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5th March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 트렉의 휴대용 의료 장비 Tricorder가 현실로 다가온다.

공상과학영화 스타 트렉(Star Trek)을 보면 Tricorder 라는 신기한 장비가 나옵니다. 손에 들고다닐 수 있을만큼 작은 크기의 이 휴대용에는 각종 스캐닝을 위한 센서가 달려 있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또 기록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낯선 장소에 도착했을 때 지형지물을 탐색하거나, 처음 보는 생명체를 조사하거나 할 때 쓰이는 것입니다.

이 Tricorder도 (iPhone에도 3, 4, 4S 등 여러 버전이 있듯이) 여러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특히, 의료용 Tricorder는 질병을 진단하거나, 환자의 신체 상태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사용됩니다. Tricorder는 숫자 3을 뜻하는 접두어인 ‘Tri-‘ 와 ‘recorder’ 라는 단어로 이루어진 것이고, 이 세가지는 ‘지형지물의 (geological)’, ‘기후의 (meteorological)’, 그리고 ‘생명체의 (biological)’ 을 뜻한다고 합니다.

tricorder-2360스타 트렉에 등장하는 Tricorder의 개념도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법한 이 허무맹랑한(?) 기기가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되는 계기가 바로, 세계적인 무선통신 연구개발 기업인 퀄컴(Qualcomm)이 이 ‘의료용 Tricorder’ 를 실제로 구현하는 사람에게는 $10 million 의 상금을 주겠다고 하는 Qualcomm Tricorder X PRIZE 를 시작하면서 입니다. 의료전문가나 다른 장비와 독립적으로, 휴대용 기기 하나만으로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사용자의 신체의 상태를 알려줄 수 있는 장비에게 이 상금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2012년 1월에 런칭한 이 X-Prize 프로젝트는 27-28개월 후인 (2014년 4월경)에 qualifyting round를 통해서 본선 경쟁팀 10개를 선발하고, 39-42개월 후인 2015년 봄에 Final round를 통해서 최종 우승자를 선발한다고 합니다 [참고: Competition Timeline].

 

이렇게 Tricorder를 실제로 구현하려는 흥미로운 대회에 여러 참가자들이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력한 참가자들 중에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Sacanadu 라는 회사의 SCOUT 를 비롯한 일련의 기기들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무엇보다 일단 아래의 동영상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Scanadu 가 추구하는 Tricorder 수준의 기기에 대한 컨셉이 아주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말 꿈만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 동영상을 처음 보고 눈을 의심할 정도로 놀랐습니다. 작은 장비 하나로 아이의 몸 상태를 스캐닝하듯이 진단하고, ‘집에서 쉬면 괜찮다’ 혹은 ‘즉시 병원에 가보라’는 의학적인 권고 및 병원의 위치를 알려주고, ‘현재 지역 주위에서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니 말입니다. 이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Scanadu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이름 높은 디자인 회사 IDEO와의 협력을 통해서 만들어낸 이 동영상은 2011년 10월에 처음 공개된 것으로, Scanadu 가 추구하는 제품의 기능과 컨셉 및 응용 가능성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메일을 체크하는 만큼 자주 당신의 몸을 체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12년 11월 말에 공개된 Scanadu의 첫 제품 SCOUT 의 기능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동영상 말미에 언급되는 대로 이는 거대한 변화의 신호탄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3003096-poster-942-meet-guy-whos-going-turn-your-smartphone-24-7-doctorScanadu의 CEO, Walter De Brouwer

벨기에 출신의 사업가인 Walter De Brouwer 가 Scanadu 를 창업하게 된 것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Walter De Brouwer 는 지난 30년간 무려 38개의 기업의 창업에 관여했고, 그 중 두 개의 회사를 M&A 를 통해 성공적으로 exit 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기업가입니다. 80년대에 PC 잡지 출판업, 90년대의 무선 통신 사업, 그리고 미래 연구에서 은행업 및 MIT에서 ‘One Laptop Per Child‘ 등의 프로젝트 진행까지 다양한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오던 그는, 아들의 갑작스런 사고로 인한 경험 때문에 Scanadu를 창업할 결심을 하게 됩니다.

