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15th October 2020,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인공지능으로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의 첫 임상시험?

인공지능으로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이 ‘첫번째’ 인간 대상의 임상시험에 들어갔다고 BBC 등은 며칠 전 보고했습니다. 영국의 인공지능 신약개발 스타트업 Exscientia 이라는 곳이 일본의 대형 제약사 Sumitomo 와 함께 강박장애 (OCD)의 치료를 위해서 개발하고 있는 DSP-1181 이라는 화합물입니다. 뉴스에서는 보통 신약 후보 물질이 임상에 들어가기까지는 수년이 걸리지만, 인공지능을 이용한 덕분에 1년 정도로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Exscientia 라는 스타트업은 저는 처음 듣습니다만, 홈페이지에 보면 2012년에 창업했고, 매년 20개의 프로젝트(파이프라인?)을 새로 내어놓는다고 합니다. 여러 다국적 제약사에 의해서 플랫폼이 ‘validation 되었다’고 적어놨는데, 협업하는 회사들을 보면 GSK, Roche, Bayer, Celgene, Sanofi 그리고, 이번에 기사가 난 Sumitomo Dainippon 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소위 ‘신약개발 인공지능’ 회사들의 인공지능 기술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논문이 나오는 극소수의 사례를 제외한다면, 해당 기술이 어느 정도의 정확성이나 경쟁력을 가지는지 알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대부분 기업의 기밀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Exscientia의 홈페이지를 봐도, 기술 설명은 거의 ‘타겟을 찾는다’ -> ‘인공지능을 사용한다’ -> ‘물질을 합성한다’ -> ‘실험한다’ 수준으로만 적혀 있습니다. 아래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이번에 임상에 들어간다는 DSP-1181 의 화학구조식도 당연히 밝혀지지 않았고, 관련 특허가 출원되지도 않았다고 하는군요.[ref]

Exscientia의 홈페이지에 나오는 기술 설명 중 일부

이런 기술이 외부에 공개되지 못하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원천 기술을 빼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이런 기술이 외부로 유출되면 사업의 경쟁력은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러한 이유로 원천 기술이 진짜 있느냐, 혹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느냐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저는 (해당 기업 외부에 있는 입장에서는) 결국 다국적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아무리 이런 스타트업이라 할지라도 주 BM이 후보 물질 파이프라인의 라이센싱인 이상, 다국적 제약사에게는 자기 기술을 공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국적 제약사와 계약을 한 회사의 기술은 ‘뭔가 있기는 있나보다’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 (MOU 만 맺고 실제 deal 은 없는 회사)는 일단 의심을 하거나, 판단을 유보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 분야에서 탑독 중의 하나인 실리콘밸리 Atomwise 같은 곳들은 지속적으로 다국적 제약사와 계약을 맺고 있죠. 그런 면에서 Exscientia도 ‘아예 아무것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고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투자자로서도 이런 기업을 가끔 검토할 때가 있는데, 투자자에게도 기술을 오픈 못하겠다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 저는 이런 곳은 그냥 패스합니다.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예전에 그런 기업이 또 하나 있었죠. Theranos 라고.)

 

이러한 뉴스에 대해서 Derek Lowe 박사의 블로그에서는 몇단계 더 파고 들어갑니다. 신약개발 인공지능 기술 전반보다는 이번 특정 후보 물질에 관한 것이긴 합니다만, 분야 전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입니다. Derek Lowe 박사는 신기하게도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저널 웹페이지에 ‘개인’ 블로그가 있는 분인데요. 유기화학 박사하시고, 제약 업계에서 경력이 오랜 분으로, 이런 인공지능 신약개발 기사에는 묵직한 돌직구를 날리시곤 합니다.

여러 가지 중요한 지적이 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이러한 인공지능은 신약개발 ‘전체 프로세스’에는 아직은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DSP-1181 의 표적도 그리 새롭지 않고, 그러한 표적을 공격하는 화합물도 이미 연구된 바가 아주 많다는 것을 듭니다. DSP-1181 의 타겟은 5-HT1a 이라는 리셉터(수용체)인데, 세로토닌 리셉터 5-HT의 서브타입입니다. 5-HT는 CNS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GPCR로, 5-HT1a가 가장 흔한 서브타입이라고 합니다. (좀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신경전달물질에 관여하는 아주 복잡한 타겟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5-HT1a는 아주 잘 알려진 타겟으로 불안장애나 OCD의 치료에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10년도 넘었다고 하네요. (리뷰 페이퍼가 2009년에 있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5-HT1a 를 표적으로 하는 agonist 도 이미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개발되다가 중단된 것도 있고, 심지어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것도 있지요. 다만 기존의 물질들은 대부분 specificity 측면에서 5-HT1a 뿐만 아니라 다른 타겟도 건드리기도 합니다만.. 여튼 first-in-class 후보 물질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해보입니다.

