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09th August 2018,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웨어러블이 정말 정확해야 하는가?

Yoon Sup Choi February 8, 2018 Big Data, Digital Healthcare, Precision Medicin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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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웨어러블 딜레마]

  1. 웨어러블의 돌파구는 어디에
  2. 웨어러블이 정말 정확해야 하는가?
  3. 웨어러블 최대의 난제, 지속 사용성

가장 정확한 웨어러블은

웨어러블의 기능이나 효용에 대해서 논하다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정확성이다. 보행 수, 칼로리, 스트레스, 체온, 심전도, 혈압 등 웨어러블이 측정한 수치가 너무 부정확하면 웨어러블을 사용할 이유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웨어러블의 정확도는 과연 얼마나 검증된 것일까? 웨어러블은 어느 정도로 정확해야 할까? 그리고 더 나아가, 웨어러블의 정확성은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

현재 시장에 출시된 웨어러블 중에 가장 일반적인 것은 손목 밴드 형태의 활동량 측정계(activity tracker)이다. 핏빗, 애플워치, 미밴드, 미스핏 등이 대표적이다. (foot note: 활동량 측정계와 스마트워치는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여기에서는 편의상 통칭하기로 한다. 양쪽 모두 활동량을 측정하는 기능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 종류의 웨어러블은 가속도계 센서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하여 보행 수와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한다. 심지어는 스마트폰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도 보행 수와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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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필자의 손목. 지금은 애플워치만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중에 어느 것이 가장 정확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한 번쯤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을 모두 함께 사용한 후에 결과를 비교해보면, 측정된 보행 수와 칼로리 소모량은 기기마다 조금씩 다르다. 필자가 직접 경험해본 바로도 그렇다. 이 중에 어떤 것이 과연 가장 정확한지를 밝히기 위한 연구는 다수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정도만 살펴보려 한다. 둘 다 JAMA라는 저명한 의학 저널에 소개된 연구이다.

첫 번째 연구는 JAMA에 2015년 출판된 연구로, 여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여러 웨어러블의 보행 수 측정 정확도를 비교하였다. 핏빗 플렉스, 죠본업, 나이키 퓨얼밴드 등의 손목 밴드형 웨어러블과, 핏빗 원, 핏빗 집 등의 클립 형태의 기기, 그리고 아이폰5S와 갤럭시 S5의 여러 앱을 사용했다. 14명의 참가자는 이 모든 웨어러블과 스마트폰을 착용 혹은 주머니 속에 넣은 다음, 트레드밀에서 각각 500걸음, 그리고 1500걸음을 걸었다. 그리고 각각의 기기로 측정한 보행 수가 정답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비교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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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수를 가장 정확하게 측정하는 웨어러블은 무엇일까 (출처: JAMA 2015)

그 결과 각 웨어러블 및 스마트폰 앱의 정확도는 약간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손목 밴드 형태보다는, 옷에 부착하는 클립형태의 활동량 측정계가 수치도 정확하며 사용자들 사이의 편차도 적었다. 반면 손목 밴드 형태나 스마트폰 앱은 상대적으로 편차가 크고 덜 정확했다. 특히, (지금은 시장에서 철수한) 나이키 퓨얼밴드의 경우에는 실험한 기기 중에 가장 부정확하고, 사용자들 사이에 편차도 컸다. 흥미롭게도 손목에 착용하는 기기 중에 가장 정확한 것은 잘 알려진 핏빗, 죠본업 등의 기기가 아니라, 야맥스라는 회사의 디지-워커(Digi-Walker) SW-200 이라는 생소한 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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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모양의 디지-워커 SW-200

두 번째 연구는 일본 연구자들이 JAMA에 2016년 출판한 연구로, 손목 밴드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웨어러블의 칼로리 소모량의 측정 정확도를 비교하였다. 위딩스, 죠본, 가민, 핏빗, 미스핏 등의 잘 알려진 밴드와 기존의 연구에서 증명되었던 생소한 이름의 기기들도 함께 테스트했다. 총 12개의 기기를 테스트하였으며, 19명의 성인이 참가했다.

사실 어떤 사람이 하루에 칼로리를 얼마나 실제로 소모하였는지 (이 연구에서는 ‘정답’에 해당하는 수치)를 계산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로, 이 연구에서는 두 가지 방식을 사용했다. 한 가지는 특수한 방에 들어가서 24시간 동안 일상생활을 흉내 낸 표준적인 여러 활동 (식사, 수면, 집안일, TV 시청, 트레드밀 걷기 등등)을 하면서 산소 소모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하여 칼로리 소비를 평가하는 것이다. 다른 방식은 15일간 자유롭게 일상 생활을 하되, 소변을 모두 모아 검사함으로써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12개의 기기를 착용하고 두 방식의 테스트 모두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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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소모를 가장 정확하게 측정하는 웨어러블은 무엇일까 (출처: JAMA 2016)

