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1th November 2019,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웨어러블의 의료적 효용은

Yoon Sup Choi January 15, 2019 AI, Big Data,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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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특히 헬스케어 웨어러블의 경우에 가장 핵심적인 효용은 역시 의료적 효용이다. “OO적 효용”이라는 글자수를 맞추기 위해서 ‘의료’라는 용어를 썼지만, 좁은 의미의 의료라기 보다는 체중 감량이나, 운동,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넓은 의미의 건강 관리를 모두 포함하는 범주로 이해하면 되겠다.

많은 웨어러블은 사용자의 신체나 피부, 혹은 다른 장기와 직접 접촉하여 건강과 관련한 데이터를 측정한다. 시계나 손목 밴드, 반지, 목걸이, 패치, 반지, 복대, 양말, 셔츠, 브래지어, 반창고 등의 웨어러블은 피부와 접촉한다. 더 나아가,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의 ‘먹는 센서’와 같이 알약처럼 복용하거나, 연속혈당계나 삽입형 제세동기(ICD)처럼 피하나 체내에 삽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웨어러블의 경우 사용자에게 의료적 효용을 제공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의료적 효용을 제공하려는 웨어러블은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소개할 수는 없다. 대표적으로 필자가 좋아하는 사례를 몇가지 들어보려고 한다.

[헬스케어 웨어러블 딜레마]

  1. 웨어러블의 돌파구는 어디에
  2. 웨어러블이 정말 정확해야 하는가?
  3. 웨어러블 최대의 난제, 지속 사용성
  4. 웨어러블, 어떻게 효용을 제공할 것인가
  5. 웨어러블, 효용의 조건

 

발작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첫 번째로 엠페티카(Empathica)라는 회사에서 만든, 간질 발작을 측정하는 웨어러블인 ‘엠브레이스(Embrace)’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필자가 엠브레이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환자와 보호자의 니즈를 잘 파악했으며, 사용자에게 즉각적이며, 명확한 효용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엠브레이스는 뇌전증(간질) 환자의 발작을 측정하는 스마트 밴드 형태의 기기이다. 뇌전증은 원인을 찾기 어려운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적인 신경 질환의 하나이다. 뇌신경 세포의 불규칙한 흥분에 따른 뇌에 과도한 전기적 신호 발생이 원인으로 여겨진다. (주석: 사실 뇌전증은 증상, 원인 등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 엠브레이스는 발작이 대뇌에 전반적으로 발생하는 대발작(grand mal seizure)를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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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이 불규칙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뇌전증 환자는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엠브레이스는 뇌전증을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을 주 대상 고객으로 하고 있다. 의식을 잃고 발작을 할 때 주변 환경이나, 자세가 좋지 않아서 부상을 입거나, 구토 등으로 기도가 막히는 경우도 있다. 이 때 보호자나 주변 사람이 환자의 발작을 조속히 인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발작을 인지 못하는 경우, 예를 들어 영유아 환자가 수면 중에 혼자 발작을 할 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만 매년 3,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뇌전증 중에 돌연사(Sudden Unexpected Death in Epilepsy, SUDEP)한다. [ref]

이렇게 엠브레이스는 뇌전증 환자와 보호자들의 큰 니즈를 잘 포착해내었다. 환자에게 발작이 일어나면, 이를 손목 밴드로 측정하여 실시간으로 보호자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환자는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 특히, 아이가 잠을 잘 때 발작으로 목숨을 잃지 않을지 항상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이러한 기기에 대한 니즈가 얼마나 클지, 또한 얼마나 큰 효용을 줄 수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엠브레이스는 다른 일반적인 손목 밴드 웨어러블처럼 움직임도 측정하지만, 뇌전증 발작 여부를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해서 피부 전기활동(EDA: electrodermal activity)이라는 수치도 측정한다. EDA는 땀의 배출 등에 따라서 피부의 전기저항의 변화 및 전위의 변화 등을 나타내는 수치로, 교감 신경의 활성화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뇌전증의 경우 뇌의 신경 세포들이 과도하게 흥분하면서 발작을 일으키게 되므로, 이러한 현상을 EDA 수치의 변화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기는 MIT의 로잘린드 피카드(Rosalind Picard) 교수가 개발을 주도하였다. 피카드 교수는 2012년 발표된 연구를 통해서 가속도계와 EDA 센서가 내장된 스마트 밴드로 뇌전증 환자에게 대발작(generalized tonic-colonic seizure)이 일어나는 것을 94% 의 정확도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ref]

