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3rd April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논문] 마음챙김 명상 앱의 집중력 향상 효과에 대한 연구

최근 미국에서는 마음챙김 명상 앱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Calm, Headspace 등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인기가 많습니다. 특히 Calm의 경우에는 2019년 2월 시리즈B 펀딩에서 $88M을 투자 받으며 기업가치 $1B 이상의 유니콘이 되었습니다. 다운로드 수는 4,000만 명 이상, 유료 사용자는 100만 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매출도 2017년 $22m, 2018년 $150m, 2019년 $600m 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명상 앱에 대한 평가는 조금 갈리는 편입니다. 많은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정신과 치료에서도 보조적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만, 또 한 편으로는 아직 명상 앱의 효과에 대해서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근 Nature Human Behavior 에는 명상 앱이 젊은 성인(young adults)의 집중력을 개선하는데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UCSF 연구팀의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집중력 장애 등 질병군을 대상으로 했던 대부분의 기존 연구와는 달리, 건강한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한 RC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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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6주 동안 명상앱을 사용한 결과 집중력(attention) 및 기억력(working memory) 관련된 수치가 사용전/사용후, 그리고 위약 대조군(placebo control)과 비교하였을 때에도 유의미하게 개선된다는 점을 보였습니다. RTVar 과 같은 집중력 관련 수치가 유의미하게 개선되었고, EEG로 측정한 frontal theta inter-trial coherence와 같은 수치의 개선도 보여줬습니다. 연구 첫날에는 집중력 시간이 20초이던 것이, 연구를 시작한지 25일 이후에는 6분으로 늘었다고도 나옵니다.

연구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일단 ‘closed-loop digital medicaion’ 이라고 지칭한 MediTrain이라는 앱을 썼다는 것입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이 UCSF 연구팀이 직접 개발한 앱입니다. 논문에서는 ‘East meets West’ 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기존의 명상 앱과는 달리 일종의 adaptive algorithm을 씁니다. 즉, 이번에 명상에 집중이 잘 되었으면 다음번에는 시간을 늘리고, 집중을 못했다면 다음번에는 시간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closed-loop’ 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위약 대조군(placebo control group)의 존재입니다. 이러한 명상 앱에 관한 연구들은 대부분 제대로된 대조군이 없다는 것을 비판받고는 합니다. 연구진은 일종의 온라인 클라우드 소싱 플랫폼인 Mechanical Turk를 이용해서 사람들이 이 명상앱과 비슷한 정도로 집중력이 향상될 것 같다고 ‘기대한’ 3가지 다른 앱을 골라서, 대조군으로 활용했습니다. 이 세 가지 앱은 각각 외국어 학습 앱, 논리 게임 앱, 그리고 일종의 스트레칭 방법인 타이치 앱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논리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참 새로웠습니다)

명상 앱이 더 주목을 받을 수록 효과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당 앱이 어떤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지에 따라서 그러한 근거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2018년에는 필자도 즐겨 사용하는 유명 명상 앱인 헤드스페이스(Headspace)의 double-blinded RCT에서 기분이나 사고력(dispositions or critical thinking scores)의 개선이 가짜(sham) 명상 앱 대비 유의미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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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명상 애플리케이션, 헤드스페이스

이 연구에서는 각각 40여 명의 참가자들이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뉘어 6주 동안 앱을 통해 10분씩 30 세션의 명상을 진행했습니다. 실험군은 헤드스페이스를 활용하여 ‘마음챙김’ 명상 지도를 받았고, 대조군은 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지도는 없었지만, 10분 동안 눈을 감고 호흡만 하도록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험군과 대조군 모두 기분 및 사고력이 개선되었습니다만, 그 개선 정도가 대조군 대비 실험군에서 유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이 연구에서는 대조군도 사실상 명상을 하는 것이어서 실험군과의 차이가 너무 적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도 이를 인정하고 있어서, 후속 연구에서는 대조군으로 ‘명백히 명상이 아닌’ 오디오북을 틀어준다는 등으로 디자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Discussion 파트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른 연구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이러한 말랑말랑한(?) 주제에 대한 연구는 철저한 연구 디자인, 특히 대조군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며, 명상의 효과에 대한 endpoint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가 아주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명상 앱에 거는 기대가 여러모로 큽니다. 현대 사회, 특히 최근의 한국 사회와 같이 스트레스나 정신 건강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고 있는 경우에는 이렇게 저렴하고 확장성이 큰 앱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엄정한 연구를 통해서 명상 앱과 관련한 근거도 많이 도출되면 좋겠습니다.

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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