그 결과 이 연구의 경우에도 기기들 사이에 칼로리 소모 측정 정확도는 다소 차이가 났다. 정답과 근접하게 측정한 기기도 있는가 하면, 칼로리를 더 적거나 많이 계산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기기가 계산한 칼로리와 정답의 상관관계는 0.8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다. 즉, 칼로리 소모량의 정답 수치를 절대적으로 정확하게 맞추지는 못하더라도, 정답 수치가 높으면 계산된 수치도 높고, 정답이 낮으면 계산 결과도 낮은 경향은 잘 보였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과거의 연구에서도 증명되었으나, 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선 기기들 (파나소닉 엑티메이커, 스즈켄 라이프코더 EX, 엑티그래프 GT3X 등)이 핏빗, 죠본, 위딩스 등 시장에 잘 알려진 기기들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웨어러블은 과연 정확해야 하는가

그런데 이러한 연구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어야 할까? 두 연구의 내용을 다소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을 보고, 이미 눈치를 챈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연구 결과에서 우리는 웨어러블의 정확도가 과연 얼마나 중요하며, 정확해야 한다면 얼마나 정확해야 할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앞서 설명한 ‘헬스케어 웨어러블 딜레마’ 개념도에 입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헬스케어 웨어러블 딜레마

웨어러블에서 가장 중요한 두 축은 지속 사용성과 사용자 효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속 사용성과 사용자 효용은 닭과 달걀의 관계로, 일단 둘 중 하나를 크게 높일 수 있으면, 다른 하나도 함께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정확성은 지속 사용성이나 사용자 효용을 높여줄 수 있을까?

일단 정확성은 지속 사용성을 높여주지 못한다. 사람들은 단지 정확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웨어러블의 구매를 선택하거나, 특히 ‘계속’, ‘꾸준히’ 사용하겠다는 동인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웨어러블 기기가 정확할수록 시장에서도 성공적이라면, 앞선 두 연구에서 가장 정확했던 기기들이 먼저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워커 SW-200 등 정확도는 높지만,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희박한 기기가 많았다.

활동량 측정계 중에 정확도라면, ‘바디미디어(BodyMedia)’라는 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 기기는 활동량 측정게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임상적 정확도를 입증하여 FDA 의료기기 인허가까지 받은 기기이다. 하지만 독자 중에 바디미디어를 들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회사는 2013년 죠본에 인수된 이후, 2016년 초에 죠본 내에서도 명맥이 끊어졌고, 2017년 죠본의 피트니스 트레커 시장 철수와 함께 잊힌 이름이 되었다. 즉, 가장 정확한 기기라고 해서, 가장 성공적인 웨어러블 기기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BodyMedia hero
FDA로부터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던 활동량 측정계, 바디미디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성은 중요하다. 웨어러블의 또 다른 한 축인 사용자 효용의 측면에서 그렇다. 무엇보다도 정확성이 너무 낮으면 사용자에게 줄 수 있는 효용이 거의 없다. 사용자 효용이 없다면 (닭과 달걀의 관계에 있는) 지속 사용성을 높이는 것도 요원해진다. 반면, 정확도를 통해서 사용자 효용을 높일 수 있다면, 지속 사용성을 높일 가능성이 생긴다. 즉, 정확성은 지속 사용성을 직접 높이지는 못하지만, 사용자 효용의 상승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속 사용성을 높일 수는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웨어러블이 사용자에게 어떠한 효용을 제공할 것인지에 따라서 정확성의 중요도,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정확해야 할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웨어러블의 다섯 가지 사용자 효용 중에서, 매우 높은 절대적 정확성이 필요한 부문은 의료적 효용과 재정적 효용 정도라고 본다. 반면, 오락적 효용, 심미적 효용, 사회적 효용을 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정확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추후 사용자 효용을 논할 때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의료적 효용과 재정적 효용을 위해서는 높은 정확도가 반드시 담보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서는 측정 결과가 매우 정확해야 한다. 특히 웨어러블이 체온, 혈압, 혈당, 심전도 등을 측정하는 의료기기로 분류될 경우,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서는 정확성을 입증하고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다만 의료적 효용을 제공하는 웨어러블이 모두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하루에 일정 걸음 이상을 걸으면 보험사에서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보험상품이 있다고 해보자. 실제로 해외에는 이런 보험 상품이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 이런 상품의 경우 보험사는 보행 수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조작하기 어려운 웨어러블을 요구할 것이다.

이에 반해, 오락적, 심미적, 사회적 효용의 경우 ‘절대적 정확성’의 달성보다, 그보다 기술적으로는 덜 어려운도가 낮은 ‘상대적 정확성’의 달성 정도로도 목적했던 효용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포켓몬GO와 같이 걷는 것이 동반되는 게임이나, 친구들과 비교해서 누가 더 많이 걸었는지를 경쟁하는 경우에 상대적인 정확도 정도만 확보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특히 이 경우에는 사용자 사이에, 그리고 같은 사용자에 대해서도 어제와 오늘을 비교했을 때 일관적인 결과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 앞선 JAMA의 두 연구에 비교해보자면, 절대적인 수치의 정확성은 다소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사용자 사이의 결과에 대한 편차가 낮고, 정답과 측정치의 상관관계가 높은 정도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절대적인 정확성에 지나치게 목을 매는 것은 불필요할 수 있다.

(계속)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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