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3rd April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치료제의 아킬레스건?

디지털 치료제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 중의 하나는 결국 engagement와 attrition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 Frontiers in Phsychiatry 에 출판된 논문, ‘Digital therapeutics for mental health: Is attrition the Achilles heel?’ 은 이러한 점을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관련한 STAT+ 아티클)

이 논문은 현재 FDA 인허가를 받고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페어 테라퓨틱스의 세가지 디지털 치료제와 알킬리 인터렉티브의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pivotal trial 논문을 메타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심지어 이렇게 시장의 대표적인 디지털 치료제들마저 engagment 및 attrition 이슈에 대해서 충분한 검증이나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임상 연구들을 보면 낮은 engagment 및 높은 attrition 은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임상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임상시험 도중에 이탈합니다. 혹은 더 심각하게는 임상 연구에 등록해놓고 아예 시작을 안 하기도 하지요. 이번 논문에는 highest engager 의 구성이 단 10.6% 밖에 되지 않는 임상 연구나, 기존 임상시험 18개를 메타 분석했더니 이탈율(droupout rate)이 평균적으로 47.8% 이나 된다는 수치들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전통적인 신약 임상시험에서는 복용한/미복용한 약의 갯수를 세는 등 engagement 를 측정하는 방법이 그래도 정립이 되어 있지만,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아직은 표준화된 방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논문에 언급되지는 않습니다만) 사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일종인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에 engagment 와 attrition을 측정하기는 더 용이한 측면도 있기는 합니다. 사용자가 앱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사용했는지에 대한 로그가 남기 때문에, 전통적인 신약 혹은 의료기기보다 더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의 engagment와 attrition에 대한 표준적인 정의, 계산 방법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전히 문제입니다.

특히 이번 논문에서는 페어테라퓨틱스의 ReSET, ReSET-O, Somryst 와 알킬리 인터렉티브의 EndeavorRx 가 FDA 인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 연구(pivotal trial)의 논문들에서 나타난 engagement와 attrition rate을 아래 표와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 알킬리인터렉티브의 소아 ADHD 디지털 치료제, 엔데버Rx의 경우,
    • pivotal trial 에서 4주간 짧은 기간 동안 engagment 및 attrition rate은 양호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전자적으로 (제 기억으로는 간호사들이) 순응도에 대한 추가적인 모니터링을 하면서 진행했고, 부모들에 대한 관리감독도 진행했습니다. 즉, 실제 현실에서의 사용할 때는 engagement 및 attrition rate이 더 좋지 않게 나올 것입니다.
    • 반면, 후속 연구로 진행된 12주 동안의 open study에서는 이탈율은 4주차에 34%, 12주차에는 50%에 달했습니다.
  • 페어테라퓨틱스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솜리스트(Somryst)의 경우,
    • 6개 모듈을 전부 끝마친 참여자는 60%에 그쳤고, 이들이 로그인한 횟수는 0번에서 142번으로 다양했습니다. (중간값은 25회.) 12개월 팔로업 분석 결과, (당연하게도) 6개 모듈을 모두 끝마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불면증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었습니다.
    • 불면증과 관계된 우울증에 대한 연구의 경우, 6개월차의 attrition ratae은 58% 였고, 총 6개 모듈 중에 평균적으로 3.5개만 수행되었습니다. 모듈을 4개 이하로 끝마쳤던 환자들은 대조군과 대비하여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이 없었습니다.
  • 페어테라퓨틱스의 마약성 진통제 중독 치료제, reSET-O의 경우,
    • 이탈율이 12% 정도로 낮았으나, 이 연구는 치료사들의 감독하에 진행되었고, 최대 100불에 달하는 현금 보상이 주어졌습니다. 평균적으로 환자들은 12주 동안 277불에 달하는 현금 인센티브를 받았습니다. 즉, 이러한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없다면 이탈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디지털 치료제의 고질적인 사용자 중도 이탈의 문제는 분야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디지털 치료제라고 하더라도, 환자들이 끝까지 사용하지 않고 중도에 이탈한다면 치료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이 분야가 아직 초기이고, 이탈율에 따른 치료 효과의 변화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썼을 때, 어느 정도의 치료 효과가 (혹은 치료 효과의 반감이) 있다는 것 자체도 아직은 알려진 바가 별로 없습니다. 이 문제는 중요한만큼, 분야에서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rea-world data를 이용한 연구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engagment 를 높이고, attrition rate을 낮출 수 있는 방안도 계속 연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가능한 옵션은 대부분 이미 도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환자에 대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 디자인 개선, UX 개선, 인센티브 부여 등이지요.

디지털 치료제는 현재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임상연구, 인허가, 투자 등의 여러 측면에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의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이러한 환자 engagment 와 attrition 이슈에 대한 개선이 있어야만, 현재의 업계가 약속하고 있는 장미빛 미래를 실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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