연구진은 EDA와 팔목의 움직임에서 매 10초마다 측정한 19 개의 피쳐(feature)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의 일종인 SVM(Support Vector Machine)으로 분석했다. 총 80명의 환자들에 대해서 총 4,213 시간을 모니터링한 결과, 총 16번의 전신발작 중 15번의 측정에 성공했다. 잘못 울린 알람은 24시간 당 0.74번 정도였다. 이 센서가 놓친 한 번의 대발작은 아주 약한 발작이어서 EDA 수치가 많이 변화하지 않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참고로 이 연구에서는 현재의 엠브레이스가 아니라, 당시 피카드 교수팀이 개발한 초기 버전의 웨어러블인 Q센서라는 것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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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브레이스를 활용한 더 최근 연구에서는 복수의 병원에서 13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72일 동안 6,530시간 동안 시험했다. 이 기간 동안 발생한 총 40번의 대발작을 이 기기는 한번도 놓치지 않고 모두 측정에 성공했다.[ref] 이렇게 정확성을 입증한 결과 엠브레이스는 2018년 1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FDA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123] 일반 소비자용 기기는 아니고,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이다. 또한 이 기기는 (정확히는 엠브레이스2는) 추가적인 임상 연구를 통해서 정확성을 입증한 결과 2019년 1월 6~21세 이상의 소아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도 FDA 인허가를 추가적으로 받았다.[ref] 역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다.

 

핏빗은 어떤 효용이 있는가

그렇다면 핏빗(fitbit)으로 대표되는 활동량 측정계(activity tracker)의 의료적 효용은 과연 무엇일까. 손목에 착용하는 활동량 측정계는 가장 대표적인 웨어러블 기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량 측정계를 활용하는 것이 건강 관리나 의학적으로 어떠한 구체적인 효용을 주는지는 대부분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해야겠다.

이러한 효용을 측정하려면 일단 활동량 측정계가 활동량을 증가시키는지와 그렇게 증가된 활동량이 질병 예방이나 건강 증진과 같은 구체적인 효용을 주는지를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앞서 ‘지속 사용성’의 문제에서 살펴보았다시피, 핏빗과 같은 기기를 (특히 별도의 인센티브가 없는 경우)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기간의 활동량 증진 효과는 크지 않다고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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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연구에 따르면 질병 예방이나 건강에 대한 장기적인 효용도 명확하지 않다. 몇주 정도의 단기적인 효용에 대해서 언급한 논문은 더러 있기는 하지만 [1, 2], 장기간에 걸친 효용에 대해서 살펴본 연구는 사실 많지 않다. 그 중에서는 2016년 JAMA에 발표된 활동량 측정계의 장기간에 걸친 체중 감량 효과 연구를 살펴볼만 하다. [ref]

