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2nd November 2021,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분석

최근 원격의료를 합법화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 두 개가 연이어 국회의원들에 의해 발의되었습니다.[1, 2] 이 두 가지 개정안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 개정안의 내용을 조금 들여다볼까 합니다.

의사-환자 간의 원격의료는 한국에서 기본적으로 불법이었지만, 작년 2월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원격진료(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는데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시적 허용 이후 올 9월 5일까지 전화 처방 건 수를 기준으로 276만 건의 원격진료가 시행되었습니다.[ref] 지난 80년대부터 30건 넘게 시행되어 온 원격의료 관련 시범사업을 포함하더라도, 유사 이래로 한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원격의료가 시행 된 것은 처음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원격진료를 제공하는 민간 회사들이 다수 설립되고, 일부는 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죠. 또한 의료계와 약업계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마찰이 있기도 했습니다.

최근 조금씩 코로나 판데믹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가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판데믹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원격의료를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가 고민거리가 되었습니다. 사실 판데믹 기간 동안 원격의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급여 혜택을 통해서 원격진료를 ‘장려’ 했던 것은 미국 등 해외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런 국가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원천적으로 불법이었던 원격의료를 한시적 허용을 했던 상황이었지요. 때문에 이를 다시 불법으로 되돌릴 것인지, 아니면 판데믹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진행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갈지가 고민스러운 상황입니다. 사실 최근에 수면 아래에서, 수면 위에서 상당히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 결과로 국회의원들이 의료법을 일부 개정하여 원격진료 (비대면진료)를 제한적으로 합법화 하기 위한 안건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의안이 접수되어 있습니다.

    • [2112756]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강병원 의원 등 10인)
    • [2112870]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최혜영 의원등 12인)

두 개정안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모두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위한 제안을 담고 있지만, 허용하는 범위에서는 세부적으로 꽤나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산업계의 입장에서는 의료법이 어떻게 개정되는지에 따라, 진행하는 사업의 사업성 뿐만 아니라, 사업의 가능 여부 자체가 결정됩니다. 따라서 의료법의 개정 여부, 어떻게 개정되는지를 예의주시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작년 5월 “한국의 원격의료에 대한 생각과 그 생각에 대한 생각” 이라는 긴 포스팅에서 원격의료의 개념, 정의, 여러 이슈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소위 ‘원격의료의 5하 원칙’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원격의료를 허용한다고 해도, 누가, 누구에게,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을 허용하는지에 따라 상당히 다른 모습의 원격의료가 구현되기 때문입니다. 해당 글은 몇몇 국회의원들께도 전달되었고, 이제는 의료계에서도 이런 5하 원칙을 논의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이번 개정안도 이런 ‘5하 원칙’에 따라서 해석을 해보겠습니다.

원격의료의 종류

 

원격의료의 5하 원칙

 

강병원 의원의 발의안

먼저 강병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9월 30일에 발의된 안건입니다. 이 개정안에서 제안하는 원격의료의 범위를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누가: 의원급 의료기관이 (즉, 대형 병원은 불가)
  • 누구에게: 고혈압, 당뇨, 부정맥 및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질환 환자에게 (즉, 다른 질병 환자에 대해서는 불가)
  • 언제: 재진에 한해서 (즉, 초진은 불가)
  • 무엇을: 관찰, 상담 등의 원격 모니터링에 한해 (즉, 화상 전화, 음성 전화를 통한 원격진료는 허용하지 않음)

‘어떻게’는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원격 환자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환자가 사용하는 측정 장비나 웨어러블 센서 등이 있어야 할테고, 병원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를 수신하고 모니터링하기 위한 장비가 필요하겠지요.

또한 의료계에서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책임소재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원격지 의사 (원격의료를 하는 의사)는 대면 진료와 동등한 책임을 지되, 단 환자가 지시를 따르지 않았거나, 환자의 장비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예외라는 것입니다.

일단 이 제안은 원격 환자 모니터링이라는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극히’ 제한적이라고 언급하는 이유는 판데믹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전화진료에 대한 언급은 없고 (즉, 포지티브 규제인 한국에서는 불법이 됩니다), 원격 환자 모니터링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서, (판데믹 관련 한시적 허용과는 상관 없이) 원격 환자 모니터링은 기존에도 복지부 유권해석을 통해서 데이터의 전송과 내원 안내 정도까지는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서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안에 고혈압, 당뇨, 부정맥의 질환명까지 적시함으로써, 유권해석 기반의 현행보다 오히려 시행범위가 축소되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전화 진료가 아닌) 원격 환자 모니터링만 허용한다면, 굳이 ‘누가’를 의원급으로만 한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원격의료학회도 세 종류의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해서 의원급으로만 제한하는 것이 질병 환리에 실효가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원격 환자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수신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와 또 의료진들의 여력이 필요할텐데 이런 부분들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또한 세부적인 대상 질병까지 의료법에 적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습니다. (저도 이 학회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학회원 의견 취합 시에 제 의견도 약간 반영되었습니다.)

 

최혜영 의원의 발의안

두 번째는 최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입니다. 이 개정안은 지난 10월 18일에 발의된 안건으로, 20일 정도 전에 강병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첫번째 안건과 거의 동일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여러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요. 조금 더 정교하고, 세밀한 부분들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역시 5하 원칙에 따라서 정리해보겠습니다.

