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08th June 2018,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웨어러블 최대의 난제, 지속 사용성

Yoon Sup Choi February 20, 2018 Big Data,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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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웨어러블 딜레마]

  1. 웨어러블의 돌파구는 어디에
  2. 웨어러블이 정말 정확해야 하는가?
  3. 웨어러블 최대의 난제, 지속 사용성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정말 중요하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헬스케어 웨어러블 딜레마를 구성하는 양대 축 중 첫 번째인, 지속 사용성의 문제다. 지속 사용성(engagement)이라는 말은 어렵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웨어러블을 한 번이라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깨달았을 문제다. 바로 웨어러블을 사용자들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용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핏빗, 미밴드 등의 활동량 측정계의 사용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서랍 속에 처박아두고 찾지 않은 경험은 많은 독자들도 이미 경험하였을 것이다.

‘헬스케어 웨어러블 딜레마’ 개념에서도 지적했듯이, 웨어러블의 지속 사용성이 낮다는 것은 웨어러블의 효용성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일단 착용을 해야만 사용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효용도 제공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속 사용성이 낮다는 것은 헬스케어 웨어러블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난제이며, 웨어러블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사실 이 지속 사용성 문제는 웨어러블 분야에서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직 누구도 완벽히 해결하지는 못한 문제이다.

헬스케어 웨어러블 딜레마

이번 챕터에서는 웨어러블에 한해서 지속 사용성이 낮다는 것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사실 이는 다른 디지털 헬스케어, 혹은 일반 헬스케어나 의료 전반에서도 근본적인 문제이다. 단적으로 모바일 헬스케어 앱에도 이 문제는 똑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눔(Noom)과 같은 식단 기록을 통한 체중 감량과 당뇨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앱의 경우, 사용자가 일단 앱을 계속 사용해야만 의도했던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앱 개발사에서는 이를 재방문율(retention rate)이라는 수치로 측정하여 관리하며,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한다.

더 나아가서는 의료계에서 잘 알려진 ‘복약 순응도(medication adherence)’ 문제도 있다. 환자가 처방받은 약을 빼먹거나 과다 복용하지 않고, 얼마나 제대로 복용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환자가 단순히 잊어버리거나 자의적인 이유로 약을 처방 받은 대로 복용하지 않으며, 이는 불필요한 의료 비용과 입원 등 사회적인 비용을 야기한다 [1, 2]. 이러한 복약 순응도 문제 역시 ‘건강 행동을 계속 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지속 사용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 교육 등의 전통적 방법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스마트폰 알람이나 스마트 약통(smart pill box)과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측면의 해결책도 많이 시도되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약 순응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1, 2]. 이에 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웨어러블, 얼마나 오래 사용하나

그렇다면 웨어러블을 얼마나 지속해서 사용하지 못하길래, 이것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몇 가지 데이터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데이터는 엔드에버 파트너스(Endeavour Partners)라는 미국의 컨설팅 회사의 조사 결과이다 [ref]. 수천 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이 조사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웨어러블을 계속 사용하는 사용자의 비율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최초 6개월 동안 가파르게 하락하여, 15개월이 지나면 절반 정도의 사용자만이 웨어러블을 여전히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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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을 얼마나 오래 사용할까 (출처: Rock Health)

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 그리고 일반 사용자들도 이 결과에 대해서는 약간 갸우뚱할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보거나,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보더라도 웨어러블을 착용했던 기간이 엔드에버 파트너스의 결과보다는 더 짧은 경우가 많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지인들이 웨어러블을 6개월 이상 꾸준하게 착용하는 경우를 얼마나 본 적이 있는가?

이에 실리콘밸리의 투자기관이자 연구기관인 락헬스(Rock Health)에서는 연구를 인용하면서 자사의 직원들 10명을 대상으로 자체적인 조사를 진행한 결과, 6개월 만에 사용율은 무려 20%로 떨어졌다[ref]. 조사 대상이 많지는 않으나,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를 선도하는 회사의 직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꽤 충격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락헬스의 결과가 현실을 더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핏빗의 활성 사용자

그렇다면 웨어러블의 대명사 핏빗의 경우에는 지속 사용성은 어떨까? 앞서 소개했듯이, 핏빗은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박(James Park)이 2007년 창업한 이후 2016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무려 6,000만여 개를 판매한, 명실상부한 웨어러블 업계의 대명사다. 지속 사용성이 웨어러블의 고질적인 문제라면 분명 핏빗도 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핏빗 정도 되는 기업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을까?