2006년 불행히도 그의 아들이 30피트 높이의 창문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외상성 뇌손상(Traumatic Brain Injury)을 입고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게 됩니다. 충격에 빠진 그와 그의 아내는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면서 ‘내가 아무리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헬스케어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는 무기력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는 중환자실의 각종 장비에서 나오는 아들의 생체 기록들의 로그를 모두 기록하면서, 의학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자신의 신체에 대한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게 됩니다. (그의 아들은 혼수상태에서는 깨어 났지만, 아직 몸의 절반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실 그가 이러한 Tricorder와 같은 장비를 처음 꿈꿨던 것은 이미 그 이전이었다고도 합니다. 벨기에의 유명한 학제간 융합 연구소인 StarLab의 멤버였던 그는 이미 1999년에 Tricorder 에 대한 구상을 했었지만, ‘그 당시에는 기술의 수준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또한 “공상 과학 영화는 사업계획서의 숨겨진 보고이다 (Sci-fi stories are business plans in disguise)” 라고도 이야기 했습니다)

 

scout_cover_1000Scanadu의 첫번째 제품 SCOUT

그래서 그는 엔지니어, 화학자, 의사, 수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서 팀을 만들고 Scanadu를 창업하게 됩니다. (벨기에에서 시작했지만, 몇년 전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Mountain View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창업한 회사인 Scanadu에서 작년 말에 처음으로 공개한 제품이 바로 위 사진에서 나오는 SCOUT 입니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베지터가 착용하고 나왔던 ‘스카우터‘ (안경처럼 한쪽 눈에 착용하는 장비로, 적의 전투력을 측정하는데 쓰입니다) 가 연상되기도 하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신기하게도 이 손바닥 보다도 작은 기기를 단순히 관자놀이(temple)에 대고 있으면 아래와 같은 기본적인 신체 활력 징후 (vital sign)들을 10초 내에 측정하여,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으로 결과를 전송을 해줍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가족 또는 주치의와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 작은 기기를 사용한다면, 더 이상 병원에 가서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복잡한 대형 기기로 측정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 SCOUT는 올해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2013 Consumer Electronics Show (CES) 에 출품되어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동영상에서는 SCOUT에 대한 CES에서의 시연을 보실 수 있습니다. 동영상에서 SCOUT를 직접 시연을 하는 사람은 Scanadu의 CMO (Chief Medical Officer)이자 현재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저명한 소아과 교수이기도 한 Dr. Alan Greene 입니다. (출처: 포스브) 동영상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단순히 활력 징후들에 대한 데이터를 스냅샷으로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시간에 따른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Screen Shot 2013-03-02 at 3.40.04 PM(자동재생이 안되게 설정이 잘 안되어서, 원 출처인 포브스 웹페이지로 링크를 시켜놓았습니다)
 

이 기기는 의료기기이기 때문에, 역시나 FDA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CEO인 Walter De Brouwer 와 Dr. Alan Greene의 인터뷰에 따르면 FDA 의 허가에 관련된 절차는 현재 매우 협조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2013년 내에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장에 출시될 가격은 $150 정도라고 이야기 합니다.

또한, Dr. Alan Greene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SCOUT의 타겟 시장은 바로 어린 아이를 둔 부모님 들입니다. 부모들 보다 더 타인, 즉 아기들의 건강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종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 자신과 그들이 아끼는 사람들의 건강과 신체 상태를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기본적인 신체 활력 징후 (vital sign)이 초기제품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서는, 병원과 응급실에서 치료 의사 결정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근거로 삼는 것이 바로 이러한 지표 때문이라고도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수준으로는 아주 제한적인 의학적 권고 사항 (‘집에서 쉬면 괜찮아질 것이다’, 혹은 ‘당장 병원에 가봐라’ 등) 만을 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좀 더 자세하고 세부적인 권고안도 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scanadu_

