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30th May 2025,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의사를 능가하는 인공지능을 향하여

*제가 머니투데이에 기고한 칼럼의 원문입니다. 글자수 제안 때문에 지면에서는 요약해서 나간 글의 원문을 올려드립니다. 

인공지능이 의사를 능가할 수 있을지, 더 나아가서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인지는 흥미롭고도, 중요하고, 또 예민한 문제이다. 사실 의학적으로 이것이 (적어도 특정 상황, 특정 환경에서라도) 그러하다고 증명하기가 아주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의료 인공지능 분야의 초창기에는 이런 질문이 많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주로 흥미 위주의 질문이기도 했고, 또 의료계에서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질문이기 때문에 이를 직접적으로 진지하게 다루는 경우는 많이 없었다. 하지만 이 분야의 발전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주류 의료계와 연구에서도 이런 질문들이 서서히 논의되기 시작했다.

과거의 의료 인공지능 연구들의 결론은 대부분 비슷했다. 의사와 인공지능이 서로 힘을 합칠 때, 의사 혹은 인공지능이 각각 단독으로 문제를 푸는 것에 비해서, 결과가 더 좋게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최근에 나오는 몇몇 연구 결과는 인공지능 단독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의사 단독은 물론, 심지어 의사와 인공지능이 힘을 합치는 것에 비해서도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유방 엑스선 사진 판독에서, 의학적 질문에 답하거나, 임상적인 관리 추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학적 과업에서 그러했다.

놀랍게도 최근에는 이러한 연구 결과에 따라, 유방암 검진에 참여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인공지능으로 실제로 대체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스웨덴 연구자들이 2023년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한국의 의료 인공지능 기업 루닛이 개발한 유방 촬영술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기존의 유방암 검진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두 명의 영상의학과 전문의 중 한 명을 대체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유럽에서는 유방암 정기 검진에 두 명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이중 판독을 하는 것이 표준이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한 명의 영상의학과 의사와 루닛의 인공지능이 함께 판독하면 기존 방식에 비해 더 많은 유방암 환자를 검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더 나아가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예 관여하지 않고, 루닛의 인공지능 단독으로 판독하는 것도, 두 명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이중 판독을 하는 기존 방식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스웨덴의 이 병원은 실제로 2023년 중반부터, 유방암 검진에서 한 명의 영상의학과 의사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였다. 이는 세계 최초의 사례로, 그 결과 환자의 추가 검사 횟수, 검진 정확도, 암 발견율 등이 더 개선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오픈AI의 최근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픈AI는 최근 대형 언어모델이 의료와 관련된 질문에 얼마나 잘 답변하는지를 평가하는 대규모 데이터 세트인 ‘헬스벤치’를 공개하면서, 의료 분야에 공식적으로 진출했다. 60개국에서 262명의 의사들이 참여해서 만든 이 데이터에는 총 5,000개의 의료 및 건강에 대한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 대화의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 인공지능이 답변을 하면, 이 답변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픈AI 뿐만 아니라, 그록, 제미나이, 클로드, 라마 등 여러 경쟁 모델과 성능을 비교하였는데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오픈AI의 최신 모델 o3가 가장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 의사와의 실력 비교였다. 이 데이터에 기반하여, 의사 단독, 인공지능 단독, 그리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의사가 수정한 답변을 비교해보았다. 일단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은 의사가 혼자서 답변한 경우였다. 그리고 2024년 버전의 GPT를 활용한 경우, 인공지능 단독보다, 의사와 힘을 합친 답변이 조금 더 나았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2025년 버전의 GPT를 활용한 경우에는 인공지능 단독 답변과, 이 답변에 의사가 힘을 보탠 것의 차이가 없었다. 즉, 최신 버전의 GPT는 굳이 의사가 추가로 검토해서 수정 및 보완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양질의 답변을 내어놓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연구 결과들은 아직은 무척 제한적이다. 특히, 후자의 연구처럼 의학적인 질문에 텍스트 형식으로 답변하는 것은 의사들이 평소에 수행하는 작업도 아니고, 실제 의료 환경을 반영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앞으로 이러한 연구 결과가 더 다양한 의학적인 주제 및 의료 환경에 대해서 계속 나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의사와 인공지능의 역할을 서로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논의를 촉발하게 될 것이다. 특히, 특정 의학적 과업에 대해서는 의사의 역할이 극히 줄어들거나 완전히 배제되고, 이를 통해 확보한 리소스는 더 어려운 질환이나, 비정형적 특징을 가진 사례들, 혹은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에 할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연구 결과가 나오면 크게 화제, 혹은 논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하루가 다르게 인공지능 기술에 놀라운 발전들이 일어나다 보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인공지능 단독으로 특정 문제를 의사와 인공지능이 힘을 합친 것보다 더 좋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기 시작하면, 이는 결국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게 될 것이다. 이 결론을 내리기 까지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지금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의 시작을 목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Discover more from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Subscribe to get the latest posts sent to your email.

Like this Article? Share it!

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Oldest
Newest Most Voted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error: Content is protected !!
2
0
Would love your thoughts, please comment.x
()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