하지만 핏빗도 이런 낮은 지속 사용성의 문제에서 예외는 아닐뿐더러, 오히려 이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핏빗은 지속 사용성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 판매된 기기, 혹은 사용 등록된 기기 중에 소위 ‘활성 사용자(active user)’의 비율을 계속 측정하고 있다. 활성 사용자는 말 그대로 실제로 기기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고객을 의미한다. 핏빗의 입장에서는 활성 사용자의 비율이 높을수록 긍정적일 것이며, 반대로 만약 활성 사용자의 비율이 낫다면 고객이 구매한 이후에 실제 사용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므로 절대 달갑지 않은 이야기가 된다.

핏빗은 이러한 활성 사용자의 비율을 측정하기 위해서, 먼저 활성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정의했다. 핏빗의 연간보고서 등에 따르면 활성 사용자는 아래의 조건 중 적어도 하나를 충족시키는 사용자로 정의했다 [ref].

  • 최근 3개월 동안 핏빗의 활동량 측정계나 스마트 체중계를 핏빗 계정에 연동한 적 있는 사용자
  • 최근 3개월 동안 핏빗에 100걸음 이상이 기록되거나, 스마트 체중계로 체중을 측정한 적 있는 사용자
  • 핏빗 프리미엄이나 핏스타(FitStar) 등 유료 서비스를 구독하는 사용자

이처럼 핏빗은 활성 사용자를 상당히 느슨하게 정의하고 있다. 특히, 최근 3개월 동안 단 한 번의 계정 연동이나, 100걸음밖에 되지 않는 수치로 정말 활성 사용자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인지는 다소 이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아무튼, 이러한 기준으로 구매자, 혹은 등록한 사용자 중에 활성 사용자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핏빗의 고민

놀랍게도 활성 사용자의 비율은 전체 구매 고객이나, 구매 후 기기를 등록한 고객을 기준으로 매년 30~40% 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전체 판매 대비 활성 사용자의 비중은 2012년부터 40%대를 유지하다가, 2016년 들어서는 30%대로 떨어졌다. 등록된 기기 중의 활성 사용자는 해마다 감소해서 2016년에는 40%대로 떨어졌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핏빗의 판매량은 오히려 꾸준히 늘어났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핏빗은 2015년, 2016년에 각각 전 세계적으로 2,000만 개 이상을 팔았다), 이러한 활성 사용자의 감소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많은 수의 사용자가 사용을 그만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핏빗이 정의한 활성 사용자의 기준 자체가 매우 느슨함을 감안하면, 매일 혹은 거의 매일 핏빗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사용하는 ‘진성’ 활성 사용자의 비율은 훨씬 더 낮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핏빗을 착용한 지 12개월 이후의 활성 사용자는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연구에서는 6개월 동안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주다가, 이후 6개월간 인센티브를 주지 않은 후에 관찰하였다) 특히, 이 연구에서 정의한 활성 사용자는 최근 일주일 동안 하루라도 500보 이상 걸은 사람으로, 핏빗의 기준보다 더 엄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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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6개월 동안의 인센티브 유무와 상관 없이, 이후 6개월 동안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으면,
핏빗의 활성 사용자는 10% 내외로 줄어든다 (출처: Lancet Diabetes Endocrinol 2016)

즉, 웨어러블의 대명사인 핏빗의 경우에도 이러한 지속 사용성의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핏빗의 장래를 그다지 밝게 보지는 않는데, 여러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지속 사용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낮은 활성 사용률로는 장기적으로 사업의 가치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사용자가 구매 후에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근본적인 문제이다.

사실 현재 웨어러블이 겪고 있는 암흑기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지속 사용성이 낮기 때문이다. 페블, 죠본, 퓨얼밴드 등의 웨어러블이 결국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근본적 원인으로도 이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핏빗도 이 문제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 전략을 수정하면서 B2B 시장 진출, 의료 분야 진출 등 다방면의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아직 해결은 다소 요원해 보인다.

 

난제를 푸는 두 가지 방법

이처럼 웨어러블의 지속 사용성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필자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몇가지 방향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 지속 사용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를 나누는 기준은 바로 사용자의 행동 양식이나 습관을 바꿀 것인지다. 즉, 첫 번째 방식은 사용자의 기존 행동 양식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웨어러블을 지속해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식은 바로 사용자가 새로운 행동을 하도록 만들거나, 기존의 습관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중요하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한 번 더 강조해보겠다.

