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17th September 2021,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디지털 치료제의 사업성: 페어 테라퓨틱스의 상장 자료 분석

디지털 치료제 (DTx) 분야의 대명사인, 페어 테라퓨틱스 (Pear Therapeutics)가 상장을 합니다. 보스턴 기반의 페어 테라퓨틱스는 2013년에 창업한 회사로, 디지털 치료제 분야를 개척해온 소위 ‘카테고리 크리에이터’ 입니다. 2017년 9월 업계 최초로 FDA로부터 중독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인 reSET 을 허가 받은데 이어, 2018년 12월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 reSET-O, 그리고 2020년 3월에는 불면증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인 솜리스트(Somryst)를 허가 받았습니다. 이렇게 FDA로부터 세 개의 디지털 치료제를 허가 받은 회사는 현재 페어가 유일합니다.

페어는 지금까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테마섹, 노바티스 등으로부터 $250M 이상의 투자를 받았는데요. 최근 업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SPAC을 통해서 나스닥 시장에 우회 상장을 진행합니다. [1, 2] 이번 상장을 통해서 약 $456.8M 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포함한 상장 후 예상 기업 가치는 $1.6B 정도입니다.

사실 페어는 과학적이거나 임상적인 데이터는 워낙 탄탄하고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번 상장 과정에서 임상적으로 밝혀진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습니다. 하지만 사업적인 성과나 계획에 관해서는 이번에 새롭게 밝혀진 흥미로운 대목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디지털 치료제 분야의 개척자인 페어가 사업적으로는 어떤 성과를 보이고 있는지를 항상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가 기술적, 과학적, 의학적으로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지만, 사업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Investor Presentation 자료에서 제가 주목했던 몇가지 흥미로운 부분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reSET과 reSET-O의 처방 건수

먼저 페어의 대표적 파이프라인인 reSET과 reSET-O의 처방 건수에 대한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인데요. reSET과 reSET-O의 처방 건수는 지금까지 총 2만 건 정도로 미미합니다. 이를 처방했던 의사는 700명 정도이며, 처방하는 의료 기관 역시 15개에 그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reSET과 reSET-O가 FDA 허가를 받은 것이 각각 2017년, 2018년이었음을 고려한다면, 미국 전역에서 고작 2만건의 처방 건수는 사실 ‘극히’ 미미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수치입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연간 reSET과 reSET-O 각각 연간 처방 건수가 수천 건 정도에 그칠테니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걱정되는 부분은 더 있습니다. 처방이 가능한 (providing access) 기관(organization)이 15개에 그치는데, 주석을 읽어보면 여기에는 대량 구매 등을 통해 formulary에 등재한 기관 뿐만 아니라, 연구에 펀딩을 한 기관도 포함합니다. (“Providing access means either listing on formulary, as a covered benefit, purchasing product in bulk, or funding a study”). 연구에 펀딩을 제공하는 것은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기관에서 꼭 ‘처방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궁금한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처방 건수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현재의 수치가 미미하더라도, 처방 건수가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디지털 치료제 자체가 아직 초기 분야이기 때문에,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도 이런 선택지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reSET과 reSET-O이 FDA 인허가를 받았던 3, 4년 전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하지만 최근 몇년 간 디지털 치료제가 점점 더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해 FDA가 정신과 디지털 치료제의 시장 진입에 요구되는 인허가를 면제하는 등 디지털 치료제가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Pear에서 내어놓는 최근 뉴스들을 보면 여러 PBM 들과의 계약이 성사되고 있습니다. [1, 2] 이번 자료에도 Prime Therapeutics 라는 미국 5위권의 대형 PBM과의 계약이 6월부터 유효하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한다면, 지금까지의 단순 처방 건수보다는 성장 속도를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한가지 생각할 수 있는 점은 역시 PDT (Prescription Digital Therapeutics)에서는 의사를 어떻게 설득하는지, 어떻게 처방을 이끌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의사가 ‘이런 것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더욱이 처방을 해주기는 어렵겠지요. 이번 자료에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인 Somryst 에대한 처방 건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만 (즉, 미미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수치가 매력적이라면 Investor Presentation 자료에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Somryst의 경우에는 아마도 이런 이유로 써드파티 원격진료 회사인 Upscript 를 통해서 처방을 해주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Upscript에 소속된 정신과 전문의들은 아마도 별도의 교육 등을 통해서 Somryst 에 대해서 잘 인지하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경우라면 환자들이 처방을 받기가 더 용이하겠지요.

 

