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3rd April 2019,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디지털 치료제가 온다 (2)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 reSET

Yoon Sup Choi April 16, 2019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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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디지털 치료제는 실제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제는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현재 개발되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는 아주 다양한 회사에 의해서 개발되고 있으며, 대상으로 하는 질병도 당뇨, 수면장애, 우울증, ADHD, 조현병, 심혈관 질환, 중독, 뇌졸중, 치매, 천식 등 무척이나 다양하다. 그러한 다양한 사례 중에서 대표적인 몇 가지, 특히 의학적인 근거가 충분하고, 개발 및 인허가, 상업화와 관련해서 상대적으로 많이 진전된 사례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최초’라고 불리는 것은 바로 미국의 스타트업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리셋(reSET)이라는 중독 치료 목적의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리셋은 2017년 9월 소프트웨어만으로 치료 목적의 FDA 인허가를 받으면서 최초의 디지털 신약이 되었다.[ref] (footnote: 누가 최초이냐 하는 것에는 약간의 이견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혹자는 웰닥(WellDoc)의 당뇨 관리 플랫폼인 블루스타를 최초로 꼽기도 한다. 블루스타는 이미 2010년에 FDA로부터 의사의 처방을 받는 소프트웨어로 허가받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질병의 ‘치료’를 사용 목적(intended use)으로 인허가를 받은 것은 페어 테라퓨틱스의 리셋이 최초이다. 블루스타는 당뇨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것만을 목적으로 인허가를 받았다.[ref]) 리셋은 알콜, 코카인, 대마 등의 중독과 의존성을 치료하기 위해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18세 이상의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의 치료 프로그램에 더해서 12주 동안 사용한다. 물질에 대한 중독을 완화하고, 기존 치료 프로그램에 대한 순응도(retention)를 높이기 위한 것이 사용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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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테라퓨틱스의 reSET

이 리셋은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정신 치료 방법의 일종인 인지 행동 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를 제공하는 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신이 약물을 사용하는 상황과 요인을 파악하고, 그러한 충동에 대한 대처법이나, 사고방식의 변화 방법 등을 이 앱을 통해서 훈련하고, 자신의 상태나 약물의 사용에 대해서도 기록할 수 있다. 리셋은 이러한 인지 행동 치료를 텍스트, 비디오, 애니메이션, 그래픽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제공한다.

페어 테라퓨틱스가 FDA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마치 신약을 개발하듯, 리셋에 대해서도 무작위 임상 시험을 통해 물질에 대한 중독성을 낮추는 효과를 증명했다.[ref] 총 399명의 환자에 대해서 기존의 치료만 받는 환자군(TAU)과 기존 치료의 횟수는 줄이면서 리셋을 함께 사용한 환자군(rTAU+reSET)의 치료 성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기존 치료의 횟수를 줄이면서 리셋을 함께 사용한 환자군에서 금욕을 유지한 비율이 40.3%로 대조군의 17.6%에 비해서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여전히 물질을 사용하고 있던 환자들의 경우, 리셋을 사용한 환자군의 금욕 비율이 16.1%로 대조군 3.2%에 비해서 다섯 배 정도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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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의 금욕 효과 증진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 [ref]

더 나아가, 리셋은 환자들이 치료 프로그램을 끝까지 더 잘 마치도록 하는 효과도 있었다. 총 12주에 걸친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중도에 그만둔 환자의 비율이 리셋을 함께 사용한 환자군에서 유의미하게 낮았던 것이다. 이러한 임상 결과에 기반하여 페어 테라퓨틱스는 리셋을 디지털 치료제로 FDA 인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임상 시험에서 아편(오피오이드)에 대해서는 금욕 효과를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에, 첫 번째 인허가의 적응증에서 아편 중독은 제외되었다)

페어 테라퓨틱스는 2017년 FDA 인허가 이후,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 (더 정확히는 노바티스의 자회사인 산도스)와 협력을 통해서 2018년 11월 리셋을 시장에 출시했다.[ref] 추후 더 언급하겠지만,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스타트업과 기존의 제약사가 어떠한 관계를 맺을지는 이 분야의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이다. 페어는 디지털 치료제의 상업화를 위해서, 기존에 신약에 대한 판매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제약사와 힘을 합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뒤이어, 페어 테라퓨틱스는 첫 번째 리셋의 인허가에서는 빠졌던 적응증인, 오피오이드, 즉 아편 중독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인 리셋-O (reSET-O)의 FDA 인허가를 2018년 12월에 받았다.[ref] 이는 FDA의 인허가를 받은 두 번째 디지털 치료제이다. 역시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치료 받는 외래 환자에 대해서 12주 동안 기존의 중독 치료에 더해서 사용한다. 다만, 리셋-O의 사용은 (리셋의 경우와 같이) 기존 치료에 대한 순응도를 높이기는 하지만, 오피오이드 중독에 대한 금욕을 대조군에 비해서 유의미하게 개선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중독이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FDA는 일종의 패스트 트랙인 “브레이크스루 데지그네이션(Breakthrough Designation)”을 통해서 1년 남짓한 빠른 시간에 인허가를 내어준 것으로 보인다.[1, 2] 산도스는 리셋-O 역시 인허가 직후에 바로 시장에 서비스를 시작했다.[ref]

페어 테라퓨틱스의 리셋과 리셋-O는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2019년 4월 현재, 치료 목적을 가지고 FDA 인허가를 받은 소프트웨어, 즉 디지털 치료제는 이 두 개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인허가를 받은 사례가 이 두 가지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련한 논의에는 이 사례가 항상 빠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페어 테라퓨틱스는 불면증, 우울증, 조현병, 뇌전증, 파킨슨병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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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테라퓨틱스는 중독 외에도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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