  • 지속 사용성을 높이는 두 가지 방향
    • 사용자가 기존의 행동을 바꿀 필요가 없는 경우
    • 사용자가 기존의 행동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경우

확실한 것은 사람의 행동을 바꾸고 새로운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 더 나아가 이 새로운 행동을 ‘지속해서’ 하게 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다른 사람이 새로운 행동을 하도록 마음먹게 만들고, 이를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것은 물리적, 심리적, 재정적 저항을 넘어서야만 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이러한 행동 변화가 단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하게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새해만 되면 북적이는 피트니스 센터가 한두 달만 지나도 왜 한산해지는지, 금연과 다이어트는 왜 자꾸 결심만 반복하게 되는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사용자가 기존에 유지해오던 행동이나 습관에 기반을 둔 전략을 세우는 경우, 높은 지속 사용성을 달성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야 하거나, 기존의 행동을 바꿀 필요가 없으므로 당사자의 물리적, 심리적 저항도 덜하고, 해당 행동이 앞으로도 유지될 여지가 높아진다. 하지만 이 방향이라고 해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활용 가능한 선택지는 사용자가 기존에 해오던 행동과 습관의 범위로만 제한된다는 한계도 있다.

사실 이 두 가지 방향 중에서 어느 하나가 다른 것보다 모든 경우에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사용 목적, 기술적 한계, 가격 등의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두 가지 방식 중에서 하나만 선택 가능한 경우도 많다. 이제부터는 지속 사용성을 높일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이 두 가지 방향을 차례대로 다양한 사례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

 

기존의 습관에 묻어가기

웨어러블의 지속 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사용자의 기존 행동이나 습관에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함께 묻어가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기존에 사람들이 착용하고 다니던 시계, 목걸이, 반지, 안경, 귀걸이, 벨트, 기저귀 등의 형태로 만든 웨어러블을 생각하면 된다.

범위를 조금 더 넓게 이야기하자면, 특정한 상황에서 정기적, 반복적으로 신체가 접촉하는 주변의 가구, 기기 등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침대 매트리스, 자동차 핸들이나 시트, 변기 커버, 욕실 발판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사실 스마트폰도 이 범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을 웨어러블이나 사물인터넷 센서로 활용하는 경우 사용자의 기존 행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으므로 물리적, 심리적 거부감도 적고, 장기간 높은 지속 사용성을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의 스타트업 웰트(WELT)에서 만든 스마트 벨트를 보자.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정장 벨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활동량을 측정하는 웨어러블이다. 벨트 버클에 내장된 여러 센서를 통해서 활동량, 허리둘레, 식습관 등의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다. 사용자가 이 스마트 벨트를 사용하기 위해서 새로운 습관을 만들거나 기존의 행동을 바꿀 필요는 없다. 단지 원래 하던 것처럼 바지에 벨트를 착용하면 그만이다. 필자도 정장을 입을 때 즐겨 착용하는 웨어러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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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벨트, 웰트(WELT)

필자가 즐겨 사용하는 또 다른 웨어러블 중에 스마트 반지, 오라 링(Oura Ring)도 있다. 이 웨어러블은 언뜻 보면 일반적인 반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일반 반지보다는 약간 더 두껍다) 반지 안쪽 면에 여러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서, 활동량, 심박수, 체온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수면을 모니터링해준다. 지난밤에 자신이 얼마나 깊이 잤는지에 대해 수면의 양과 질을 점검해볼 수 있다. 반지는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즐겨 착용하는 액세서리이므로 착용하는데 거부감이 적고, 익숙해지면 착용하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스마트 반지의 경우, 충전을 위해서 3~4일을 주기로 충전을 해줘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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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오라 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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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오라 링 데이터 측정 화면

또한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 깔아두는 수면 모니터링 센서도 있다. 애플이 2017년 5월에 인수한 기업인, 베딧(Beddit)이 대표적이다. 베딧은 긴 끈 형태의 기기로, 침대 매트리스 위에 좌우로 깔아두기만 하면 매일 밤 수면 시간, 수면의 질, 코골이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이 역시 사용자가 한 번만 설치해두면 잠을 자는 행동 양식을 크게 바꿔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지속 사용성을 높이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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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매트리스에 부착하는 수면 센서, 베딧

 

애플 워치의 높은 지속 사용성

그런데 조금 의외일 수 있겠으나, 이러한 ‘기존 습관에 묻어가기’ 전략을 활용해서 높은 지속 사용성을 달성한 대표적인 사례로 애플 워치를 빼놓을 수 없다. 앞서 설명한 웰트, 오라 링, 베딧을 들어보지 못한 독자라도, 애플 워치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2014년 애플이 발표한 스마트 워치는 애플 워치는 2017년 3분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3,300만 개가 판매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출시한 이후로 핏빗, 샤오미 등과 함께 손목에 착용하는 웨어러블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브랜드 중 하나이다 [ref].

