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6th Sept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디지털 기술은 임상 연구를 어떻게 혁신하는가 (1) 임상 시험을 위한 인공 지능과 소셜 네트워크

Yoon Sup Choi September 10, 2015 Big Data, Column,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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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의료를 혁신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융합에 따라 현재 의료는 전 세계적으로 변혁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이미 미국에서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다. 2014년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기록적인 한 해였다. 미국의 해당 스타트업 분야의 투자 규모는 41억 달러로, 2011-2013년의 투자 규모를 합친 것을 넘어섰다. 또한 2015년 상반기까지 전년도의 추세는 여전히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은 기존의 임상 의학 연구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질병 연구, 신약 개발, 임상 시험 등 전통적인 의학 연구 분야도 변혁의 바람을 맞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인공지능, 소셜 미디어,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발전은 의학 연구 부분에서도 이미 새로운 기회를 낳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선도적인 제약회사, 병원, 임상 연구자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임상 연구의 새로운 측면을 열어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지금까지 얻을 수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임상 연구 데이터를 얻게 되며, 그 양은 차원이 다르게 방대해진다. 지금까지 임상 시험에 참여하지 못했던 환자들이 연구에 기여하게 되며, 그 방식과 환자들의 역할 역시 과거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띄게 된다. 또한 이런 의학 연구에서의 변화는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이슈와 숙제를 남겨주기도 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스마트폰, 인공지능, 소셜 네트워크,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 등의 디지털 기술이 신약 개발 및 임상 시험 등의 의학 연구를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의료,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활용분야

현재 인공 지능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인공 지능의 구현이 더 이상 SF 속의 이야기가 아니게 된 지금, 인공 지능이 앞으로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 스티븐 호킹이나, ‘지구상에서 미래에 가장 먼저 도달한 남자’ 앨론 머스크 등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어놓기도 한다. 또한 인공지능 때문에 미래에 사라질 직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터미네이터나 어벤져스와 같은 영화에 등장하는 ‘강한 인공지능 (strong artificial intelligence)’ 이 도래하기까지는 아직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약한 인공지능 (weak artificial intelligence)’ 의 초기 형태는 여러 산업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한 인공지능은 헐리우드 영화에 자주 등장하듯 스스로 사고하고, 자의식, 자유 의지와 정신까지도 가지고 있는 기계를 의미한다. 반면 약한 인공지능은 소위 ‘인간 지성의 환영 (the illusion of human intelligence)’ 으로 자율성이나 자의식은 없지만, 특정한 범위의 문제에 대해서는 지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기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글자를 읽고, 쓰고, 번역하고, 체스를 두고, 퀴즈 문제를 풀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실제 비즈니스와 연구에 적용되고 있는 인공지능의 대명사는 IBM의 왓슨(Watson)이다. 2011년 미국의 유명 퀴즈쇼 제퍼디! 에서 인간 챔피언 두 명을 무참히 짓밟고 우승하면서 (그 중 한 명은 전설의 74연승을 기록했던, 제퍼디의 수퍼스타 켄 제닝스였다) 전 세계의 시선을 한 번에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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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왓슨은 재무, 여행, 요리 등의 여러 분야에 진출했지만, 가장 대표적인 활용 분야는 의료 분야이다. 왓슨은 현재 여러 병원 및 연구 기관과의 활발한 협력을 통해 암 환자를 진단하고, 유전체를 분석하며, 신약 후보 물질을 찾고, 임상 시험의 진행을 돕고 있다.

제퍼디! 우승 직후인 2012년 3월부터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센터에서 폐암 환자 진단을 받기 위한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서 MD 앤더슨, 클리블랜드 클리닉, 메이요 클리닉 등 세계 유수의 병원들은 저마다 왓슨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왓슨은 의사를 도와서 EMR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진료 전 환자 프리뷰를 돕고, 의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권고하며, 등록 가능한 임상 시험을 선별하여주며, 게놈 데이터를 분석하여 발병 원인 변이를 찾아준다.

