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16th October 2018,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애플워치4의 심전도 측정에 관한 이모저모

Yoon Sup Choi September 21, 2018 Big Data,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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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된 애플워치4에 심전도 측정 기능이 추가되면서 여러 가지 화제가 만발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지난 9월 12일 애플워치4를 발표하면서 심박수 기반의 심방세동 측정 기능, 시계의 크라운(용두)를 이용한 심전도(ECG) 측정 기능, 그리고 낙상 측정 기능을 추가하였습니다.

특히 심방세동 측정 앱과 심전도 측정 기능은 FDA의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습니다. 애플의 전체 제품 라인업 중에 FDA의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애플은 원래 컴퓨터 회사로 시작하여, 음악 플레이어 회사, 스마트폰 제조사, 스마트 워치 제조사에서 이제는 의료기기 회사로까지 변신했습니다. 애플은 지난 2014년 헬스키트(HealthKit) 출시 이후로 헬스케어 시장에 계속 진출하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만, 이번처럼 단순히 심박 센서 정도로 건강 관리가 아닌 ‘의학적인’ 문제를 직접 건드리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사실 핏빗과 삼성도 이러한 방향으로 진작에 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이제는 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특히 핏빗의 경우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계속 ‘조금 더 나은’ 스마트워치를 내어놓으면서 시간을 까먹다가 의료 시장에 선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애플에게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삼성의 경우에도 몇 년 전 이 조언을 전문가로부터 받았음에도, 결국 과감하게 움직이지 못했다는 후문이 있더군요.

이번 애플워치4에 부정맥, 심전도 등의 기능이 들어가는 것은 여러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몇 가지 이슈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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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의 연막작전(?)

2016년에 애플이 FDA와 비밀리(?)에 의료기기 관련 논의를 한 것이 공개되면서 여러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FDA clearances for two separate but related cardiac products.” 가 논의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놓고 보면 이때 이야기되었다는 두 가지의 심혈관 관련 제품이 바로 이번에 나온 심박수 기반의 심방세동 측정, 그리고 심전도 측정 기능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애플이 의료기기를 출시할 것이라고까지는 최근까지도 쉽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이유는 아래에서 이야기할 FDA 승인 관련 ‘타이밍’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팀 쿡의 2015년도 발언 때문입니다. 팀 쿡은 애플워치를 FDA 인허가 프로세스에 집어넣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이때는 애플워치 본체 그 자체는 의료기기가 되지 않을 것이며, ‘앱’이나 혹은 ‘그 근처에 있는 것(adjacent to it)’은 의료기기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We don’t want to put the Watch through the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process. I wouldn’t mind putting something adjacent to the watch through it, but not the watch, because it would hold us back from innovating too much, the cycles are too long. But you can begin to envision other things that might be adjacent to it — maybe an app, maybe something else.”

여기서 ‘그 근처에 있는 것(adjacent to it)’ 이라는 표현이 여러 흥미를 불러일으켰는데, 실제로 스마트폰 케이스 형태의 심전도 측정계로 유명한 AliveCor는 애플워치의 시계 줄에 전극을 달라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Kardia Band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정말로 애플워치의 ‘근처에’ 있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팀 쿡의 이야기는 이번에 뒤집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엄밀히 말해 팀 쿡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아래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이번 FDA 승인을 받은 두 가지 기능은 모두 하드웨어가 아닌, 애플워치의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 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팀 쿡의 2015년 발언을 잘 보면 ‘앱’이 의료기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누가 정말 최초인가

이번 발표에서 애플은 애플워치4가 ‘심전도를 측정하는 최초의 OTC(Over-the-Counter) 기기’라고 주장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OTC(Over-the-Counter)는 별도의 진료나 처방전 없이 그냥 일반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기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에 조금이라고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알고 계시겠지만, 이 기능의 최초는 AliveCor 입니다. 스마트폰 케이스 형태의 심전도 측정계인 AliveCor는 2012년에 FDA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고, 2014년에 이미 OTC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애플워치의 시계줄 형태로 발전시킨 Kardia Band는 2017년 말에 이미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밴드의 컨셉이 나온 것은 2016년 초였으니, 승인에 2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심지어 AliveCor가 OTC 판매 허가를 받은 이후에, Cardiac Designs이라는 기기가 FDA 인허가를 또 받았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애플워치는 두번째도 아니고 세 번째인 셈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AliveCor의 CEO인 Vic Gundotra는 “애플은 작은 것 하나라도 다른 기기를 따라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애플이 그들만의 왜곡된 사실(Their own version of alternative facts)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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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의 시계줄을 이용하여 심전도를 측정하는 Kardia Band

