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6th March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23andMe의 비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데이터!

얼마 전 Bio-IT world 에는 개인 유전정보 분석 기업 23andMe의 공동창업자 Anne Wojcicki 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열린 “Big Data in Biomedicine Conference” 에서 했던 키노트 스피치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발표에서 Anne Wojicicki는 23andMe의 철학과 비전에 대해서 매우 인상 깊은 이야기들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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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23andMe는 개인 유전정보 분석 산업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혁신적인 생명공학 벤처 회사입니다. 실리콘벨리에서 2006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현재 단돈 $99 만 내면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120여 개의 주요 질병에 대한 발병 확률, 50개 질병 유전자의 보인자 현황 (carrier status), 20여개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 그리고 60여개의 유전적 특징들에 대하여 분석해줍니다 (자세한 리스트는 여기 참조).

 

공동 창업자, ‘구글의 안주인’ Anne Wojcicki

이 회사는 공동 창업자 Anne Wojicicki가 다름 아닌 구글의 공동 창업자 Sergey Brin 의 아내라는 점에서 더더욱 유명세를 타기도 하였습니다. 구글 이야기를 보면 Sergey Brin의 여자 친구 집 차고에서 창업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여자 친구가 다름 아닌 Anne Wojicicki 입니다.

스탠퍼드 물리학과 전 학과장 Stanley Wojcicki를 아버지로 둔 그녀는 예일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였고, 10여년간 월스트리트에서 헬스케어 산업에 투자 업무를 담당하다가, 실리콘밸리로 돌아와 2006년 23andMe를 공동창업하게 됩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파킨슨 병을 앓았던 가족력이 있는 Sergey Brin이 23andMe의 분석을 통해 자신 역시 이 병의 발병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는, $50m 을 23andMe의 연구에 기부하였던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313370-sergey-brin-and-anne-wojcickiSergey Brin과 Anne Wojcicki 부부

 

무거운 주제, 가벼운(?) 접근 방식

사실 23andMe는 ‘유전 정보’ 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기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제를  약간은 흥미로운 접근 방식들을 통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초기에 23andMe는 사업을 프로모션 하기 위해서 유명인사들을 모아 소위 ‘침 뱉기 파티 (spit party)’ 를 하면서 고객들을 확보하기도 하였습니다. 재미 있게도 이에 관한 뉴욕타임즈 기사는 ‘Health’ 섹션이 아닌 ‘Fashion & Style’ 섹션에 실렸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초기의 23andMe를 생명공학회사라기 보다는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회사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분석 내용 중에서도 심각한 질병 등에 대한 분석 뿐만이 아니라, 귀지의 유형이나 (서양인은 귀지가 끈적끈적한 액체 형태로도 나오는 사람이 있다는 군요), 머리카락 곱슬머리 정도, 냄새를 잘 맡는 정도, 대머리가 될 확률 등의 다소 가벼운 분석들도 포함을 하였습니다. (사실은 이 것들이 장기적으로 23andMe가 그리는 아주 큰 그림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나중에 다루어보겠습니다)

또한 아래의 동영상을 보시면 23andMe의 분위기(?)에 대해서 감을 잡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주는 Ancestry 분석

뿐만 아니라 미국 다인종 다문화 국가에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자신의 뿌리 (ancestry)’에 대해서도 분석을 해 줍니다. 즉, 나에게 유럽/아프리카/아시아 인종의 유전자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모계, 부계의 조상이 어느 대륙에서 왔는지, 자신에게 네안데르탈의 피가 얼마나 섞여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분석을 해 주는 것입니다 (아래의 그림 참조). 단일 민족 국가인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부분이 크게 주목 받지는 못할 것 같지만, 서양인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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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파격적 가격 정책

창업 초기에 23andMe는 분석 서비스를 $999 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에 내어 놓았습니다. 당시에는 분석 가능한 질병이나 유전 특징들도 지금보다 적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썩 매력적이지 않았던 가격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가격은 2008년 9월에 $399 으로, 또 2012년 12월에는 $99 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내려왔습니다. 처음에 제시했던 가격의 10배 가까이 내려오게 된 것입니다. 이는 IT 기술과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의 탓도 있었겠지만, Anne Wojcicki 자신이 블로그 포스팅에서 밝혔다시피, 작년 말 $50m 의 새로운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서비스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어 더 많은 고객들의 유전 정보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Anne Wojcicki는 23andMe의 올해 목표가 1,000,000 명의 유전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 숫자가 의학을 새로운 분야를 이끌고, 지금까지 답하지 못했던 질문들을 해결할 수 있는 티핑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1,000,000 명의 유전 정보라는 ‘빅 데이터’를 선점하겠다는 것은 실로 야심찬 계획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One million customers can be the tipping point that moves medicine into the molecular era.  …  A genetic data resource of this magnitude has enormous potential to address unanswered questions related to the contributions of genes, the environment and your health. ” 

(다만, 이러한 개인의 민감한 유전 정보가 어떠한 절차와 방식으로 이 영리 기업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익명성을 보장하고, 사용자의 동의를 받는 등의 절차를 포함할 것 같습니다만.. 혹시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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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습니다만, Anne Wojcicki 는 이번 “Big Data in Biomedicine Conference” 에서 23andMe의 철학 및 비전에 대해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하였습니다.

