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1st August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웨어러블의 시대는 정말 끝났는가?

Yoon Sup Choi April 27, 2017 Big Data, Column, Digital Healthcare Comments Off on 웨어러블의 시대는 정말 끝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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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에 거는 기대는 너무 큰 것이었을까. 최근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회의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말 그대로 몸에 착용하거나 입는 기기를 의미하는 웨어러블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의 뒤를 잇는 차세대 기기로 한동안 크게 주목을 받았다.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자와 주변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측정하고, 스마트폰 기존 기기의 활용을 편리하게 해주며, 더 나아가서는 사용자의 능력을 강화해주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현재 웨어러블 홍수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종류의 웨어러블이 시장에 출시되어 있다. 대표적인 시계 형태를 비롯하여 안경, 머리 밴드, 안대, 목걸이, 반지, 벨트, 복대, 양말, 클립, 깔창, 셔츠, 브래지어, 문신, 반창고, 알약 등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형태의 웨어러블이 존재한다.

특히 의료와 헬스케어 분야에서 웨어러블 기기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신체에 착용하고 피부에 직접 접촉하거나 삽입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건강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기를 통해 끊임 없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우리 신체에 대한 데이터를 연속적이고, 정량적이며,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wearable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웨어러블들이 출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출처: amadeus)

웨어러블의 몰락?

하지만 웨어러블의 추종자들이 꿈꾸었던 장미빛 미래와는 달리 웨어러블 산업은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촉망받던 초창기 웨어러블 제조사들이 잇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시장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워치의 시조격인 페블 테크놀러지(Pebble Technology)는 실적이 악화되며 작년 말 핏빗에게 인수당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팀의 일부와 소프트웨어 IP만 인수되어, 초창기 킥스타터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방식 자체의 대중화에 기여했던 장본인으로서는 너무도 초라한 결말이었다. 죠본(Jawbone)은 작년 추가 펀딩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기업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졌다. 나이키 퓨얼밴드(Fuel Band)는 2014년 일찌감치 사업을 접었다.

웨어러블의 대명사이자, 2015년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기업공개에 성공한 핏빗(Fitbit)도 이후 실적 악화로 현재 주가는 상장가 대비 1/6로 하락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애플 워치의 판매량도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Screen Shot 2017-04-24 at 11.01.44 AM핏빗의 주가는 2015년 상장 대비 1/6로 하락했다

 

웨어러블을 현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처럼 초라한 웨어러블 산업의 현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일각의 평가처럼 정말 웨어러블의 시대는 이미 끝난 것일까. 필자는 웨어러블이 현재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Gartner Hype Cycle)에서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환멸의 굴곡기(Trough of Disllusionment)’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기술 자문 기관인 가트너에서는 매년 신기술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for Emerging Technologies)을 발표한다. 여기에 따르면 기술은 다섯 단계를 거치면서 발전한다. 기술의 잠재성이 드러나는 태동기(Innovation Trigger)를 거쳐, 기술이 언론의 조명을 받고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거품기(Peak of Inflated Expectations)에 도달하게 된다. 이후 기술이 더 알려짐에 따라 실제 모습과 한계가 드러나면서 버블이 터지고 기대감이 급락하는 환멸의 굴곡기(Trough of Disllusionment)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침체기를 극복한 기술은 돌파구를 찾고 시장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재조명기(Slope of Enlightenment)를 거쳐 안정기(Plateau of Productivity)에 접어들게 된다.

이 사이클에 따르면 웨어러블은 2014년에 버블의 정점에 있었으며, 2015년에는 점차 실망의 단계로 내려가는 상황이었다. 즉, 현재는 웨어러블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고 현실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면서 일종의 죽음의 계곡(the valley of death)를 지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EmergingTech_Graphic-20152015년 가트너 신기술 하이프 사이클 (출처: 가트너)
웨어러블은 버블의 정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하고 있다

 

웨어러블의 효용성 문제

웨어러블 산업은 현재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본다면 전망이 결코 밝다고 할 수는 없다. 웨어러블은 가격, 디자인, 성능, 배터리 등등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사용자에게 뚜렷한 효용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이것을 착용하면 무엇에 좋은가?’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헬스케어 웨어러블의 경우, 사용자의 건강 개선, 질병 관리 및 치료 등에 어떤 가치를 주는지가 많은 경우 불명확한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웨어러블의 효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첫걸음은 무엇보다 웨어러블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치를 가지는 것이라고 본다. 웨어러블의 활용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얼마나 다양한 부위에, 얼마나 오랫동안 웨어러블을 착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웨어러블 산업의 입장에서는 시장의 모든 고객이, 신체의 가능한 모든 부위에, 평생동안 착용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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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축을 모두 극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초창기 기업들을 보면 마치 세 가지 축 모두를 극대화하는 불가능한 목표를 좇는 듯한 경우도 있다. 웨어러블의 효용성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세가지 부문 모두를 극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현실적으로 도달 가능한 수준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질병 관리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일부 사용자들이, 꼭 필요한 부위에, 착용하는 의학적인 목적을 이룰 수 있을 정도의 유의미한 기간 동안은 최소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문제를 재정의할 수 있으면, 일단 적게라도 명확한 효용성을 가지는 사례들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작은 돌파구를 찾았다면, 이후에는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세 축 중의 하나만이라도 더 확장해나가는 전략을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웨어러블 인접 분야의 성장

