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21st July 2019,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디지털 치료제가 온다 (3) 이것은 게임인가, 신약인가? 알킬리!

Yoon Sup Choi April 23, 2019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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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료제를 논할 때, 페어 테라퓨틱스와 함께 항상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앞서 몇 번 언급된, 알킬리 인터렉티브의 EVO라는 태블릿PC 게임이다. 이 게임은 아동의 ADHD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임상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의료기기 인허가를 신청, 2019년 4월 현재 FDA의 심사를 받는 중이다. 만약 EVO가 디지털 치료제로서 FDA의 인허가를 받는데 성공한다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질병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최초의 게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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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료제가 온다

필자가 이 게임을 처음 접한 것은 2017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이다. 당시 퓨어테크 헬스(Puretech Health)라는 회사의 CTO는 발표 서두에 ‘우리는 새로운 개념의 제약회사를 추구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개발하고 있는 신약 후보 물질 중의 하나로 소개한 것이, 다름 아닌 이 게임이었다. 지금도 퓨어테크 헬스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개발하고 있는 여러 신약 파이프라인 중에 일반적인 ‘알약’과 같은 저분자 화합물과 함께 이 ‘게임’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매우 이색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알킬리 인터렉티브는 이 게임을 가지고 퓨어테크 헬스에서 스핀오프한 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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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테크 헬스의 신약 파이프라인 중에는 다른 신약 후보물질과 함께, 게임인 AKILI가 당당하게 포함되어 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필자가 어릴 적 동네 오락실에 가면 ‘두뇌 발달’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곤 했다. 당시의 ‘게임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그 주장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러한 주장이 마침내 네이처에 실린 논문으로 처음 검증된 것이 2013년에 이르러서였기 때문이다.[ref]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샌프란시스코(UCSF)의 연구자들은 비디오 게임을 통해서 인지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알킬리의 EVO는 이 논문에서 밝혀진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뉴로레이서(Neuroracer)’라는 특수하게 디자인된 자동차 게임을 통해 60세 이상 고령층의 인지능력, 특히 멀티 태스킹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게임의 플레이 방식은 한 손으로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동시에 (최대한 트랙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다른 한 손으로는 화면 중간에 무작위로 튀어나오는 물체를 인식해야 한다. (정해진 색깔과 모양의 물체만 인식해야 한다) 즉, 이 뉴로레이서라는 게임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해야만 높은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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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논문을 통해 인지능력 향상이 증명된 게임, 뉴로레이서 [ref]

연구자들은 60~85세의 참가자 46명을 일주일에 3시간씩 총 4주 동안 뉴로레이서를 통해 멀티 태스킹 능력을 훈련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이 참가자들의 멀티 태스킹 능력은 연구 참여 전보다 대폭 상승했으며, 더 나아가 훈련을 받지 않은 20대보다도 더 좋은 점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또한 흥미롭게도 그 이후 아무런 연습을 하지 않고 6개월이 지난 다음에도 참여자들의 개선된 인지 능력은 여전히 유지되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인지 능력의 개선은 뇌의 활성 정도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뉴로레이서를 통해 훈련한 환자의 경우, 인지 능력을 관장하는 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의 활성이 높아지는 것을 관찰한 것이다.akili data3-

4주 동안 뉴로레이서 게임을 했을 경우 향상되는 인지 능력 [ref]

알킬리 인터렉티브는 이 뉴로레이서 연구 결과를 라이센싱하여, EVO라는 게임으로 발전시켰다. 임상 시험을 마치고 FDA 인허가 과정 중에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상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 것 같지만, 짧은 영상들을 보면 뉴로 레이서와 유사하게 아이패드로 외계인(?) 캐릭터를 조종하는 동시에 다른 특정 사물을 인식하는, 즉 멀티 태스킹을 해야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한다.

알킬리 인터렉티브는 EVO를 소아 ADHD 환자의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 효과는 논문과 임상 연구를 통해서 증명되었다. 2017년에 논문으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감각처리장애를 가진 소아 환자 중 ADHD를 가진 20명에게 4주 동안 (주당 5일, 한 번에 25분) EVO 게임을 하게 했더니, 주의력 향상 결과를 보였다. 특히 7명은 큰 개선을 보여서 더 이상 ADHD의 범주에 들지 않게 되었으며, 이 효과는 사용 후 적어도 9개월 동안 유지되었다.[ref]

akili data2--EVO의 임상 연구 결과, 주의력 향상 효과를 증명 [ref]

FDA 인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시험은 총 348명의 8~12세 ADHD 환자를 대상으로 이중맹검, 무작위, 위약 대조군 등의 철저한 조건을 갖추고 여러 병원에서 행해졌다.[ref] 총 4주 동안, 주당 5회, 30분씩 EVO 게임을 하도록 하였으며, 대조군으로는 낱말 맞추기와 같은 일반적인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하였다. 연구 결과, EVO를 사용한 환자들의 주의력(TOVA Attention Performance Index)이 대조군에 비해서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또한, EVO 실험군의 경우 심각한 부작용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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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 게임 결과 대조군에 비해서 주의력이 유의미하게 상승

이러한 임상 결과는 2017년 12월 얻었으며, 이후 알킬리 인터렉티브는 FDA에 인허가를 신청하고, 지금까지 의료기기 승인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ref] 이 승인이 떨어지게 되면, EVO는 의사의 처방을 받고 치료제로 사용되는 최초의 게임이 되며, 알킬리에 따르면 이 게임의 처방에 대한 의료 보험 적용까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과 세마트랜스링크캐피털 등의 벤처캐피털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의료 인공지능』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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