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1th November 2019,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강아지 구충제, 환자 주도의 임상을 해볼 수는 없을까

Yoon Sup Choi November 10, 2019 Big Data, Digital Healthcare Comments
cancer

최근의 강아지 구충제 논란을 보면서 계속 떠오르는 것은 2011년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에 실린 한 논문이다. “환자들이 온라인으로 자발적으로 보고한 데이터와 환자-매칭 알고리즘을 이용한 가속화된 임상적 발견 (Accelerated clinical discovery using self-reported patient data collected online and a patient-matching algorithm)”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흥미롭게도 세계 최대의 온라인 환자 커뮤니티인, ‘환자들의 페이스북’, PatientsLikeMe를 기반으로 나온 논문이다. 즉, 검증되지 않은 약을 ‘자발적으로’ 복용한 난치병 환자들이 self-reporting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실험적인 약의 효능에 대해서 분석을 시도한 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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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에 대한 리튬의 환자 주도 임상

이 이야기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역시나 저명한 학술 저널인) PNAS에 리튬을 복용하면 ALS (루게릭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인간 대상의 소규모 임상 연구 (n=44, 실험군은 16명) 결과가 논문으로 실린 적이 있다. 리튬은 당연히 ALS에 대해서 정식으로 인허가받지 않은 약제. 하지만 이 연구 결과를 본 ALS 환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발적으로’ 리튬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ALS는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질환이다. 사실 치료제는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이를 본 PatientsLikeMe에서는 리튬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체계적으로 업로드할 수 있도록 포멧을 마련했다. 사실 PatientsLikeMe 자체가 ALS에 걸린 형을 위해서 MIT의 공학자들이 만든 환자 커뮤니티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희귀 질환인 ALS 환자들이 수백 명 모여 있었다. 결국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나온 것이 2011년 네이쳐 바이오테크놀러지 논문이다.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에 축적한 데이터는 non-randomized, non-blinded 이며 대조군도 없다. 형식적으로 non-randomized, non-blinded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효능에 대한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대조군이 있어야 한다. 이 논문에서는 대조군을 매칭하기 위해서 질병 진행이 유사한 환자와 매칭하는 알고리즘을 썼다.

이 논문의 실험군의 숫자는 무려 149명이고, 매칭된 대조군은 447명이었다. (PNAS에 발표된 전통적 임상연구의 실험군 숫자 16명에 비해서 9배나 많은 규모다.) 결론은 ‘효과 없음(no effect)’ 이었다. 이 결과는 나중에 진행된 실제 임상시험 결과와도 일치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이렇게 ‘온라인으로 모은 환자들의 self-reported data가 신약개발을 가속화하고 이미 사용되고 있는 약의 유효성을 검증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고 언급하고 있다.

 

강아지 구충제의 임계점

물론 최근에 불거진 강아지 구충제 사태가 이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겠으나 (예를 들어, 리튬은 소규모 인간 임상에 대한 근거라도 있었으나, 펜벤다졸은 없다. ALS는 치료제가 없으나, 암에는 충분히 검증된 항암제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스스로 복용하는 행동을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점이 그렇다.

인터넷에 나오는 의견들과 이미 시중에 펜벤다졸이 구하기가 어려워 웃돈까지 얹어서 거래되고 있다는 기사들을 보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느낌이다. 식약처나 관련 학회에서 전문가적인 의견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당연히 이러한 전문가적인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근거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을 설득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기존 의료나 의사, 제약사, 규제 기관에 대한 불신이 너무도 심각한 정도이다… 정말 답답하지만 일단은 그것이 현실임을 인정해보자.)

그렇다면 단순히 ‘환자에게 강아지 구충제를 복용하면 안 된다. 인간 대상의 약효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real-world, patient reported 데이터를 어떻게라도 정리해서 분석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연구를 통해서라도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환자는 (아마도 매우 오랜 기간 동안) 강아지 구충제를 계속 복용할 것이다. 이런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구충제의 복용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부추기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결론을 확실히 내리는 것이 결국은 환자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강아지 구충제에 대한 환자 주도의 데이터

하지만 의료기관에서 진행하는 정식 임상 시험으로는 임상시험승인계획은 커녕, IRB부터 절대 통과할 수 있을리가 없으므로, 제도권에서는 검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유일하게 가능한 방법은 PatientsLikeMe 처럼 환자들이 스스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여서, 이 데이터를 온라인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개적으로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다.

