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01st August 2021,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칼럼]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의 공회전을 멈추려면

제가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2020년 기록적인 해를 보냈다. 코로나 판데믹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혁신을 가속하는 버튼이 되었다. 기술, 산업, 규제를 막론하고 전례 없는 큰 변화가 생기면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은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헬스케어의 디지털 대전환은 단순히 원격진료, 의약품 배송, 디지털 치료제 등 개별적 수준을 넘어선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완전히 새로운 요소들이 연계되며 새로운 모델이 쏟아지고 있다. 작년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는 사상 최대인 140억 달러의 투자가 집행되었고, 1억 달러 이상의 ‘메가 딜’도 40건이나 있었다. 특히, 미국에서 작년 새롭게 등장한 유니콘 스타트업 15개 중의 8개가 디지털 헬스케어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에는 코로나 판데믹이라는 역설적인 촉매제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시기에 촉발된 변화 중에는 판데믹 이후에는 과거로 회귀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이 한번 경험한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제 ‘필요한 경우에는 언제든 꺼내어 쓸 수 있는’ 선택지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서 판데믹 이전만 하더라도 디지털 헬스케어는 ‘신기한 것’, ‘새로운 것’ 정도였지만 이제는 당당히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 CES 같은 신기술 박람회뿐만 아니라, 일반 언론이나 주식 시장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는 일상적으로 거론된다.

그에 비해 한국에는 이런 움직임이 없다. ‘미국과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달라서 단순 비교는 안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코로나 확산도 상대적으로 잘 관리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변화의 동인도 적었다. 하지만 의료 시스템, 환경, 이해관계 등을 모두 떠나, 결과만 놓고 보면 폭발적인 발전이 진행되는 글로벌에 비해, 우리는 몇 년째 공회전만 반복 중이다.

필자는 이제 토론회나 공청회에 초청받아도 잘 참여하지 않는다. 어차피 국회의원들은 사진만 찍고 사라지며, 토론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만 수년째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근본적 문제에는 관심도 없고, 사회적 합의는 그저 자연발생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정말 우리 사회가 혁신 성장을 원하고, ‘4차산업혁명’이 대선 때만 나오는 구호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변화할 수 없는 이유, 변화하면 안 되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우리가 만약 현상 유지에 만족한다면, 변화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정말 우리 사회가 변화를 원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합의 도출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미국 보험청은 혁신적 의료기술은 FDA 허가만 받으면 무조건 4년 동안 국영 의료보험 메디케어의 급여를 제공하겠다는 파격적 안을 제안했다. 이 안이 실현되면 미국의 혁신의료기술 개발에는 더욱 박차가 가해질 것이다. 정말 혁신을 장려하려 한다면 정책적 우선순위에 따른 이러한 파격적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에도 혁신의료기기 제도는 있으나, 건보 적용과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산업적 파급효과도 사실상 전무하다.

우리는 정말 혁신성장,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대한민국, 유니콘 스타트업을 원하는가? 정말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1 Comment

  1. 이성근 February 10, 2021 at 9:09 PM

    최윤섭 박사님

    반갑습니다.
    저는 양산 형주병원에 근무하는 이성근 정신과 의사입니다.
    예전에 박사님을 초빙해서 강의를 들으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현실은 장벽이 높습니다. 단지 축적적 문화가 길을 만드리라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computational psychiatry edited by Peggy Series 책을 보고 번역해서 한국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앞서 길을 열어가시는 박사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설 연휴, 즐겁고 보람있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이성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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