웨어러블 시장 점유율
2014 1Q~2017 2Q의 분기별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 점유율 (Source: Statistica, 정리: 최윤섭)

잘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지만, 이러한 메이저 브랜드 중에서 애플 워치는 예외적으로 높은 지속 사용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애플 워치가 이러한 높은 지속 사용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용자의 기존 행동 양식에 최대한 묻어가는 애플의 치밀한 포지셔닝, 혹은 사용자 인식 전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통칭 ‘아이 워치’로 불리며 많은 루머와 기대를 낳던 애플의 첫 번째 스마트 워치는 ‘애플 워치’라는 이름으로 2014년 9월 발표되었다. 그 자체로 시계이기도 한 이 애플워치는 아이폰과 연동되어 전화, 메시지, 메일 등의 알람을 받을 수 있고, 애플 페이를 통한 결제기능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헬스케어 측면에서도 가속도계와 심박센서를 활용하여 ‘액티비티(activity)’와 ‘워크아웃(workout)’이라는 두 개의 활동량 측정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사실 이 애플 워치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의 평가는 상당히 엇갈렸다. 특히 스위스 시계 산업계 등에서는 매력이 없고,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런데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자 좀 달랐다. 구매한 고객들은 애플 워치를 매우 좋아했다. 2015년 3월 판매가 시작된 지 몇 개월이 지난 2015년 7월 리스틀리(Wristly)의 조사 결과, 애플 워치의 고객 만족도는 무려 97%였다. 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만족도인 92%, 91%를 능가하는 결과였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1,030명을 대상으로 애플 워치를 얼마나 자주 착용하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였다. 그 결과 애플 워치를 ‘매일’ 착용하는 사람은 86.1%, ‘거의 매일’ 착용하는 사람은 12.3%로, 이를 합하면 무려 98% 이상이었다. 애플 CEO 팀 쿡은 당시 애플의 투자자들에게 “94%의 애플 워치 사용자들이 거의 매일 착용한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와 거의 동일한 수치였다.

애플 워치의 예외적으로 높은 지속 사용성은 후속 버전인 애플 워치2에 대해서도 여전히 유지되었다. 애플 워치2가 2016년 11월 판매를 시작한 이후, 리스틀리는 1020명을 대상으로 애플 워치 2의 지속 사용성에 대한 조사 결과를 2017년 3월 발표하였다. 구체적인 결과는 아래와 같으며, 거의 매일, 혹은 그 이상의 빈도로 착용하는 사용자의 비율은 무려 96%에 달했다.

  • 매일 착용 (취침 시까지 착용): 15%
  • 매일 착용 (취침 시에는 미착용): 74%
  • 거의 매일 (낮에만) 착용: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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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워치를 얼마나 자주 착용하는가 (출처: Wristly)

 

애플 워치는 스마트 워치인가?

필자는 지속 사용성의 해결을 원하는 웨어러블 산업계 종사자나 연구자라면 이 애플 워치의 사례를 반드시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높은 수준의 지속 사용성을 보이는 것은 메이저 웨어러블 브랜드는 물론이고, 웨어러블 산업 전체를 통틀어서도 매우 드문 수준이다. 특히, 앞서 소개한 핏빗의 활성 사용자의 비율이 30-40%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해보면 더욱 인상적이다.

애플 워치가 이렇게 높은 지속 사용성을 보이는 이유는 상당히 복합적이라고 본다. 애플이라고 하는 브랜드의 고객 충성도, 아이폰과의 연동을 통한 스마트폰의 사용 편리성, 세련된 디자인 등등이 모두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일부는 ‘고객 효용성’ 부분에서 다시 거론하게 될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애플 워치에 대해서 ‘기존 습관에 묻어가기’ 전략을 애플이 세심하게 사용했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지적하고자 한다. 이는 제품의 속성에 대한 정의, 제품 포지셔닝이나, 고객의 제품 인식, 홍보 전략과도 관련이 된다고 본다.

