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15th November 2018,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의료의 새로운 동반자, 인공지능을 맞이하며

Yoon Sup Choi January 23, 2018 AI, Big Data, Digital Healthcare Comments
medical ai final

자. 지금까지 인공지능이 혁신할 의료의 미래에 대해서 방대하고도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았다. 인공지능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의료 인공지능에서 주요하게 논의되는 이슈들은 대부분 다뤄보려고 노력했다. (이 시리즈를 연재하는데 10개월 남짓 걸렸는데, 그 동안에도 사실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의료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를 과연 어떠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지로 시작해서, 세 가지 대표적인 유형의 의료 인공지능으로 나눠서 IBM 왓슨 포 온콜로지의 현재와 한계 및 향후 숙제, 딥러닝의 기술적인 배경과 의료 분야에서 주요한 성과들을 살펴보았다. 특히 딥러닝 기술의 발전은 영상의학과, 안과, 피부과, 병리과 등의 영상 의료 데이터를 해당 분야 전문의와 동등하거나 심지어 능가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고, 부정맥, 심정지, 당뇨, 패혈증과 같은 질환과 관계된 연속적인 의료 데이터를 모니터링하여 예방 의료 및 예측 의료를 구현하는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정리하는 의미에서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의료 인공지능의 유형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보자.

  • 복잡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학적 통찰력을 도출하는 인공지능
  • 이미지로 나타낼 수 있는 의료 데이터를 분석 및 판독하는 인공지능
  • 연속적인 의료 데이터를 모니터링하여 질병을 예측 및 예방하는 인공지능

이어서 우리는 이러한 의료 인공지능이 파생시키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대표적으로 지금도 여전히 논란을 일으키는 질문인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의사의 사라질 역할, 유지/강조될 역할, 새롭게 생겨날 역할도 살펴보았다. 의사들은 진료과를 막론하고 인공지능으로 인해 광범위한 역할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새로운 시대에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배우는 의사, 또한 더욱 인간적인 의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러한 의사의 역할 변화는 결국 의학 교육 혁신의 필요로 귀결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의과대학과 수련 현장은 그러한 변화에 충분히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여러번 강조했다.

또한, 의료 인공지능이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여러 조건과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는 점도 살펴보았다. 인공지능의 활용은 의료 현장에서 여러 규제적, 법적, 윤리적 이슈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은 계산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블랙박스이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와 기술적인 혁신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 인공지능의 정확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인공지능의 기술적 한계를 인식하고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원칙의 확립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인공지능이 의료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기 위한 충분한 조건이 갖춰진 것은 결코 아니다. 인공지능이 의료에 더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확성 뿐만 아니라 임상적 효용의 검증, 비용 효과성의 검증을 바탕으로 한 의료 보험의 적용, 기존 진료 프로세스와 매끄러운 통합, 의료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한 의사들의 재교육, 법률적 책임 소재의 규명 등 민감하고, 미묘하며, 여러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쉽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전대미문의 기술 혁신이 의료에 본격적으로 접목되기 시작하는 대전환기, 혹은 변곡점을 헤쳐나가고 있다. 의료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항상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처럼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주며, 의사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고, 더욱이 이토록 단기간에 새로운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경우는 드물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은 의료와 그다지 관계없는 분야처럼 보였지만, 짧은 시간 내에 인공지능은 의료의 여러 분야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부상했다. 필자가 2014년 출판한 저서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에서 IBM 왓슨을 국내에 소개했을 때는 물론 2015년 칼럼 등에서 의료 인공지능 이야기를 할 때만 하더라도 의료계에서 지금과 같은 관심은커녕, 왓슨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1, 2, 3]. 불과 2-3년 지난 지금 이를 떠올려보면, 격세지감을 넘어서, 약간 두려운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그 두려움은 지난 몇 년 간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에게 닥쳐올 막대한 변화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의 10년 동안 지난 10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에 의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가 현재 의료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상식, 윤리, 법적인 이슈들을 근본적으로 뒤바꿔놓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진료 및 치료 방식, 의료인의 역할뿐만 아니라, 의료 전달 체계, 인허가 등 규제와 의료법, 의료 보험과 같은 의료 시스템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수 있다. 이 중 어떤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겠지만, 앞서 함께 살펴본 것처럼, 어떤 변화들은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거대한 변혁의 초입에 발을 내딛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변화에 두려움도 느끼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대감과 흥분을 감추기가 어렵다.

의료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시작하면서 강조했던 이야기들로, 이 길었던 논의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이제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 변화는 결코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던져야 할 올바른 질문은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과 손잡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의료에서 ‘더 나은 미래’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지능 할아버지가 도입된다고 해도 의료가 가지는 본래의 목적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 높은 질의 의료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적시에 제공하고, 치료의 효과는 높이며, 부작용은 낮추고, 그 과정에 들어가는 의료 비용도 절감하는 것이다.

의료는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전대미문의 동반자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 동반자와 함께 달리면서, 어떠한 의료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지는 이제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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