18~35세의 젊은 피험자 471명이 24개월 동안 참여한 이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처음 6개월 동안 상담 등을 통해서 다이어트 지도를 받았다. 이후 대조군에는 웹사이트 등을 통해서 스스로 체중 감량을 하도록 하였고, 실험군에는 웹사이트와 함께 웨어러블을 제공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바디미디어라고 하는 웨어러블을 사용하였다) 총 24개월이 지난 이후 체중을 측정해보았더니, 놀랍게도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그룹에서는 3.5kg의 체중 감량이 있었던 반면, 대조군에서는 오히려 5.9kg의 체중 감량이 있었다. 즉, 웨어러블을 사용하지 않은 그룹이 오히려 체중을 2.4kg 더 감량했다는 다소 당혹스러운 결과이다. 웨어러블도 실제 체중 감량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웨어러블을 사용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연구 하나로 ‘활동량 측정계의 효과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이르다. (노파심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이 연구에서도 활동량 측정계를 활용한 경우도 체중 감량에 유의한 효과가 있었다. 그 효과가 대조군에 비해서 덜했을 뿐이다) 필자는 이런 연구를 보면 오히려 여러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이러한 연구 디자인에서 몇가지 변수를 바꾸면 과연 결론이 달라질지에 대한 것이다.

  • 다른 종류의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다면: 이번 연구에는 바디미디어(BodyMedia)라는 웨어러블을 활용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일하게 FDA 승인을 받을 정도로 정확했던 기기이지만, 팔뚝에 착용해야 해서 사용성이 떨어지고 디자인도 투박하다. 만약 애플워치나, 핏빗 등의 다른 기기를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 실험 참가자를 다르게 한다면: 일반 건강인이 아니라, 특정 질병군에 대해서 실험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특정 질병과 관련된 환자의 경우 활동량을 높이는 것이 특히 중요한 경우가 있다. 혹은 무조건 젊은 층이 아니라, 나이대를 더 다양하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고령층이 디지털 기기의 활용에는 서툴지만, 이러한 기기의 효용은 더 클 수도 있다.
  • 효용의 기준을 다르게 한다면: 단순히 체중 감량이 아니라, 특정 질병의 장기적인 발병율 등을 보았다면 어땠을까. 실제 이 연구에서는 주로 살펴본 체중 감량 외에도 체성분(body composition), 체력(fitness), 식습관(diet) 등의 지표도 살펴보았으며 (그 결과 실험군과 대조군 모두에서 유의한 개선 효과가 있었다), 의학적으로 의미있는 다른 기준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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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량 측정계를 이용한 임상 연구

그래서 만약 필자에게 ‘핏빗이 무슨 효용이 있나요?’ 라고 물으면, ‘아직 의학적으로는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정도로 답한다. 그 효용에 대해서 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의학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실제로 핏빗을 이용한 임상 연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그 종류도 상당히 다양하다는 점이다. 필자가 헬스케어 웨어러블의 미래에 대해서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때 근거로 드는 것 중의 하나가, 이렇게 임상 연구가 활발하다는 것이다.

핏빗과 같은 활동량 측정계는 의료기기가 아니며, 핏빗에서 의료적 목적으로 기기의 활용을 장려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 연구자들은 핏빗을 상당히 많은 임상 연구에서 자발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2017년 경부터 핏빗의 방향성이 의료적 활용을 장려하는 쪽으로 조금 바뀌었으나, 관련 연구는 더 이전부터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측면이 강하다).

핏빗을 이용한 연구는 갈수록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공식 임상시험 사이트(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핏빗을 이용한 연구는 2016년 3월에는 총 80여개 정도에 불과하던 것이 8월 경에는 100개 이상이 되었으며, 2017년 4월 160여 개, 그리고 2018년 7월 300여 개, 2019년 1월 약 370개 에 이를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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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핏빗을 이용한 임상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2] 첫 번째는 핏빗이 그 자체로 활동량을 증가시키거나 치료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연구들이 있다.

