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7th November 2020,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유니콘’, Proteus Digital Health의 시행착오와 교훈

최근 STAT  등에는 Proteus Digital Health 에 관한 뉴스가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STAT의 Rebecca Robbins는 헬스케어와 관련한 깊이 있는 소식을 자주 전해주는 기자로, 이번에도 Proteus와 관련된 여러 소식을 종합해주고 있습니다. 저도 최근 몇가지 기사를 기반으로 최근 몇년 동안의 Proteus 관련 소식을 업데이트 해보려 합니다.

 

Proteus Digital Health 소개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 있는 분들 중에서 Proteus Digital Health 의 이름을 못 들어보신 분들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Proteus Digital Health는 Ingestible Sensor, 즉 소화가능한 센서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약에 이 센서를 붙여서, 환자가 약을 복용했는지는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제 첫번째 책에서 한 챕터 전체를 할애하여 소개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이 기술은 흔히 digital pill, smart pill 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몇가지 성분의 무기질을 여러 층으로 쌓아서 만든 센서로, 위액과 반응하면서 약간 전류를 발생시키게 되고, 이를 복부에 부착한 센서가 인식하는 원리입니다. (센서를 캡슐 속에 그냥 섞어서 복용하기도 하고, Abilify Mycite 처럼 약에 embeded 형식으로 새로 개발하기도 합니다)

이 회사는 요즘에 중기부가 만들겠다고 외치는 소위 ‘유니콘’입니다. 기업가치가 $1.5b 일뿐만 아니라, 누적투자액 $500m 을 돌파해서 한 때 디지털 헬스케어 비상장 회사 중에서, 누적투자액은 최대였던 회사입니다. 몇년 전을 기준으로 IPO가 가장 기대되는 회사로 손꼽히기도 했지요.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IPO 시장의 분위기가 좋았다면, 이미 상장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01년에 창업했고, 소화가능한 센서는 2012년에 FDA 승인 (복부에 붙이는 패치는 2010년에 승인), 그리고 2012년에 오츠카 제약과 $88m 에 계약하면서, 정신과 약인 Abilify에 센서를 embeded 하여 만든 ‘Abilify MyCite’를 (몇 번의 재도전 끝에) 2017년에 FDA 인허가를 받았습니다.

 

제약 업계의 “테슬라 모델 S”

Proteus의 기술은 주로 복약 관리 및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는데요. 정말로 Proteus의 기술을 활용하면 순응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 환자의 outcome이 좋아지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 결과가 없기는 합니다.

Proteus는 지금까지 주로 (오츠카 제약과 협업을 통해서) 정신과 질환 분야나, 혹은 심혈관계 질환, 그 중에서도 고혈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2016년도에는 고혈압에 대해서 이 ingestible sensor 를 이용하는 것이 환자의 치료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RCT 임상 연구에 대한 ‘중간 결과’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총 12주 동안, 96명의 uncontrolled hypertension (SBP 140 이상)이며, 제 2형 당뇨 (A1C 7% 이상) 환자에 대해서 Proteus의 기술을 사용하여 약을 4주 복용, 12주 복용, 그리고 대조군 (usual care)을 비교하였는데요. 그 결과 primary outcome인 SBP 변화, secondary outcome인 DBP 변화, LDL 변화 등에서 대조군 대비 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얼마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는지는 더 확인이 필요합니다.)

2016년 이런 결과를 CEO인 Andrew Thompson 이 발표하면서, 자기들의 이러한 기술을 Tesla의 Model S 에 빗대어 설명했습니다. 테슬라가 그렇게 주목받는 이유가 단순히 자동차를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전기 자동차가 일반화되면 BMW와 같은 다른 자동차 메이커 들이 테슬라의 기술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제약 업계에서 이러한 센서 기술이 일반화되는 시대가 온다면, 다른 제약사들이 Proteus의 기술을 가져다쓰게 될 것이다. 테슬라에 BMW가 있다면, 우리 Proteus에는 오츠카가 있다” 는 것이었지요. (“I’ve got my BMW, that’s Otsuka. Right?”) 하지만 몇 년 뒤 오츠카와의 협업 관계는 결국 막을 내리고 맙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정말 테슬라-BMW의 비유를 Proteus-오츠카로 하려면, Abilify MyCite의 환자 치료 결과 개선 효과, 혹은 순응도의 개선 효과를 대조군을 Abilify 군으로 놓고서 검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만… 이 임상을 안/못 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겠습니다.

 

현재 겪는 어려움

하지만,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알 수 있는 시장에서의 기대, 대규모 투자유치, 다국적 제약사와의 협력, FDA 인허가 등으로 승승장구할 것 같던 Proteus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큰 기대를 모았던 오츠카 제약과의 협업 관계는 계약보다 조기인 2018년 10월에 종료되었습니다. 관련해서는 Abilify MyCite의 판매가 저조했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2019년에 진행했던 $100m 규모의 투자 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직원들을 해고하는 등 (회사에서 restructuring 이라고 부르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단 오츠카는 Proteus로부터 mental health 에 대한 ingestible sensor 의 기술을 ‘a fully paid-up license‘ 로 가져갔습니다. 아마 Abilify MyCite의 판매를 포함한 향후 정신과 질환에 대한 권한을 가져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래도 Proteus 입장에서는 이 licensing fee 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생명줄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Abilify MyCite의 실패 요인

Abilify MyCite 의 실패 요인은 여러가지가 꼽힙니다. 첫 번째 패착은 가격입니다. Abilify MyCite의 가격은 한달 $1,650으로 기존의 Abilify에 비해서 무려 30배나 비쌉니다.

