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04th October 2021,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MCIT는 결국 백지화의 수순을 밟는가?

산업계에서 큰 기대를 모았던, 메디케어의 파격적인 수가 정책 MCIT (Medicare Coverage of Innovative Technology)의 시행이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1, 2]

MCIT는 혁신 의료기기(Breakthrough Device)가 FDA 인허가를 받으면, ‘자동적으로’ 메디케어 수가를 전국적으로 4년 동안 지불하겠다는 파격적인 정책 안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혁신 의료기기의 수혜를 환자에게 적시에 전달하고, 산업적으로도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안은 CMS가 작년 8월에 처음 제안했고, 올 3월에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5월로 연기, 12월로 재차 연기되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CMS가 이 안을 백지화할 ‘계획’ 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이유는 역시 MCIT를 통해서 얻는 이득이, 메디케어 가입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 같습니다. 메디케어는 고령 인구를 위한 의료보험이지만, MCIT를 통해서 수혜를 받을 Breakthrough Device들은 꼭 고령 환자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에 속하는 Breakthrough Device들은 고령환자에게 적용될 경우 필연적으로 digital literacy 이슈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이슈도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의료계나 민간 보험업계에서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에 대해 섣부른 급여 제공은 고령 환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MCIT에 반대 의견을 내었습니다. MCIT 가 지나치게 파격적인 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MCIT의 초안이 나온 이후로, 의료계에서도 NEJM등에 아티클을 내면서 제도의 약점 등에 대한 의견을 내었고, 민간 보험업계에서도 우려를 표명했다고 하는군요. (메디케어가 수가를 파격적으로 주면, 민간 보험사들이 달가울 리가 없겠지요)

또 한 편으로는 MCIT는 의료기기가 FDA 인허가를 받은 경우, 즉 최소한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진 기기에 한해서 수가를 주는 것이고, 특히 Breakthrough Device는 다른 치료법이 없거나, 비가역적인(irreversible) 질병이 진행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다만, FDA 인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연구 조건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허가를 위한 임상에서 메디케어 수혜자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65세 이상의 환자들이 참여하지 않은 임상시험이라면), CMS에서는 메디케어 수가를 부여하기 위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당연히 이런 결정에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CMS는 30일 동안 의견 청취 기간을 가지게 됩니다. MCIT를 둘러싼 여러 이벤트를 보면서, 미국에서도 전향적인 수가를 제정하기가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하지만 이번 MCIT의 백지화가 확정된다고 할지라도, 기존의 급여 시스템이 기술 혁신과의 큰 괴리가 있다는 문제의식은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MCIT 이후에도 이런 혁신 기술에 대한 수가 이슈는 계속 제기 될 것입니다. 실제로 미 정부에서 내년에 추진하는 Cure 2.0의 draft package에 MCIT 가 포함되기도 했으니까요.

한국에서도 최근 심평원에서 ‘혁신 수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벌써부터 MCIT의 백지화 위기가 혁신 수가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MCIT가 무척 파격적인 제도이며 하나의 선례로 볼 수는 있겠습니다만, 우리가 여기에 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겠습니다. MCIT는 메디케어, 즉 65세 이상 고령자 대상의 국영의료보험 수가이기 때문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건강보험과는 또 결이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변화가 논의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입니다. 기존의 수가 체계가 기술 혁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괴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기술 혁신을 환자에게 적시에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환자의 안전과 의료 보험 재정의 낭비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우리가 원한다면 이러한 문제의식은 공유하면서도, 더 전향적이고도 한국에 맞는 ‘혁신 수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계 기관들이 잘 고민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Show must, 아니 Innovation must go on!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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