  • 핏빗이 소아 비만 환자의 활동량을 증가시키는지 여부를 연구
  • 핏빗이 위소매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의 활동량을 증가시키는지 여부
  • 핏빗이 젊은 낭포성 섬유증 (cystic fibrosis) 환자의 활동량을 증가시키는지 여부
  • 핏빗이 암 환자의 신체 활동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동기부여가 되는지 여부

2016년 6월부터 미국의 다나-파버 암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연구도 첫 번째 유형에 속한다.[ref] 다나-파버의 연구자들은 체중 감량이 유방암 재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서 3,200명의 과체중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핏빗을 이용하여 임상 연구를 시작했다. 기존에도 과체중은 유방암의 위험을 높이며, 비만은 초기 유방암 환자들의 예후를 나쁘게 만든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방암 환자의 활동량을 높여서 체중을 감량하면 유방암의 재발 위험이 낮아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는 2년 동안 환자에게 핏빗을 착용하게 하고 코칭을 병행하여 활동량을 높인 경우에 유방암 재발율이 낮아지는지를 검증하고 있다. 핏빗으로는 활동량, 수면, 심박수 등을 측정한다. 만약이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전세계 유방암 환자에게 핏빗의 착용이 권장될지도 모른다.

또 다른 종류는 임상 연구에 참여하는 피험자들의 활동량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핏빗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상 시험 중인 약의 효능이 있는지를 환자의 활동량 변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건강과 예후를 평가하는데 핏빗을 사용
  • 현금이 자녀/부모의 활동량을 증가시키는지 파악하기 위해 핏빗을 사용
  • 뇌종양 환자의 삶의 질 측정을 위해 설문조사와 함께 핏빗을 사용
  • 말초동맥 질환(peripheral artery disease) 환자의 활동량을 평가하기 위해 핏빗을 사용

이러한 유형으로는 2014년부터 다국적 제약사 바이오젠 아이덱(Biogen Idec)이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환자의 증상 모니터링을 위해 핏빗을 사용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ref] 다발성 경화증은 뇌와 척수에 영향을 미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이 질병은 감각 증상과 함께 근력 저하에서부터, 반신 마비, 사지 마비까지의 운동 장애를 동반한다.

바이오젠 아이덱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 250명에게 핏빗을 나눠주고 활동량을 측정하여 증상을 정량적으로 측정해보려고 했다. 특히 다발성 경화증 약을 복용한 그룹과 복용하지 않은 그룹의 활동량을 측정하여 비교하면, 약효가 있는지를 정량적 분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존에는 병원에 오지 않으면 일상생활 속에서의 환자 데이터는 버려질 수밖에 없었으나, 핏빗을 이용하면 병원 밖의 환자 데이터도 정량적, 객관적이고 더 높은 빈도로 측정 가능한 것이다.

활동량 측정계의 효용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다양한 임상 연구를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개별적인 임상연구를 통해 특정한 질병, 환자군, 상황 등에 대해 충분한 근거를 쌓아나가면서 의료적인 효용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핏빗과 같은 활동량 측정계의 의료적 효용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매우 다양한 임상 연구가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 숫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근거가 축적되어 임계점을 넘어선다면 활동량 측정계도 충분한 의료적 효용을 줄 수 있을 때가 오리라고 필자는 낙관한다.

 

