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0명 중 8명이 의료 AI를 사용한다

미국의사협회(AMA)가 2026년 3월, 흥미롭고도 중요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26년 1~2월에 걸쳐서, 1,692명의 미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활용 현황과 인식을 조사한 것인데요. 지난 2023년, 2024년에 이어서 2026년에도 진행된 이 조사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의사들은 AI를 매우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사용 방식과 관련 인식까지도 빠른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의사들의 AI 사용이 이제는 일종의 변곡점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3년 만에 두 배: 의사 10명 중 8명이 AI를 사용

2023년에 이 조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AI를 직업적 맥락(professional context)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의사의 비율은 38% 에 그쳤습니다. 이것이 2024년에는 66%로, 2026년에는 무려 81%로 증가했습니다. 불과 3년 사이에 두 배가 된 것입니다.

의사 10명 중 8명이 AI를 사용한다: 미국의사협회 2026년 설문 분석

단순히 비율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사용 방식도 다양해졌습니다. 2023년에는 평균 1.1가지 용도로 AI를 활용했는데, 2026년에는 2.3가지로 늘어났습니다. 단순히 ‘써봤다’ 정도를 넘어서, 여러 업무 영역에 걸쳐서 AI를 더 적극적이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81%라는 수치에는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뿐만 아니라,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아직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지는 않더라도 AI가 자신의 진료 환경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의사가 더 늘어났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우리 병원에 어떤 AI 도구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응답이 2024년 18%에서 2026년 9%로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이는 AI의 보급 자체도 늘었지만, 의사들의 진료 환경에서의 AI에 대한 인지가 더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의사는 AI를 어디에 가장 많이 쓰나?

그렇다면 의사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로 AI를 활용하고 있을까요? 1위는 의료 연구 및 치료 기준 요약(39%)입니다. 최신 논문이나 치료 가이드라인의 요약을 위해서 AI를 활용하는 것인데, 2024년(13%)과 비교하면 3배로 높아졌습니다. 의학은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최근 들어 AI를 연구에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속도가 빨라졌지요), 매일 쏟아지는 논문과 가이드라인을 쉽게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의사들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그 뒤로는 대부분 문서 업무, 행정 관련 업무들에 의사들이 AI를 많이 활용합니다.

  • 퇴원 지시문·케어 플랜·진행 노트 작성: 30%
  • 청구 코드·의무 기록·방문 노트 문서화: 28%
  • 차트 요약 생성: 28%
  • 환자 포털 메시지 초안 작성: 19%
  • 번역 서비스: 18%
  • 보조 진단: 17%

특히, 청구 코드·의무 기록·방문 노트 문서화, 차트 요약 생성은 현재 활용은 28%이지만, 57~58%의 의사들이 이런 활용에 아주 관심이 많다(enthusiastic)고 응답 했습니다.

의사 10명 중 8명이 AI를 사용한다: 미국의사협회 2026년 설문 분석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패턴이 보입니다. 현재 의사들이 AI를 가장 많이 쓰는 목적이 모두 ‘판단’, ‘의사결정’보다는 ‘정리’나 ‘단순 반복 업무’에 가까운 업무라는 점입니다. 논문을 요약하고, 퇴원 지시문이나 진행 노트를 작성하고, 차트를 요약하는 것은 AI가 의사의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을 보조하거나 그 과정의 수고를 덜어주는 역할입니다. 즉, 적어도 아직까지는 의사들이 AI를 활용하는 방식이 “내 판단을 AI에게 맡긴다”가 아니라 “AI가 나의 판단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프레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흥미롭게도 진단 보조는 17%로 다른 목적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AI 진단의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의사들의 활용은 다른 업무에 비해서 느리게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이 간극은 단순히 기술 수준의 문제라기 보다, 의사들이 현업에서 어떤 니즈와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있는지 (특히, 추후에 언급될 번아웃 이슈 등), ‘인간’ 의사와 AI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더 나아가서는 책임 소재와 같은 부분도 작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임상 현장에 AI의 도입이 빠르게 이뤄지기를 원하는 의료 인공지능 기업의 입장에서도, 의료 현장에서 어디를 시장 진입점(entry point)으로 잡아야 할지에 대해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는 부분입니다.

