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09th May 2022,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2022년 주목할 디지털 헬스케어 이슈 (1)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는 누가 될까?

2022년 새해가 밝은지는 조금 시간이 흘렀습니다만, 올해 주목해 봐야 할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의 몇가지 이슈들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존에도 미래 가치를 인정 받는 분야였지만, 코로나19 판데믹을 거치면서 단숨에 메인 스트림 산업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비해서는 그 위상이 아직은 상대적으로는 낮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한국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대형 IT 회사와 통신3사 등이 앞다투어 디지털 헬스케어에 뛰어들고 있고, 유수의 벤처캐피털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를 주요 투자 관심 대상으로 꼽고 있습니다. 2013년 정도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한 우물만 파면서 (이 블로그가 생긴 것이 2013년 1월입니다) 미래를 부르짖었던 저조차도, 최근의 높은 관심도가 잘 적응이 되지 않을 때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세상이 빠르고 크게 바뀌었다는 것이겠지요.

업계가 주목을 받으면서 덩달아 저도 요즘 너무 바빠지고 있어서, 블로그에 글을 정리할 시간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분야가 커지고 새로운 이슈들이 많이 생기면서, 예전보다 개별적인 이슈들을 더 깊게 파고들 여력이 적어졌기도 하고 말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분야가 성장함에 따라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합니다. 2013, 2014년처럼 저혼자 모든 이슈를 다 커버할 수 있을 정도라면, 분야가 성장하지 못하고 여전히 영세했거나, 혹은 제가 분야의 성장에 맞춰서 진화하지 못했거나 일테니까요.

이번 글에서는 제가 최근에 저희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해서 올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몇가지 이슈들에 대해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주목받고, 성장하고, 넓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점들은 산재해 있습니다. 예전부터 남아 있던 문제도 있고, 또 코로나를 거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이슈도 있습니다.

이 부분들은 제가 실제로 업계에서 현재 주목하고 있는 이슈들입니다. 글 자체는 예전부터 생각해왔었고, 초안도 지난 설연휴에 써놓았는데 이제야 블로그에 정리하는군요. 독자 분들께서도 현재 업계의 상황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으며, 피드백이 있으시면 댓글로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아시다시피 저는 업계의 많은 회사들, 기관들, 개인들과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제가 충분한 디테일로 쓰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행간도 함께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슈들의 순번은 중요도와는 관계 없고, 모두 같은 계위의 이슈가 나열된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슈 (1)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는 누가 될까

현재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디지털 치료제’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라는 키워드를 내건 스타트업이 엄청난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받고 있기도 하고, 각종 대기업들이 진출하며, VC들이 주목할 키워드로 잡고 있고, 중앙일간지에서도 디지털 치료제가 등장할 정도입니다. 저는 수년 전부터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서 강의도 하고 졸저에서도 별도 챕터로 소개하기도 했었습니다만, 한 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던 때가 있었는데요. 때문에 현재의 관심도를 보면 상전벽해를 실감하곤 합니다.

초창기에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개념 자체에도 혼동이 있었고, 이 키워드를 아무렇게나 온갖 아이템에 갖다붙인 사업계획서들이 난무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혹은 자신의 이권에 맞게 이 키워드를 ‘한국형’으로 왜곡하려던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분들도 디지털 치료제로 창업하셔서 최근에 VC 투자를 받으셨더군요.) 저는 항상 글로벌에서도 통용되는 개념의 정의와 기준을 한국에서도 써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트러블도 적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치료제 가이드라인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식약처에서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한 여러 가이드라인 등이 나오는 등 이런 논란은 이제 잘 정리가 되었습니다. 식약처에서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디지털 치료제의 개념과 분류 기준 등은 2020년 8월에 나온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먼저 보시면 됩니다. 저를 포함한 전문가들과 디지털 치료제를 제대로 개발하고 계신 여러 실무자들이 협의체에 참여하면서 함께 만든 가이드라인으로 글로벌 기준에 잘 맞게 나왔습니다.

