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15th November 2018,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새로운 시대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Yoon Sup Choi June 8, 2018 Column, Digital Healthcare, Regulation Comments
maxresdefault

* 제가 매일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의 원문입니다. 칼럼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필자는 아마도 국내에서 초기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를 가장 많이 검토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일 것이다. 다른 테크 분야에서도 그러하듯 헬스케어에서도 파괴적인 혁신과 과감한 도전은 결국 스타트업에서 나온다.

얼마전 미국의 컨퍼런스에 참여하여 들었던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다. 실리콘밸리의 한 유명 벤처투자가는 ‘어떤 스타트업을 찾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새로운 시대(new-age)의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기존에 헬스케어 분야에서 정의된 장벽을 넘나들거나 허물어버리며, 근본적인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새로운 시대의 보험사’, ‘새로운 시대의 제약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는 이렇게 기존의 경계를 넘나들거나 허물어뜨리는 도전적인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빔 덴탈(Beam Dental)은 스마트 칫솔을 만드는 사물인터넷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스마트 칫솔을 쓰면 양치질 빈도와 시간 등을 측정하여 치아 관리를 얼마나 잘 하는지 측정할 수 있다. 일견 식상해보이는 이 스타트업은 최근 치과 보험을 출시했다. 보험 가입자는 스마트 칫솔을 사용하면서 치아 관리를 잘 하면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병원을 차린 사례도 있다. MIT 미디어랩에서 나온 진저아이오(Ginger.io)라는 회사는 스마트폰 사용 패턴에서 우울증을 측정하는 것이 출발이었다. 우울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행동 변화를 통화 시간 및 빈도, 사용 장소 등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통해 분석한다. 이 회사는 현재 페이스북, 스냅챗 같은 대형 기업의 직원의 정신 건강을 관리해주는데,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병원까지 설립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의 직원들은 미국 전역에서 24시간 언제라도 전문 상담사와 원격으로 상담할 수 있다.

개인 유전정보 분석 기업 23앤미는 제약사로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만 명 이상의 개인 유전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 데이터를 화이자 등의 다국적 제약사에 신약 개발 용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예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디지털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도 있다. 피어테라퓨틱스는 약물, 알콜 등의 중독 치료 효과가 있는 모바일 앱을 작년 FDA에서 ‘디지털 약’으로 인정받으며 시장에 출시했다. 이 회사는 다국적 제약사들과 협력하여 추가적인 디지털 약을 만들고 있다. 퓨어테크 헬스는 신약개발 스타트업인데, 파이프라인 중에 저분자 화합물과 함께 아이패드 기반의 게임이 포함되어 있다. 알킬리라는 이 게임은 작년에 진행된 대규모 임상 3상에서 소아 환자의 ADHD 개선 효과를 보였으며, 올해 치료용 게임으로는 최초로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분야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근본적이고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는 스타트업은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별로 없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시장의 크기나 창업자의 수가 해외에 비하면 작다는 것도 한 이유이다. 하지만 규제의 문제도 빠질 수 없다. 포지티브 규제에 기반한 한국에서는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대부분 불법이거나, 아직 관련 규제가 정비되어 있지 않거나, 더 많은 규제를 뚫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도 심평원의 신의료기술평가 등의 추가 규제가 있기 때문에 시장 출시도 늦어진다. 최근 국내 한 스타트업의 인공지능이 최초로 식약처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았으나, 이러한 이중 규제로 시장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사실 더 심각해보이는 것은 국내 산업계의 회의론과 학습된 패배주의다. 혁신 의료 기술을 개발해도 어차피 한국에서는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을 마냥 탓하기도 어려운 것은 그동안 실제로 그러한 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에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시도는 항상 불법으로 간주된다. 세계 최초의 기술은 심평원 심사에서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 기존 기술을 참고하여 판단을 내리는데, 세계 최초 기술은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은 포기하고 차라리 해외 시장으로 나가라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창업자는 기획단계에서부터 기발한 아이디어는 자기검열을 통해 걸러버린다.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창업자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의료 혁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규제 장벽이 너무 많고, 혁신가들의 동기를 떨어뜨리는 요인도 많다. 보장성 강화도 좋지만, 장기적으로 의료 혁신을 저해하지 않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의료 산업이 몰락하면 일차적으로 기업이 피해를 입겠지만, 이는 결국 혁신의 수혜를 받을 기회를 잃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너무 늦기전에 돌파구가 필요하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