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17th January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자신의 유전 정보를 판매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 Genos

Yoon Sup Choi December 30, 2016 Big Data, Digital Healthcare, Precision Medicine Comments
genos

올해 미국 시장에 등장한 개인 유전 정보 스타트업들 중에 Genos라는 기업을 주목할만 합니다. Genos는 과거의 다른 경쟁사들과 비슷하면서도 또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개인 고객들에게 자신의 자신의 유전 정보를 판매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객들에게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모델이 유전 정보 분석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지 기대가 됩니다.

(사실 ‘제노스’라는 이름은 만화 원펀맨의 캐릭터로 더 익숙한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구글에 Genos를 검색하면 만화 캐릭터가 먼저 뜹니다. 이름을 좀 잘못 고른 것 같기도 합니다만…)

 

자신의 WES를 판매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

Genos는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499의 가격75x의 커버리지로 WES (Whole Exome Sequencing)을 해주는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WES이라는 점과 커버리지까지 고려한다면 $499의 가격은 꽤 매력적입니다.

참고로, WES 는 전체 유전 정보 중에서 2-3%에 해당하는,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중요 부분의 정보만 읽어내는 방식입니다. 커버리지는 (쉽게 설명해서) 분석 범위를 평균적으로 얼마나 반복해서 읽을 것인지에 대한 수치인데, 이 수치가 올라갈수록 더 많이 반복해서 읽으므로 데이터의 퀄리티는 올라가지만, 비용도 높아집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제 최근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WES 에서 나온 유전체 데이터를 Genos 는 기존의 다른 개인 유전 정보 기업처럼 특정한 항목에 대해 분석하거나 진단을 내려서 결과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Genos 의 중심 모델은 이러한 개인 고객들의 유전체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제약사 등의 기업이나 연구 기관에 판매할 수 있도록 연계해주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연구 기관이나 기업이 어떠한 연구의 목적으로 데이터를 구매하겠다는 요청을 Genos에게 하면, Genos는 자사의 플랫폼에 등록된 개인들에게 이를 전달하고, 이 연구와 보상에 동의하는 사람은 이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지요. Genos는 이러한 거래에서 일종의 중개 수수료를 일부분 가지게 되고, 대부분의 수익은 개인 고객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제약사나 기업은 이렇게 개인들이 ‘크라우드 소싱’ 한 데이터를 연구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Wired의 기사에 따르면, 이렇게 유전 정보 판매 중개 모델은 아직 파일럿 모델 정도로 돌아가고 있는데, 최근까지 4번 정도의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개별 거래당 개인은 $50-$200 정도의 인센티브를 받았다고 합니다. 자신의 데이터를 몇번 정도만 팔게 되면 WES 분석에 쓴 $499를 벌어서 본전은 찾을 수 있는 셈입니다.

 

DNA 크라우드 소싱을 통한 연구

기사에 나오는 실제 사례로, 하버드-MIT의 브로드 연구소에서 프라이온병(prion disease) 연구를 위해서 건강인의 유전체 데이터가 필요하여, 이 Genos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브로드 연구소 측에서 연구에 필요한 표현형을 알기 위한 설문지를 Genos의 개인 고객에게 제공하고,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설문지를 통해 자신의 유전 정보뿐만 아니라, 프라이온병에 대한 표현형까지도 제공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Genos가 사업 초기이므로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용자나 데이터가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자신의 유전 데이터를 (익명이긴 하지만) 금전적인 수익을 목적으로 판매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다만, 최근 Rock Health 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헬스 데이터를 의학 연구 목적으로 공유하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은 63, 돈을 주면 공유하겠다는 사람은 42%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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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업이나 연구자 쪽에서 이 모델은 꽤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다국적 제약사에서 이미 신약개발을 위하여 자체 연구비를 지출하며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규모의 게놈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만약 Genos의 데이터 퀄리티가 보장되고 이용 가격만 적절하다면 (내부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면) 이러한 플랫폼의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신의 DNA를 소유하라

이렇게 개인 고객의 유전 정보를 제약사나 연구 기관에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는 모델 자체는 새롭지 않습니다. 바로 23andMe가 이러한 모델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23andMe는 현재 150만 명이 넘는 개인 고객들의 유전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제약사나 연구 기관에 판매하거나 혹은 공동연구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 1월에는 제넨텍화이자에 데이터를 판매했으며, 이후에도 질병 연구 및 신약 개발과 관련된 많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Genos와 23andMe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데이터를 판매한 수익을 23andMe는 자기들이 갖고, Genos는 (데이터의 원래 주인인) 개인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것입니다. 사실 23andMe가 처음 데이터를 얻을 때 인류를 위한 다른 연구에 데이터를 23andMe가 활용할 수 있다는 동의를 받기는 했지만, 이를 제약사에게 판매하고 남은 수익까지 23andMe가 모두 갖는 것이 정당 한 지에 대해서는 사실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Genos는 ‘데이터의 소유권을 온전하게 고객에게 주겠다’ 는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Genos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고객은 NGS (Next-Generation Sequencing) 분석의 결과물인 VCF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됩니다. VCF (Variant Calling Format)는 (유전체 분석 업계에 계시면 다들 아시겠습니다만) 발견된 유전 변이에 대한 원데이터가 모두 담겨있는 파일입니다.