Scanadu 가 준비하고 있는 제품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SCOUT 와는 달리 질병을 직접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기인 ScanaFlo 와 ScanaFlu 라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의 모델은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위 사진과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볼 수 있으며, gizmodo.com 의 소식에 따르면 여전히 시제품 단계에 있다고 합니다. 이 두 제품은 SCOUT와는 달리 일회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처방이 없어도 살 수 있는 OTC (Over the Counter) 로 판매될 것이라고 합니다. 역시나 2013년 내로 FDA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고 하지만, 제 생각에는 SCOUT의 승인 이후로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ScanaFlo 는 임신테스트기 처럼 소변 검사를 통해서 임신 합병증 (pregnancy complications), 자간전증 (preeclampsia), 임신성 당뇨병 (gestational diabetes), 신부전 (kidney failure), 요로 감염증 (urinary tract infections) 등을 그 자리에서 검사해줄 수 있는 장치입니다. ScanaFlo에 소변을 보면, QR 코드와 함께 달린 작은 사각형 플라스틱 부분의 색깔이 바뀌고, 이것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관련 app 이 색깔을 인식하여 진단을 내려주도록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아래의 동영상 참조)
  • ScanaFlu 는 비슷한 방식이지만, 소변 대신 타액을 사용합니다. 이 기기는 Strep A, Influenza A, Influenza B, Adenovirus, 그리고 RSV 와 같은 호흡기 계통의 질환을 진단해준다고 합니다. 역시 스마트 폰 카메라를 이용하여 진단을 해주도록 설계 되어 있습니다.

 


위 동영상은 ScanaFlo 의 사용에 대한 데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그림에 맞춰서, 네모난 플라스틱 형태의 진단제품을 사진으로 찍으면 거기에 맞춰서 진단 결과를 주는 형태입니다. (다른 기사에 보면 iOS 상에서 돌아가는 앱이 라고도 나옵니다만) 동영상에는 삼성에서 나온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네요.


위의 동영상은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기술들’ 중에 현실화 된 것들을 살펴보는 형식입니다. Scanadu 의 CEO Walter De Brouwer 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리포터에게 간단한 데모도 직접 보여줍니다. (다른 기사를 보았을 때, 혈압에 관한 수치가 나온다는 것은 못 보았었는데, 동영상 내의 데모에서는 혈압도 언급을 하고 있네요)
이러한 Tricorder 와 같은 기기가 대중화 된다면 의료 소비자와 공급자, 그리고 공중 보건의 측면에서 많은 변화와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단 의료 서비스의 소비자들이 값싼 가격에 스스로의 신체와 건강에 대해서 평소에 더 많이 파악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권익 강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환자들을 진료하는 전문의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환자들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내원해서 검사한 결과만을 바탕으로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만약에 환자가 평소에 (예를 들면 지난 몇달 혹은 몇년간) 축적한 스스로의 신체에 대한 데이터를 함께 가지고 온다면 진료에 더욱 용이해질 것입니다. 즉, 환자들이 자신의 몸 상태를 의사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Dr. Alan Greene의 인터뷰에 도 나오듯이, 이러한 변화가 결국에는 맞춤형 의학 (Personalized Medicine)의 출발과 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신체의 징후들을 개개인 별로 기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기기는 공공의 건강(public health)을 위한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왜 진단을 꼭 스마트폰으로 내려야 하지?’ 하는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었을텐데, 만약 이런 개개인의 진단 정보 데이터를 (물론 익명으로) 클라우드에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만 있다면, 시간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위치 센서를 활용하여) 지역별로 데이터를 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로 들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특정 종류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현재, 어느 지역에서 퍼지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경고나 대처 방안을 세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에 Scanadu의 동영상에도 이러한 장면이 있었었습니다). 이는 분명히 질병관리본부(CDC)나 WHO 등의 기관에서 공공 건강의 관리를 위해서 매우 필요로 하는 데이터일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오던 꿈 같은 기기들이 조금씩 현실화 되어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http://gizmodo.com/5965143/holy-spock-the-star-trek-medical-tricorder-is-real-and-its-only-150
  • http://www.fastcompany.com/3003096/want-personal-doctor-call-24-7-scanadu-will-turn-your-smartphone-diagnostic-clinic?partner
  • http://www.fastcoexist.com/mba/01122012-thu
  • http://humaneconnectionblog.blogspot.kr/2012/05/star-trek-william-shatner-and-humane.html

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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