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0th June 2019,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헬스케어 스타트업, 변화의 동력이 되려면 (1)

Yoon Sup Choi May 29, 2019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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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아마도 한국에서는 초기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를 가장 많이 검토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일 것이다.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필자가 공동 창업하고, 대표를 맡아서 운영하고 있는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에도 많은 사업계획서를 받으며, 자문하고 있는 몇몇 벤처캐피털을 통해서 사업계획서를 접하기도 한다. 참고로 필자는 개인적으로 혹은 엑셀러레이터를 통해서 지금까지 15개 정도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는데, 적어도 최근 몇 년 동안은 횟수를 기준으로 국내에서는 이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를 가장 활발하게 한 사람 중의 하나라고 알고 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헬스케어에서도 결국 과감한 시도와 새로운 혁신은 스타트업에서 나온다. 해외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는 대부분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앞서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장에서 언급한 제약사, 보험사, 자동차 회사 등도 자체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또한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서 추진할 수도 있고, 반대로 스타트업이 만들어낸 파괴적 혁신에 의해서 기존의 지위가 흔들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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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출처: Startup Health)

하지만 한국에서는 미국, 유럽, 중국 등에 비해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이 활발하다 하고 하기 어렵고, 성공적인 사례도 아직까지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디지털 헬스케어는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이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정의를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서 그 목록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사실 그 기준을 매출, IPO, 고객 수, 제공한 가치, 인허가 등 어떻게 잡더라도, 기준을 충족시키는 스타트업이 많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에서도 스타트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이번 장에서는 필자가 평소에 스타트업 행사나, 해커톤 등에서 익히 강조하는 내용을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어떠한 부분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고민해야 하는 것이고, 어떤 부분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또 다른 부분은 스타트업이 아닌 산자부, 중기부 등 관련 당국이나 규제기관, 생태계 전체의 입장에서 고려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러한 조건들은 물론 충분조건이라기보다는 필요조건이다. 이 조건을 만족시킨다고 해서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출현은 어렵다고 본다.

헬스케어 시장은 정말 큰 시장인가

먼저 헬스케어 시장을 살펴보자. 흔히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근거 중의 하나로 드는 것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흔히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까지 약 12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도 한다.[ref] 그런데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도 정말 그러할까? 답은 ‘그렇다’와 ‘그렇지 않다’가 모두 될 수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총합은 매우 크다.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중요한 사실은 헬스케어 시장은 극도로 세분화되어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헬스케어 시장의 고객들은 모두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모두 다른 관심사, 다른 니즈, 다른 지불의사를 지닌다.

예를 들어, 건강한 사람과 환자는 서로 완전히 다른 시장이다. 나이에 따라서, 성별에 따라서, 과체중 여부에 따라서, 가족력의 유무에 따라서도 니즈는 달라진다. 단순히 환자에 대한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시장은 경증질환/중증질환/급성질환/만성질환 등으로 나눌 수 있고, 혹은 질병마다 다른 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질병에서도 세부 유형별로 완전히 다른 시장이다. 제1형 당뇨병 환자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니즈는 다르다. 암환자의 경우, 유전자 변이 하나의 차이 때문에 니즈가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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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세부적인 시장은 완전히 다른 니즈를 지닌다. 자금과 인력 등의 리소스가 충분하지 않은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이 세분화된 시장의 극히 일부분을 목표 시장으로 삼아야 한다. 하나의 세부 시장을 거점으로 삼아서 먼저 충분히 공략한 다음, 인접한 또 다른 세부 시장으로 하나씩 확장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헬스케어 시장의 총합은 크다’는 명제가 스타트업에게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나, 이를 투자하고 육성하는 입장에서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한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국내에는 그렇게 세분화된 시장의 크기가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생존과 향후 성장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큰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분화된 타겟 시장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1%라고 생각해보자. 같은 1%라고 하더라도 중국과 한국에서 그 1%가 의미하는 바는 다를 것이다. 비율은 동일하더라도, 시장 전체의 크기에 너무도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 세부시장의 절대적인 크기 역시 매우 클 수 있다. 즉, 한국에서는 이 세부 시장을 공략했을 경우에 스타트업이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고, 사업이 지속가능한지가 관건이다. 헬스케어는 세부 시장을 한 번에 하나씩밖에 공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꼭 필요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은 이번 챕터의 여러 기준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꼭 필요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실제로 존재하는 니즈(needs)를 포착했는지의 여부다. 분야를 막론하고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이 결국 아무도 필요하지 않은 상품/서비스를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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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니즈가 없는 것을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의 구상을 시장의 니즈가 아니라, 자신이 개발한 기술에서 시작한 경우에 이러한 실수가 많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너무도 좋아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로 개발한 서비스나 상품이라면 시장에서 당연히 필요로 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업계에서 흔히 이를 ‘예쁜 쓰레기’라고 한다.

