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16th December 2018,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23andMe, 막대한 데이터의 힘!

23andme

개인 유전정보 분석 산업의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빅딜이 만들어졌습니다. 23andMe가 다국적 제약사 GlaxoSmithKline (GSK)에게 향후 4년간 (추가 1년 연장 가능) 자사의 유전 정보 DB에 대한 독점적 접근권을 주고 $300m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번 전략적 투자에서 23andMe의 기업 가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만, 대략 (포스트 머니 기준) $2.5b 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즉, GSK는 10%가 조금 넘는 23andMe의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23andMe는 이미 유니콘으로 지난 2017년 9월 세퀘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로부터 $250m의 시리즈F  펀딩을 받을 때 이미 기업가치가 $1.7b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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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andMe의 펀딩 히스토리 (출처: Crunchbase)

빅데이터 비즈니스

23andMe는 개인 유전정보 분석 회사이지만, 실제로는 데이터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여 유전 정보를 분석한 고객의 수는 2018년 4월 기준으로 무려 500만명에 달합니다. 이 분석을 받을 때, 고객은 자신의 표현형 데이터 (질병, 약물 반응, 일반적인 특징 등등)을 연구용으로 ‘기부’할 것을 요청 받는데, 80% 이상의 고객이 자신의 데이터를 기꺼이 제공합니다.

즉, 이 회사는 (추정해보면) 400만명 내외의 유전형-표현형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유전형-표현형 DB는 전세계에서 가장 큽니다. 이 정보는 비식별화 되어 있기는 하지만, 회사에서는 개별 소비자들의 메일주소도 알고 있습니다. (즉, 특정 유전형을 가진 genetic subgroup에 접근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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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andMe의 고객은 500만명을 돌파했다

23andMe의 이러한 데이터는 제약사에게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015년 제넨텍과 화이자는 이 DB를 유료로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제넨텍의 경우 이 데이터를 무려 $60m 를 주고 구매했습니다. 어찌보면 B2C로 유전정보 분석해주는 것보다, 그렇게 쌓은 데이터를 이렇게 B2B로 판매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상장 기업이 아닌지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습니다만..) 이후 23andMe는 제넨텍에서 부사장까지 지냈던 Richard Scheller 를 CSO (Chief Science Officer) 등 제약사 출신 전문가들을 영입하여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 기사에 따르면 현재 23andMe의 CSO인 이 Richard Scheller와 현재 GSK의 CSO인 Hal Barron 두 사람이 이 딜을 주도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과거에 제넨텍에서 같이 일하던 사이었는데, 이후로도 정기적으로 만나며 계속 친분을 유지해왔다고 합니다. 또한 23andMe의 창업자 앤 워짓스키에 따르면, “Hal은 23andMe의 데이터를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첫번째 사람들 중 한 명 (“Hal was one of the first people to walk into my office and say you guys could have an impact on drug discovery,”) 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개인 유전 정보 기반의 신약 개발

이번 발표에서 GSK와 23andMe는 유전형-표현형 DB를 크게 세 가지 부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 신약 표적 발굴을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유전 정보는 질병의 메커니즘이나 pathway 에 대한 이해를 늘려주기 때문. 유전정보에 기반한 drug target selection은 특정 indication에 대한 성공률을 높여줌과 동시에 리스크도 줄여줄 수 있다.
  • 표적 치료제에 효능을 보일만한 환자 집단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대규모 유전형-표현형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질병에 대한 새로운 subgroup을 정의할 수도 있다.
  • 임상시험 환자의 리크루트에 활용할 수 있다. 23andMe는 특정 질병에 걸린 환자군 및 환자군의 genetic subgroup 까지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임상시험에 참여 할 수 있는 환자를 보다 쉽고 빠르게 임상시험에 등록하여 신약 개발의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여기에서 23andMe의 막대한 데이터가 빛을 발합니다. LRRK2는 파킨슨병의 일부 환자의 발병과 연관이 있는데, 현재 미국의 파킨슨환자 100만명 중에, LRRK2 변이를 가진 사람은 10,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즉, GSK에서는 파킨슨 환자 중에 LRRK2 변이를 가진 사람을 골라내야만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데, 100명의 파킨슨 환자의 유전 정보를 검사해야만 1 명의 LRRK2 변이를 보유한 환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23andMe는 이미 임상 시험에 참여하기로 동의한 250명의 LRRK2 변이를 보유한 파킨슨 환자 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규모의 환자를 찾으려면 GSK는 최소한 25,000명의 환자의 유전 정보를 검사해야 합니다. (모든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으므로, 실제로는 더 많은 수를 검사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23andMe의 데이터 덕분에 GSK는 신약 개발을 매우 가속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파킨슨은 23andMe의 사업 초기부터 중점적으로 데이터를 모아오던 질병입니다. 이는 23andMe의 창업자 앤 워짓스키의 전남편인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파킨슨 가족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사실 세르게이 브린 본인이 LRRK2 변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2015년 제넨텍과의 협력도 주로 파킨슨 신약개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23andMe는 다양한 질병군에 대한 초기 신약 후보 물질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추가적으로 다양한 협업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의 힘

이번 협업은 개인유정정보 분석 회사, 혹은 의료 데이터 기업이 어떠한 방식으로 제약사와 협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러한 남들이 가지지 못한 거대한 의료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지를 알려줍니다.

헬스케어 회사 입장에서는 가치 있는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것의 중요성을, 또한 투자사들이나 협력사들은 이러한 대규모 헬스케어 데이터의 위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특히 해외에 비해서 한국은 창업자도 이 부분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거나, 투자자들도 이 데이터에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사례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이러한 23andMe의 DTC (Direct-to-Consumer) 모델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불법입니다. 23andMe는 미국에서도 FDA 규제를 받는 등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규제가 개선되어 지난 6월부터는 더욱 전향적인 규제가 적용됩니다. 바로, 질병 위험도 (Genetic Health Risk) 분석 DTC 서비스에 대해서 Pre-Cert 를 적용하는 방안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질병 위험도 분석에 대해서 “최초 한 번”만 99% 이상의 정확도(analytical validity) 를 인정하면, 이 회사는 정확한 유전 정보 분석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인정하여, 이후의 서비스는 출시 전 인허가가 면제됩니다. (Once FDA has reviewed one test that demonstrates this level of accuracy, then the test provider has demonstrated an ability to meet the accuracy requirements for additional similar tests offered.) 결과적으로 23andMe는 이러한 대규모 데이터를 쌓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신약 개발에 기여하는 혁신, 새로운 방식의 사업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전정보분석 DTC를 (12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원천적으로 막아놓았기 때문에 이러한 혁신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사업 모델도, 새로운 데이터도, 새로운 방식의 신약 개발도 없습니다. 정부 부처 관계자들도 이를 보고 느끼는 것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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