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25th March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인공지능은 의료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8) 생체 신호 모니터링을 통한 질병 예측 (하)

 

부정맥을 한 시간 전에 예측하기

이번에는 환자의 부정맥, 심정지와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하기 전에 예측하는 인공지능들을 살펴보자. 먼저 서울아산병원의 연구이다. 연구진은 심장내과 중환자실에 입원한 백여 명의 환자를 모니터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정맥의 일종인 심실빈맥(ventricular tachycardia)을 발생하기 한 시간 전에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인공지능발표했다.

부정맥은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심장박동이 갑자기 멈추는 돌연심장사의 원인 중 80%가 심실부정맥 때문이다. 치명적인 심실부정맥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심실빈맥으로, 심실에서 이상이 발생하여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뛰는 상태다. 이러한 심실빈맥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면, 적절한 사전 조치를 통해 부정맥 발생을 예방하거나, 발생 후에도 빠르게 대처하여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의 연구진은 심실빈맥이 발생했던 52명의 환자와 정상적인 환자 52명의 데이터를 하나의 은닉층을 가진 얕은 인공신경망에 학습시켜 심실빈맥을 1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심층 인공신경망, 즉 딥러닝과는 달리 얕은 인공신경망의 경우에는 인공지능이 데이터에서 어떤 특징(feature)을 중점적으로 볼 것인지를 사람이 미리 지정해줘야 한다.

이에 연구진은 환자의 심박변이도(heart rate variability, HRV)와 관련된 특징 11가지와 호흡변이도(respiratory rate variability, RRV)와 관련된 특징 3가지를 합하여 총 14가지 특징을 기준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켰다. 심박변이도와 호흡변이도는 각각 심장 박동과 호흡의 주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수치이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개발한 인공지능이 심실빈맥을 한 시간 일찍 예측하는 정확도는 AUC 값이 0.93으로 매우 높았다. 만약 이러한 인공지능이 심장내과에서 사용된다면 입원 환자들의 심실빈맥을 예측, 예방하기 위해서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VT ROC서울아산병원의 심실빈맥 예측 인공지능의 정확도 (출처: Sci Rep)

하지만 이 연구에서 발표된 인공지능이 실제 병원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적은 수의 환자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증한 결과이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의 환자에 대해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연구진들이 추가적인 심실빈맥 환자의 데이터를 더 많이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과 연구비가 소요된다.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신수용 교수는 ‘논문에 발표된 결과는 우수했지만,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임상 연구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고 언급했다. 또한, 인공신경망이 아니라 딥러닝을 활용하면 성능이 더욱 개선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심정지를 하루 일찍 예측하는 인공지능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상태가 급변하는 것을 사전에 예측하는 시스템의 개발은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국내 스타트업 뷰노에서 아주대병원 및 세종병원 등과의 협업 연구이다.

2016년 11월 아주대병원과 뷰노는 환자의 응급상황을 최대 3시간 이전에 예측하는 인공지능의 개발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외상센터, 응급실, 중환자실 환자의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뇌파, 체온 등 8가지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딥러닝으로 분석하여 부정맥, 패혈증,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등의 응급 상황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목적이다.이를 위해서는 우선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아주대병원에서는 총 80개 병상에서 8가지 생체 데이터를 측정, 저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었으며, 뷰노와 함께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뷰노가 세종병원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심정지(cardiac arrest) 예측 인공지능의 경우에는 좀 더 구체적인 결과까지 제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입원환자 천 명당 5명에게서 심정지가 발생한다고 한다. 심정지는 발생 후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받더라도 그 중 4명은 결국 사망하게 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따라서 만약 인공지능이 심정지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면 더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기존의 기계학습 방법을 활용해서 심정지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많이 있었으며, 병원에서도 의료진이 심정지의 위험이 있는 환자를 파악하기 위한 MEWS(Modified Early Warning Score) 등의 방법이 있다. 하지만 기존 방식은 정확도가 높지 않아서 의료 현장에서 활용도가 떨어졌다. 특히, 거짓 경보(false alarm)의 빈도가 높다는 것이 문제였다.

뷰노의 연구진은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되는 호흡수나 심장박동수 등 환자의 7가지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했다. 여기에는 딥러닝의 여러 방법 중에 시간에 따른 데이터의 변화를 고려할 수 있는 RNN(Recurrent Neural Network)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특이도를 높여 거짓 경보의 빈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여 우수한 성능의 DeepEWS를 개발했다.