온라인에 구조화된 데이터 입력 양식을 만들어주고, 여기에는 환자들이 상세한 암종, 병기, 유전형, 질병 진행, 기존에 받은 치료, 복용한 구충제의 용량, 빈도, 기간, 효능, 구충제와 병행하는 치료 등등 상세한 데이터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시계열로 꾸준히 쌓여야 하며, 이와는 별개로 (2011년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 논문처럼) 이 환자들과 매칭할 수 있는 구충제 비 복용군의 데이터도 모아야 한다. 이러한 Patient Reported Outcome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환자가 직접 제공한 데이터라도 이렇게 ‘목숨이 달린’ 경우는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N 수가 많아지면 통계적으로 유의성을 확인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PatientsLikeMe 처럼, 희귀 질환을 대상으로 환자 커뮤니티와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휴먼스케이프에 이런 의견을 말씀드리기도 했다. (disclaimer: 필자는 휴먼스케이프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연구를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그리고 그게 결국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다양한 의견들 + 추가 결과

필자는 사실 이러한 의견을 지난 11월 1일 필자 페이스북에 전체 공개 포스팅으로 올리고, 전문가 페친들의 의견을 받아보았다.  필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피드백들이 있었고, 상기와 같은 제안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엄정한 데이터를 얻기에는 데이터의 왜곡 (bias)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었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모두 의료 전문가들에게서 주신 의견이다.

  • 구충제를 복용해서 암에 개선이 없거나, 오히려 악화된 경우까지 가감 없이 데이터가 수집되어야 함. 하지만 이런 경우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임. 악화된 경우 웹사이트 접근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예를 들어, 환자가 사망한 경우 데이터를 입력하지 못할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상태가 호전된 경우만 축적되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음.
  • 암의 경우 ‘병용 치료 효과’ 변수를 배제하기 어려울 수 있음. 루게릭병처럼 기존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는 ‘병용치료 효과’라는 변수가 적기 때문에 효과 판단이 어렵지 않을 수 있으나, 암의 경우는 다름. 국내에서 효과를 봤다고 하는 분들도 기존의 치료를 이미 병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음. 기존의 표준치료의 효과 자체도 사람들마다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구충제 복용까지 더해지면 평가가 더 어려워질 것임.
  • 치료 결과의 기준으로 객관적인 영상의학적 평가가 아니라, patient reported outcome 이라면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음. 임상 연구가 아니라면 의사들이 엄밀한 영사의학적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음. 정말 데이터를 모으려면 약 용량, 복용 기간, 독성, 치료 전후 방사선 영상을 모두 모아야 하는데, 이를 모으기와 해석하기가 모두 쉽지 않을 것임.

또한, 한 약사 유튜버는 공개적으로 강아지 구충제 데이터를 온라인 설문조사의 형태로 수집하고 (영상, 설문조사), 이 결과를 엑셀파일로 정리하여 공개하기도 했다.  이 설문조사는 환자별로 시계열로 축적된 데이터가 아니고, 대조군이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여러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필자는 아래와 같은 점을 주요하게 보았다.

  • 유튜브 영상이 공개된 이후, 단 보름 정도의 기간에 100명이 넘는 환자가 (혹은 보호자가) 데이터를 제공했다. 
  • 아직까지 대부분이 복용 1~2주 정도에 해당하는 분들이어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기에는 이른 것 같다.
  • 구충제를 복용하면서 병행하는 치료에 ‘병원 치료는 전혀 받고 있지 않다’고 답한 사람이 절반 정도 된다. (108명 중에 46명) 병원 치료와 의사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 것일 수는 있겠으나,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병용 치료 효과 변수를 상당부분 줄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병원 치료는 전혀 받고 있지 않다’고 답한 사람 중에서도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증상이 개선된 사례가 있다)
  • ‘앞으로도 계속 구충제를 복용하실 예정이신가요?’ 라는 항목에,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1명을 제외하고는 100%가 ‘예’ 라고 답하였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과 세마트랜스링크캐피털 등의 벤처캐피털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의료 인공지능』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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