심박수 기반의 부정맥 측정

대부분의 활동량 측정계가 측정하는 또 하나의 수치가 있다. 바로 심박수(heart rate)다. 심박수란 1분 동안의 심장 박동수이다. 이 심박수를 측정하면 어떠한 의료적 효용이 있을까. 활동을 많이 할수록 대체로 심장이 더 빠르게 뛰므로 활동량 측정을 위해 보조할 수 있으며, 달리기 등을 할 때 운동 강도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효용이 충분히 크고, 직접적이며, 즉각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심박수 측정을 통한 의료적 효용을 제공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부정맥을 측정하려는 시도이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카디오그램(cardiogram)은 애플워치의 심박센서로 측정한 심박수(heart rate) 데이터로 사용자가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이나 심방조동(atrial flutter)을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심장내과 전문의가 부정맥을 의학적으로 확진하기 위해서는 심전도 검사를 해야 한다. 심장의 근육 세포들은 전류에 반응하여 수축/이완을 반복하는데, 심전도는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분석하여 파장의 형태로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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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심박수로는 심장이 뛰는 리듬만 알 수 있을 뿐, 심전도 검사처럼 심장의 자세한 전기적인 활동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부정맥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심장 박동의 ‘리듬’이 특정한 유형으로 변화하는 일부 부정맥은 탐지해낼 가능성도 있다. 또한, 심박수는 심전도에 비해서 간편한 손목 밴드 형태의 웨어러블로 측정할 수 있으므로 오랜 기간 손쉽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환자에 따라 부정맥은 며칠, 혹은 몇 주에 한 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심전도 검사로 포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웨어러블이 부정맥 환자에게 충분히 크고, 직접적이며, 즉각적인 효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카디오그램은 애플워치로 얻은 심박수를 딥러닝으로 분석하여, 여러 부정맥 중에서 심방세동과 심방조동을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보조 펌프에 해당하는 심방의 수축과 확장이 규칙적이지 못해서 심장이 가늘게 떨고 있는 (세동) 상태를 말한다. 즉,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불규칙 (irregularly irregular) 하며, 대체로 맥박이 매우 빠르게 된다. 이에 반해, 심방조동은 맥박이 빠르면서도 지나치게 규칙적(mechanically regular)으로 뛴다는 것이 특징이다. 심방세동과 심방조동은 맥박의 패턴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심전도 검사 없이 단순히 심박 센서만으로도 검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8PJzHkBwRCguITojSNiKJQ-2카디오그램은 애플워치의 심박수로 여러 활동과 부정맥도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출처)

카디오그램은 2018년 3월 JAMA(미국의학회지) 자매지에 출판한 논문을 통해 애플워치로 측정한 심박수를 통해 정상인과 심방세동 환자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ref]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을 활용하였는데, 정상인과 심방세동 환자의 구분이 AUC 0.97로 매우 높았다. 다만 이 연구에서는 심방세동과 그 외 다른 부정맥과의 구분 능력까지 보여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능성 정도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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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오그램은 애플워치로 심방세동을 AUC=0.97의 높은 정확도로 측정했다 (출처: JAMA Cardiology)

사실 카디오그램 이외에도 웨어러블의 심박센서로 측정한 데이터로 심방세동을 측정하겠다는 시도는 상당히 많다. 핏빗은 2017년 8월 역시 심박센서로 얻은 데이터를 통해 심방세동을 측정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ref] 애플 역시 애플워치로 심방세동을 측정할 수 있는지를 스탠퍼드 대학 및 원격의료 회사인 아메리칸 웰(Americal Well)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ref]

 

애플워치의 심전도 및 부정맥 측정

그러던 애플이 마침내 애플워치 자체에 심전도 측정, 부정맥(심방세동) 측정 및 낙상을 감지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2018년 9월에 발표한 애플워치4에 이러한 신규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특히 심전도 측정 및 심방세동 측정 기능은 FDA의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애플의 전체 제품 라인업 중에서, FDA의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은 것은 이 애플워치4가 최초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 질병의 환자군이 아니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상용 웨어러블 기기 중에서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은 극히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애플워치는 심전도의 측정을 위해서 흥미롭게도 용두(크라운)을 전극으로 활용한다. 심장의 전기적인 활성을 나타내는 심전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심장을 대칭으로 최소한 두 개의 전극이 필요하다. 애플워치는 본체 안쪽에 하나의 전극을 부착시켜서 착용한 팔목에 접촉시키고, 다른 하나의 전극은 시계 본체 오른쪽의 용두(크라운)을 활용한다. 착용하지 않은 쪽의 손가락을 용두에 갖다대어 심전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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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용자는 애플워치로 심방세동 여부를 감지하여 그 결과를 PDF로 변환하여 의사에게 공유할 수 있다. (참고로 이 기능은 2019년 1월 현재 미국 계정의 애플워치 사용자에게만 활성화되었다) 하지만 FDA의 허가 범위에 따르면 애플워치4는 엄밀히 말해 심방세동의 존재 유무를 ‘측정’할 뿐, 이를 진단하거나 기존에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환자가 질병을 ‘관리’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앱에서 ‘기존에 심방세동을 진단 받은 적이 있습니까’의 항목에 그렇다고 답하면, ‘이 기능은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즉, 이 애플워치는 일상에서 심방세동의 위험성이 높은 환자를 가려내어, 병원을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관문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ref]

