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외과 의사보다 수술을 잘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의료 적용을 논할 때 흔히 외과의사는 그 영향권에서 멀리 벗어나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수술에는 외과 의사의 섬세한 술기가 요구되는데, 많은 경우 이는 아직 로봇이 도달하기는 어렵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소위 다빈치와 같은  ‘로봇 수술’의 경우에도 로봇이 자동으로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외과 의사가 3D 고해상도 카메라를 보면서 사람의 손목처럼 관절이 있는 소형 기구를 손으로 직접 조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의사보다 봉합을 더 잘하는 로봇

하지만 자율주행차와 마찬가지로 자동 수술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관련하여 작년에 소개한 흥미로운 연구가 바로, 미국의 Children’s National Health System에서 개발한 STAR(Smart Tissue Autonomous Robot)이었다. 이 로봇은 인간의 손을 완전히 배제하고, 동물의 연부 조직(soft tissue)을 자동으로 봉합할 수 있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돼지의 위장을 봉합하는 것을 숙련된 외과 의사보다 STAR가 더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장, 근육, 혈관 같은 연부 조직은 유연하고 탄력적이기 때문에 수술 중에도 모양이 계속 변하므로, 로봇으로 자동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STAR는 3D 컴퓨터 비전 등의 기술을 통해서 봉합 중에 발생하는 연부 조직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문합 방법을 조정하도록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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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 중에 연부 조직의 움직임을 인식하여, 실시간 문합 방법을 조정

in vivo STAR

살아있는 돼지의 위장 문합술에 대한 여러 수술 방법들의 성과 비교 (출처: Sci Transl Med)

연구진은 이 STAR 기술의 효과성을 증명하기 위해 죽은 돼지의 조직을 문합하는 것 (ex vivo)와 살아있는 돼지 (in vivo end-to-end)의 위장 문합술에 대해서 경험 많은 외과의사가 손으로 문합하는 것 (OPEN), 복강경 수술 (laparoscopy, LAP), 그리고 다빈치를 이용한 RAS 의 세 가지 기존 수술법과 비교했다.

그 결과 외부로 꺼낸 연부조직과 살아 있는 돼지의 위장을 문합하는 경우 모두 STAR가 기존의 수술 방법들보다 대부분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평가 기준은 꿰맨 간격의 일관성(spacing), 얼마나 압력을 가했을 때 꿰맨 부분이 새어 나오는지 (leak pressure), 문합 실수로 바늘을 다시 빼내야 했던 횟수(number of mistakes), 총 수술 시간(completion time), 내강의 수축 여부(lumen reduction) 등이었다.

 

의사보다 절개를 더 잘 하는 로봇

이 연구진은 며칠 전 캐나다에서 열린 지능 로봇 학회, IROS 2017에서 새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외과 의사보다 조직의 절개를 더 잘 하는 로봇이다. STAR는 외과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절개하고, 주변부 조직에 데미지도 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연구진은 피부, 지방, 근육의 세 가지 돼지 조직을 이용해서 STAR가 조직을 얼마나 잘 절개할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각각의 조직에 대해서 STAR가 다양한 속도, 깊이 등을 테스트하면서 정확하게 절개할 수 있도록 시험해보았다. STAR는 지난 연부조직을 봉합하는 연구와 비슷하게, 절개하는 부위와 수술 도구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관찰하면서 원래 계획했던 수술 도구의 움직임 등을 조정하면서 절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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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STAR가 조직을 잘 절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이후에, 연구자들은 돼지 피부를 절개하는 실력을 외과 의사들과 비교해보았다. STAR와 외과 의사들은 모두 일직선으로 5센티미터를 절개하였으며, 지정된 절개 라인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났는지, 그리고 수술 부위에 얼마나 많은 상처(char)를 남겼는지의 두 가지를 기준으로 비교해보았다. 그 결과 STAR의 절개가 지정된 라인과 더 가까웠고, 주변 조직에 상처도 덜 입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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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의사와 로봇의 일직선 절개 비교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은 돼지의 지방조직에 점토로 만든 가짜 종양을 설치해놓고, STAR가 이 가짜 종양을 잘 제거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보았다. 이 점토 종양 덩어리는 지방질 속에 묻혀 있어서 로봇이 파악하기가 더 어렵게 되어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 종양에 표식을 달아놓고, 4mm의 마진을 남기고 떼어내도록 하였으며, 이 제거 수술도 로봇이 정확하게 해낼 수 있었다. 이 가짜 종양 제거 수술은 평면적인 2차원적인 조직에 대해서 테스트 해본 것이며, 다음으로는 3차원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가진 종양을 제거하는 것에 도전해보겠다고 연구자들은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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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지속된다면 향후에는 로봇이 CT나 MRI에서 종양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자동으로 행하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다. 사실 이는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기존에 로봇이 자동으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간주되었던, 연부조직의 봉합이나, 불균일한 조직의 절개,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종양을 정확하게 제거하는 비교적 간단한 술기에 대해서는 차츰 자동화에 대한 성과들이 보이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완전히 자동화된 로봇 수술의 구현은 아직 먼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아마도 자율 주행차의 구현과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운전자가 완전히 필요 없는 무인 자동차는 한 번에 구현되지 않는다. 테슬라 등에서 자율 주행 기능의 구현을 시도하기 전에도 이미 부분적으로 자율 주행 기능이 자동차에 조금씩 적용되어 왔다. 예를 들어, 크루즈 기능이나, 자동 주차 및 자동 차선 변경 기능도 추가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운전에 필요한 기술 중 일부가 자연스럽게 자동차에게로 이양되는 것처럼, 외과 의사의 다양한 술기 중에서 비교적 단순하고 자동화되기 쉬운 것들은 점차 로봇에게 맡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는 많은 검증과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멀게만 보이는 자동 수술도 이렇게 단계적으로 구현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글쓴이

최윤섭

디지털 기술과 생명과학, 의학의 융합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의료를 혁신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 미래의료학자, 작가, 벤처투자자입니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전공하였으며,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병원 연구조교수를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의 대표 파트너이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외래조교수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으며, Science의 제1저자를 비롯해서, 주요 국제 학술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개제하였습니다. npj Digital Medicine Editorial Board 멤버이자,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설립 발기인 및 기획이사로 활동했습니다. 식약처 및 심평원의 자문위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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