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02nd June 2020,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코로나 바이러스와 디지털 헬스케어 (3) 스마트폰을 통한 확진자 역학 검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에 대응하여,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이나 서비스 중에 무엇을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몇 번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첫번째 글에서는 코로나19 검사의 필요성 여부를 선별해주는 문진 솔루션 (앱, 웹페이지, 챗봇, 인공지능 스피커), 원격진료와 원격 환자 모니터링에 대해서 다루었다. 두번째 글에서는 웨어러블, IoT 센서 등으로 측정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염 추이를 인구 수준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음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스마트폰의 GPS, 블루투스 등을 바탕으로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거나, 접촉 여부를 추적하는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다.

 

확진자의 동선을 앱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다른 국가에 비해서 한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바로 확진자의 세부적인 동선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언제, 어떤 장소를, 어떤 교통편으로 방문했는지 등을 세부적으로 공개한다. 이러한 동선 공개의 실효성이나, 사생활 침해와 같은 논란도 있었지만, 공공의 건강을 위한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의 공개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동선 파악의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확진자의 기억에 주로 의존한다는 것이다. 역학조사관들이 여기에 카드 사용 내역이나 CCTV 등을 일일이 분석하면서 최근 며칠 동안의 정확한 동선을 파악하기 위한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매우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확진자의 스마트폰에 위치 기록 기능이 포함된 피트니스 앱이 설치되어 있다면 말이다.


이제는 사라진 위치 기록 앱, Moves


Moves 앱의 데이터를 이용하면 이런 시각화도 가능했다 (출처)

대표적으로 Moves, Arc 등의 앱은 피트니스 트래킹 기능과 함께 위치까지 세세하게 기록한다. 내가 어느 장소를, 언제, 어떻게 (걸어서, 뛰어서, 자전거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얼마나 방문했는지를 자동 기록으로 남긴다. 원래 이런 앱은 핏빗과 같이 하루에 몇 걸음을 걸었고, 몇 칼로리를 소모했는지를 측정하기 위해서 개발되었지만, 여기에 추가적으로 세부적인 위치 정보까지 남기는 것이다.

참고로 이런 종류의 앱 중에는 Moves 가 가장 유명했지만, 지금은 서비스를 중단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회사는 2014년에 페이스북에 인수되었고, 이후 2018년 7월에 페이스북이 Moves 앱의 서비스를 중단해버린 것이다. 서비스를 중단한 표면적인 이유는 ‘사용자가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Moves 앱이 인수되었던 2014년에는 사용자가 400만 명이었고, 서비스가 중단되던 2018년에는 무려 1,300만 명의 사용자가 있었다. 만약 페이스북이 이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고, 1,300만 명의 사용자의 동선이 본인 스마트폰에 남아 있었다면 COVID-19 와 같은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도 이 앱을 즐겨 썼는데, 어느 순간 보니 서비스가 중단되어서 아쉬웠다. 과거에 다녀온 여행지에서 그날 동선 같은 것을 보면서 추억을 떠올리기에도 좋은 앱이었다.)


또 다른 위치 기록 앱, Arc

웹을 검색해보면, Moves가 사라져서 이를 대체할만한 앱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글이 많다. [1, 2, 3] 그 중에는 (위치 기록 기능이 없는) 일반 피트니스 앱도 있지만, Arc 와 같은 위치 기록을 남기는 앱도 있다. 사실 Arc 앱 자체가 Moves가 페이스북에 인수당한 것에 대한 실망 때문에 개발되었다고도 한다. 다만 Moves와 같은 인기는 아직 얻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MIT의 코로나 환자용 동선 파악 앱

더 나아가서, 최근에는 아예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위치 추적 앱이 개발되기도 했다. 바로 MIT의 연구자들의 주도하에 개발된 PrivateKit: Safe Paths 라는 앱이다. 이 앱의 개발에는 하버드, 메이요 클리닉 등의 대학이나 병원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우버 등의 엔지니어들이 개인적으로 참여했다고 하며, 3월 중순에 첫번째 버전의 앱이 공개되었다. [1, 2, 3, 4, 5]

이 앱을 설치하고 스마트폰에서 위치를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면, 스마트폰의 GPS로 5분에 한 번씩 사용자의 위치를 기록한다. 이 데이터는 28일 동안 스마트폰 내에 저장되며, 용량은 100KB 도 차지하지 않는다. 만약 해당 사용자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양성으로 나오면, 자신이 방문한 장소의 데이터를 보건 당국 등에 공유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확진자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으며, 프라이버시의 보호에 대해서 매우 강조하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필자도 이 앱을 설치해보았다. 몇번의 클릭으로 설치 가능하며, 위치 기록을 시작하고, 지도에서 감염자들이 방문했던 위치를 찾는 정도의 메뉴 외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을 정도로 간단한 기능의 앱이다. (아직 사용자가 적은 탓인지, 혹은 앱의 정책 탓인지 확진자가 방문했던 위치가 매우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아마도 사용 국가의 제한은 없는 것 같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설치할 수 있다.


필자가 Private Kit: Safe Paths 앱을 잠깐 테스트해본 결과.
중간은 중국, 오른쪽은 서울의 지도. 보라색이 확진자의 위치를 나타낸다.
아직까지 아주 정밀한 위치까지 나오지는 않는다.

 

확진자와 접촉 여부라도 알 수 있다면

Moves와 Arc, 더 나아가 PrivateKit: Safe Paths 와 같은 위치 기록 앱은 당연하게도 프라이버시 침해의 소지가 매우 높다. 자신이 지난 며칠 동안의 동선을 모두 초 단위로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렇다면 방문한 위치 데이터는 빼고, 자신이 지난 며칠 사이에 확진자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는지 여부만이라도 알려줄 수 있다면 어떨까?

