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04th October 2021,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Consolidation

만약 제게 최근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물어보신다면, 저는 consolidation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consolidation을 한글 단어 하나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M&A를 통한 기업들 간의 통합’ 정도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즉, 최근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간의, 혹은 인접 분야에 있는 기업들과의 인수합병을 통하여 시장의 구조가 매우 활발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더욱 성숙해지고 있으며, 초기 단계를 넘어서 그다음 phase로 옮겨간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뉴스를 챙겨보시는 분들은 최근 크고 작은 M&A 뉴스를 자주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동종업계 내의 M&A 는 그리 드문 일은 아닙니다만,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M&A 숫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경향성도 약간 달라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Rock Health의 레포트를 보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내부의 인수합병은 올해 상반기에만 80건으로, 이미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consolidation의 원인: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consolidation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시장 자체가 크게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해마다 기록을 갱신하고 있으며, 스타트업의 수와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지면서 고객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주요 고객인 self-insured employer 마켓에서는 이미 서비스가 너무 많아서 압도된다 (‘we are inundated’)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수천 개’의 회사가 있기 때문에 이 중 서비스 제공자로 누구를 골라야 할지 고르기가 어려운 상황이죠. 서비스 종류별로 봐도, 당뇨, 수면, 심혈관, 비만, 체중감량, 피트니스 등등의 서비스를 개별 기업이 (대부분의 경우) 하나씩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일례로, 멘탈 헬스 서비스를 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 시장에 제공하는 스타트업만 해도 100개가 넘어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고객들은 개별 서비스 제공 회사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다른 상보적인 서비스 라인업을 갖춘 회사들과 합병하라고 푸쉬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들은 뽀족한 컨셉으로 ‘한가지’ 종류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소위 ‘point solution’ 회사들이지요. 헬스케어 시장의 특성상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은 여러 헬스케어 니즈에 여러 헬스케어 서비스를 사용하기보다는, 여러 니즈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All-in-One 서비스를 더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여기에서 서비스 제공 회사들이 택할 수 있는 한 가지 옵션은 자체적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추가하는 쪽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이러한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Omada Health는 전당뇨 대상 서비스를 주로 하다가, 이제는 당뇨, 고혈압, 멘탈헬스, physical therapy 등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리봉고 등 다른 만성질환 관리 회사나, 디지털 치료제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사실 오마다 같은 회사들이 왜 자꾸 원래 잘하던 비즈니스에 집중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걸 추가하며 문어발 확장을 하나 싶었습니다만, 그게 고객의 요구이고 시장 구조의 변화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내의 인수합병을 통한 consolidation

또 다른 방식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내의 기업들 사이에서 인수합병을 통해서 서비스 라인업을 확장하고, 몸집을 불리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시장의 consolidation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기업의 인수합병에는 결국 또 돈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유망하기 때문에 많은 투자금이 들어왔고, 그 결과 많은 회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그 숫자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consolidation을 위해서 또 다시 돈이 더 많이 투입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최근 보고된 인수합병 중에서 굵직한 것들을 몇 가지 언급해보자면, 아래와 같은 딜들이 있습니다.

  • 원격진료/의약품배송 스타트업 Ro의 여성 건강 스타트업 Modern Fertility 인수 [ref]
  • 원격진료 스타트업 Grand Rounds의 LGBTQ 헬스케어 스타트업 Included Health 인수 [ref]
  • 원격진료 스타트업 Grand Rounds와 원격진료 회사 Doctor On Demand 의 합병 [ref]
  • 원격 멘탈 헬스 스타트업 Ginger와 마음챙김 명상 스타트업 Headspace 합병 [ref]
  • 개인 유전 정보 분석 회사 Invitae가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 Ciitizen 을 인수 [ref]
  • 헬스케어 네비게이션회사 Accolade가 원격진료 스타트업 PlushCare와 2nd.MD를 인수 [1, 2]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하는 유형은 꽤 다양합니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회사들이 합치면서 고객군을 더 넓히는 경우도 있고,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합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기존 서비스에서 더욱 특화된 서비스를 내어놓기 위함인 경우도 있지요.

작년 텔라닥-리봉고의 대규모 인수합병은 밸류체인 상에서 인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두 기업이 합병하면서 고객들에게 크로스 셀링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었습니다. 원격진료 스타트업 Grand Round는 또 다른 원격진료 스타트업 Doctor On Demand와 합병하면서 사세를 키웠고, Included Health를 인수하면서 원격진료 중 LGBTQ 관련 서비스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Ro의 경우에도 Modern Fertility를 인수하면서 원격진료 사업에서 여성 건강 부문을 더욱 특화하기로 했지요. Ginger와 Headspace의 합병은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시장에서 약간씩은 다른 세그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회사들이 수평적으로 빠르게 확장하기 위한 합병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메가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의 탄생?

이러한 consolidation은 시장의 성숙에 따라서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볼 수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또한 다이나믹하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여러 바이오벤처가 수없이 많은 인수 합병을 거치면서 메가-바이오텍 들이 만들어졌는데요. 사실 사노피, 화이자, 로슈와 같은 거대 기업들도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지금의 화이자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인수합병을 거쳤습니다

바이오벤처 및 제약 시장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이렇게 여러 회사가 합종연횡을 거치면서 ‘메가-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결국 인간은 All-in-One, 그리고 원스톱 서비스를 좋아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장의 유동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M&A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이를 서포트할 수 있는 자금은 현재 시장에 넘치고도 남습니다.

 

향후 국내도 예외는 아닐 것

이렇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의 인수합병을 통한 consolidation은 국내 시장도 결국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글로벌에 비해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발전의 속도나 성숙도가 상대적으로 조금 느립니다만, 시장이 발전하는 구조의 측면에서 이런 consolidation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사실 분야를 막론하고 인수합병 시장 자체가 활발하지 않은 국내 여건에서는 아직 메가 트렌드로까지 볼 수는 없겠습니다만, 몇몇 선도 사례들은 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까지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서 여러 보험사들이 입찰 경쟁을 했던 에임메드의 사례라든지, 만성질환 관리 스타트업 휴레이포지티브가 육아 필수 앱으로 불리는 영유아 발열 관리 앱 ‘열나요’의 개발사 모바일닥터를 인수하기로 한 사례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사실 주변에서 몇몇 소식이 더 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비슷한 소식이 국내에서도 종종 들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내에서는 누가 이런 consolidation을 주도할 것인지, 어떤 기업들의 결합이 시너지를 낳을 것인지 등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벤처투자를 하는 제 입장에서도 이런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이러한 consolidation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시장이 산업 초기를 넘어 성숙한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초기에는 처음 생겨난 회사들이 기존에 없던 시장 자체를 개척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판데믹 이후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후로, 이제는 시장이 꽤 성숙한 상황에서 기존의 서비스를 누가, 누구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제공할 것인지의 구조에 대한 변화가 생긴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Leave A Response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