 

 

왜 애플은 혼자 했을까

제가 보기에 애플의 이번 결정은 좀 의외였습니다. 저는 그동안 애플워치가 부정맥이나 심전도 관련 분야로 확장하게 되면, 그 바닥에서 애플워치를 활용하여 오랫동안 관련 연구를 해오고 있던 AliveCor나 Cardiogram 등 기존 기업과 협업을 하는 형태를 취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기업들은 FDA 승인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JAMA 등의 유명한 의학 저널에 기능을 증명하는 논문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Cardiogram은 이번 애플워치의 심박수 기반의 부정맥 측정과 유사하며 (심방세동의 측정에 관한 임상 논문을 UCSF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올해 초 JAMA에 출판했습니다), 상술했듯이 심전도 측정은 AliveCor의 Kardia Band와 유사합니다. 내부적인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이 회사들과 협성하다가 결렬되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처음부터 혼자 하려는 전략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애플이 단독으로 제품을 출시해버렸습니다.

1*8PJzHkBwRCguITojSNiKJQ-2카디오그램은 애플워치의 심박수로 여러 활동과 부정맥도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출처)

사실 스타트업을 심사할 때 ‘이 아이디어를 대기업이 하면 어떡할 것인가? 구글이나 애플이 똑같은 것을 출시하면 어떡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곧잘 하긴 합니다만, 그러한 상황이 현실화되는 경우가 그리 많이 있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스타트업 업계를 돌아보면, 분야를 막론하고 이러한 이유로 잘 나가던 스타트업이 망한 사례가 많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삼성이나 LG 같은 일반적인(?) 회사가 아니라, 고객들의 거의 종교적인 지지를 받는 애플입니다. 이게 과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AliveCor의 CEO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마을 외진 곳에서 멋진 레스토랑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 거대한 레스토랑이 생기면서 옆에 있던 우리까지 주목을 받게 해주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AliveCor는 $99인데, 애플워치는 $399이다. 어제 (애플워치4 발표 다음 날) 우리 판매량이 급증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AliveCor의 반격?

하지만 AliveCor 나 Cardiogram과 같은 회사에게는 결코 쉬운 싸움이 되지 않으리라 봅니다. AliveCor의 CEO가 $99이라고 언급했지만 이는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작은 센서의 가격이고, 이번 애플워치와 비교해야 하는 Kardia Band는 $199 입니다. 즉, 이 밴드를 살 바에는 200불만 더 내면 최신형 애플워치를 구매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AliveCor는 애플의 발표 며칠 뒤, 6-lead의 심전도 측정계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의 스마트폰 케이스 형태로 전극이 두 개 붙어 있어서 양손으로 잡는 것 외에, 한 전극이 더 추가되어서 이를 무릎…에 가져다 대는 형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Einthoven Triangle을 완성할 수 있어서 6-lead의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게 되기야 합니다. 임상적으로야 당연히 1-lead 보다 더 유의미한 데이터를 측정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일반 사용자 대상의 컨슈머 기기로는 사용성이 너무 좋지 않아보입니다. (특히 바지를 입고 있으면 측정을 못하게 됩니다..)

이 기기는 기존에 ‘프로젝트 트라이앵글’이라는 코드네임으로 진행해오던 것이라고 하는데, 아직 FDA 승인을 받은 기기는 아닙니다. 다분히 이번 애플의 발표에 영향을 받아서 뭔가 허겁지겁 발등에 불 떨어져서 발표한 것처럼 보이며, AliveCor 스스로도 해당 발표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소 성급하고 무리수를 두는 것 같은 발표는 AliveCor가 이번 애플의 발표에서 받는 위기감과 조급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이 기업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기업의 존망이 결정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혹은 저는 AliveCor가 핏빗이나 삼성과 같은 스마트 워치를 만드는 회사와의 피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봅니다. 시장 진출 타이밍을 놓친 삼성이나 핏빗이 이제와서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으려면 추가적으로 상당한 시일을 소모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그냥 AliveCor를 인수해서 이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M&A 가능성이 높지는 않겠으나, 가능성이 없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특히 핏빗의 경우에는 과거에도 핏스타, 페블 등의 여러 기업을 인수하면서 인접 시장에 진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 의료기기로 가는 시장이 그만큼 매력적인지는 판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삼성의 경우에도 이제는 그만 망설이고 결정을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왜 De Novo 로 인허가를 받았나

흥미로운 것은 이번에 애플이 FDA로부터 의료기기 인허가를 De Novo로 받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당연히 애플이 파일럿으로 참여하고 있는 Pre-Cert 를 통해서 받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De Novo 더군요. 이 De Novo는 ‘새로운’ 이라는 영문의 뜻 그대로 기존에 인허가 받은 기기 중에 비교할 수 있는 유사한 선행 기기가 없을 때 진행하는 절차입니다.

