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14th March 2019,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DTxDM West 2019 후기: 디지털 치료제, 그 머나먼 길

Yoon Sup Choi March 12, 2019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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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에 걸친 DTxDM West가 끝났다. DTxDM은 digital therapeutics에 집중하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컨퍼런스이다. 이 행사가 작년에 처음 생겨서 이번이 고작 세 번째 행사다. 나는 작년 9월 보스턴에서 열린 DTxDM West에 이어 두 번째 참석이다. (매년 봄에는 서부, 가을에는 동부에서 한다)

이 분야는 아직 극히 초기이기 때문에 관심 있는 소수의 사람만이 모인다. (그리고 등록비도 아주 비싸다..) 그래도 지난번 행사에서 이야기가 나왔던 것처럼 전 세계에서 digital therapeutics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만큼 참석자들 사이에 가족 같은, 동지애적인 느낌이 있다. 스타트업, 제약사, VC, 보험사, 병원 등등 여러 다양한 조직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은 아직도 이런 분야가 있는지 모르고 있지만) 우리끼리라도 서로 협력해서 한번 같이 미래를 만들어가 보자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서로 더 쉽게 친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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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는 세미나와 패널 토의 뿐만이 아니라 네트워킹이 강점이다. 모든 사람이 커피 브레이크, 식사 시간, 리셉션에서 매우 적극적이고 스스럼없이 네트워킹한다. 나도 이런 곳에서는 꽤 적극적으로 명함을 뿌리고 다닌다. 여기서는 나는 남한이라는 디지털 헬스케어 변방 국가에서 온 complete nobody 일 뿐이다.

더구나 행사 규모도 크지 않고 분야도 작으니, 이번 행사 내내 사람들과 계속 마주칠 뿐만 아니라, 지난 행사와도 겹친다. 보스턴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줘서 좀 신기하기도. Pear Therapeutics의 규제 담당자 David Amor, Akili Interactive의 CEO Eddie Martucci, 예전에 Rock Health에 있다가 이제 딜로이트에 있는 Stephanie 등등이 (‘너 한국에서 엑셀러레이터 한다고 했지?’) 기억해줘서 신기하고도 반가웠다. 지난번에 이어, 올해도 동양인 참석자가 거의 없으니 눈에 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번에도 언론에서만 보던 회사의 사람들과 만나고, 실무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Big Health, Propeller Health, Pear, Akili, Merck Global Innovation Fund, Omada Health, Lark … 열거하자면 아주 많다. 이분들과는 밥 먹으면서도 한국에서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에 Pear에서 인허가받은 reSET-O는 좀 너무하지 않아? Retention만 높였고, abstinence는 유의미하지 않았는데.”, “너네 ResMed에 회사를 왜 판거야? 직원들은 인수 가격이 너무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따위의 이야기들.

첫날은 세미나가 아니라 워크샵 형식으로 둥근 테이블에 그룹을 나눠서 둘러앉아, 서로 중요한 문제, 질문 자체를 찾고, 거기에 대한 답도 스스로 찾아가는 시간을 하루 종일 가졌다. (추가 참석 비용이 들어간다) 사실 나도 한국식 교육에 익숙하고 ‘정답’이 있는 상황에 안도하는데.. 이런 과정이 익숙하지 않아서 좀 힘들었다. 역시나 처음 보는 분들과 영어로 토론하는 것도 어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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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는 아직 답도 없고, 저마다 그리는 미래의 모습, 가야 할 방향이 다 다르다. 테이블마다 중요하다고 도출한 이슈, 그 이슈에 대한 답도 모두 달랐다. 테이블마다 난상 토론을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사실 쓸데 없는 이야기도 많고, 중요한 이야기도 있었다. 근데 첫날에 이렇게 하고 나니, 다들 서로 안면도 생기고, 친해지게 되어서, 2~3일째는 아는 얼굴이 더 늘어나면서 오가며 반갑게 인사하고 농담도 던졌다. 아마 다음 컨퍼런스에서 만나면 서로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분야에서 커뮤니티라는 것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싶었다.

이런 분야는 항상 정중동으로 움직인다. 지난 보스턴 행사 때와 별반 바뀌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그새 또 새로운 뉴스가 많이 있었다. 새로운 인허가, 새로운 임상 결과, 새로운 M&A 소식, 새로운 회사 등등. 다만 보면 볼수록 복잡한 이해관계와 DTx 자체의 특성에서 오는 숙제들이 굉장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

DTx가 이제 단순히 fancy한 신기술이 아니라, 실제 환자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약’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규제 이슈, payer 이슈, 업계의 consolidation, physician adoption/activation, patient adoption/activation.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DTA(Digital Therapeutics Alliance)의 메간 코더의 슬라이드에 나왔던, ‘다섯 가지 종류의 DTx를 동시에 처방받아 사용하는 때가 오면 무엇을 더 고려해야 하는가’와 같은 의미심장한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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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지난 보스턴의 DTxDM East에 이어서 이번에도 한국에서 온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 아쉽다. 한국 분께서 한 분 더 오시기는 했지만, 원래 미국에서 일하고 계시는 분. 더욱이 발표와 패널 토의 참석자는 커녕, 거론되는 내용 중에도 한국이라는 나라는 아예 없는 취급을 받았다. 한국 시장도, 한국 기업도. 중국이나 일본은 가끔 등장했지만 말이다. DTA의 메간 코더는 나와 이야기 나누면서, 이 분야에서 한국인은 처음 만난다며, “한국은 이 분야에 아무도 관심이 없어? 일본은 엄청 관심 많은데. 몇달 뒤에 일본 회사에도 방문할 계획이야” 라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너무도 멀다.

여하간 엄청나게 인풋이 많은 3일이었다. 행사가 끝난지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숙제가 머리가 무겁다. 많이 배우고, 또 많은 사람을 만났던 시간이었다. 다음번 행사에도 여건이 허락되면 갈 것이다. 사비로 가기에 등록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 항상 부담이지만.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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