그렇다면 이러한 애플워치의 심전도 측정과 심방세동 측정 기능은 사용자에게 어떠한 의학적 효용을 준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기능에서 가장 큰 효용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심방세동이 있지만 아직 진단받지 못한 사람이나, 그 위험군에 속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맥박의 불규칙함이나,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들은 증상이 발생한 순간에 적시에 애플워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 기능이 출시된 직후, 애플워치를 통해 자신이 심방세동의 위험이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된 사용자가 응급실에 내원하여 정말로 심방세동 확진을 받은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ref]

이러한 심방세동 위험군에 대해서는 애플워치4의 의학적 효용이 있을 수 있다. 가톨릭의과대학 노태호 교수님에 따르면, 특히 부정맥 중에 심방세동은 증가세가 현저하다며, “미국에는 2009년 현재 500-600만 명의 심방세동 환자가 있고 65세 인구의 10%가 심방세동을 가질 정도로 흔하다. 거기에 더해 30년 내에 유병률이 2-3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심방세동 환자는 5배 뇌졸중이 더 잘 생기며 의학의 발달로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그런데 전체 환자의 13%는 진단도 되지 않은 상태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경우 애플워치를 통해 더 많은 심방세동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 애플워치의 기능 때문에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우려를 안겨주거나, 불필요한 병원 방문, 의학적 검사, 의료비 지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애플워치가 진단이 아니라, 병원으로 환자를 연계하는 ‘관문’의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심방세동 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측정 기준을 다소 느슨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즉, ‘심방세동이 실제로 있는데도, 없다고 측정되는’ 위음성(false negative)를 최소화해야 하므로, 이는 결국 ‘심방세동이 실제로 없는데도, 있다고 측정되는’ 위양성(false positive)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에릭토폴은 애플워치가 ‘최소한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줄 것이고, 더 심한 경우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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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효용, 그 이상의 가치?

사실 중요한 또 다른 질문은 “심방세동 위험이 없는  정상 사용자에게 애플워치4가 어떤 효용을 줄 수 있을까?”일 것이다. 현재 수준에서 의학적 효용에 국한한다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군이 아닌 사용자에게 효용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일반 정상군이 이러한 기능이 제공하는 의학적 효용 때문에 애플워치를 구매하거나, 더 지속적으로 착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능이 일반 정상군에게도 효용을 제공할 가능성은 없을까? 의학적 효용이 아니라도, 다른 종류의 효용을 제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애플은 애플워치를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하는데 꽤 성공하고 있기 때문에, 심전도나 부정맥 측정 등으로 ‘다른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디지털 카메라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사람들은 왜 사진을 디카로 찍어서 컴퓨터에 저장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도 왜 핸드폰에 카메라가 결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를 알지 못했다. 기존에는 일상적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일도 없었고, 촬영한다고 해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매체나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고화질 카메라가 들어감으로써, 현재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냅챗, 페이스북 등의 완전히 새롭고도 거대한 서비스가 등장하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이것이 단기간에 된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 카메라 혼자 이뤄낸 것도 아니지만, 이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이 없었다면 이 흐름 자체가 생길 수가 없었을 것이다.

너무 먼 이야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애플워치의 의료적 기능, 더 나아가서 웨어러블의 의료적 기능이 단순히 1차적인 의학적 효용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또 다른 효용을 제공할 수는 없을까? 예를 들어, 심전도의 일상적인 측정이 완전히 새롭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서비스나 플랫폼의 토대가 될 수는 없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면, 웨어러블 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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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기업가, 작가, 엔젤투자가,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3billion, 서지컬마인드 등의 스타트업과 세마트랜스링크캐피털 등의 벤처캐피털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의료 인공지능』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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