 

예고된 확산: 1년 안에 더 많이 도입할 것

현재 활용 수치도 인상적이지만, 특히 흥미로운 것은 바로 “1년 내로 인공지능을 도입할 것”이라는 응답의 비율입니다. 이번 설문에서는 각 AI의 활용 방식이 자신의 진료에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의사들에게, 이를 언제쯤 실제로 도입할 것 같냐고 물었습니다. 그 결과 상위 10개 활용 방식 모두에서 40~70%가 2026년 안에 도입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문서화 관련 도구들입니다. 퇴원 지시문 및 케어 플랜 생성, 차트 요약 작성, 임상 문서화 지원, 번역 서비스 등은 현재 사용률이 20~30%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60~70%가 올해 안에 도입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업무에 AI과 관련이 있는 의사들만 답한 수치이긴 합니다만, 연내로 도입하겠다는 비율이 이 정도로 높다는 것은 향후 의료 AI의 빠른 확산이 거의 정해진 미래라고 불러도 될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의사 10명 중 8명이 AI를 사용한다: 미국의사협회 2026년 설문 분석

 

AI에 대한 시각: 긍정은 늘고, 불안은 남고

AI가 환자 진료 능력에 이점을 준다고 생각하는 의사의 비율은 2023년 65%에서 2026년 76%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특히 진단 능력과 업무 효율성 향상에 대한 기대가 가장 높았습니다.

영역별로 보면, AI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거의 모든 항목에서 우세합니다. 업무 효율성, 진단 능력, 인지 과부하 감소, 임상 결과, 환자 편의성, 번아웃 완화까지. 의사-환자 관계도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긍정 전망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단 하나, 환자 개인정보 보호는 이득보다 해롭다는 응답이 더 많은 유일한 항목입니다. 진료 데이터가 AI 시스템을 거치면서 어떻게 관리되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의사들은 AI가 환자를 더 잘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 과정에서 환자의 데이터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AI가 의료 현장에 더욱 빠르게 도입되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번아웃 해소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의사들의 번아웃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문제입니다. 2023년 기준 45.2%의 의사가 번아웃 증상을 하나 이상 경험했으며, 2025년 Physicians Foundation 조사에서는 54%의 의사가 번아웃을 자주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번 설문에서는 이러한 번아웃을 해결하기 위해서 AI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사들의 70%는 AI가 임상 업무를, 73%는 행정 업무를 자동화해서 번아웃을 완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중요한 함의가 있습니다. 의료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나 연구의 많은 부분은 AI의 정확성, 특히 진단에 대한 정확성을 높이는 것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의사들이 AI에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 (혹은, 가장 큰 페인 포인트는) 진단과 관련한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번아웃, 특히 행정 업무 부담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즉, AI 기업들이 의사를 설득하고, 의료 현장으로 빠르게 침투하기 위해서는 이런 현장의 니즈에 더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탈숙련화에 대한 우려: 나빼고 다른 의사들?

기대와 함께 또 중요한 우려 사항도 있습니다. 바로, 기술 손실 (loss of skills), 즉 탈숙련화 (de-skilling)에 대한 우려입니다. 최근 AI로 인한 의사의 탈숙련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AI를 활용한 의사들의 대장 내시경 실력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정리해드린 적도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의사의 88%가 AI 사용으로 인한 의료 기술 손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특히, 탈숙련화와 관련해서는 다른 연구들에서도 의대생과 수련의와 같은 아직까지 의학을 배우고 있거나, 경험이 적은 의사들에 대한 우려가 높았는데요. AI로 인한 의사의 탈숙련화를 깊있게 다룬 2025년 NEJM 논문에서는 이를 미숙련화(never-skilling)이라고 별도로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의대생과 전공의의 기술 손실”에 대해서 70%가 매우 또는 다소 우려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의사 10명 중 8명이 AI를 사용한다: 미국의사협회 2026년 설문 분석

그리고 흥미롭게도, 다른 동료들의 탈숙련화에 대해서는 매우 또는 다소 우려하는 의사들이 응답자의 40%로 높았으나, 본인 스스로의 탈숙련화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의사는 28%로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나는 괜찮지만, 주변의 다른 동료들은 걱정된다’는 답변입니다. (참고로, 이번 조사에 응한 의사들의 경력 중앙값은 20년입니다.)