싱가폴 정부(Government Technology Agency of Singapore)는 최근 COVID-19 확진자와의 접촉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 스마트폰 간의 블루투스 신호를 이용해 두 사람이 서로 근접 거리에 있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TraceTogether라는 앱을 지난 3월 말 공개했다.[1, 2, 3, 4] 이 앱을 다운로드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근접거리에 있었다면 데이터가 서로의 스마트폰에 남게 된다. 현재의 역학조사에서 확진자의 기억력, 혹은 CCTV 에 찍힌 장면을 돌려보는 것보다, 이렇게 블루투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훨씬 더 정확할 것이다.

TraceTogether의 설치 방법과 작동 원리 (출처)

다만 이 역시도 사생활 침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TraceTogether는 몇가지 안전 장치를 해놓았다.

  • 방문한 장소는 저장되지 않고, 서로 간의 근거리 접촉 여부만 기록
  • 데이터가 외부 서버에 업로드되지 않고, 사용자의 스마트폰에만 암호화되어 저장.
  • 확진자가 되었을 경우나, 접촉을 파악해야 할 경우에만 데이터를 외부에 업로드하도록 요청 받음
  • 데이터는 (잠복기가 충분히 지난) 21일 후에는 자동으로 삭제됨

싱가폴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러한 앱을 홍보하고 권유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TraceTogether를 설치할지는 강제가 아닌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에 맡기고 있다. TraceTogether가 공개된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싱가폴의 외교부 장관 Vivian Balakrishnan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밝힌 바에 따르면, 총 62만 명 이상이 이 앱을 설치했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블루투스를 이용하여 COVID-19 감염자와의 접촉 여부를 파악하려는 프로젝트는 TraceTogether 이외에도 여럿 있다. 유럽에서는 Pan-European Privacy Preserving Proximity Tracing (PEPP-PT) 이라는 프로젝트가 있고,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스탠퍼드 대학과 협력하여 진행하는 Covid Watch 프로젝트도 거의 유사한 방식을 따른다. 이런 프로젝트들도 블루투스 기반으로 접촉 여부를 파악하며,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안전 장치들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는 구글과 애플도 협력하게 한다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기반의 확진자 접촉 여부 파악은 이제 더욱 큰 규모로 진행될 전망이다. 바로 안드로이드와 iOS로 세계 스마트폰 OS 시장을 양분하면서 경쟁해오던 구글과 애플이 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협력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0일 구글과 애플은 각각 보도자료를 내어놓으며, COVID-19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아이디어 자체는 싱가폴 정부가 내어놓은 TraceTogether 앱과 동일하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이 나서기로 하면서 단순히 앱이 아니라 스마트폰 운영체제 수준에서 이런 기능이 구현된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앞서 언급했던 TraceTogether를 비롯한 PEPP-PT, Covid-Watch 등은 정부, 대학, NGO 등에서 진핸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별도 앱을 설치해야 했고, 일부 지역, 국가 등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한계도 있다. 더구나, iOS와 안드로이드가 서로 호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쪽짜리라고 할 수 있다.

구글과 애플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5월까지 앱을 통해서 서로의 OS에 호환성을 가질 수 있도록 API를 내어놓기로 했다. 다음으로 몇달 후에는 블루투스 기반의 접촉 여부 추적 플랫폼을 시스템 레벨에서 구현하여 공개하기로 했다.

이런 시스템은 개별 사용자가 opt-in (원하는 경우에만 참여할 수 있는) 동의 방식으로 권한을 가짐으로써 투명성, 프라이버시 등을 확보합니다. 이런 기능이 구현된다면 현재 하고 있는 개별 단체, 정부 등의 노력을 훨씬 쉽고 용이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과의 조율도 적극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프라이버시와 관련해서, 더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사항을 언급하고 있다.

  • 사용자의 명시적인 동의가 필요하다
  • 사용자의 식별 정보나, 위치 데이터는 수집하지 않는다
  • 접촉자에 대한 리스트는 사용자의 폰 밖으로 전송되지 않는다
  • 확진자에 대한 정보는 다른 사용자 및 구글, 애플에 제공되지 않는다
  • COVID-19 에 대한 공중보건 당국에 의해서만 접촉 정보가 사용될 수 있다
  •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모두 (교차로도) 작동한다

구글과 애플이 협력하여 구현하려고 하는
스마트폰 기반 확진자 접촉 내역 파악 방식 (출처)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1 Comment

  1. 박지환 April 27, 2020 at 10:59 AM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유익한 글 잘 보았습니다. 구글이 아무래도 수집하는 데이터 면에서는 애플보다 더 많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iOS 사용자 비중도 꽤 되어서 그런지 협력을 선택하네요.
    다음에 시간이 되신다면, 이번에 삼성이 국내 식약처에서 최초로 허가 받은 스마트워치 혈압측정 앱에 대해서 써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살펴보니 애플워치가 FDA 심전도 허가를 앱으로 받은 것과 유사한 프로세스를 거쳐 인증받은 것으로 보이는데(이 부분도 소장님 글을 통해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기기법에서 어떤 신설된 부분으로 인증을 받은 것인지, 향후 애플 또는 다른 기업도 이 프로세스를 거칠 가능성이 있는지, FDA 인증과는 어떤 점이 유사한지 등등 궁금한 점이 많네요.
    항상 깔끔하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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