뿐만 아니라, IBM은 2015년 4월 왓슨의 헬스케어 관련 사업 부문을 ‘왓슨 헬스 (Watson Health)’ 라는 독립적인 조직으로 신설하고, 애플, 존슨&존슨, 메드트로닉과 파트너십을 맺고 분편화되어 있는 개별 건강/의료 데이터를 왓슨을 이용해서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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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Watson, 신약 임상 시험을 돕는다

왓슨의 의료 연구 분야 적용에서 특이할만한 부분은 신약 임상 연구를 도와준다는 것이다. 2014년 9월, 혁신적인 의료 서비스와 새로운 기술에 개방적이기로 유명한 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은 신약 임상 연구에 왓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치료법에 효과가 없는 환자들이 등록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임상 시험을 왓슨이 찾아주겠다는 것이다.

모든 신약은 일정한 절차의 임상 시험을 거침으로써 그 약효와 안전성, 부작용 여부, 적정 투여 용량 등을 증명한 후에 FDA 혹은 식약처와 같은 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게 된다. 신약 후보 물질이 선정되면 일반적으로 동물에게 투여하여 안전성을 검증하는 전임상 시험 (preclinical trial)을 거치고, 이후 임상 1상~3상까지 실제 사람에게 투여하는 임상 시험을 거치게 된다.

이 임상시험은 약을 개발하는 제약회사와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모두 중요한 프로세스이다. 특히, 기존의 치료법에 차도가 없는 환자들은 임상 연구에 참여하여, (약효와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치료법을 남들보다 먼저 접하면서 질병을 치료할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된다.

제약사의 입장에서 신약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때로 회사의 명운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신약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의 전체 과정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10,000 여 개의 후보 물질 중에 최종적으로 승인을 받고 시장에 판매되는 약은 하나에 불과하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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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특정 환자에게 현재 임상 시험 중에 있는 방대한 신약 후보 물질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적당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임상 연구에 가장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이다. 임상 시험에는 아무 환자나 받지 않는다. 환자의 성별과 나이부터, 기대 여명, 질병의 세부 분류, 병기, 기존에 시행한 치료법, 유전형 등의 엄격한 자격 조건(eligibility)을 모두 충족시키는 환자만이 참여 가능하다.

문제는 환자가 등록할 수 있는 임상 연구는 무엇이 있으며, 각 임상 시험의 등록 요건 및 프로토콜은 어떠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를 일일이 찾아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상 시험 요건은 보통 매우 긴 텍스트로 설명된 문서로 이루어지며, 현재 환자가 등록 가능한 요건이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문서를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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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환자를 모집하고 있는 한 임상 연구의 ‘참여 자격 (Eligibility)’ (출처: ClinicalTrial.gov)

메이요 클리닉 한 병원만 하더라도 8,000 개 이상의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며, 전 세계적으로 17만 건 이상의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 중에 최적의 연구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바쁜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이런 문서를 일일이 검토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적합한 환자들과 적합한 임상시험을 서로 매칭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제약회사의 입장에서는 참여 환자의 부족이 임상 시험을 계획대로 완료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이다. 또한, 임상 시험에 등록했더라면 의학적인 효용을 보았을 환자들이 결국 그러한 신약이 개발되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다.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왓슨이 이러한 상황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왓슨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 중의 하나는 자연어 처리, 즉 인간의 언어를 읽고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ClinicalTrial.gov 와 같은 임상 연구 데이터 베이스를 모두 읽고 기억한 후, 특정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임상 시험을 매칭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임상 시험에 참여하는 환자의 비율이 현재의 5% 에서 10%까지 증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전체에서 임상 시험에 참여하는 환자의 비율은 3%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매우 높은 수치이다. 임상 시험에 더 많은 환자들이 등록하게 되면, 임상 연구의 진행이 더욱 개선될 수 있다. 이는 환자에게도, 임상 연구자에게도, 제약사에게도 좋은 일이다.

