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15th November 2020,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칼럼] 고군분투하는 식약처에 체계적 지원을

*제가 한국경제신문에 매달 연재하는 칼럼의 원문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식약처의 최근 몇 년간 행보는 산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새로운 기술 혁신에 대한 합리적인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꾸준히 적시에 제시해왔을 뿐만 아니라, 도출 과정에 현장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3D 프린터 기반의 의료기기 (2015년), 인공지능 의료기기 (2017년), AR/VR 의료기기 (2018년) 등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내어놓았다. 특히, 도출 과정에는 산업계와 의료계의 전문가들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참여하면서 의견 수렴을 거듭하여 합리적인 안이 만들어졌다. 필자도 이 과정에 일부 참여하면서 부족하나마 힘을 보탰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디지털 치료제 등의 혁신의료기기에 대한 허가심사 방안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2월 실리콘밸리의 디지털 치료제 관련 컨퍼런스에서 우연히 FDA 디지털 헬스 유닛의 실무자를 만났다. FDA는 2017년 의료기기심사부(CDRH) 산하에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 부서인 ‘디지털 헬스 유닛’을 신설하고,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FDA는 사전인증제(Pre-Cert) 등의 파격적인 개선안을 내어놓으며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의 규제 혁신을 이끌고 있다. FDA의 혁신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그 자리에서 여러 질문을 던지고, 또 한국 식약처의 활동도 소개해드렸다.

그랬더니 오히려 놀란 쪽은 FDA였다. 현재 FDA도 인공지능 인허가 방안을 고민하는 중인데, 한국은 2017년에 이미 가이드라인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가 오히려 FDA가 참고하도록 가이드라인의 영문 번역본을 이분에게 공유해드리는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졌다.

현재 FDA 디지털 헬스 유닛은 20여 명의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으로 그 수는 더 늘어날 예정이라 했다. 하지만 식약처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인력은 한 손에 꼽을 정도이며, 여전히 전담 부서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도 산업 현장에는 인공지능, 디지털 치료제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식약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더구나 현재 준비 중인 한국형 사전인증 제도가 연내 시행되면, 이를 운영하기 위한 인력은 더 많이 필요해진다. 이 제도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특성에 맞게 출시 이후에도 관리 감독을 상시로 이어가는 것이 골자다. 즉, 심사관의 업무량은 갈수록 누적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식약처의 좋은 성과는 시스템도 없고, 자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소수의 인원이 고군분투한 결과다. 하지만 이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인력과 예산을 배정하여 정식 직제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책임자부터 실무자까지 의료기기 전문가로 구성하여, 전문성의 양과 질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인력과 예산은 식약처 소관이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최근 정부는 한국형 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료 산업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디지털 헬스케어다. 하지만 규제의 발전 없이 의료 산업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지난 몇년 동안 식약처는 열악한 환경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뤄냈지만, 시스템 없이 이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식약처가 규제 혁신을 지속할 수 있도록, 부디 기재부와 행안부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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