만약 애플 워치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팀 쿡이나 조너던 아이브에게 ‘애플 워치는 어떤 종류의 제품인가?’ 하고 물었다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아마도 ‘시계’라는 답이 돌아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스마트 워치’가 아니라 말이다. 즉, 애플은 ‘스마트 시계’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라기 보다는, 기존에 고객들이 수백 년 동안 착용해오던 ‘시계’라는 카테고리로 인식되도록 치밀하게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고객들에게 스마트 밴드나 스마트 워치는 기존에 착용해본 적 없는 새로운 기기라 구매가 망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계는 다르다. 그동안 늘 착용해오던 것이기 때문에 새롭게 구매하고 사용해보는 데 심리적인 저항이 적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제품의 포지셔닝이나 카테고리 인식에 있어서 작지만 큰 차이다.

애플 워치의 출시와 홍보에 대한 애플의 행보를 보면 이러한 노력이 세심하게 담겨 있다. 일단 제품의 이름부터 ‘시계’가 들어가 있다. 이는 ‘핏빗’이나 삼성의 ‘갤럭시 기어’, 구글의 ‘모토360’ 등과 비교해볼 때 아주 밋밋한 이름이다. 스마트 워치, 혹은 팬시한 다른 이름이 아니라, 그냥 시계였던 것이다. 2014년 팀 쿡이 처음으로 애플 워치를 공개할 때, 스크린에는 사과 모양의 애플 로고 옆에 이렇게 WATCH라는 글자만 떴다. 애플 워치가 출시되기 전, 시장에서는 이미 ‘아이 워치’라는 이름으로 통칭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어 직관적으로 아이워치로 쉽게 이름을 짓지 않았던 이유도, 고객들이 익숙하지 않은 ‘스마트 워치’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으로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을지 우려해서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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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

더구나 팀 쿡이 애플 워치를 세상에 처음으로 소개했던 첫 마디는 “우리는 최고의 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We set out to make the best watch in the world)”였다. 특히, 피트니스 등 다른 모든 기능을 소개하기에 앞서서 ‘오차가 50 밀리세컨드도 되지 않는 정확한 시계’라는 것을 가장 먼저 강조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스마트 워치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시간의 정확성을 먼저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의외다. 하지만 스마트 워치가 아닌 ‘시계’로서 애플 워치를 설명하려 했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이러한 전략은 마케팅에서도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애플 워치를 애플샵의 매대에서 진열하는 방식도 기존의 시계 매장의 진열대를 연상시켰다. 시계 매장에서 그러하듯, 투명한 유리로 된 진열대 아래에 다양한 디자인의 애플 워치가 세련되게 진열되어 있었다. 애플샵에서 고객들은 이 진열대를 보고, 애플 워치가 스마트 밴드나 스마트워치보다는 시계에 가깝다고 자기도 모르게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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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시계 매장의 진열대

1102applewatch애플샵의 애플 워치 진열대

이러한 노력은 애플 워치의 디자인 곳곳에도 녹아 있다. 다양한 디자인의 시곗줄을 갈아 끼울 수 있으며, 마케팅 전면에 노출되는 은색의 금속 시계 줄은 기존의 시계를 떠올리게 했다는 점, 기능상 다른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었음에도 시계의 우측에 달린 용두(태엽 꼭지)를 이용하여 다양한 기능을 구현한 점, 시계 디자인을 고르듯 애플 워치 화면을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이 그러하다. 특히 기존 시계의 이미지를 연관되는 용두와 은색 금속 시곗줄 등은 팀 쿡의 발표 영상에서도 두드러지게 강조되었다. 다른 스마트 워치도 이러한 전략의 일부를 유사하게 채택하고 있지만, 애플 워치처럼 제품 인식이나 포지셔닝을 위해서 의도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이 사용된 경우는 당시 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스마트 워치라기 보다는, 그냥 시계에 가깝게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 워치의 출시 직전, 애플의 디자인 최고 책임자 조너던 아이브가, ‘스위스 시계 산업이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ref]. 애플이 애플 워치를 이미 스마트 워치보다는 일반 시계에 가깝게 포지셔닝하려 했고, 이 때문에 기존 시계 산업과의 경쟁을 예상한 것이다. 2014년 처음 공개된 애플 워치를 보고 스위스 시계 산업의 주요 인사들은 애플 워치가 스위스 시계의 경쟁자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코웃음 쳤다[ref].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몇 년이 지난 2017년 실제로 스위스 시계 산업은 애플 워치 때문에 판매량 급감 등의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1, 2, 3, 4, 5]. 특히 2017년 4분기에는 애플 워치의 판매량이 스위스 시계 판매량을 처음으로 앞지르기도 했다[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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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분기, 애플 워치의 판매량이 스위스 시계를 넘어섰다 (출처: TechCrunch)