  • 누가
    • 의원급 의료기간에 한하여 실시 (즉, 대형 병원은 불가)
    • 다만, 병원급 의료기관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환자는 예외
  • 누구에게
    • 1. 섬, 벽지 등 의료기관까지의 거리를 고려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
    • 2. 교정 시설에 수용 중인 사람, 현역 복무 중인 군인
    • 3. 대리수령자에 의한 처방전 수령이 가능한 환자
    • 4-가. 고혈압, 당뇨병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만성질환자와 정신질환자
    • 4-나. 수술/치료를 받은 후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의 작동상태 점검 또는 욕창 관찰, 중증/희귀난치 질환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
  • 언제
    • 4-가, 4-나의 환자에게는 1회 이상 대면진료를 한 이후에 가능 + 주기적 대면 진료 전제
    • (명시가 되어 있지는 않으나) 1, 2, 3의 환자들에게는 초진도 가능한 것으로 보임
  • 무엇을
    • 지속적 관찰
    • 상담, 교육
    • 진단 및 처방
  • 어떻게
    •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과 장비를 갖춰서 (+ 시설 및 장비는 국가와 지자체에서 예산 지원 가능)
    •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환자 비율 내에서 (즉, 비대면 진료만 하는 의료기관은 불허)

이를 보면, 첫번째 강병원 의원 대표발의안과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원격 모니터링 뿐만 아니라, 상담 및 교육, 더 나아가 진단 및 처방까지도 가능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원격진료를 시행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누가’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는 의원급 의료기간에 한하지만, 예외적으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병원급 의료기관도 원격진료를 할 수 있게 하였으므로,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합니다. 앞서 언급한, 한국원격의료학회의 우려도, 이런 부분에서는 조금 경감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누구에게 등에서 조금 더 세부적인 분류가 되어 있으며, ‘벽지 지역에 대한 정의’, ‘만성질환자의 범위’, ‘필요한 시설과 장비’, ‘비대면 진료의 비율’ 등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의료법이 아닌 보건복지부령으로 정의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너무 구체적인 조건이 ‘의료법’으로 규정되어 있을 경우에, 이 조건을 바꾸려면 다시 법 개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이렇게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할 수 있게 하면, 법 시행 시에 시행착오가 있는 경우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다만, 향후 보건복지부령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따라서, 시행 범위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게 되는데요. 만약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에는, 그 다음 논의는 보건복지부령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로 넘어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초진이 원격으로 가능한지의 여부는 ‘누구에게’ 제공하는 원격진료인지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섬/벽지, 교정시설, 군부대 등의 환자에 대해서는 초진이 가능하지만, 만성질환자, 수술 후 환자, 중증/희귀난치 질환자 등에 대해서는 재진부터 가능합니다. 일부 초진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재진부터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병원 의원 발의안과 큰 차이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더 세부적입니다.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과 장비를 갖춰야 하고 (사실 기본적인 원격의료를 하기 위해서, 고도의 장비를 갖춰야 할 필요는 없긴 합니다), 전체 환자 중에 원격진료를 하는 환자의 비율도 정해놓습니다. 이는 독일에서 시행하는 원격진료와 유사합니다. 독일은 원격의료의 비중을 정해놓았다가, 코로나 판데믹에서 이 비중 제한을 없앤 바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의료계에서 민감해하는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면책 가능한 사항을 조금 더 상세히 정의하여 놓았으며, 비대면 진료에 대한 시설 및 장비를  갖추는데 필요한 예산을 국가와 지자체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사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통해서 의료계에 원격의료 시행에 대한 우려를 낮추고, 재정적인 보상책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발의안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부분은 비대면 진료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의료인은 면책됩니다.

  1.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행한 의료인의 지시를 따르지 아니한 경우
  2. 통신오류 또는 환자가 이용하는 장비의 결함으로 인한 경우
  3. 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자신의 건강상태 등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 경우
  4. 그 밖에 비대면 진료를 행한 의료인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는 경우

4번에 언급되는 ‘과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는 경우’라면 당연하게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명확히 한 번 더 정의해주는 효과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면진료와 여러 방식에서 다르게 이뤄지는 원격진료의 경우, 과실을 인정할만한 근거를 어떻게 수집할지는 대면진료와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총평

지금까지 원격의료 합법화에 대한 두 가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 살펴보고, 두 가지가 어떻게 같으면서도 다른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지만, 원격의료를 합법화 하느냐, 마느냐도 중요합니다만, ‘어떻게’ 합법화할 것인지는 더욱 중요합니다. 원격의료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도, 앞서 설명드린 5하 원칙에 따라 세부적으로 어떤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서, 결과적으로 상당히 다른 방식의 원격의료가 구현되게 됩니다. 이에 따라서, 의료계도, 산업계도 큰 영향을 받게 되므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특히, 사업자들의 경우에는 사업의 가능 여부 자체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지켜봐야 합니다.

이번 개정안은 원격의료를 ‘어떻게’ 합법화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 두 가지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정안이 발의되었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사실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될지 자체도 앞으로 지켜봐야만 합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과거 18대, 19대, 20대 국회에서도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가, 국회 통과는 최종적으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코로나 판데믹을 거치면서 20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시행하면서, 276만건의 진료가 진행된 이후, 발의된 개정안이므로 그 무게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판데믹이라는 큰 충격을 겪은 이후로 논의되는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는 어느때보다 활발합니다. 최근 의협에서도 원격의료TF를 구성하면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는 모양새입니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습니다만, 한국에서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논의를 거쳐서, 합리적이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방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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