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0th June 2019,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원격 의료 집중 해부 (4) 한국의 원격의료, 무엇이 문제인가

Yoon Sup Choi April 2, 2019 Digital Healthcare, Regulation Comments
telemedicine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의 마지막으로, 한국의 원격의료에 대한 이슈를 살펴보자. 원격의료만큼 국내 의료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뜨거운 감자도 없다. 또한 한국처럼 원격의료가 명시적으로 전면 금지된 나라도 사실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과 같이 원격의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국가나, 유럽, 중국이나 일본 등의 사례를 보면, 유독 왜 한국에서만 원격의료가 전면 금지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기에 이런 논란만 계속 되풀이되는 것일까. 우리는 원격의료 문제의 실마리를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먼저 앞서 필자가 언급했다시피 원격의료와 원격진료를 구분하는 것이 좋다. 현재 국내 전문가들도 이 개념을 혼용하며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 원격의료는 상당히 정치적인 문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세부적인 정의와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여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풀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원격의료는 환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원격의료의 다양한 유형 중의 하나가 바로 원격진료이다. 즉, 원격의료의 부분집합이 원격진료라고 보면 된다. 국내에서는 원격진료라고 하면 흔히 ‘화상 진료’만을 떠올리지만, 이외에도 세부적인 유형은 많다. 미국에서는 오히려 화상 통화보다 전화, 이메일, 채팅 등을 통한 진료가 더 많이 활용된다는 조사가 있으며, 진료 기록이나 의료 영상, 병리 사진을 전송하여 2차 소견을 제공하는 서비스, 그리고 스마트폰 앱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으로 심전도, 피부 사진 등을 측정하고 전송하여 원격으로 소견을 받는 서비스도 있다.

더 나아가 원격진료는 아니지만, 원격의료에 포함되는 분야도 있다고 강조했다. 원격 환자 모니터링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원격 환자 모니터링은 활발한 연구를 통해서 만성질환 환자의 건강 관리에 활용되고 있을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의료 보험의 적용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원격 의료와 원격 진료2

사실 국내 의료계에서도 이러한 원격환자 모니터링의 합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대한심장학회 및 대한부정맥학회에서는 삽입형 제세동기(ICD)의 원격 모니터링은 허용해달라고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1, 2] 부정맥 환자에게 이식하는 이 기기는 원래 원격 모니터링 기능이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불법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해당 기능을 꺼놓고 사용하는 실정이다. 또한 스마트워치 등으로 측정되는 심전도의 원격 모니터링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료계 일각의 주장도 있다.[ref] 필자는 이렇게 원격의료에 대해서 의료계의 요구가 있는 이러한 세부적인 부분부터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원격의료의 허용이 의료 산업을 활성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지난 몇년 동안 정부에서는 원격의료의 허용을 추진하는 목적이 의료 산업 활성화를 위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의료 서비스는 수익성이 매우 낮은 산업이다. 단일건강보험 제도 (한국에는 의료보험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 하나만 있다)와 요양기간 당연지정제 (모든 의료기관은 의무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과 계약해야 한다)에 따라 모든 의료 행위의 가격을 정부에서 정해놓고 있으며, 그 가격(수가)은 너무 낮은 실정이다. 그 때문에 병원의 수익성은 낮고, 일반 진료만으로는 흑자를 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래서 병원은 3분 진료를 하면서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는 박리다매 진료를 하거나, 비급여 진료에 치중하거나, 장례식장과 같은 부대 사업을 운영한다) 설사 원격의료가 허용되더라도 결국 이러한 기존 의료 시스템과 수가 체계 하에 편입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부분을 이야기하면 종종 함께 논의되는 것이 영리법인병원 허용 이슈이다. (사실은 원격의료와 영리법인병원 이슈는 서로 별개의 이슈로 봐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주식회사와 같은 영리법인은 병원을 설립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기본적으로 기업은 돈이 안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한국에서 의료 서비스는 돈이 안 된다.

더구나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매우 높아서 원격의료에 대한 니즈가 떨어진다. 한국에서는 아프면 의사를 그것도 전문의를 동네 병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원격진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그 주요 요인이 낮은 의료 접근성에 있다는 점을 앞서 설명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1차 병원을 예약한 뒤 2~3주 이후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10분 이내에 의사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텔라닥과 같은 원격진료 서비스의 매력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이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효용이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낮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필요 없다’와 ‘금지해야 한다’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 없고,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 곧, 이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원격의료가 비록 수익성이 낮고, 니즈가 낮다고 할지라도, 의료 서비스의 다양성을 높이고,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가치를 환자에게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별, 질환별, 연령별, 상황별 등으로 어떤 환자에게는 별다른 가치를 주지 못할 수 있지만, 또 완전히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필자가 항상 강조하듯이, 혁신은 어디에서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혁신이다.

