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CMS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메디케어의 새로운 지불 제도를 발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이후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가장 큰 호재가 되는 발표라고 해석하고 있기도 합니다. 바로 ACCESS (Advancing Chronic Care with Effective, Scalable Solutions)라는 새로운 지불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골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 성과(outcome)에 기반해서, 오리지널 메디케어 수가를 직접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치료 성과’를 기준으로 메디케어 수가를 ‘기업’이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변화입니다.
메디케어와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을 포함한 대부분의 의료 보험은 (의사의)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를 포함한 기술 기반의 치료 옵션을 환자에게 적용하고 수가를 받는 데 여러 제한이 있었습니다. 모든 기술이 의사의 행위와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것도 아니고, 환자의 주도로, 병원 밖에서 작동하는 기술도 많기 때문입니다. (원문에서 원격의료, 웨어러블, 애플리케이션 등의 기술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치료 성과 기반의 지불제도, ACCESS
CMS는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이런 ‘기술 기반의 치료 옵션’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서 ACCESS (Advancing Chronic Care with Effective, Scalable Solutions)라는 새로운 지불 제도를 내어놓았습니다.
ACCESS는 의료 행위 혹은 서비스의 제공량보다는 치료 성과(outcome)에 연동됩니다. 이번 제도에서는 ‘치료 성과 연계 지불(OAPs, Outcome-Aligned Payments)’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심장-신장 대사질환, 근골격계 질환, 행동 건강 질환(우울증, 불안) 등에 대한 만성질환에 적용되는 제도인데요.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가 혈압을 10mmHg 낮추도록 했느냐’와 같은 치료 성과를 달성했는지를 급여 지불의 기준으로 봅니다. 특히, 해당 조직이 맡고 있는 전체 환자 중에서 치료 성과(outcome)를 달성한 비율에 따라서 지불 수준이 결정됩니다. 기존의 행위 기반 수가와 달리, 아무리 많은 행위를 해도 환자의 치료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급여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임상의가 환자의 건강 상태를 가장 잘 개선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부여됩니다.
특히, ACCESS 제도에 참여하는 조직 (ACCESS care organization), 즉 기업이 메디케어로부터 직접적인 급여를 받습니다. 이 부분이 또 하나의 매우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더 정확히는 기업 뿐만 아니라, 병원 등의 조직도 이러한 ACCESS 조직으로 등록할 수 있지만, 결국 ‘기술’을 서비스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대상이 되는 조직은 기업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ACCESS care organization이 되기 위해서는 메디케어 파트B에 공급자(providers or suppliers)로 등록 되어야 하고, 해당 주의 면허 요건, HIPAA 준수, 임상 의사(clinical director) 지정 등의 세부적인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만, 어쨌든 이러한 조직으로 등록이 되면, 기업 자체가 provider가 되어서 직접 돈을 받는 주체가 된다는 것입니다. (ACCESS 조직에 의뢰한 임상의도 공동 관리 비용 (co-management payment)로 별도의 급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의료 서비스의 직접 제공자로
이러한 제도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분야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일단은 미국의 CMS가 치료 성과와 연동된 지불 제도를 신설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가지고 있던 ‘기술은 좋은데, 누가 돈을 낼 것인가?’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제가 이번 DHP 2025의 오프닝 키노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AGI 수준의 의료 인공지능 기술이 구현되면, 행위별 수가제는 여러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간 의사의 행위와 직접적으로 매칭되지 않는, 인공지능에 의한 의학적인 서비스/행위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가치 기반 지불제(value-based payment)로 가야 하는데, 이번에 CMS에서 실제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기존에는 기업들이 병원에 기술/서비스를 납품하던 간접적인(?) 제공자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직접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또 한 편으로는 책임도 커질텐데요. 임상 의사(clinical director)를 지정(아마도 내부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지 않을까 합니다)하고, 규제를 준수하면서 의료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책임까지 부여하겠다는 뉘앙스가 강합니다.
아마도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사점 중 하나는, 이런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환자의 outcome을 개선하는가’, ‘이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이지 않을까 합니다. 치료 성과에 지불이 직접적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단순히 인허가를 위한 임상 연구를 넘어선, PROM 등을 이용한 real-world에서 치료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효과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가 필수적인 역량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만성질환 환자들의 compliance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추가될 것입니다. 치료 성과를 달성해야 보상을 받는데, 환자들이 이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당연히 치료 성과가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델은 2026년 7월 1일부터 10년 동안 운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모델의 첫번째 성과 평가 기간에 참여하려면 2026년 4월 1일까지 참여 신청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국은?
저는 이 새롭고도 파격적인 제도가 CMS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위력을 제도권 의료 속에서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인공지능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환자에게 더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보험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이에 대해서 한국의 국민건강보험도 정확히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지불 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할 때마다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해외에 선례가 없다’는 것인데요. CMS가 이렇게 과감하게 변화함에 따라서, 국내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시작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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