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09th May 2022,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원격의료, 판데믹 그 이후

판데믹 이후 원격의료는 이제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원격의료에 대해서 Fast Company의 아티클을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이 아티클을 기반으로 제 생각들을 몇가지 정리해보려 합니다.

원격의료에 대한 판데믹의 수혜가 끝나가면서, 이제 원격의료는 새로운 변화, 혹은 진화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판데믹에서 끝을 모르고 상승했던 Teladoc, AmWell, Hims 등 원격의료 회사들은 폭락했고, 실제로 이 회사들의 사업적인 성과도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그 원인은 결국 판데믹의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대면진료가 다시 활발해졌기 때문입니다. 의사든, 환자든, 같은 값이라면 당연히 원격진료보다는 대면진료를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대면진료가 불가해졌던 ‘전시’에 크게 주목 받았던 원격의료는 이제 ‘평시’에 어떤 포지셔닝을 가져야 할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이 현재 원격의료 업계가 당장 직면한 큰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판데믹 상황에서 원격의료는 완전히 메인스트림 산업군으로 급부상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막대한 투자까지 이뤄졌기 때문에 총알도 많아진 상태입니다. 이제는 판데믹 이후에도 기회를 잡기 위해서 새롭게 변화해나가야 합니다.

한가지 방향은 (특히 미국에서 많이 진행되는 방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진료를 모두 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입니다. 특히 CMS가 재택 의료에 대한 수가를 주기로 하면서, 원격의료 회사들이 at-home care, at-home service 분야로 확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Ro가 Workpath 와 Modern Fertility 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재택 의료가 강조되고 있는 것은 현재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은 원격의료 회사들이 아예 오프라인 클리닉을 만들기도 합니다. Carbon Health도 클리닉을 만들었고,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마존 내부 직원들만을 위한 원격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Amazon Care도 (Crossover Health와 함께) 오프라인에 클리닉을 만들고, 왕진 서비스까지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오프라인 클리닉이 원격의료에 진출하기도 합니다. 이 움직임에서는 리테일 클리닉이 대표적입니다. Walgreens, CVS 등의 대형 리테일 회사들이 최근 원격의료에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진료의 통합을 통해 환자에게 보다 높은 접근성과 통합적인 진료 경험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역시 판데믹 이후의 ‘평시’에 원격의료가 정착하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또한 더욱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도 있습니다. 미국은 전체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특수한 니치 시장에 집중하더라도 충분한 크기의 파이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FOLX Health, QueerDoc 같은 LGBTQ+ 환자들에 특화된 원격의료 회사가 꽤 많이 나왔습니다. 혹은 외국계 환자들에게 모국어로 진료하는 회사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히스패닉 계 환자들에게 히스패닉 언어를 쓰는 의사들이 진료하는 형식의 원격의료 서비스입니다. 저희 DHP가 투자한 메디히어가 그 중 하나로, 메디히어는 한인 환자들에게 한국어로 원격의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만성질환 환자들을 중심으로, 원격의료에 영양관리나 케어매니저 역할까지 붙은 컨시어지 서비스 역시 하나의 방향입니다. 이 방향 역시 원격의료를 다른 인접 서비스와 결합해서 환자들에게 보다 통합적인 건강 관리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개 회사가 이 방향성을 지향하고 있으며, 메디히어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원격의료 회사들은 이제 보다 빠르게 새로운 모습을 찾아서 움직여야 합니다. 전시는 끝나가고 있으며, 시장은 이미 넥스트 스테이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판데믹의 수혜가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회사들은 하루빨리 꿈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최근에 한국에도 원격의료 (예비)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요. (어림잡아 20개는 넘는 것 같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서로 별다른 차별점을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판데믹 이후에 규제가 어떻게 변할지는 차치하고서라도, 판데믹의 호황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어떻게 차별화하고,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원격의료 시장은 한국은 물론 글로벌에서도 여전히 초기입니다. 아티클에서는 현재의 원격의료 시장이 1990년대 초기 이커머스 시장과 같은 상황이라고 비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초기이면서도 큰 기회와 변화의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판데믹이 끝난 이후에 원격의료 시장은 본격적으로 경쟁이 시작될 것이며, 평시의 의료에 원격의료가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또한 본격적으로 검증받게 될 것입니다. 아직 기회는 많이 남아 있지만, 또 위험도 상존해 있습니다. 본게임은 이제 시작입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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