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1th November 2019,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디지털 치료제가 온다 (1) 또 하나의 신약

Yoon Sup Choi April 9, 2019 AI, Digital Healthcare, DTx, Regulation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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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흔히 디지털 헬스케어를 설명할 때, ‘디지털 헬스케어의 3단계’라는 개념을 즐겨 사용한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측정, 통합, 분석을 거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구현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친다면 무엇인가 빠진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바로 환자를 ‘치료’ 한다는 것이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술이나 시술을 하거나, 혹은 약을 처방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로 수술 등을 보조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환자를 치료하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마치 약처럼 사용해서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일견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약’의 개념도 확장하고 있다.

흔히 약이라고 하면 우리는 경구제로 복용하는 알약이나, 주사약 정도를 떠올린다. 보통 1세대 신약은 알약이나 캡슐의 형태로 제공되는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이다. 2세대 신약은 주사제로 맞는 단백질 혹은 항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3세대 신약으로 세포 치료제를 들기도 한다. 이런 정도가 현재 의료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약의 범주라고 할 수 있다.[ref]

그런데 이제는 한 가지 종류의 약을 추가해야 한다. 바로 ‘디지털 치료제’라는 새로운 종류의 약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1, 2, 3] 영어로는 digital therapeutics, 줄여서 DTx라고도 부르는 이 새로운 개념의 약은 아직 한국어로는 정식으로 번역된 바는 없으나, 디지털 치료제, 혹은 디지털 신약 정도로 부르면 적당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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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신약, ‘디지털 치료제’ [ref]

디지털 치료제가 온다

 

디지털 치료제가 온다

디지털 치료제는 말 그대로, 디지털 기술 그 자체를 환자를 치료하는 약으로 사용하겠다는 분야이다. 특히 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게임, VR, 챗봇, 인공지능 등의 ‘소프트웨어’에 기반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디지털 치료제로 정의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9개국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수십 개 회사들의 연합체인 “디지털 테라퓨틱스 얼라이언스(Digital Therapeutics Alliance, DTA)”에서 2018년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의 정의와 특성은 아래와 같다. [ref]

  • 질병을 예방, 관리, 혹은 치료하는 고도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 독립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른 약이나 기기와 함께 사용될 수 있음
  • 효능, 사용 목적, 위험도 등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거침

이 분야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완전히 정립되지는 않은, 매우 초창기 분야이다. 과거에도 소프트웨어, 스마트폰 앱, 게임, VR 등으로 질병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관련 연구 결과나 새로운 시도들이 축적되고, 그 결과물이 규제 기관의 인허가를 받는 등의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약의 한 종류’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가 되면서, 이제는 별도의 독립적인 분야로 다뤄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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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킬리 인터렉티브가 개발하고 있는, ADHD 치료 목적의 게임 EVO

필자는 디지털 치료제 분야를 잘 설명하는 말로, 미국의 한 관련 컨퍼런스에서 알킬리 인터렉티브 (Akili Interactive)의 CEO인 에디 말투치 (Eddie Martucci)가 했던 말을 인용하곤 한다. 나중에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알킬리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회사 중의 하나로, ADHD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치료 효과가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그 치료제가 공교롭게도 게임의 형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에디 말투치의 이 이야기를 필자가 들었던 것은 2018년 10월 보스턴에서 열렸던, 디지털 치료제 분야의 대표적인 컨퍼런스인 DTxDM East에서였다. 필자는 디지털 치료제의 개념에 매료되어 이 컨퍼런스에 가능한 매번 참석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사실 현재 이 글도 2019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집필 중으로, 며칠 전에 근처에서 열렸던 DTxDM West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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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DTxDM West 2019 (필자 촬영)