 

23andMe의 도발적인 철학

먼저 그녀는 헬스케어 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이것이 돈이 될 만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 (What is-and what isn’t-a billable question)’을 따지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헬스케어 투자 업계에서 오래 일했던 그녀는 기존의 헬스케어 산업은 ‘질병은 돈이 된다 (disease makes money)’ 는 간단한 공식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그녀의 도덕적 기준 (moral compass)에 맞지 않았으며, 23andMe 역시 개인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serving first the individuals) 도발적인 철학 (rebellious attitude)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개인 유전체 분석에 대해서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고 합니다. “아직 의미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There’s nothing meaningful yet!)” 이라는 것과 “이것은 엄청나게 중요하며, 이러한 정보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이 두 가지 의견 모두가 일리가 있으며 “유전학이 만능은 아니지만, 유용한 도구인 것은 확실하다 (Genetics won’t be everything, but it is a useful tool)” 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23andMe가 전유전체 시퀀싱 (whole genome sequencing)이 아닌 genotyping 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 “시퀀싱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지만, 모든 고객들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Genotyping도 매우 정확하며, 고객에게는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하였습니다.

 

고객의 자발적인 참여에 따른 유전학 연구

또한 23andMe의 개인 유전 정보를 이용한 연구/분석 활동과 관련하여 Anne Wojcicki는 인간의 두 가지 특성을 활용한다고 했습니다. 한 가지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페이스북이나 유투브 등을 통하여 ‘공유’ 하고자 하는 성향이고, 다른 한 가지는 유방암 퇴치를 위한 비영리 단체인 Susan G. Kome 처럼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열망’ 이라고 하였습니다.

23andMe는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직접 자신도 유전학의 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분석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이 일종의 설문조사를 통해서 자신의 유전형과 관련된 특징들과 관련한 데이터를 23andMe에 제공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오른손 잡이/왼손 잡이, 쓴 맛을 인식하는 정도,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정도, 우유의 유당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 등에 대한 조사들에 고객들은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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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링크들 중에 ‘Ten Things About You (당신에 관한 열 가지)’ 링크에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조사 항목들이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밝은 햇볕에 노출되었을 때 재채기를 하는지, 아침형 인간/올빼미형 인간인지, 깍지를 꼈을 때 어느 쪽 엄지가 위로 올라오는지 등 사소해 보이기까지 하는 특징 (표현형)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특징 이외에도 23andMe는 파킨슨씨 병 (Parkinson’s Disease) 등 정통 의학에 관련된 유전학 연구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파킨슨씨 병은 23andMe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이며, 관련 유전자에 대해서 특허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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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용자에게 genotyping을 통해 유전형 분석을 해주고, 이후 사용자가 자신의 표현형(phenotype) 데이터를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제공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유전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혁신적인 모델입니다. 무서운 점(?)은 이렇게 고객들로부터 ‘자발적’으로 피드백 받은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 나가면서 23andMe 분석의 정확도는 더욱 더 정확해질 것이며, 새로운 유전형-표현형의 관계도 계속해서 밝혀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만약 23andMe 의 목표대로 만약 향후 1,000,000 명의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쌓인다고 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입니다. 이번 강연에서 Anne Wojicicki 가 언급한 바에 따르면,  고객 중 81%가 10개가 넘는 연구 질문에 답하고 있다고 하며, 매주 1 million 개의 표현형 데이터 (phenotypic data) 가 축적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웹페이지를 보면 파킨슨씨 병의 경우 이 연구에 대한 참여자가 벌써 10,00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정말 그녀가 이야기 한 두 가지 인간의 본성,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와 ‘다른 사람을 돕고 싶은 욕구’가 잘 발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발적 연구 참여자에게 credit을

재미 있는 점은 이렇게 상호교류를 통한 연구가 최대한 투명하고, 데이터를 제공한 참가자들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마치 자신이 실험 대상체 (human subject) 처럼 대해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들은 그들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나온 모든 연구 결과와 논문들을 받아보게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23andMe는 참가자들에게 ‘이 것 봐요! 당신이 이걸 정말 해냈어요!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어요!! (Hey, you actually did this! That’s great!)’ 하고 이야기 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데이터!

Anne Wojicicki는 $99로 가격을 내림으로써 올해 안에 1,000,000 명의 고객을 확보하기를 원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규모의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것은 “진짜 정말로 파괴적(really truly disruptive)” 일 것이라며, 자신들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create so much data that you cannot ignore this anymore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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