애플 워치가 스위스 시계 산업에 경쟁자가 되었다는 것이 꼭 애플 워치가 ‘시계’로 포지셔닝 되었기 때문이라는 법은 없다. 어차피 손목에 시계나 스마트 밴드를 두 개 이상 차지는 않기 때문에, 애플 워치가 굳이 시계로 고객들의 뇌리에 박히지 않았어도 기존 시계 산업의 매출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애플 워치의 출시가 핏빗의 판매량에는 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데이터를 보면, 실제로 시계와 스마트 워치, 활동량 측정계의 시장은 같은듯하면서도 또 서로 구분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애플 워치의 높은 지속 사용성을 단순히 ‘시계’로서 고객이 인식하도록 포지셔닝했다는 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객에게 심리적으로 낯설고 기존에 없던 기기라는 인상을 너무 심어주지 않도록, ‘기존의 습관에 묻어가기’ 전략을 애플이 세심하게 발휘했다는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행동 활용의 한계

하지만 이렇게 사용자의 기존 행동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전략이 무조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속 사용성을 높이기는 쉽지만, 무엇보다 해당 기기의 유형이나, 활용하려는 기존 행동의 형식, 착용 부위, 측정 빈도와 데이터의 종류 등에 제한되는 한계가 있다. 이는 ‘헬스케어 웨어러블 딜레마’에서 지속 사용성보다는 사용자 효용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던 벨트 형태의 웨어러블, 웰트를 생각해보자. 현재 웰트는 정장 벨트 형태의 웨어러블만 출시한 상태다. 웰트는 정장을 입을 때 벨트를 차는 기존 행동을 전혀 바꾸지 않으므로 지속 사용성을 높이기에 유용하다. 하지만 벨트라는 기기의 형태가 가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벨트를 풀고 있을 때, 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트레이닝복이나, 캐쥬얼한 옷을 입고 있을 때는 (청바지에 정장 벨트를 차지 않는 이상) 이 기기를 통해 데이터를 측정할 수 없다. 또한, 여성복의 경우에는 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남성 정장의 경우에도 여러 디자인의 벨트를 번갈아 착용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측정 부위나 측정 가능한 항목, 빈도 등이 기존 행동에 제한되는 경우도 많다. 벨트를 포함하여, 자동차 시트, 침대 매트리스 등을 웨어러블이나 사물인터넷 센서로 활용하여 데이터를 측정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사용자의 기존 행동에 맞춰 정기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측정 방식상 사용자의 피부에 직접 센서가 접촉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즉, 피부에 접촉해야만 측정할 수 있는 심전도, 혈당, 심박, 체온 등의 다양한 의학적인 데이터는 얻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물론 향후 기술이 발전되면 이런 한계점이 개선될 여지는 있다. 예를 들어, 포드는 2011년 자동차 시트에 심박 센서를 붙여서 옷을 입고 있는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측정하려는 시도한 적이 있다[ref]. 다만 기술적 한계 때문인지, 시장성 때문인지 해당 계획은 2015년 공식적으로 철회되었다[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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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가 개발하려 했던 운전석 심박 센서 (출처: IEEE)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침대, 자동차 핸들이나 시트, 변기 커버, 욕실 발판 등의 경우에 큰 장점이 한 가지 있다는 것이다. 바로 매일 (혹은 그에 상응하는 일정한 간격으로) 같은 환경에서 사용자의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석에 부착된 센서를 활용하면 ‘매일 아침 출근할 때’라는 동일한 상황에서의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할 수 있다. ‘매일’, ‘같은 조건에서’, ‘장기적인’ 데이터의 측정은 의학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구글 글래스의 실패 원인: 쪽팔림

기존의 기기를 사용하여 사용자 행동을 바꾸지 않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사용자의 인식이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디자인, 충전 등의 요소로 인해 물리적으로 사용이 불편해지거나, 주변 사람의 눈에 너무 쉽게 띄어서 심리적인 부담을 주는 경우다. 이러한 물리적, 심리적 불편함을 통틀어서 부정적인 사용자 경험이라고 통칭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구글 글래스이다. 안경은 비록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착용해오던 대중적인 액세서리다. 하지만 구글 글래스는 기존의 안경에서 조금 더 나갔고, 이는 결과적으로 나쁜 사용자 경험을 초래했다. 물론 구글 글래스의 경우 배터리 수명이 길지 않아서 자주 충전해야 한다는 ‘물리적인’ 불편함도 있었다. 안경의 특성상 배터리의 하중이 고스란히 코 패드에 전달되기 때문에 대용량 배터리를 내장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구글 글래스 초창기에 수술 중에 구글 글래스를 통해서 환자의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는데, 두 시간 정도밖에 유지 되지 않는 배터리 때문에 장시간 수술에는 별도의 보조 배터리를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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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글래스는 안경이라는 익숙한 포멧에 기반하였지만, 착용자와 상대방에게 나쁜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심리적인 불편함이었다.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면 지나치게 눈에 띄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된다. 필자도 사실 몇 번 구글 글래스를 쓰고 밖에 나가본 적이 있지만, 사람들의 이목이 너무 집중되어서 도저히 오래 쓰고 있을 수가 없었다. 구글 글래스는 이렇게 착용자의 심리적 불편함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심리적 불편함도 유발했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구글 글래스 착용한다는 것은 항상 카메라를 상대방을 향해 들이대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사용자는 안경다리를 몇 번만 터치하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상대의 얼굴을 촬영 및 녹화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샌프란시스코의 많은 레스토랑과 술집에서는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ref].