니즈를 파악이라는 것은 결국 ‘문제’의 파악이라는 것이다. 명확히 존재하는 문제,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 해결했을 때 충분한 경제적인 효용이나 의학적 효용이 발생하는 문제를 골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 현장, 환자, 소비자 등의 시장의 문제, 의학적 문제뿐만 아니라, 의료 전달 체계, 건강 보험 체계 등의 구조적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물론 완전히 무용한 것도 없을 것이고, 창업자 본인이 ‘나는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만들겠다’고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누군가가 돈을 낼만큼 충분히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여기에 대한 답을 찾는 것부터 이미 실패한다. 필자는 여기에 대한 사업계획의 예시를 무수히 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해당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함을 독자들께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하지만 반대로, 충분한 니즈를 찾았다고 생각되는 사례들은 언급할 수 있다. 필자가 투자한 회사들의 경우 이러한 기준을 필자의 기준에서는 통과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래의 목록 중에 어떤 사례들은 이 책에서 앞서 언급된 외국 사례들이고, 또 일부는 필자가 직접 투자한 회사들이기도 하다.

  • 엠페티카(Empatica): 영유아용 뇌전증 발작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발작이 일어나면 보호자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부모의 입장에서 아기가 잠자다가 갑자기 사망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 텔라닥(Teladoc): 원격진료 회사. 미국에서는 의사를 만나기 위해 예약 후 평균 2-3주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텔라닥을 통하면 10분 내에 화상 진료를 받을 수 있다.
  • 카운실(Counsyl): 가족계획을 세울 때 엄마와 아빠의 타액을 받아서, 향후 자녀에게 유전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있는지를 미리 계산해준다. (카운실은 최근 미리어드 제네틱스라는 다른 회사에 인수되었다)
  • 서지컬 마인드: VR 기분 수술 훈련 시뮬레이터. 의료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수련 과정에서 수술 술기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 중이다. 이 경우 VR 수술 시뮬레이터를 통해서 술기 훈련을 할 수 있다.
  • 열나요: 영유아 발열 관련 앱. 영유아의 경우에는 갑자기 열이 나는 경우가 잦다. 새벽 3시에 아기가 갑자기 열이 날 때, 열나요 앱을 활용하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 쓰리빌리언(3billion): 한 번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서 7천 종의 유전 질환을 진단한다. 흔히 ‘괴질’로 분류되며 아무런 진단도 받지 못하던 희귀 질환 환자들이 자신이 왜 아픈지 진단을 받을 수 있다.
  • 뮨: 사용한 주사기를 자동으로 폐기하는 기기를 만든다. 간호사의 입장에서 사용한 주사기의 바늘을 분리해서 폐기하는 과정에서 자상사고로 2차 감염을 입는 경우가 잦다.

일반적으로 헬스케어 시장에서 목숨이 위험할수록, 불편함이 클수록, 위급할수록, 두려움이 클수록 니즈와 지불의사는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래의 그림과 같이 니즈와 지불의사가 커질 수록, 대상 고객은 적어진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는 헬스케어 분야의 비즈니스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용인 중의 하나이다) 사실은 해당 스타트업이 이렇게 충분한 니즈를 찾았는가에 대한 판단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달라지기도 한다. 어떤 투자사에서는 투자하지 않기로 한 회사에, 또 다른 투자사는 투자를 집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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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게 문제의 정의, 니즈 파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니즈의 파악과 사업의 성공 사이의 관계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니즈를 제대로 포착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니즈부터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면, 그 사업은 반드시 실패한다.

(계속)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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