특히, DSP-1181의 화학구조를 알 수 있다면, 기존에 알려진 다른 후보물질들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보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데요. 이는 최근에 Nature Biotech에 실린 ‘딥러닝으로 신약 후보 물질 빠르게 디자인했다’는 논문의 내용과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제가 다른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린 논문인데요. Insilico Medicine에서 강화학습을 통해서 빠른 시간 내에 DDR1를 표적으로 하는 후보물질을 성공적으로 찾고, 세포 수준의 실험에서까지 효과를 보였지만, 알고보니 기존에 알려진 화합물의 구조와 거의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게 의미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요.)

더 나아가서 GPCR 같은 타겟은 특히 어렵습니다. 이것도 설명하자면 복잡한데요. GPCR은 subtype이 워낙 많고, 구조도 복잡하며 (7 transmembrane protein이지요. 당연히 구조가 밝혀진 놈들이 많지 않고요), 메커니즘도 복잡하고, 시그널링에 관여하는 단백질도 엄청 많기 때문에 mode of action에서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제가 서울의대 있을 때 대학원 생화학 시간에 GPCR 챕터 맡아서 강의했는데 고생했던 기억이.. 강의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강의한 후에 다 까먹었..)


교과서에 나오는 GPCR의 다운스트림 시그널링 (= 매우 복잡합니다)

과연 인공지능이라고 해서, 이 복잡한 타겟을 공략하기 위한 매커니즘이나, specificity, toxicity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까..의 질문에 대해서 Derek Lowe 박사는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언젠가는 이런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니다’ 정도의 입장입니다.) 특히 CNS (중추신경계)에 관여하는 타겟의 경우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 자체가 불완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AI도 당연히 도움을 주지 못하는 영역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특히, 이번 보고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간 임상 이전까지의 lead discovery에 들어가는 시간을 아껴준 것일텐데, 이는 신약개발 프로세스 전체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대부분의 신약 후보 물질은 인간 임상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 여러 이유로 실패합니다.

Derek Lowe 박사는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이번 사례의 경우에도, 다른 모든 신약 후보 물질과 마찬가지로 임상 시험에서 실패할 확률이 90% 이상일 것이다. 솔직히, 이번처럼 CNS 관련 적응증의 경우 실패 확률은 95% 이상일 것이다.” 즉, 인공지능이 신약 개발 프로세스 전체로 볼 때에는 대세에 큰 도움을 못 줬을 것 같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번 뉴스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너무 적습니다. 그리고 모든 신약개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번 특정 deal 에 국한되는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외부에 있는 입장에서는 감놔라 배놔라, 혹은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난립하고 있는 인공지능 신약개발 회사 중에서는 (다른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옥도 있고, 석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분야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편입니다. 인공지능으로 (혹은 머신러닝으로) 후보 물질을 스크리닝하는 등 신약개발에 이용하겠다는 분야는 매우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 저도 그런 연구를 잠깐 했던 적이 있고요. 과거에 비해서 딥러닝 등의 기술은 더욱 발전되었고,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더 많아졌습니다.

한 편으로는 회의론이나 신중론도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 실제 기술을 개발하거나, 이번과 같은 deal 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내부인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아직 증명된 사례나 근거가 너무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결국 인공지능 신약개발 분야에도 근거, 근거가 필요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하나의 성공 사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꼭 신약이 개발되어 최종적으로 인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술이 잘 정리된 논문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요. 이 역시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생각합니다. 워렌 버핏의 말처럼, 바닷물이 빠지고 나면 누가 수영복을 안 입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겠지요.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2 Comments

  1. 유기웅 September 26, 2020 at 12:29 AM

    안녕하세요, 약학대학 졸업후 인공지능 신약개발 관련 대학원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글 내용 처럼 ai는 뻥카다 혹은 제약회사에서 투자유치를 받기 위한 겉치장일뿐이다 등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분들(저희 교수님)이 계신데, 아직까지도 살짝 회의적이신지 입장이 궁금합니다.

    • Yoon Sup Choi September 28, 2020 at 2:48 PM

      저는 인공지능 신약개발 분야에 대해서 회의적이지 않습니다. 이 분야는 사실 연구의 역사가 아주 오래된 분야이고, 딥러닝의 접목이 최근 매우 활발한 분야입니다. 저도 관련 분야를 연구했었고요. 다만 회사별로는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과장되어 있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만, 매우 건실하게 하는 곳도 있습니다. 기술과 업의 특성상, 회사 외부에 있는 입장에서는 그것을 구분하기가 어려울 따름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다국적 제약사와 꾸준히 협업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기술력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eave A Response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