사실 기존에 AliveCor가 이미 거의 유사한 기능으로 Class II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은 바 있으므로, 이와 동등성을 입증하여 역시 Class II로 받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했을 것입니다. 한편 FDA의 입장에서도 왜 이를 De Novo로 진행하게 해주었는지도 의아합니다. 이는 FDA도 이번 애플워치가 시장에 동등한 기기가 없다고 인정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 답은 이번 De Novo로 인허가를 받은 대상이 애플워치라는 ‘하드웨어’가 아닌 그 내부에서 동작하는 앱, 즉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입니다. 심전도 측정 기능과 심박수 기반의 부정맥 측정 모두 앱에 대해서 인허가를 받은 것입니다. 사실 용두(크라운) 부분에 전극 등의 센서가 들어갔을 것인데, 이를 빼고 그냥 앱만 인허가를 받은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Mobihealthnews는 기존의 스마트폰에서 (스마트폰 자체가 아니라) 앱이 의료기기 승인을 받듯이, 애플워치도 앱에 대해서 그렇게 인허가를 받은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만, 자기들도 완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 듯한 뉘앙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FDA 대변인의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The ECG App is the first software-only ECG device that creates, analyzes, and displays ECG data for [OTC] use,”

이렇게 본다면 (애플에게 엄청 유리하게 해석해서) ‘최초’ 라는 말이 아주 거짓말은 아닌 셈이고.. 또한 2015년 팀 쿡의 ‘앱’에 대한 의료기기 인허가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결국 지켜진 셈이 됩니다.

 

예외적으로 빠른 FDA의 결정과 공교로운 타이밍

FDA의 De Novo 인허가를 위해서는 보통 심사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절반 정도 경우에는 보통 심사에 150일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애플워치의 심사에 대해서는 단 한 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심전도와 부정맥을 심사에 제출한 것이 각각 8월 14일, 8월 9일이었고, 발표는 9월 12일에 났으니, 기존의 150일보다 세배나 빨랐던 것입니다.

사실 여기에 대해서는 애플이 2014년경부터 FDA와 관련 논의를 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4년 동안 밀접하게(?) 관계를 가지며 일을 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빨리 인허가를 받은 것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긴 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공교롭게도(?) 애플이 신형 애플워치를 런칭하는 외부 행사 개최에 딱 맞게 FDA가 이를 발표함으로써, 행사 전에 이 소식이 언론 등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도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 어떻게 이 뉴스를 애플의 발표 전까지 언론에서도 모를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FDA의 승인이 나면 이것이 공개가 되기 때문에 당연히 언론에서 보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에릭 토폴 박사도 “FDA가 일개 회사의 스케쥴에 맞춰서 인허가 발표를 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아마도 순수한 우연이겠지” 라고 (돌려까는?) 언급을 하였고, 다른 전문가도 만약 이렇게 스케쥴을 맞춰서 발표한 것이면 큰 문제라고도 언급하였습니다. 혹은, 반대로 보자면 FDA가 보다 기업 친화적으로 바뀌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으며, 애플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게도 이렇게 해주면 문제없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고 있기도 합니다. FDA는 이 이슈에 대해서 원론적인 대응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의학적 효용이 있는가

애플워치의 새로운 기능의 성패에 대해서는 사실 ‘얼마나 효용이 있는가’의 문제가 역시 핵심입니다. 상술했듯이 부정맥, 심전도 측정의 두 가지 기능은 이미 Kardia Band와 Cardiogram 두 서비스에 의해서 이미 제공되던 기능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두 기능이 시장의 게임 체인져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독자들 중에서 이 두 서비스의 이름을 처음 듣는 분도 많이 계실 것입니다.