더 나아가, 디지털 치료제의 분류 이후에, 인허가를 위해서 디지털 치료제의 안전성과 성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임상시험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2021년 12월에 나왔습니다. 불면증, 알코올 사용장애, 니코틴 사용장애 등 세 가지 적응증에 대한 것으로, 연세대 신재용 교수님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주도하셨고 저도 약간 참여했습니다. 아직은 적응증이 세 가지밖에 안되지만 다른 적응증에 대해서도 추후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이러한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출됨에 따라서, 한국에서도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로 식약처의 인허가를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이 현시점에서 불과 3개월 정도 전인 2021년 12월에 나왔으니, 당연히 아직 1호 디지털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기로 현재 확증임상 중인 디지털 치료제는 웰트의 필로우Rx(불면증), 에임메드의 솜즈(불면증), 라이프시멘틱스의 레드필 숨튼 (호흡 재활), 뉴냅스의 뉴냅비전(시야장애), 하이의 엥자이렉스(범불안장애) 등입니다. (추가: 에이메드 김수진 상무님의 코멘트로, ‘하이의 엥자이렉스’의 확증임상 소식도 추가합니다!)

보도에 따라서, 확증임상 중인 회사가 더 있다고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알코올 사용장애 및 니코틴 사용장애 디지털 치료제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연구 과제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더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최근에 확증 임상을 시작했거나, 조만간 시작할 계획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튼 제가 아는 범위에서 일단 위에 언급한 회사들은 확실히 확증 임상 중에 있습니다. 참고로, 이 회사들 중에 뇌졸중 장애로 생긴 시야 장애를 재활하는 뉴냅스의 뉴냅비전은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기 이전인 2019년 7월에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일찍이 받고 확증임상에 돌입했기 때문에, 약간 예외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회사들은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확증 임상에 들어갔습니다.)

1호 디지털 치료제: 뭣이 중헌디?

일단 이 중에서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에서 전망하기로는 확증임상이 계획대로 무리 없이 잘 진행된다면, 연내로는 첫번째 인허가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기업들이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냐면, 식약처의 인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들이 개발한 디지털 치료제가 1호라고 주장하고, 심지어 신의료기술평가까지 통과했다는 주장을 하다가 문제가 된 회사가 있을 정도입니다.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소식이었고 이미 기사도 났습니다만, 이 회사는 아마도 의료법 위반으로 처분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라는 것이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 이상으로, 사업적으로는 실제 얼마나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사업적인 성과를 얻으려면, 수가를 받고, 의사를 설득하고, 환자가 잘 사용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하지만, 이것이 1호 인허가 여부와는 별개이기 때문입니다. 1호 디지털 치료제라는 타이틀로 약간의 주목은 더 받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근한 예로, 과거 수많은 화제를 낳았던, 인공지능 의료기기에 비춰볼 수 있습니다. 뷰노의 골연령 판독 보조 인공지능이 ‘국내 1호 인허가‘의 타이틀을 쥐었지만, 이것이 사업적 성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지요. 이 인공지능은 이제 여러 병원에 도입되었지만, 그것이 단순히 ‘1호’ 이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지금처럼 1호에 대한 경쟁이 너무 과열되면 식약처에서 아예 발표 타이밍을 맞춰서 여러 디지털 치료제를 한날한시에 한꺼번에 인허가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경쟁이 너무 과열되고, 심지어 과장 광고까지 나올 정도이니 식약처에서도 어느 하나만을 1호로 인허가하기가 부담스러우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적으로 제 개인 추정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별개의 이슈로 다루겠습니다만, 산업적으로 중요한 것은 인허가보다는 결국 수가입니다. 지금까지 복지부와 심평원에서도 디지털 치료제 관련 수가를 고민해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식약처에서 1호 디지털 치료제가 나오게 되면, 관련한 신의료기술평가 및 급여 기준에 대해서도 고민이 본격화 될 것입니다.

(2편 ‘인공지능과 디지털 치료제 수가’로 이어집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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