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28th November 2020,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논문] 정신 건강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 급증

최근 JAMA Psychiatry 에 ‘정신 건강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아티클이 실렸습니다. 아무리 오리지널 아티클이 아닌 Viewpoint 글이지만 벤처캐피털의 투자에 대한 내용은 JAMA 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COVID-19 이야기는 안 나오지만, COVID-19 때문에 관심도는 더욱 커졌습니다) 벤처 펀딩이 정신건강 앱으로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2019년 한 해동안 60개의 스타트업에 대해 $637m의 투자가 집행되었는데, 이는 2013년에 비해서 22.8배가 늘어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명상앱 Calm이 정신건강 앱 중에서는 최초로 유니콘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티클에 나오는 표에 보면 최근에 큰 투자를 받은 기업들의 목록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Calm, Headspace 와 같은 명상 앱이나, Pear therapeutics, Akili Interactive 와 같은 DTx 앱, 아니면 Lyra Health, Talkspace 와 같은 (온/오프라인) 상담앱, 그리고 Mindstrong 같은 디지털 표현형 회사도 있습니다. 사실 Maven Clinic, Quartet Health와 같이 저 개인적으로는 처음 들어보는 회사도 있습니다. (Quartet Health는 정신 건강 상담 서비스입니다만, Maven Clinic은 여성 건강과 가족 계획에 대한 회사여서 정신 건강에 포함되는 회사라고 봐야할지는 좀 애매한 것 같습니다.) 이 회사들의 사업 모델은 다양한데,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irect to consumer) 경우도 있고, 고용주나 보험사, 혹은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런 VC-backed 회사들은 장점과 단점이 모두 존재한다고 저자들은 지적합니다. 가장 큰 단점은 ‘실리콘밸리’ 방식으로 ‘일단 빠르게 움직이고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move fast and break things)’ 것이 의료라는 분야의 특성과 잘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분야의 앱에 항상 제기되는 근거의 부족, 질 관리의 이슈, 프라이버시 문제 등이 이번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앱의 질 관리에 대한 국가적인 기준은 여전히 부재하며 (Pear Therapeutics와 같이 철저한 임상 연구를 기반으로 인허가 받은 경우도 있으나 오히려 이런 사례가 예외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앱을 평가하기 위한 몇가지 프레임워크는 도출되었으나 (주로 Beth Israel Deaconess 의 토레스 박사님이 이런 걸 많이 하시지요.) 여전히 판단은 개별 의사나, 개인 사용자에게 맡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동의서 문제, 관련된 정책의 부재 등도 여전히 고질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VC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은 시장이 큰 수면, 우울증, 불안 장애 등에 주로 집중하고 있고,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환자들의 니즈가 더 클 수 있는 조현병, 양극성 장애 등 중증 정신 질환을 해결하려는 경우는 적다는 것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결국 벤처캐피털도,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도 ROI가 나와야하기 때문에 시장이 큰 질병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스타트업의 방식이 좋은 점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확장성, 즉 더 많은 환자들이 이런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정신의학의 단점은 근거 기반의 치료를 1:1 방식으로 수개월에 거쳐서 진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의학적 가치가 환자들에게 전파(dissemination) 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VC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결국 가장 적합한 자가 살아남는, 적자 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게임을 하고 있으므로, 결국 환자들이 이 앱에 가치를 느끼고 사용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환자들의 의학적 니즈를 기존의 의료와는 다른 방식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서비스는 보통은 익명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환자들이 stigma를 덜 신경쓰게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사회 구조적 변화와 작금의 COVID-19 판데믹으로 정신 건강 분야의 지형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 건강 분야의 스타트업은 큰 기회를 가질 수도 있지요. 다만 이 아티클에서는 질적인 관리,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소외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Can VC-backed mental health start-ups move fast without breaking anything?

PS. 정신 건강은 저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 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이며, 관련 분야의 회사들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명상 앱 ‘마보’  에 투자한 것도 그러한 일환이며(저는 마보를 ‘한국의 Headspace’, 혹은 Headspace를 ‘미국의 마보’라고 부릅니다), 마보는 중대본을 통해 코로나 환자 격리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사회적 가치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유망한 정신 건강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관련 사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주저하지 마시고 사업 소개자료를 dhp@dhpartners.io 로 보내주시고, 주변에 좋은 회사가 있으면 많이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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