 

환자들의 페이스북, 임상 연구의 새로운 통로

흔히 ‘환자들의 페이스북’ 이라고도 불리는 환자들의 소셜 미디어, PatientsLikeMe 도 제약 회사들의 신약 임상 연구에 환자들을 모집하기 위해서 활용되기도 한다.

PatientsLikeMe 는 ALS (루게릭병)에 걸린 형제를 위해서 2004년에 세 명의 MIT 의 엔지니어들이 ALS 환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현재 PatientsLikeMe는 2,500개 이상의 질병에 대하여, 전세계 35만 명 이상의 환자들이 가입한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전세계 누구나 무료로 가입할 수 있는 이 개방형 서비스는 철저하게 익명으로 운영된다. 회원 가입시에 아이디 역할을 하는 이메일을 제외하면 어떤 개인정보도 넣을 필요가 없다. 대신 자신이 앓고 있는 질병과 복용하고 있는 약 등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게 된다.

마치 페이스북에 가입했을 때처럼, 환자들은 PatientsLikeMe에 가입함으로써 자신과 같은 질병, 병기 등을 기준으로 친구를 맺을 수 있으며, 그들과 교류할 수 있다. 특히, 페이스북 담벼락에 일기나 자신이 좋아하는 책, 영화, 스포츠 팀을 기록하는 것처럼, PatientsLikeMe에서 환자들은 자신의 의료 일지를 작성하고 친구들에게 공개할 수 있다. 자신의 질병 증상, 진행, 복용한 약, 치료 결과 등을 공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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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ientsLikeMe에 직접 올린 환자의 기록 (출처: Nature Biotech)

모든 회원들이 원천적으로 익명으로 가입하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의료 정보 보호 교정인 HIPPA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에 저촉되지 않는다.

PatientsLikeMe 는 특이한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다. 바로 거대한 규모의 환자들이 모여 있다는 점, 그리고 그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이용한다.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쓰는 자신들의 의료 일지, 특히 약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데이터는 제약회사에 귀중한 정보가 된다. 이 익명의 의료 빅데이터를 제약회사와 보험사에 판매하는 것이 이 회사의 수익 모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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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수익 모델은 바로 환자와 임상 시험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35만명 이상의 환자가 하나의 커뮤니티에 모여 있다는 것은 제약사의 입장에서 임상 시험 참여자와 접촉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 된다. 제약 회사들은 PatientsLikeMe 플랫폼에 진행 중인 임상 시험을 공개하고, 환자들은 이 플랫폼에서 자신이 등록할 수 있는 임상 연구가 있는지를 찾게 된다.

현재 PatientsLikeMe 에는 총 19만 건 이상의 임상 시험이 등록되어 있으며 (현재 환자를 모집하고 있는 임상 시험은 47,000 여건), 환자들은 여기에서 자신의 질병과 상태에 맞는 임상 연구를 찾거나 추천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환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제약사들로 하여금 임상 시험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Screen Shot 2015-09-09 at 5.45.32 PMPatientsLikeMe에 등록되어 있는 임상 시험들

또한 제약회사들은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희귀 질환 환자들과 접촉하기도 한다. 2013년 2월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 잉겔하임은 치료제가 없고 발병 원인도 알려져 있지 않은 희귀 폐질환, 특발성 폐섬유화증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에 대한 연구 및 치료제 개발을 PatientslikeMe와 협력을 통해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질병은 미국 전역에 10만명 밖에 없을 정도의 희귀 질환이다. 이러한 경우 제약사가 임상 연구를 위해 충분한 수의 환자들을 컨택하고 모집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PatientsLikeMe 에는 이미 4,800 여명의 특발성 폐섬유화증 환자들이 모여 있으므로, 특별한 노력 없이도 제약사가 이 환자들에게 접근 가능한 것이다.

(계속)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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