Genos의 홈페이지를 보더라도 “Own your DNA, Learn about Yourself, Drive Research” 라는 말로 개인의 소유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3andMe도 개인에게 데이터의 소유권을 주겠다는 철학으로 DTC를 고집하고 있는데, Genos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데이터의 소유권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이라면, 이 Genos 플랫폼에서 자신의 유전 정보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유전 정보 분석을 꼭 Genos에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자신이 기존에 WES 분석을 해서 그 결과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다시 Genos에서 서열분석을 할 필요 없이), 이 데이터를 Genos 플랫폼에 올려놓을 수도 있습니다. 이 역시 기존의 유전정보를 분석한 사람들의 데이터 소유권 까지도 인정해주겠다는 말이 됩니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더 강해지므로, 큰 그림을 볼 때에도 이른 Genos에 유리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WES 데이터를 사용한다는 것도 23andMe 대비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입니다. 23andMe는 전체 유전체 정보의 매우 일부분만 다루는 SNP 데이터이지만, Genos는 더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WES 이므로 제약사나 연구 기관의 입장에서 더 매력적일 것 같습니다. 23andMe도 최근까지 WES 등 NGS 기법을 분석하는 것을 계속 고민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NGS 는 추구하지 않고 기존의 SNP 분석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히며, 관련된 인력을 해고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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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리스크를 영리하게 피해가기

이외에도 Genos는 규제와 관련하여서도 23andMe를 비롯한 다른 first-mover 기업들이 겪었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한 것처럼 보입니다. Genos는 분석의 모든 과정이 CLIA의 요건에 맞게 이뤄진다고 강조합니다. CLIA (Clinical Laboratory Improvement Amendments)는 의료적인 분석을 하기 위한 일종의 연구실 인증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뿐만 아니라, Genos는 유전 정보를 이용하여 자체적으로 분석하거나 진단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ClinVar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기존에 알려진 연구 결과 등을 단순히 annotation (주석을 달아주는 것) 정도까지만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표로 있는 의료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DHP가 최근에 투자3billion (금창원 대표님)도 이러한 annotation 까지만 분석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의료 관련 규제를 피해가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FDA의 규제에 따르면, 유전체 정보를 서열 분석하여 A, T, G, C로 이루어진 데이터 자체를 얻는 것은 의료 서비스가 아닙니다. 이 유전체 서열 데이터를 공개 데이터베이스 등에 정리되어 있는 연구 결과 등을 활용하여 단순히 annotation 하는 것 역시 의료 서비스는 아닙니다. 이 정도 범위의 서비스는 별도의 FDA 인허가 없이도, 의사나 병원을 거치지 않고 DTC (Direct-to-Consumer)로 판매가 가능합니다.

만약에 여기서 더 나아가서 유전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석(interpretation)이 들어가거나, 진단을 해주게 되면 이는 의료 서비스로 분류되어 DTC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FDA의 인허가가 필요하며, 혹은 병원을 통해서 판매해야만 합니다. 이는 사실 매우 미묘한 차이인데 Genos는 이 선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DTC 규제와 관련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의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Genos 회사 자체는 신생이지만, 이 회사를 차린 사람들은 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사람들입니다. Genos는 다름 아닌 Complete Genomics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으로, Genos의 공동창업자인 Cliff Reid는 당시 Complete Genomics의 CEO 였습니다. 캘리포니아의 Complete Genomics는 2012년 중국의 BGI에 인수되기는 했으나, 한 때 일루미나, 라이프 테크놀러지 등과 함께 유전체 분석 기기 시장에서 경쟁하던 빅 네임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Genos 에서 WES 분석할 때에는 일루미나의 기기를 쓴다고…)

 

유전 정보 시장, 다음 단계로 진화하나

이번 Genos도 그렇지만, 최근에 개인 유전 정보 분석 산업의 트렌드가 또 조금씩 바뀌어서 next phase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개인 고객의 정보를 분석해서 결과를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기 보다는 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전 정보를 많이 축적한 다음, 플랫폼 기반의 추가적인 사업 모델을 만드는 모델로 가는 것 같습니다. 일루미나가 투자한 Helix 나, 국내 이원다이애그노믹스의 관계사인 MyGenomebox를 보아도 그렇고, 이번 Genos도 그러합니다.

새로운 모델을 기반으로 개인에게 유전정보에 대해 완전한 소유권을 부여하고, 이를 판매하여 수익까지 올릴 수 있게 하는 Genos를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블로거,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