세 번째로 원격의료의 허용이 (정부가 흔히 중재안으로 내어놓는) 최소한 도서 산간 및 격오지의 환자에게라도 가치를 제공하려면, 의약품 배송과 같은 이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도서 산간 및 격오지에는 병원뿐만 아니라, 약국도 없다. 즉, 원격으로 진료와 처방을 받더라도, 약을 받으려면 환자는 결국 약국을 찾아서 집 밖으로, 혹은 읍내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원격의료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의약품도 집에서 원격으로 받아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원격의료와 함께 의약품 배송도 금지되어 있으며, 이는 약업계에서 반발하는 또 다른 이슈이다. 참고로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이 규제가 없으며,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최근 의약품 배송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사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다. 국내에도 명목상 1, 2, 3차 병원이 있으나, 현실적으로 이 의료 전달체계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다른 많은 국가와 달리, 한국에서는 환자가 1, 2차 병원을 거치지 않고 수도권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으로 바로 갈 수 있다. 즉, 일반 감기 환자도 본인이 원하면 1차 병원을 거치지 않고 한국에서 가장 큰 대학병원에서 바로 진료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환자에게 부담되는 진료비도 동네병원과 대학병원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시스템에서 동네 병원은 유명 대학병원과 경쟁해야 하고, 또 대학병원은 동네병원에 가야 할 경증환자까지 진료하느라 허덕이고 있다.

너무 거대담론일 수 있지만, 원격의료의 도입을 논의하기에 앞서서 이러한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을 먼저 논의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렇게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원격의료를 무작정 도입하는 것은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나, 동네 1차 병원의 고사 등 혼란을 더욱 가중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의료계에서도 원격의료의 도입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 분들도 한국의 무너진 의료전달체계 때문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서 여러 번 지적한 것처럼 원격의료를 단순히 허용해야 하는가, 금지해야 하는가 여부뿐만 아니라, 누가 어떻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며, 허용한 이후에도 의료 서비스의 질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할 것인지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렇게 ‘어떻게’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한국에서 결국 의료전달체계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원격진료를 누가 할 수 있게 할 것인가? 1차 병원 의사만? 혹은 1, 2, 3차 병원의 의사 모두? 아니면, 원격의료 관련 인증이나 트레이닝을 받은 의사만? 혹은 의료전달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주치의 제도를 도입한 이후에 허용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에 따라서 원격의료의 파급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의료 시스템의 정비와 정교한 계획이 필요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 어쩌면 이 신뢰의 문제가 가장 근본적이며,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정부는 의료계를, 의료계는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계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채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고, 또 의료계도 내부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렴하고 정부와 효과적으로 소통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의료계 내부에서도 받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정부가 내어놓는 안에 의료계는 반발부터 하고, 정부는 의료계의 근본적인 문제와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격의료와 같은 첨예한 이슈에 대한 논의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기가 어렵다. 특히, 원격의료 허용과 관련하여 정부는 도서산간 지역의 환자를 대상으로 제한한다거나, 1차 병원만 원격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안을 내어놓고 있지만, 의료계는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 시작은 그렇게 하더라도, 결국은 원격의료가 환자 전반 및 2, 3차 병원으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한국에서 원격의료는 너무도 복잡한 이슈다. 일단 문제나 논의의 범위부터 제대로 정의되어 있지 않다. 또한 시행의 결과에 대한 이해나, 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 표면적인 이슈만 반복해서 제기되고 있다. 그 기저에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뿌리 깊은 불신이 쌓여 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원격의료가 이미 정치 이슈화되어 토론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허용되는 것이 한국에서만 왜 안 되는지, 원격의료와 관련하여 한국의 의료 시스템에는 어떤 근본적인 특성이 있는지, 그 특성에 맞게 원격의료를 활용할 방법은 없는지, 원격의료에 앞서 해결해야 할 국내 의료 시스템의 문제는 무엇인지, 해외에서 원격의료 수가를 확대하는 배경은 무엇인지, 원격의료가 의학적으로 얼마나 근거가 있으며, 환자에게는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이러한 양상이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등을 논의할 수조차 없다.

의료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회의 근간이며, 복지이자 산업이기도 하고, 논리와 근거로 판단하는 과학이지만, 한편으로 정치적 이슈이기도 하다. 그만큼 특수하며, 너무도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 과연 어디서부터 해결책을 찾아가야 할까. 사회적 협의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가 없는 이상 안타깝게도 그 실마리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