한 가지만 빼고 애플워치4는 기존의 Kardia Band 및 Cardiogram의 기능과 동일합니다. 그 한 가지란 바로 애플워치 그 자체입니다. 이번에는 별도의 기기나 앱을 추가 구매할 필요 없이 애플워치 자체에 그 기능이 들어간다는 것이지요. 제가 ‘웨어러블 최대의 난제, 지속사용성‘에서 지적했듯이 애플워치는 현재 출시된 웨어러블 중에 지속사용성(engagement)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고 있는 기기입니다. 기기의 이름부터 디자인, 판매 방법, 마케팅까지 극히 세심하게 디자인되어 높은 지속사용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용두(크라운)에 반대편 손가락을 대어서 심전도를 측정하는 방식을 보고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는 이 용두가 왜 애플워치에 붙어있어야 하는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사용성 측면에서는 용두라는 다소 불편한 방식 말고도 구현할 수 있는 얼마든지 많은 방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웨어러블 최대의 난제, 지속사용성‘에서 언급했듯이 이를 사용자에게 ‘스마트 워치’가 아닌 ‘시계’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방편이라고 보았습니다. 첫 번째 애플워치의 발표 때 소개 영상에 보면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용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그것뿐만 아니라, 이 용두를 남겨둔 것은 심전도를 측정할 때 전극으로 쓰기 위한 큰 그림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플이 처음 FDA를 접촉한 것은 애플워치를 한창 개발하고 있던 2014년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면 애플은 이미 이때부터 용두의 의료적 사용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스마트워치의 심전도 측정계로 심방세동을 측정하거나, 심전도로 부정맥을 진단하는 것 자체의 의학적 효용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에서 가장 큰 효용을 받을 수 있는 사용자는 맥박의 불규칙함이나 어지럼증 등을 가끔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기존에는 부정맥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내원해서 12-lead 의 심전도를 측정합니다.

하지만 어떤 부정맥은 몇 주, 혹은 몇 달에 한 번씩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병원에 내원해서 잠깐 몇분 동안 심전도를 재는 것으로는 진단이 어렵습니다. 보통 홀터모니터 등으로 12채널 심전도의 24시간 측정, 혹은 아이리듬의 ZIO 패치 등으로 1채널 심전도의 2주 측정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도 몇 달에 한 번 발생하는 부정맥을 측정하기란 어렵습니다. 애플워치의 경우 일상생활을 하다가 맥박에 이상이 느껴질 때 비록 1채널에 그치기는 하지만, 그 순간 심전도를 측정하면 이상 징후를 포착할 수도 있습니다.

가톨릭의과대학 노태호 교수님에 따르면, 특히 부정맥 중에 심방세동은 증가세가 현저하다고 언급하시며, “미국에는 2009년 현재 500-600만 명의 심방세동 환자가 있고 65세 인구의 10%가 심방세동을 가질 정도로 흔하다. 거기에 더해 30년 내에 유병률이 2-3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심방세동 환자는 5배 뇌졸중이 더 잘 생기며 의학의 발달로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그런데 전체 환자의 13%는 진단도 되지 않은 상태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고 하십니다. 이런 경우에는 심박수를 통한 심방세동의 지속 모니터링 및 심전도 측정 기능으로 더 많은 심방세동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애플워치에도 몇 가지 한계가 있기는 합니다. 한 가지는 심전도의 측정이 패시브 모니터링(passive monitoring)이 아니라서, 맥박이 불규칙하거나, 어지럼증을 느꼈을 때 본인이 스스로 인지하고 재빨리 심전도를 측정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심전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반대편 손가락으로 용두를 30초동안 터치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심방세동 측정을 위한 심박수 측정은 패시브 모니터링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용 편의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학적 효용, 그 이상의 가치?

사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애플워치의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심방세동이나 부정맥의 측정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애플워치에 심전도 측정 기능이 들어가면서 ‘뭔가 더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장기적으로 일단 애플워치를 통해서 이러한 기능을 사용자 손목 위에 얹어 놓게 되면, ‘다른 무엇인가’를 위해서 활용하는 새로운 모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의학적으로 질병을 ‘진단’한다는 단순한(?) 기능 외에 이 ‘다른 무엇인가’가 무엇일지에 따라서 이 플랫폼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습니다.

20년여년 전 디지털 카메라가 처음 나올 때 사람들은 왜 사진을 디지털로 찍어서 컴퓨터에 저장해야 하는지,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도 왜 핸드폰에 카메라가 결합되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일도 별로 없고, 촬영을 한다고 해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매체나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고화질 카메라가 들어가고, 결국은 현재의 유튜브, 인스타그랩, 스냅챗 등의 완전히 새롭고도 실로 거대한 플랫폼이 등장해서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습니다. 이것이 단기간에 된 것은 결코 아니고, 스마트폰의 카메라 혼자 한 것도 아닙니다만, 스마트폰 카메라가 없었다면 아예 이 흐름 자체가 생길 수 없었겠지요.

너무 멀리 보거나, 허무맹랑한 상상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러한 심전도의 일상적인 측정이 완전히 새롭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서비스나 플랫폼의 토대가 될 수는 없을까요?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