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최근 의료 인공지능 연구 결과들을 보면서 어렴풋이 느끼게 된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의사, AI, 의사+AI의 세 가지 그룹을 비교하면, AI 혼자 한 그룹의 성과가 가장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단순히 인공지능이 의사를 능가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의사와 인공지능이 힘을 합친 것보다도 인공지능 단독이 더 정확하다는 것입니다.
의료 인공지능 분야 초창기의 연구 결과들은 대부분 하나같이 유사했습니다:
의사 < AI < 의사 + AI
즉, AI가 의사보다 낫기는 하지만, 그래도 의사와 AI의 시너지가 있어서, 서로 힘을 합친 결과가 가장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자연스럽고도, 논리적이고, 또 직관에도 반하지 않는, 불편하지 않은(?) 결론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발전하게 되면서 이제는 조금씩 다른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바로, 의사+AI 보다 인공지능 단독이 더 나은 실력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즉, 아래와 같습니다:
의사 < 의사 + AI < AI
저는 인공지능 기술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게 되면서, 특히 AGI가 구현될 정도로 인공지능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향후에는 의사와 인공지능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해 왔습니다. (이번 DHP 2025에 참석하신 분들은 들으셨겠지만, 제 키노트에서 이러한 부분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를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의사 <<< 의사+AI < AI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저의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더 나아가서 더 많은 인사이트를 보여주는 논문이 최근 npj artificial intelligence에 출판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흥미롭게도 의사, AI, 의사+AI 세 그룹의 정확도를 모두 분석하고 있는 기존의 논문들을 메타 분석한 논문입니다.
참고로 의학에서는 ‘근거 수준(level of evidence)’ 중에서 이렇게 다른 논문들을 분석한 연구, 즉, 체계적 문헌 고찰 (systematic review)을 가장 높은 수준의 근거로 칩니다. 단순히 하나의 연구가 아닌, 여러 연구들을 종합해서 결론을 내기 때문입니다. 의료 인공지능도 그동안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많은 논문들이 출판되면서, 이제는 여러 논문을 분석한 논문도 나오게 될 정도로 이 분야가 성숙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연구는 총 3,191편의 논문을 검토해서, 결과적으로 52편의 의사, AI, 의사+AI를 분석한 논문을 분석하였습니다. 이 연구들을 모두 합하면 천명이 넘는 의사와 약 35,000건의 진단 케이스를 분석한 것이 됩니다.
이렇게 의료 인공지능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의사, AI, 의사+AI의 실력에 대한 몇가지 흥미롭고도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1. 의사 < 의사+AI
일단 의사 단독 대비, 의사+AI의 시너지는 분명히 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되었습니다. 52건의 연구를 분석해보면, 이 두 그룹을 비교하였을 때에는 거의 모든 논문들이 의사 < 의사+AI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직관적으로도 이해가 되는 결과입니다.

2. 의사+AI <= AI
흥미로운 것은 이 지점입니다. 52건의 연구를 분석해보면, 의사+AI 대비 AI 단독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논문에서 (아마도 의도적으로) 이 결론을 명시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데이터를 보면 이러한 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만, 인공지능 단독이 인공지능과 의사가 힘을 합친 것 대비 비슷하거나 더 낫다는 것은, 결국 의사가 개입하는 것이 인공지능이 실력 발휘를 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거나, 더 나아가 노이즈로 작용해서 방해가 된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논문에서는 ‘노이즈’라는 표현보다는 성능 손실(performance losses)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런 체계적 문헌 고찰은 당연하게도 ‘과거’의 연구만을 분석한 결론이라는 것입니다. 현대 의학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가 ‘근거 중심 의학’입니다. 의료 인공지능 분야와 같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에서 미래를 논하기 위해서 가장 큰 어려움이자 문제는 바로 근거가 모두 ‘과거’의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것도 ‘기술 격차가 시간에 따라 더욱 크게 벌어지는’ 과거의 시점에서 나온 근거라는 것이지요. 마치, 백미러를 보면서 과속해서 운전을 해야하는 상황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렇게 백미러를 보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예상해볼 수 있는 데이터가 이 논문에 나옵니다. 바로 AI가 인간의 실력 격차가 더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어떠한 의사+AI의 시너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경향입니다.
3. 의사<<<의사+AI
이 논문에서는 과거의 논문들에서 AI가 인간의 실력을 더 크게 능가할 수록, 의사 단독과 대비해서 의사+AI의 ‘상대적인’ 시너지 정도(relative improvement)가 더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직관적으로 볼 때에도 납득이 되는,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결론은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서, AI가 인간의 실력을 더더욱 크게 능가하는 상황을 예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AI가 의사보다 더 실력이 좋아질수록, 제가 앞서 언급한대로 의사 <<< 의사+AI 의 구도로 두 그룹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4. 의사+AI <<< AI
그리고 이것이 제게 가장 흥미롭고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직관적이고도 어찌 보면 좀 불편할 수도 있는 결론이었습니다. 바로 AI가 의사보다 더 정확해질 수록, 의사+AI의 시너지 (complementary ratio)는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의사와 AI의 실력 격차가 크면 클수록, 인간의 개입이 AI의 성능을 ‘더 많이’ 깎아먹었는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과거의 결론이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더더욱 발전할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 도움을 줍니다. 바로, AI가 의사보다 더 실력이 좋아지고, 그 격차가 클 수록 의사+AI <<< AI 의 구도로 두 그룹의 격차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론이기도 하면서, 상당히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낼 수 있겠지요.
5. 의사 <<< 의사+AI <<< AI
결국 이번 메타 분석의 결론을 종합해보면, 향후 인공지능 기술이 더 발전할수록, 의사, 의사+AI, AI라는 세 가지 그룹의 실력 격차가 모두 더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저를 포함한 모두가 주저했던 것 같습니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러한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근거도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의료 인공지능 분야가 발전해서 체계적 문헌 고찰을 통해서 이러한 결론과 미래 예측을 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지금은 AGI의 구현을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별도 조직을 꾸리면서까지) ASI의 구현까지도 추구할 정도로 인공지능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의사 <<< 의사+AI <<< AI 의 시대, 특히 <<<의 부등호 개수가 가면 갈수록 더욱 많아지는 시대를 이제는 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DHP 2025의 키노트와 여러 칼럼 등에서도 강조했듯이, 이러한 미래에는 의료기기 인허가, 행위별 수가제를 포함한 의료 보험제도, 의대 교육과 수련의들의 수련 방식까지도 모두 크게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의료 행위의 주체, 대상, 목적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래를 어떻게 잘 준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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