이러한 가격 책정은 상식적으로도 좀 이해가 안되는 수준입니다. 아마도 가격은 Proteus가 아닌, 판매 쪽을 맡은 오츠카 쪽에서 책정했을텐데요. 이런 센서가 붙은 기술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했을 수도 있고, 혹은 기존 Abilify와의 카니발라이제이션 때문에 일부러 높게 했을 가능성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의도했던대로(?) Proteus의 기술은 이제 오츠카 제약의 것이 되었지요.)

여기에 (자신의 복약 기록이 주변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것에 대한) 프라이버시 이슈도 제기되었으며, 우울증, 양극성 장애, 조현병 등 정신과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 ‘몸 속에서 신호를 보내는 약’을 복용한다는 심리적인 거부감 등이 지적되었습니다. 프라이버시 문제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문제가 되었는데요. 사실 이러한 이슈는 개발하는 입장에서 정말 예측이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STAT의 기사에는 또 다른 측면이 하나 나오는데요. 바로 ‘의사들이 Abilify MyCite를 처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도 좋은 기술이긴 하지만, 일선 진료 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Proteus의 기술을 갖춘 약을 굳이 처방해야 할 인센티브가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지요. 이 기술을 처방하는 것은 그냥 (안그래도 진료하느라 바빠죽겠는데) 아무런 보상도 없이, 일만 더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Abilify MyCite는 현장에서 처방이 거의 안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STAT의 기사에서 가장 놀랐던 문장이 바로 이것인데요. (사실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Abilify MyCite가 FDA 승인을 받은 이후 첫번째 1년 동안 단 한 번도 처방이 안 되었다고 합니다. (“But the medicine didn’t get prescribed to a single patient in a commercial setting in the first year after its approval.”)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여튼 이 정도의 실적은 여러모로 충격적입니다.

다른 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이해관계자들이 많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특히 기술, 환자, 의사, 보험사, 규제기관 등의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이것이 ‘충분 조건’도 아니고, ‘필요 조건’이지요.) 저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이 Proteus 사례를 매우 깊이 분석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항암 시장으로의 피봇팅 및 value-based payment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Proteus는 (과거의 정신질환, 심혈관질환에서 피봇팅을 해서,) 이제는 암과 감염성 질환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어찌되었건 복약 순응도가 높아야만 하는 적응증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이제는 payer의 지불 의사까지 고려해서 결정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payer가 돈을 지불하려면, 결국 치료 효과 뿐만 아니라 비용 효과성을 보여야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value-based contract를 맺기 때문에 기술의 사용성까지 고려되어야 하겠지요.

사실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치료에 이 ingestible sensor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2019년 초에도 발표된 바 있는데요. University of Minnesota health system, Fairview Health Service과 협업하여 약을 잘 복용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3, 4기 대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이었습니다.

Xeloda로 잘 알려진 항암제 capecitabine와 Proteus의 센서를 섞어서 복용하게 되는데요. (센서를 임베딩했던 Abilify MyCite와 달리, 이 경우는 단순히 캡슐에 약과 센서를 섞는 것이어서 새로운 인허가가 필요 없습니다) 총 7명의 환자에 대해서 시험해보고 있다고 합니다.

특이하게도 이 모델은 환자 혹은 보험사로부터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 병원들로부터 돈을 받는 모델입니다. 결국 병원의 입장에서도 비용을 아끼기 위한 것인데요. 기존에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 환자에게 전화를 걸고 하는 등의 비용을 이 센서를 활용하는 쪽으로 사용하겠다고 합니다. STAT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암 환자들이 “처방 받은 ‘디지털 항암제’ 의 80% 이상을 복용할 때에만” Proteus가 돈을 받을 수 있게 되는데요. 상당히 특이한 조건이고, 그만큼 Proteus의 절박함을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항암제 capecitabine를 고른 이유는 여러 암종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약이며, 단기간 내에 직접적인 경쟁약이 생길 가능성도 적고, 무엇보다 복약이 복잡해서 순응도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6-8개의 약을 매일 2주동안 먹고 1주를 쉬는 것을 총 8 사이클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항암제의 복약 순응도가 원래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80% 라고 하면 장기적으로 달성하기에 그리 만만한 수치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암 환자들은 어차피 약을 잘 챙겨 먹을테니까, 80% 정도면 어렵지 않게 달성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되고요.

앞으로는?

Proteus의 기술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자체는 이제 별로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이용해서 환자가 얼마나 큰 효용을 얻는지, Payer가 어떤 환자에게, 어느 정도의 돈을, 어떤 조건에서 지불할 것인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어 보입니다.

더구나 Proteus의 기술이 한 때는 매우 새롭고, 팬시하고, 큰 주목을 받던 때가 있었습니다만, 적응증을 잘못 골랐든, 가격 책정을 잘못했든 (이건 오츠카의 실수 혹은 의도적인 실수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Payer를 설득하지 못했든, 꽤 오랜 시간을 기술의 상업적인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채 보내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자금도 충분치 않으니, 내부/외부적으로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임이 분명합니다. 이제는 payer를 설득하는 등 ‘돈을 벌 수 있는’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시작한 회사가, 돌파구를 찾아서 기사회생하는 하는 것을 보고 싶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가 시장에서도 고전하는 것을 보면, 좋은 기술을 가졌다는 것과,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는 것의 괴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리기도 했지만 technology-driven으로 시작한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이런 Proteus의 사례를 잘 분석해보셔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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