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0th Octo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칼럼] 한국형 의료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제언

Yoon Sup Choi May 25, 2017 Column, Digital Healthcare Comments
ai korea

**본 칼럼은 제가 매일경제에 기고한 것입니다. 분량 제한 때문에 실리지 못했던 원문을 올려드립니다. 매경의 칼럼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의료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의료 분야는 인공지능 기술이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분야이지만, 선진국에 비해 국내의 기술과 사업화가 그리 빠르다고 할 수 없다. 얼마 전 필자는 한 행사에서 ‘한국에서 의료 인공지능의 개발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토론한 적이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지금, 이 문제는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했던 이야기를 지면에 몇자 옮겨볼까 한다.

의료 인공지능의 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할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글이나 IBM 등 글로벌 기업이 이미 잘 하고 있는 것들을 대응하여 정면에서 경쟁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쏟아부어 수년 전부터 진행한 프로젝트를 지금부터 따라잡겠다는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알파고와 왓슨이 아직 시도하지 않은 문제 중에서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

‘한국형 알파고’, ‘한국형 왓슨’을 만들자는 주장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형 왓슨’을 만들자는 주장은 위암 등의 경우 한국의 진료 사례가 훨씬 많고 국내 의료진의 실력이 더 좋으므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는 더 양질의 데이터가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또한, 미국에서 개발한 왓슨은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타당하지만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주장이다. 한국인의 데이터로 만든 ‘한국형’ 왓슨은 국내나 아시아 시장에서 활용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과 병원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기업은 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병원은 의료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와 의료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현재 의료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헤게모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병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주도권을 쥐고 기업과 공동연구 및 사업화를 추진하려는 계획을 가진 곳들이 많다. 반면 구글이나 IBM의 경우를 보면 양상이 조금 다르다. 기업 측에서 대량의 학습 데이터를 직접 만들거나 병원과 협력하더라도 기업 측에서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구글의 최근 안과 인공지능 연구에서는 안과 전문의 50여 명을 고용하여 13만 장에 이르는 데이터를 판독시켰으며, IBM은 세계 최대 암센터 MD앤더슨과 계약을 통해 오히려 연구비를 받으면서 암 진료 시스템을 최근까지 개발했다. 이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자금력까지 있는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전략으로, 현실적으로 한국의 기업과 병원이 이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 병원-기업 간의 공동연구는 대부분 특정한 하나의 병원과 이뤄지기 때문에, 데이터의 양과 질 모두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의 열위는 결국 인공지능의 열위로 이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복수의 병원에서 복수의 의사들이 중복 판독한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폐쇄적인 한국의 의료계에서 병원 간에 데이터를 서로 공유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주도권을 다른 병원 및 기업과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

기업과 병원 간 협력하는 방식에서도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의료 인공지능은 의학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모두 필요하다. 결국, 서로 협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의 개방적인 자세뿐만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구조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딥러닝 전문가를 채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인공지능 전문가는 병원 현장에서 의료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업화를 했을 때에도 그 과실을 병원과 기업측이 공정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와서, 전문가들도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기가 벅찰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후발주자의 기술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지만, 아직까지 의료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의 기회가 이미 사라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우리만이 잘할 수 있는 올바른 문제를 선택하고 기업과 병원이 개방형 협력을 통해서 혁신적인 의료 인공지능이 개발되기를 기대해본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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