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6th Sept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칼럼] 과연 IBM 왓슨은 의사를 대신할까?

Yoon Sup Choi February 1, 2015 Column, Digital Healthcare Comments
ibm-watson

*본 칼럼은 청년의사에 제가 기고한 글입니다. 원글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면에는 분량 때문에 요약된 글의 원래 버전을 올려드립니다.

‘미래에는 의사의 80%가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IT 업계 선구자 비노드 코슬라는 2012년 한 기술 전문지에 이렇게 과격한(?) 발언을 통해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 근거로 들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IBM의 수퍼컴퓨터 왓슨이다. 의료와 IT의 융합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다.

IBM의 딥 블루가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에게 승리를 거둔 뒤, 2011년에는 왓슨이 인간 퀴즈 챔피언에게 승리를 차지한다. 미국의 인기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의 챔피언 2명을 상대로 몇 배나 되는 점수 차이로 우승한 것이다. 더구나 전설적인 74연승의 주인공 켄 제닝스와, 왕중왕전에서 켄 제닝스를 이겼던 브래드 루터를 상대로 거둔 승리였다.

퀴즈쇼라는 매우 제한된 조건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컴퓨터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사고를 할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이 퀴즈쇼를 보면 ‘인간’ 들이 거의 부저를 누르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게임이 전개된다. (동등한 조건을 위해 왓슨도 ‘플라스틱 손가락’으로 실제 부저를 누르게 했다) 놀라우면서도 조금 오싹하기도 한 장면이다.

그 이후에 왓슨이 진출을 선언한 분야가 다름아닌 암 환자 진료이다. 왓슨은 2012년 3월부터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 센터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 폐암 환자의 진료를 배우기 시작했고, 2013년 10월 부터는 MD앤더슨에서 백혈병 환자의 진료에 대한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머신 러닝을 통해 방대한 양의 의학 논문, 임상 시험, 케이스 스터디, 가이드라인 등을 학습하고, 수천 시간의 수작업 트레이닝도 거쳤다.

2014년 6월 미국의 임상 종양 학회 (ASCO)에서는 MD 앤더슨의 의사들이 ‘닥터 왓슨’의 실력을 공개했다. 200명의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왓슨이 내어 놓은 표준 치료법을 MD 앤더슨 의사들의 판단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인 정확도는 82.6% 에 이르렀다. 왓슨이 권고한 치료법이 부정확한 경우는 2.9%에 불과했다. 즉, 왓슨이 상당한 정확도로 백혈병 환자들을 진료한 것이다. MD 앤더슨은 올해 ASCO 에서도 이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왓슨의 정확도는 더 향상될 것으로

IBM'S WATSON TO HELP FIGHT AGAINST LEUKEMIA AT MD ANDERSONMD Anderson 에서 백혈병 진료에 활용되고 있는 IBM Watson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과연 컴퓨터는 ‘인간’ 의사보다 정확하게 환자를 진료할 수 있을까? 인간 의사는 컴퓨터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필자가 의사 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왓슨을 소개할 때 항상 받게 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는 이 질문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정말 물어야 할 바른 질문은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하게 환자를 진료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의료는 체스 게임이나 퀴즈쇼가 아니다. 인간과 컴퓨터가 서로 대결하고 대립하면서 실력을 겨뤄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인간과 컴퓨터의 협력이 답이 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과 컴퓨터가 답을 도출하는 과정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체스 게임과 퀴즈쇼에서도 결과적으로 인간과 컴퓨터 모두 같은 형태의 ‘답’을 내어 놓는다. 하지만 이 답을 도출하기 위해서 인간의 뇌와 컴퓨터의 알고리즘이 거치는 방식은 매우 다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므로, 이는 결국 서로 협력했을 때 시너지가 가능하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딥 블루와 인간의 대결 이후의 또 다른 체스 대회에서 이러한 시너지가 증명된 바 있다. 한 프리스타일 체스 대회에서 딥 블루 수준의 수퍼 컴퓨터에게 평범한 수준의 체스 선수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서 승리한 것이다. 인간과 컴퓨터가 서로의 답안을 비교하면서 전략을 세운 결과, 각각이 내어 놓은 전략보다 월등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의사와 컴퓨터의 관계 정립에도 실마리가 될 것이다.

기하급수적인 IT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의료에도 결국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왓슨과 같은 수퍼 컴퓨터는 이미 미국에서 여러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제는 우리도 그러한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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