앞서 언급한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오라 링도 눈에 띄는 것은 마찬가지다. 2017년 말에 굵기가 가늘고 크기가 작은 새로운 버전의 기기가 출시되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필자도 사용하는) 첫 번째 버전의 오라 링은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커다란 반지다. 이 반지 웨어러블을 끼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히 특이한 반지를 끼고 계시네요’, ‘멋 부리기를 좋아하시나 봐요’ 와 같은 이야기를 듣곤 했다. 이런 경우 이 반지가 웨어러블이며, 이러저러한 종류의 데이터를 측정한다는 설명을 항상 덧붙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즉, 안경이나 반지와 같은 기존 기기의 포멧을 활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지속 사용성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기기의 형식을 빌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기기와 비슷한 수준의 사용자 경험까지 줄 수 있어야 한다. 구글 글래스가 실패한 원인은 안경이라는 익숙한 포멧에도 불구하고, 안경보다 너무 부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Intel Glasses인텔의 스마트 글래스, ‘반트’ (출처: The Verge)

그런데 만약 인텔이 내어놓은 이러한 안경이라면 어떨까. 인텔은 2018년 2월 반트(Vaunt)라는 새로운 스마트 글래스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ref]. 반트의 가장 큰 특징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 안경과 디자인에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착용하고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스마트 글래스라는 것을 인식하기가 어렵다.

반트 연구팀의 목표는 ‘온종일’ 착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글래스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플라스틱 재질로 무게가 50g에 불과해서 장시간 착용에도 큰 불편함이 없지만, 주변 사람에게 튀지 않는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온종일’ 착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으로 보인다. 이 기기는 구글 글래스와 달리 카메라가 없기 때문에 상대방을 몰래 촬영한다는 오해도 피할 수 있다.

참고로 반트는 다양한 정보를 시야에 띄워주는 기능에만 집중하고 있다. 망막 안쪽에 400×150 해상도로 인체에 무해한 저전력의 레이져를 투사해서, 시야 오른쪽 아래 15도 각도로 간단한 정보를 띄워준다. 내장된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통신하여 전화, 문자 알림을 주는 것이다. 가속도계와 자이로미터가 내장되어 있어서 머리의 제스쳐나 어느 방향을 보는지 등을 측정할 수 있으며, 향후 마이크 등이 추가되어 인공지능 비서와 연동이 될 수도 있다.

당뇨병 패러독스

이렇게 웨어러블의 사용자 경험은 너무도 중요하다. 특히 지속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사용자 경험이라는 개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경험은 개별적인 기능, 성능, 정확성, 효용, 디자인 등의 요소가 모두 통합되어 해당 기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겪게 되는 경험의 총합을 말한다. 착용했을 때의 이물감, 충전하는 과정에서의 번거로움, 착용했을 때의 쪽팔린 정도 등 물리적, 심리적 편의를 모두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헬스케어 웨어러블 딜레마’ 개념도에서 볼 수 있듯이 지속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이 사용자 경험은 ‘당뇨병 패러독스’라는 매우 중요한 개념과 직결된다. 당뇨병 패러독스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실 지속 사용성뿐만 아니라, 사용자 효용에 대해서도 상세한 정리가 필요하다. 여기서는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자면, 지속 사용성을 위해서는 웨어러블을 사용하는데 들어가는 번거로움과 귀찮음, 심리적 혹은 물리적 장벽보다, 이를 사용함으로써 얻어지는 효용이 상대적으로 훨씬 커야 한다는 것이다.

