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6th October 2021,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구글이 헬스케어 사업을 접는다고?

‘구글이 헬스케어 사업을 접는다’ 는 뉴스들이 보여서 이 소식을 보도한 기사 원문을 찾아서 읽어보았습니다. 이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기사가 구글 내부의 메모를 입수해서 최초로 보도한 것입니다. (유료 기사입니다.) 국내 언론은 물론, 포브스 등 이외의 언론들은 이 최초 기사를 통해서 2, 3차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글이 헬스케어 사업을 접는 것은 아니고, Google Health 조직이 재편되는 것입니다. (판데믹 이후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이 분야의 기회를 포기할 리가 있을까요?) Google Health를 맡고 있던 Dr. David Feinberg 가 대형 EMR 회사 Cerner의 CEO로 자리를 옮기면서, 기존의 단일 조직이던 Google Health를 쪼개어서 여러 부서로 배치하게 됩니다. 관련 조직들과 CMO 등의 보고 체계도 바뀝니다. 의료진으로 구성된 팀은 이제 구글의 전설적 개발자이자 최고 경영진인 제프 딘에게 직보하게 되었습니다. (즉, 해고되는 것이 아니고 말 그대로 조직 개편이지요. 기사에는 reorg 로 표현됩니다.)

사실 David Feinberg가 조인하기 전에 구글 내부에는 헬스케어 관련 이니셔티브가 여러군데 산재했고, David Feinberg가 오면서 이런 여러 이니셔티브를 하나의 부서로 모아서 Google Health를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서 과거로 다시 돌아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진짜 이유는 (이번 소식을 내부에 알린) 제프 딘을 비롯한 구글의 고위 경영진만 알고 있을 것입니다. Google Health로 단일한 조직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실제로 Verily, Google Cloud는 협력 안해주고 자체적으로 서비스 개발하거나, AmWell 같은 곳에 단독 투자를 했습니다), David Feinberg 라는 존경받는 리더가 이직하자 (이 분은 구글이 가이징거로부터 상당히 공을 들여서 모셔온 분이였습니다) 헬스케어 관련 이니셔티브를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고 여겼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반대로, 더 나아가 구글에게 헬스케어는 더 이상 하나의 조직에 국한되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으로(‘company-wide’) 모든 사업부에서 염두에 둬야하는 주요 주제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검색이든, 지메일, 구글맵, 구글홈, 자율주행차 등등을 가리지 않고 말이지요.

사실 대변인이 이야기한 내용은 오히려 후자에 가깝습니다. 물론 회사 대변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지요.

“Today, health is a growing, company-wide effort and the Google Health name will continue and encompass our projects that share the common purpose to improve global health outcomes,”

구글 내부에서 Health PA 팀이라는, 헬스케어 산업에 관해서 ‘돈을 버는 사업을 개발하는 것’을 미션으로 하는 팀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 이 팀이 구글 전반에 흩어져서 헬스케어 관련된 팀에 투입되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사에는 나온다. 이것을 이 팀이 ‘해체되었다’고 표현할 수도 있고 (조선일보 등의 기사에는 이런 식으로 표현했습니다), 혹은 다양한 프로젝트에 배치되어 구글이 헬스케어를 더 전사적으로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표현을 빌리자면) company-wide 하게 진행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구글 내에서 헬스케어 관련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지난 6월에도 Google Health 내의 인력 130명을 (총원이 700여 명이니 낮은 비율이 아니죠) Fitbit 쪽으로 보냈습니다. 구글은 Fitbit의 인수를 2019년 말에 발표했는데, 당국에서 허가는 무려 14개월이나 걸려서 올 1월에 떨어졌습니다. 이제는 헬스케어 사업 관점에서 Fitbit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구글이 고민하면서 PMI도 열심히 진행중에 있을 것입니다.

물론 헬스케어는 쉬운 분야가 아닙니다. 이것은 구글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미국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지인들이 구글과 미팅을 하고서, 구글이 너무 엔지니어적인 접근을 하려 한다고 우려하시는 걸 듣기도 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구글은 바보가 아니며, 시행착오로부터 배울 것이고, 특히 내부에 의료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의료진도 많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구글이 헬스케어라는 거대한 사업에 대한 기회를 결코 놓치려고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구글과 같은 거대한 기업이 계속 성장을 구가하려면 헬스케어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더구나 판데믹 이후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전례 없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시점에 말이지요.

PS. 국내 기사에는 구글과 더불어 심지어 아마존도 헬스케어를 접었다고도 언급하는 곳이 있습니다. 아마 아마존이 JP모건, 버크셔 등과 합작해서 만들었던 Haven의 실패를 언급하는 모양인데, 아마존은 여러 기업이 발을 걸친 어중간한 합작법인을 그만두는 대신에, 단독으로 훨씬 큰 판을 벌이고 있습니다. ‘보이스 패턴’을 포함한 헬스케어 데이터를 EMR로 직접 전송하는 웨어러블 Halo를 2020년 8월 런칭했고, 온라인 약국 Amazon Pharmacy는 2020년 11월 런칭하여 미국 전역에 이틀 내 약 배송을, 그리고 Amazon Care로 원격진료를 (지금은 사내 직원들한테만 제공하고 있지만) 미국 전역에 제공하겠다는 계획이 공공연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 원격진료 시장은 아마존이 진입하면서 혼돈의 카오스로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열해지고 있는 국면입니다. 그런데 아마존이 헬스케어 사업을 접는다고 하는 것은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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