또한 작금의 암흑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웨어러블 산업의 안팎으로는,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정중동으로 많은 발전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웨어러블은 단독으로 가치를 지니기 보다는 다른 방면의 기술, 제품 및 데이터와 생태계를 이룸으로써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즉, 웨어러블의 활용성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웨어러블을 사용하고, 만들어낸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인접 분야들의 발전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웨어러블의 가치 상승은 오히려 웨어러블 분야 밖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장기적으로 웨어러블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렇게 웨어러블 연관 분야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딥러닝이나 IBM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 아마존 에코이나 구글홈과 같은 음성 인식 비서, 스마트홈, 자율주행차, 제약, 핀테크, 보험 등까지 웨어러블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분야들이 폭발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웨어러블을 통해서 우리는 방대한 건강 및 의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이 연속적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IBM 왓슨은 최근 메드트로닉의 연속혈당계를 통해 환자의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저혈당 쇼크를 3시간까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경우, 인공지능이라는 인접 분야를 통해 당뇨병 환자에게 연속혈당계라는 웨어러블의 가치가 크게 올라간 것이다.

IBM thumbnailIBM Watson과 메드트로닉이 CES2016에서 발표한 앱

최근에는 핏빗 등의 활동량 측정계를 통해서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보험료를 인하해주는 등의 혜택을 주는 보험 상품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는 아예 웨어러블 회사가 보험 상품을 만드는 등의 파격적인 모델까지도 생겨났다. 스마트 칫솔을 만드는 미국의 빔 테크놀러지(Beam Technologies)는 이를 이용한 치과 보험을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경우 보험 가입자들은 웨어러블을 열심히 활용하는 경우 재정적 이득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웨어러블 효용 증명을 위한 임상 연구

이렇게 웨어러블 산업 밖의 발전 뿐만 아니라, 산업 내에서도 웨어러블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연구들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건강 관리와 의료 분야에서 웨어러블이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임상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다.

미국에서는 웨어러블을 이용한 임상 연구가 갈수록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임상시험 사이트(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핏빗을 이용한 연구만 하더라도 작년 3월에는 총 80여개 정도에 불과하던 것이 8월 경에는 100개 이상이 되었으며, 현재는 160여 개에 이른다.

걸음수를 기반으로 활동량을 측정하는 핏빗은 의료기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 연구자들은 핏빗을 다양한 목적으로 임상 연구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웨어러블까지 그 범위를 확장한다면 임상 연구의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특정 웨어러블이 질병의 관리나 치료에 효용이 있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증명된다면, 웨어러블의 가치는 크게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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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nicalTrials.gov에 fitbit으로 검색하면 159개의 임상 시험이 검색된다

예를 들어, 작년 6월 미국의 다나-파버 암연구소에서는 체중 감량이 유방암 재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서 3,200명의 과체중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핏빗을 이용하여 임상 연구를 시작했다. 과체중은 유방암의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으며, 비만은 초기 유방암 환자들의 예후를 나쁘게 만든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체중 감량과 유방암 재발 위험도의 상관 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었다. 2년간 실시될 이 연구에서 핏빗이 체중 감량 및 유방암 재발 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전세계 유방암 환자들에게 핏빗의 착용이 권장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임상 연구의 일부는 이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천식 환자에게 프로펠러 헬스(Propeller Health)의 스마트 흡입기를 활용하여 사용 패턴을 분석하면 천식 발작의 빈도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보고된 바가 있다. 495명의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1년간 스마트 흡입기를 사용한 결과, 기존에 천식이 잘 관리되지 않았던 환자들의 경우 천식 발작이 줄고 흡입기의 사용 빈도 역시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이러한 스마트 기기의 사용에 대해서 최근 MIT 테크 리뷰는 ‘디지털 신약(Digital Therapeutics)’ 이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ph-press-shot-respimat_720-1프로펠러 헬스의 천식 환자용 스마트 흡입기

연구 결과에 따라 근거가 확충되면 FDA 등 규제 기관의 인허가를 받거나, 사용성이 확대되는 경우도 생겨난다. 덱스콤의 연속혈당계가 대표적이다. 피하에 센서를 삽입하여 실시간으로 혈당을 연속 측정하는 연속혈당계는 그동안 손끝에 피를 내는 기존 혈당계에 대해 보조적인 수단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속적 연구 끝에 미국과 캐나다 등의 규제기관은 작년 말, 연속혈당계가 기존 혈당계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마침내 허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속혈당계의 시장성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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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콤의 연속혈당계

 

웨어러블의 미래는 정말 어두운가

현재의 웨어러블은 분명 암흑기를 거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웨어러블 산업의 안팎에서는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웨어러블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 보험 등의 분야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웨어러블의 경우 많은 임상 연구들이 이뤄지면서 효용성에 대한 근거를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미 일부는 가시적인 성과로도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웨어러블과 관련된 노력이 계속 축적된다면, 웨어러블의 효용성과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새로운 사업모델도 창출될 것이다. 이러한 결과물은 결국 웨어러블이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의 환멸의 굴곡기를 지나서, 재조명 단계에 접어들기 위한 돌파구의 마련으로 귀결될 것이다. 현재 고전하고 있는 웨어러블 산업을 바라보면서도 필자가 아직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이유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