2. reSET과 reSET-O을 환자는 얼마나 활용하는가

의사가 처방을 해준다면, 그 다음은 환자가 얼마나 잘 사용할지가 관건입니다. 사실 디지털 치료제는 앱, 게임, VR 등으로 환자의 입장에서도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은 형태로 치료 효과를 전달합니다. 때문에 환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얼마나 잘 활용할지 등이 매우 중요한 변수입니다. 특히 디지털 리터러시와 순응도 등이 큰 이슈인데요. 고령 환자의 경우에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관련 연구를 보면 디지털 치료제의 순응도 역시 높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reSET과 reSET-O의 경우는 처방 이후, 환자가 얼마나 잘 사용할까요? 이 데이터는 이번 상장 자료가 아니라, 지난 6월 21일 FDA가 reSET과 reSET-O 의 리콜에 대한 문서를 내어놓으면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 2] 페어의 상장 프로세스가 진행중임을 고려하면 공교로운 타이밍인데요. 앱 내에서 기프트 카드 등으로 사용자에게 리워드를 주는 기능이 있는데, 약물 중독에 대한 테스트가 양성으로 나온 경우에도 기프트 카드가 주어지는 버그가 있어서 이를 수정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리콜 문서에 작년 8월부터 올 4월까지의 9개월 동안의 reSET과 reSET-O의 실 사용자는 각각 812명, 3,370명이라는 것이 언급되었습니다. (FDA 문서에는 단위가 unit으로 나오는데 ‘명’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를 근거로 Investor Presentation에 나온 처방 건수를 고려하여, 처방 이후에 실제로 얼마나 환자들이 사용하는지에 대해서 추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제한적이고, 데이터가 나온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다소 비현실적인 가정이 들어갑니다.

  • 단위 기간 별로 사용자가 동일하다고 가정
  • 중복 처방 없이 한 명의 환자가 한 번씩만 처방을 받았다고 가정

이런 가정에 따라 간단한 산수를 통해, 인허가 이후 reSET과 reSET-O의 총 사용자 수를 추정해보면, 15,758명 정도가 됩니다. (대략적인 계산 방식은 아래의 그림을 참고)

즉, 20,000건의 처방 중에 15,758명이 사용했다는 것이므로, 처방된 것 중에 1/4 정도는 실제 사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탈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러 정황을 보면,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환자의 비율은 더 높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복 처방, 즉 한 명의 환자에게 여러번 처방이 되었을 수도 있고, 코로나 판데믹에서 DTx가 더 주목을 받고 중독 환자가 폭증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근 9개월 간의 사용율이 높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전체적인 사용율은 더 하향되어야 합니다.)

또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FDA 리콜 문서에서 나타난 사용자 수는 엄밀히 말해 ‘앱을 한 번이라도 사용한’ 사람이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디지털 치료제가 ‘약효’를 발휘하려면 치료 기간 동안 충실히 활용해야 합니다. reSET과 reSET-O의 경우 총 치료 기간은 12주인데요. 참고로 reSET-O의 RWE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이 앱의 모듈을 절반 이상 사용하는 환자의 비율은 66% , 끝까지 끝내는 환자는 49% 정도입니다. 즉, ‘사용하는 환자’ 중에서 실제로 reSET과 reSET-O의 효과를 보는 환자들은 더 일부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3. 향후 매출과 밸류에이션

매출과 밸류에이션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이번 상장 자료를 보면 매출이 향후 2년 동안, 다음과 같이 3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2021년 매출: $4M
  • 2022년 매출: $22M
  • 2023년 매출: $125M

아무리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어도, 이러한 성장율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숫자가 나오기 위해서는, 혹은 이 숫자가 나오는 근거로는 2023년 처방 건수를 15만 건으로 잡고 있으며, 보험 적용 인원 (covered lives)을 100M 명으로 잡고 있습니다. 즉, 지난 3-4년의 처방 건수를 다 합친 2만 건보다, 2023년에 7.5배 더 늘어나고, 지금은 (거의) 적용되고 있지 않아서 이번에 수치도 공개되지 않은 보험 혜택을 받는 환자가 2023년에 100M 명으로 늘어난다는 것인데요. 이것이 얼마나 현실적인 추정일지, 이 계산에 대한 근거가 궁금합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특히 보험에 대한 추정 수치의 근거가 궁금한데요. 페어가 아무런 근거 없이 이런 수치를 내어놓았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국은 로비가 합법인 나라이며, 페어 같이 ‘카테고리 크리에이터’이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회사는 자금력을 동원해서 여러 경로로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특히 페어는 FDA와 같은 규제기관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Pre-Cert 등의 규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페어가 과연 메디케어 급여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까지 메디케어에서는 (원격 환자 모니터링이 포함되는 일부 디지털 치료제를 제외한다면) 디지털 치료제 전체에 해당되는 급여는 논의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혹은 MCIT 제도의 발효를 기대하는 것으로 추측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reSET-O에 MCIT의 혜택을 받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reSET-O는 FDA가 지정한 Breakthrough Device이긴 합니다만, MCIT 제도 발의안에 따르면, MCIT가 발효되어도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2년 동안만 소급 적용됩니다. reSET-O는 FDA 허가를 2018년 12월에 받았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현재 회사가 제시하는 밸류에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료에는 2023년 예상 매출을 기준으로 peer들보다, 현재 자사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이 역시 매출이 계획대로 폭발적인 증가를 실현할 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현재의 매출만 놓고 본다면, 현재의 밸류에이션이 엄청난 고평가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 분명히 흥미로운 분야이지만, 보면 볼수록 산넘어 산입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정부 과제도 쏟아지고 있고, 여러 병원들이 앞다투어 관련 센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밸류는 오버슈팅되고 있고, VC은 이 분야에 거의 묻지마 투자를 하고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최근 VC들이 이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 한 발 빼면서 보수적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합니다. 이 분야가 정말 숫자가 나올 수 있는지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치료제 분야의 단기적 성장과 평가에는 분야의 맏형 격인 페어 테라퓨틱스의 실적과 향후 주가 향방이 중요할 것입니다만, 이번에 공개된 지표들을 보면 아직까지는 그리 낙관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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