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13th Dec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성공하는 헬스케어-IT 서비스의 조건] 7. 파괴적 혁신: 이뤄낼 것인가, 당할 것인가?

Yoon Sup Choi October 27, 2014 Column,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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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헬스케어-IT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파괴적 혁신을 고려해야 한다. 파괴적 혁신 이론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그의 저서 ‘혁신 기업의 딜레마 ((The Innovator’s Dilemma)에서 주장한 것이다. 그는 기업이 이뤄내는 혁신을 존속적 혁신 (sustaining innovation)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의 두 가지로 설명했다.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는 과정

존속적 혁신은 주류 시장에 있는 기업이 주력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선시켜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더 높은 가격에 이를 판매하고자 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성능이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을 초과하여 고객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 이상의 복잡한 기능이 추가되고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일부 소비자들은 활용하지 않는 고기능, 고품질의 제품이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이러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그러한 일부 소비자가 원하는 적절한 수준만큼의 제품과 서비스를 더 낮은 가격과 더 편리한 방식으로 제공하게 된다. 이러한 서비스는 대체적으로 주류시장의 제품에 비해 기술적으로 단순하고, 주로 새로운 진입 기업들에 의해서 제공된다. 이것이 파괴적 혁신으로, 기존 상품의 지나치게 복잡한 기술과 비싼 가격 대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효용만을 저렴하게 제공하여 확실한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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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파괴적 혁신은 주류 제품보다 간단한 기술과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존 시장의 주류 기업의 관심을 끌지 못하거나, 심지어 무시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파괴적 혁신 기술은 하위 시장을 차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서 점차 상위 시장까지 잠식하게 된다. 즉, 기존의 주류 기업들은 자신보다 기술적으로 열등하고, 저렴한 제품을 내어 놓는 기업들의 파괴적 혁신에 의해서 시장을 잠식 당하다가, 시장에서 추방당하기도 하는 것이다.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파괴적 혁신

파괴적 혁신 이론에 대해서 다소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다름 아닌 헬스케어-IT 산업에서도 이러한 파괴적 혁신에 의한 변화가 크고 빠르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주류 기기에 비해서 기술적으로 열등하고 간단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초기 단계의 기술들로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이 향후에는 현재의 주류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주력 기술들을 잠식해나가는 파괴적인 혁신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파괴적 기술들의 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주류 시장의 기업들은 경쟁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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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다원검사 (Polysomn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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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o 수면 모니터

예를 들어서, 수면 모니터 Zeo의 경우, 기존의 수면 측정 기법이었던 수면 다원 검사 (polysomnography)에 비해서 파괴적인 혁신 제품이었다. 수면 다원 검사라는 전통적인 의료용 수면 연구 기기는 머리와 얼굴의 여러 부위에 센서를 붙일 뿐만 아니라, 손가락과 복부에도 센서를 붙여 산소포화도와 호흡량도 측정하였으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Zeo는 기존의 주류 제품에 비해서 정확도는 다소 떨어졌지만, 이마에 하나의 센서만을 붙이는 더 편리한 사용방법과 더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었다. 그래서 기존의 비싼 가격과 번거로운 검사법 때문에 수면 모니터링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휴대용 심전도 모니터의 경우에도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분야 중의 하나이다. 심전도를 바탕으로 심방세동이나 부정맥을 측정하기 위해서 기존에는 홀터 모니터(holter monitor)라는 기기를 사용했다. 목에 작은 기기를 걸고 그 기기에 연결된 6-7개의 전극을 가슴에 부착시켜서 24시간 동안 심전도를 모니터링하는 기기이다.

이 기기는 목에 걸고 다녀야 하므로 불편할 뿐만 아니라, 샤워나 운동을 할 때에는 벗어둬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아이리듬(iRhythm)의 ZIO 라는 손바닥만한 패치 형태의 심전도 모니터를 이용하면 편리하게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 패치는 방수 처리되어 샤워 때문에 탈부착할 필요가 없다. 또한 홀터 모니터는 측정 후에 장치를 탈착하고 데이터를 제출하기 위해 병원에 가야하지만, ZIO의 경우 데이터가 기기 내부에 저장되므로 기기를 우편으로 배송하면 된다. 특히 최근 연구에 따르면 ZIO가 홀터 모니터보다 전극의 수는 적지만, 심방세동과 같은 질병을 홀터 모니터와 비슷하거나 더 잘 감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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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터 모니터

HomeBucket2PatchZIO 패치

 

파괴적 혁신, 일으킬 것인가, 당할 것인가

이처럼 기술적인 수준이 더 우월하다는 요인만으로 그 서비스가 더 성공적으로 되지는 않는다. 기술적으로 열등하더라도,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고 간편하게, 적절한 수준의 정확도로 결과를 내어주는 것이 사업적으로는 더 유리할 수 있다. 헬스케어-IT 분야에서도 소비자가 원하는 것 보다 지나칠 정도로 더 고등한 기술로 서비스를 만드는 경우, 오히려 소비자의 니즈를 과다 충족시키는 바람에 시장에서 외면을 받을지도 모른다.

파괴적 성공으로 주목을 받았던 Zeo도, 앞서 분석했던 것과 같이 핏빗(Fitbit), 조본 업(Jawbone’s UP) 같은 또 다른 파괴적 혁신에 의해서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핏빗 등의 손목 밴드 형태의 디바이스는 뇌파를 측정하는 Zeo보다 기술적으로는 간단한 동작 인식 센서를 사용하였지만, 사용자의 니즈나 요구는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편리하고 간단한 사용법 및 저렴한 가격을 통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선사하였다.

자신이 만들고 있는 서비스가 기존의 주류 기술을 파괴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가? 혹시 현재 서비스 중인 제품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파괴적인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지는 않는가? 기술적으로는 열등하지만 그 제품이 고객의 니즈를 더 적절하게 충족시키지는 않는가? 성공적인 헬스케어-IT 서비스를 위해서는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질문들이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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