다만, 경력이 10년 미만인 초기 경력 의사들은 본인의 기술 손실에 대한 우려도 35%로 더 높습니다. 자신이 아직 배우는 단계에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들이 AI와 함께 의학을 배우고 수련을 받는 첫번째 세대라는 점에서 이 불안은 더 현실적이고도 실존적인 성격을 갖습니다. AI가 학습과 수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자신의 전문성과 숙련도에 대한 불안함과, 더 나아가서는 미래에 의사의 역할 자체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많이 지적되는 것처럼, 의료 인공지능의 활용에 따라서 의학 교육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AI를 더 넓게 쓰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의사들이 AI를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1위는 안전성 및 효능 검증(88%)이고, 2위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장(86%)입니다. 동료나 리더의 추천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낮았습니다.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근거 중심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을 기반으로 훈련받은 집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합니다.

규제 측면에서는 명확한 법적 책임 체계 수립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습니다. AI가 잘못된 진단을 내렸을 때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지느냐는 문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과제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의사들이 AI를 쓰고 싶어도 선뜻 나서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법적 리스크가 불분명한 도구를 진료 현장에 도입하는 것은,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의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려 92%의 의사는 AI에 대한 더 많은 교육과 훈련을 원하며, 아직 27%의 의사들은 AI와 관련한 훈련을 전혀 받고 있지 못하다고 답했습니다. 즉, 대부분의 의사가 AI를 더 배우고 싶어 하지만, 아직 상당수의 의사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형태로 교육을 받고 싶냐는 질문에는 EHR 교육에 통합하거나 업무 중 자연스럽게 배우는 방식을 가장 선호했습니다. (의료 인공지능에 대해서 더 배우고 싶으신 분들은 4월부터 시작하는 저희 DHP 아카데미 수강을 고려해주시면 좋습니다. 실제로 수강생의 상당수가 의대생을 포함한 젊은 (예비) 의료인들이십니다.)

의사 10명 중 8명이 AI를 사용한다: 미국의사협회 2026년 설문 분석

임계점

이번 AMA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서, 제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던 키워드는 바로 ‘임계점(inflection point)’ 입니다. 3년 만에 AI를 활용하는 의사는 두 배가 되어서 80% 이상이 되었고, 활용 방식도 두 배 이상 다양해졌으며, AI에 대한 인지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관련성을 인식한 의사의 40~70%가 연내로 AI를 도입하겠다는 것을 보면,  다음 조사에서는 이 지표들이 더욱 높아질 것이 확실합니다.

사실 의료라는 가장 보수적인 전문 영역 중의 하나에서 불과 3년만에 이 정도로 도입이 달라졌다는 것은, 인공지능이 (단순히 의료라는 분야를 넘어서) 인류 전체에 얼마나 AI로 인한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현재의 AI 기술의 발전과 일상 생활에서 AI의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음번 조사에는 AI를 활용하는 의사의 비율이 얼마나 높아질지 기대가 됩니다. 어쩌면 일정 시점 이후로는 ‘AI를 활용하는 의사의 비율’은 너무 높아져서 이 지표 자체는 큰 의미가 없어지고, ‘얼마나 많이, 다양하게’ 활용하느냐는 세부 지표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의사들이 AI를 의료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순서도 의미심장합니다. 논문 요약, 노트 작성, 차트 정리 같은 소위 ‘잡무’에서 먼저 신뢰를 쌓고, 그 다음에 진단 보조, 임상 의사결정 지원으로 확장해 나가는 흐름입니다. 아직 법적인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진료 혹은 진단 영역에서 AI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부담스럽더라도, 이렇게 일상적인 업무에 AI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경험과 신뢰를 쌓으면서 의료 현장에 AI가 더 깊숙히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지난 3년이 이렇게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 AI의 활용이 더 확대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3년은 (현재 AI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이 기간은 더 짧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의사들에게 AI 활용이 익숙해지고, 법적인 책임 소재와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같은 우려가 점차 해결된다면, AI가 진료 보조를 넘어서 더 적극적인 의료 행위 속으로 녹아들 수 있습니다. 이미 그러한 변화가 시작되었고, 그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이번 조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쓴이

최윤섭

디지털 기술과 생명과학, 의학의 융합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의료를 혁신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 미래의료학자, 작가, 벤처투자자입니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전공하였으며,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병원 연구조교수를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의 대표 파트너이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외래조교수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으며, Science의 제1저자를 비롯해서, 주요 국제 학술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개제하였습니다. npj Digital Medicine Editorial Board 멤버이자,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설립 발기인 및 기획이사로 활동했습니다. 식약처 및 심평원의 자문위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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