침습적인 혈당 측정은 당뇨병 환자에게 극도로 나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사용자에게 실제로 효용을 제공할 수 있음에도, 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사용자 경험이 너무 좋지 않으면, 고객은 ‘필요한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쓰지는 않겠다’는 역설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전작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에서도 한 챕터를 할애하며 강조했던 ‘당뇨병 패러독스’ 현상이다. 당뇨병 환자들이야말로 웨어러블의 수퍼 얼리어답터이다. 1970년대부터 의사들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혈당계를 이용해서 혈당을 자주 측정해야 한다고 권고해왔다. 실제로 혈당 측정은 당뇨병 관리와 합병증 예방 등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을 잘 측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혈당 측정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까지 품는다는 역설적인 현상, 즉 ‘당뇨병 패러독스’가 발생하게 된다.

당뇨병 패러독스도 결국 사용자 경험과 사용자 효용의 상대적인 비교에서 발생한 것이다. 손에 피를 낸다는 물리적인 고통과 번거로움, 많은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심리적 불편함에서 오는 부정적 사용자 경험은 너무도 강력하다. 필자도 당뇨병 환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몇주간 혈당 측정을 해본 적이 있는데, 이는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ref]. 하물며 이를 평생 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의 사용자 경험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혈당 측정의 부정적 사용자 경험이 혈당 측정의 효용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너무 크기 때문에 결국 사용자는 혈당의 지속적인 측정에 실패하는 것이다.

 

무엇이 지속 사용성을 결정하는가

이렇게 지속 사용성은 (부정적인) 사용자 경험과 사용자 효용의 상대적인 비교에서 결정된다. 즉, 사용자 경험이 다소 부정적이더라도 그보다 엄청나게 큰 사용자 효용을 줄 수 있다면, 지속 사용성을 개선할 수 있다. 반대로, 사용자 효용이 별로 크지 않더라도 사용자 경험이 좋다면 높은 지속 사용성이 가능하다. 이렇게 지속 사용성이 사용자 효용과 사용자 경험이라는 두 개념의 절대적인 수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대적인 비교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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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한 애플 워치의 경우 ‘시계’로서의 포지셔닝을 통해 사용자의 기존 행동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사용자 효용에 대비해서 좋게 만들었기 때문에 높은 지속 사용성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애플 워치의 사용자 효용은 크게 유의미하지 않다. 다양한 기능이 애플 워치에 내장되어 있음에도, 주로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것은 시간 확인, 문자 및 알람 확인에 그친다[ref]. 이렇게 낮은 효용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사용자 경험이 좋았기 때문에 성공적인 지속 사용성을 달성할 수 있었다.

구글 글래스는 반대의 사례다. 사람들의 눈에 너무 띄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이 좋지 않아서 일상에서는 도저히 오래 착용할 수가 없다. 일반 사용자 대상의 구글 글래스 활용 시도가 대부분 실패로 끝난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고객에게 구글 글래스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여전히 구글 글래스의 가치는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구글 글래스를 활용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로 귀결되었지만, 실리콘밸리의 오그메딕스(Augmedix)와 같은 스타트업은 여전히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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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고객에게 구글 글래스로 가치를 제공하는
오그매딕스와 같은 기업은 여전히 건재하다 (출처: TechCrunch)

오그메딕스는 진료실의 의사에게 구글 글래스를 통하여 EMR (전자의무기록) 입력 과정에서 사용자 효용을 제공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진료실의 의사는 환자를 보는 동시에 컴퓨터의 전자 의무기록에 키보드로 진료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사는 환자가 아닌 모니터를 바라보게 되므로, 환자에게도 나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의사와 환자 모두의 문제를 오그메딕스는 구글 글래스를 통해서 해결한다.

이렇게 진료실의 의사라는 특수한 환경과 특정한 고객군의 니즈에 대하여 오그메딕스의 구글 글래스는 좋은 사용자 경험과 유의미한 사용자 효용을 모두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적어도 진료실에서는 의사가 항상 착용’한다는 높은 지속 사용성을 달성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일반 사용자에게는 별다른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나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던 구글 글래스가 진료실의 의사에게는 완전히 반대의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특히 진료실에서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의사의 상대방, 즉 환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오그메딕스의 조사에 따르면, 환자들이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에 의사가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는 것에 대한 사전 공지를 받고, 환자가 원하면 착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알려준 경우, 99% 환자들이 의사의 글래스 착용에 동의했다. 공공장소에서 상대방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는 것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착용한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기까지 했지만, 진료실에서 의사가 구글 글래스를 끼고 있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추후 ‘사용자 효용’ 부분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러한 오그메딕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계속)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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