작에 사용된 생분해성 재료인 polycaprolactone 의 원재료는 10달러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3D 프린터 기기 자체의 가격 또한 고려되어야 합니다). 더욱이, 이 부목은 24시간이 걸리지도 않는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갓난 아기의 생명을 구한 3D 프린터. 미래 맞춤 의학에서의 활용이 더욱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진출처:  AP Photo/Mark Stahl, University of Michigan Health System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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