이 컨퍼런스는 2018년에 처음 만들어져서 이제야 겨우 세 번째 개최되는 신생 행사이다. (이 분야가 얼마나 초기인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다국적 제약사, 보험사, 의료기기 회사, 투자회사, 규제기관 등의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하며 활발하게 토론하면서 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기존의 약’을 만들던 다국적 제약사에서 이 ‘새로운 약’을 만드는 분야에 대한 관심은 실로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분야가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기존의 약을 만들던 제약사에 위협이 되는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할 수도 있고, 혹은 제약사에서 새로운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이미 노바티스, 산도스, 암젠, 머크, 사노피와 같은 다국적 제약사에서는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협업하면서 이 분야에 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 노바티스: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시리즈 A (2016년), B (2018년), C(2019년) 펀딩에 참여 [1, 2]
  • 산도스: 페어 테라퓨틱스의 앱 기반 중독 치료제 리셋 (reSet)과 리셋-O (reSet-O)의 시장 출시 협력 [1, 2, 3]
  • 암젠, 머크: 알킬리 인터렉티브의 시리즈 B (2016년), C (2018년) 펀딩에 참여 [1, 2]
  • 사노피 벤처스: 클릭 테라퓨틱스(Click Therapeutics)의 $17M 규모의 투자를 리드 [ref]
  • 오츠카 제약: 클릭 테라퓨틱스와 $305M 규모의 계약을 맺으며 우울증 디지털 치료제 공동 개발 [ref]

디지털 치료제와 SaMD

그런데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개념이 서로 어떻게 다른 것인지, 서로 어떤 관계인지 혼란스러운 독자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약간 정리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DTxDM과 같은 컨퍼런스에서도 이 부분이 항상 언급되고, DTA의 백서에도 언급되는 것을 보면 이 개념을 혼동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이 부분은 좀 어려울 수도 있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의료기기 규제와 관련하여 아주 중요한 최근 몇 년간의 새로운 트렌드를 담고 있는 내용이다.

이 관계를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SaMD라는 개념을 설명해야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으로 예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의료기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FDA, 식약처 등 규제 기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과거에 의료기기는 대부분 하드웨어 기반이었으나 (체온계, 혈압계, MRI 촬영 기기 등등), 이제는 하드웨어를 전혀 동반하지 않은 ‘소프트웨어’ 그 자체가 의료기기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프트웨 기반의 의료기기에 대한 새로운 정의, 분류, 그리고 규제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여러 국가의 규제기관 연합체라고 할 수 있는 IMDRF (International Medical Device Regulators Forum)에서는 지난 몇년 동안 SaMD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틀을 마련했다.[1, 2] SaMD는 ‘Software as a Medical Device’의 줄임말로, 직역하자면 ‘의료기기로서의 소프트웨어’ 정도가 되겠다. 즉, 하드웨어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구성된 의료기기를 별도로 정의한 것이다. (흔히 미국에서는 SaMD를 ‘쌤디’라는 발음으로 읽는다)

한국에서 2018년 손 엑스레이 사진으로 골연령을 판독해주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흉부 엑스레이 사진으로 폐 결절을 판독하는 인공지능 등이 식약처의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았다.[1, 2] 이러한 인공지능의 경우 하드웨어 없이 소프트웨어로만 존재하므로 SaMD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footnote: 사실 이 SaMD라는 개념의 등장 때문에, 2017년경부터 미국 FDA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인허가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Pre-Cer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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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노의 골연령 판독 인공지능. SaMD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이 SaMD와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으로 SiMD (Software in a Medical Device)도 있다.[ref] 이는 영어 뜻 그대로 하드웨어 의료기기에 내장된 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가 되는 경우이다. 만약에 MRI 사진을 판독하는 인공지능이 독립된 소프트웨어로서 출시된다면 SaMD의 범주에 들어가겠지만, MRI 기기에 아예 내장된 형식이라면 이는 SiMD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footnote: 사실 이 때문에 SaMD와 SiMD를 한국어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혹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정도로 번역하면 SaMD와 SiMD를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SaMD를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바로, 디지털 치료제가 SaMD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더 상세하게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SaMD는 디지털 헬스케어에도 속하고, 의료기기에도 속한다. 즉,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기기의 교집합에 속하는 것이 SaMD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SaMD에도 세부적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개념이 포함되지만, 그중에서 특히 환자의 질병 치료, 관리, 예방에 직접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 디지털 치료제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SaMD 중에서도 환자의 치료가 아니라, 영상 의료 데이터를 판독하거나, IBM 왓슨 포 온콜로지와 같이 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CDSS(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등은 인공지능은 디지털 치료제에 속하지 않는다.[ref] 이러한 개념들의 관계를 벤다이어그램으로 정리하자면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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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과 세마트랜스링크캐피털 등의 벤처캐피털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의료 인공지능』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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