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09th May 2022,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2022년 주목할 디지털 헬스케어 이슈 (3) 원격의료의 영구적 합법화, 이번에는?

(3) 원격의료의 영구적 합법화, 이번에는?

올해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주요 이슈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원격의료의 합법화 이슈입니다. 원격의료는 그동안 한국 의료 산업에서 항상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지속적인 논란, 갑론을박, 법적 논의가 진행되었고, 거의 ‘금기어’ 취급을 당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코로나 19 판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글로벌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원격의료 분야는 완전히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한국의 원격의료 분야에 근본적인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한국에서 현재 원격의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은 계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판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 2월 복지부는 판데믹 상황에 한해서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였고, 이런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시적 원격의료의 허용, 그 이후는?

한시적 시행 이후 국내 원격진료 시행 횟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는데요. 지난 2022년 1월 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원격진료를 진행한 누적 환자수는 무려 35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국내에서 원격의료가 이렇게 대규모로 시행된 것은 유사 이래 최초입니다.

그 이전부터도 원격의료가 허용될 경우에 대한 여러 예상이나 갑론을박이 많았습니다만, 이제는 ‘예측’보다 이런 현실에서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병원 쏠림현상, 의료비 낭비, 의료사고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일단 이 352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되는 것입니다.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 때문에 피치 못하게(?) 얻어진 데이터입니다만, 원격의료에 대한 여러 논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귀중한 데이터입니다. 최근에 심평원에서는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시적 비대면 진료(전화상담·처방) 시행에 따른 효과 평가 연구“를 내어놓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보고서의 내용도 따로 한 번 다뤄보겠습니다.

이러한 한시적 허용은 말 그대로 ‘한시적인’ 허용이기 때문에 코로나 판데믹이 끝나면, 이런 한시적 허용을 영구화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로 다시 되돌릴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현재는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서 판데믹 상황은 하루하루 더 악화되고 있으므로, ‘코로나 이후’를 이야기 하는 것은 시기상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마도 연내로는 원격진료의 합법화 논의에 대한 결론이 어떤 식으로든 나지 않을까 합니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긍정론자들은 연내로 판데믹의 종식을 점치고 있기도 하며, 또한 2021년 하반기에 원격의료의 합법화에 대한 안건이 국회에 상정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 개정안에 대해서는 제가 별도의 포스팅에서 자세하게 다뤄드린 바 있습니다.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분석”)

그리고 과거와는 달리, 의료계 내부에서도 최근에는 상당히 전향적인 의견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원격의료 업계의 입장에서는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1, 2, 3] 아직 세부적인 입장들은 여러 갈래로 나눠지긴 합니다만, 일단 ‘금기어’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논의를 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너무도 큰 변화입니다. 이런 변화를 보고 있으면, 코로나19라는 외부적인 충격이 보수적인 의료계에도 얼마나 영향을 크게 미쳤는지 새삼 감탄을 하게 됩니다.

허용 방식은 원격진료 회사에게 생존의 문제

하지만 산업계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제가 항상 강조하듯이, 원격의료가 단순히 허용될지 말지의 여부가 아니라, ‘어떤 형식으로’ 허용될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허용되는 세부적인 형식에 따라서 상당히 다른 유형의 원격진료가 구현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걸 ‘원격진료의 5하 원칙’ 이라고 부르지요.) 이에 따라서 현재 한시적 허용하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들의 서비스 모델, 사업 모델이 일시에 불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사업자들은 사업 모델을 크게 바꿔야 하거나, 심지어는 폐업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가 농반진반으로 ‘대항해시대’에 빗대어, ‘대원격의료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한국에 수많은 회사들이 원격진료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스타트업도 있고, 중견 기업이나 대기업들도 관심을 보이는 곳들이 있지요. 이미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스텔스모드 혹은 주변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팀들을 합치면 적어도 20곳은 넘어 보입니다. 이 중에는 벤처캐피털에서 적지 않은 규모의 투자를 받은 곳도 있으시고요.

이런 회사들은 일단 무엇보다 허용이냐 금지이냐를 넘어서, ‘어떻게’ 허용될 것인지에 대해서 매우 주의 깊게 보셔야 합니다. 특히 현재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1차 병원만 원격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이냐 (‘누가’), 환자가 특정 질환군으로 제한 될 것이냐 (‘누구에게’), 초진을 원격으로 할 수 있을 것이냐, 의약품 배송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 (‘어떻게’) 등을 봐야 합니다.

저는 아무리 원격의료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요소들에 어떤 식으로든 제약이 생기지 않고서 전면적으로 허용되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0에 가깝다고 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현재 앞다투어 쏟아지고 있는 원격의료 팀들의 대부분은 이 부분에 대해서 별로 깊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인상입니다. 여기에 투자하는 투자사들도 그러하고요. 제가 내부적인 사정까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요.

더 나아가자면, 합법화의 이슈와는 별도로 한국에서 원격의료 회사가 정말 사업성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완전히 별개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원격의료 서비스 자체로는 한국에서 유의미한 규모 이상으로 사업이 성장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정부의 가격 컨트롤, 대면진료라는 (특히 한국에서) 접근성 높은 대체재의 존재, 플랫폼에서 의사에게 직접 수수료 과금이 어려운 법적 구조, 밸류체인에서 원격의료의 바로 뒷단인 의약품 배송의 합법화는 또 완전히 별개로 풀어야 할 이슈라는 점 등 때문입니다.

혹은,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말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원격의료 회사가 한국에서도 나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원래 혁신이란 저같은 자칭타칭 전문가 나부랭이들이 전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나오는 것이니까요.) 오히려 이런 혁신이 한국에서도 나오는 것이 정말로 필요합니다.

여튼 원격의료 회사의 사업성 이슈도, 일단 원격의료가 어떤 식으로든 합법화가 된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한 것이겠지요. 변화의 기류는 수면 위에서, 수면 아래에서 모두 보이고 있기는 합니다만, 역시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의료계도, 산업계도 너무 많은 논란과 어려움을 겪어 왔었으니까요. 투자 분야에서는 가장 위험한 말이 ‘이번에는 다르다’ 라고도 합니다만, 정말 원격의료의 허용이 이번에는 다를지 지켜볼 일입니다.

(4편 ‘헬스케어 슈퍼앱이 나올까’로 이어집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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