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13th May 2018,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블록체인은 의료를 어떻게 바꾸는가

Yoon Sup Choi May 8, 2018 Big Data, Column,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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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제가 매일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의 원문입니다. 칼럼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블록체인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열띤 논쟁의 대상이 되는 기술도 없을 것이다. 혹자는 현재 블록체인이 1990년대 초반의 인터넷과 같은 상태로 인류의 미래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혁신으로 기대하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기술이 너무 과장되어 있고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미치는 폐해가 크다는 점을 비판한다.

필자는 전자의 입장에 가깝다. 블록체인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도 많고,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므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결국 다양한 분야를 변화시키리라 생각한다. 블록체인은 현재 금융, 물류, 유통, 에너지, 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시도되고 있으며, 의료와 헬스케어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는 블록체인과의 접점이 적지 않다. 최근 일어나는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의 근간은 결국 데이터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유전정보부터, 진료기록, 환자가 일상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데이터까지 건강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양적, 질적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인의 건강에 관한 데이터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지며, 질이 높아질수록 이런 데이터의 생산, 저장, 전송, 공유, 활용되는 과정에서의 소유권, 보안, 프라이버시, 무결성, 추적 가능성 등의 강화가 필요해진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저장하고,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므로, 의료 데이터가 새롭게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있다.

의료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응용 가능한 범위는 상당히 폭넓다.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환자의 진료 데이터나, 제약사의 신약 개발 임상시험, 의약품 배송 유통망 관리, 유전 정보, 또한 의료 보험 청구 및 심사, 사기 방지까지도 언급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의료 분야에 블록체인이 응용되고 있는 부분은 세 가지 정도의 유형인 것 같다.

첫 번째는 진료 기록 등 의료 데이터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환자의 진료 기록, 검사 기록, 처방, 진단 등의 데이터는 각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HR)이나 종이 차트에 기록되어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데이터의 신뢰성, 보안성, 상호 운용성, 접근성 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블록체인에 보안 등 다른 기술이 결합해야 한다) 미국의 메드렉(MedRec)이나 국내의 메디블록 등이 이러한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은 의료 데이터를 환자가 소유하고 주도하도록 바꿀 수 있다. 진료 기록 등 의료 데이터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법적으로 논쟁의 대상이다. ‘환자’의 건강에 대한 데이터를 ‘의사’가 진료하여, ‘병원’의 전자의무기록에 남기고, ‘보험사’에 청구할 경우, 이 데이터의 소유권이 환자, 의사, 의료기관, 보험사 등의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주마다 다른 결정을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데이터의 소유권과 활용에 대한 주도권을 온전히 환자에게 부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환자 본인이 중간 판매상 없이 의료 데이터의 활용이나 거래를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가입자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여 중간 판매상이 수익을 올리지만, 정작 데이터를 제공한 환자는 아무런 결정권도 없고 거래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23앤드미는 200만 명이 넘는 가입자의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 회사는 제약사에 이 데이터를 판매하여 수익을 올린다. 사용자의 동의를 받기는 하지만, 해당 유전 정보의 제공자들은 이 거래에 결정권도 적고, 판매 수익을 받지도 못한다. ‘환자들의 페이스북’이라고 불리는 페이션츠라이크미 환자들의 부작용 데이터를 제약사에 판매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이러한 중간 판매상의 역할을 축소하고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 활용을 직접 결정하며 수익도 올릴 수 있다. 네뷸라 지노믹스(Nebula Genomics)의 경우 23앤드미를, 필자도 참여하는 국내의 휴먼스케이프는 페이션츠라이크미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이를 구현한다. 이런 경우 자신의 데이터를 어떤 회사의, 어떤 프로젝트에, 얼마에 판매할지를 본인이 결정하며, 판매 이후에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추적할 수 있고, 수익도 가져갈 수 있다. 인센티브를 받는 환자는 이런 플랫폼에 더욱 활발히 참여하며, 이는 데이터 구매자 측에서도 이득이 되므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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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andMe 등 기존 모델과 네뷸라 지노믹스의 비교 (출처: 네뷸라지노믹스 백서)

세 번째는 사람들에게 건강 행동을 독려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사람들이 운동, 금연, 금주, 약물절제 등의 건강행동을 하게 유도할 것인지는 의료의 큰 숙제이다. 블록체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암호화폐를 인센티브로 이러한 행동 변화 유도에 활용할 수 있으며, 이를 보험에 활용할 수도 있다.

미국의 소버코인(sobercoin)이나 헤이버(Hayver)는 금주를 유도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사용한다. 사용자가 금주하거나, 사용자의 가족이 소변검사를 시행하는 경우 토큰을 통해 보상하는 방식이다. 스윗코인(Sweatcoin)은 보행 수를 측정하여, 사용자에게 걸은 만큼 토큰을 지급한다. 이렇게 측정한 데이터를 보험 상품 개발이나 심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직토는 이런 사용자 데이터 기반의 보험을 보험사가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에서는 보험사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제공한 사용자와 개발자가 모두 보상을 받는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블록체인은 아직 완전한 기술이 아니며, 앞으로 기술적, 제도적, 사회적으로 많은 난관과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정착될 것이다. 다만 다른 여러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은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존 의료에서 환자는 정작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으나, 블록체인은 환자들의 권한과 참여를 강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데이터에 대해 더 큰 소유권과 결정권을 가지며, 혜택도 직접 얻음으로써 데이터 기반 의료를 혁신하는 중요한 주체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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