DeepEWS-1DeepEWS의 정확성

2017년 9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딥러닝 워크숍에서 뷰노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DeepEWS의 AUC 값은 0.85으로 기존에 병원에서 사용하던 MEWS의 AUC 값인 0.67을 크게 뛰어넘었다. 또한 DeepEWS는 MEWS와 비교하여 경고 횟수가 17배 적어서, 의료 현장의 활용에 걸림돌이었던 거짓 경고 문제도 크게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이러한 시스템이 심정지 위험군의 환자를 24시간 이전부터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의 경우 심정지 발생 24시간 전부터 정상 환자와 DeepEWS의 위험도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한 기사에 따르면 이 인공지능 덕분에 한 명의 환자가 이미 목숨을 구했다고도 한다. (footnote: 이 발표 내용은 중간 결과이며 최종 결과물은 향후 논문으로 출판될 예정이라고 하니, 논문으로 나오면 내용을 더 업데이트하도록 하겠다)

DeepEWS-2심정지 발생을 24시간까지 미리 예측 가능

애플워치로 부정맥 측정하기

앞서 설명한 서울아산병원과 뷰노의 인공지능은 중환자실 등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부정맥과 심정지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병원 내의 환자뿐만이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자 심장의 건강을 모니터링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핏빗이나 애플워치 등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하여 부정맥을 ‘예측’하는 시도는 별로 없어 보인다. 다만 웨어러블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현재 시점에서 부정맥을 겪고 있는지를 탐지하려는 시도는 다양한 방식으로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카디오그램(cardiogram)은 애플워치의 심박센서로 측정한 심박수(heart rate) 데이터로 사용자가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이나 심방조동(atrial flutter)을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심장내과 전문의가 부정맥을 의학적으로 확진하기 위해서는 심전도 검사를 해야 한다. 심장의 근육 세포들은 전류에 반응하여 수축/이완을 반복하는데, 심전도는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분석하여 파장의 형태로 기록한 것이다. 의학 드라마에서 환자의 죽음이나, 심폐소생술 후의 소생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수치이기도 하다.

Screen Shot 2016-01-18 at 2.04.32 PM
부정맥을 의학적으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심전도를 측정해야 한다.

한쪽 손목에 착용하는 애플워치로는 (별도의 다른 기기를 부착하지 않는다면) 심전도가 아니라 심박수 데이터만 얻을 수 있다. (footnote: ‘디지털 의료는 어떻게 구현되는가’의 웨어러블 부분에서 애플워치의 시곗줄을 활용하여 심전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다룬 적이 있다. 심전도는 심장의 전기적 활성을 보기 때문에 심장을 대칭으로 최소한 두 개의 전극을 몸에 붙여야 한다. 손목에 착용하는 스마트워치의 경우에는 시곗줄 안쪽과 바깥쪽에 전극을 각각 부착한다. 안쪽의 전극은 시계를 착용한 손목에, 바깥쪽의 전극은 다른 손의 손가락을 접촉시키는 방식으로 심전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별도의 시곗줄 디바이스가 필요하다.) 심박수로는 심장이 뛰는 리듬만 알 수 있을 뿐, 심전도 검사처럼 심장의 자세한 전기적인 활동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부정맥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심장 박동의 ‘리듬’이 특정한 유형으로 변화하는 일부 부정맥은 탐지해낼 가능성도 있다. 또한, 심장박동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손쉽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환자에 따라 부정맥은 며칠, 혹은 몇 주에 한 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심전도 검사로 포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의 심장 박동이 변화하는 정도는 다소 불규칙한 것이 정상이다. 독자들도 경험적으로 알겠지만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는지는 우리 신체와 감정 상태 등에 따라서 계속 바뀐다. 예를 들어서,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숙면을 취하는 등의 상태에 따라 심박수는 바뀌는 것이 정상이다. 의학적으로는 우리는 이렇게 건강한 심장의 리듬이 ‘규칙적으로 불규칙적(regularly irregular)’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정맥 환자는 조금 다른 유형의 심장 박동을 보이게 된다.

1*8PJzHkBwRCguITojSNiKJQ-2카디오그램은 애플워치의 심박수로 여러 활동과 부정맥도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출처)

카디오그램은 애플워치로 얻은 심박수를 딥러닝으로 분석하여, 여러 부정맥 중에서 심방세동과 심방조동을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보조 펌프에 해당하는 심방의 수축과 확장이 규칙적이지 못해서 심장이 가늘게 떨고 있는 (세동) 상태를 말한다. 즉,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불규칙 (irregularly irregular) 하며, 대체로 맥박이 매우 빠르게 된다. 이에 반해, 심방조동은 맥박이 빠르면서도 지나치게 규칙적(mechanically regular)으로 뛴다는 것이 특징이다. 심방세동과 심방조동은 맥박의 패턴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심전도 검사 없이 단순히 심박 센서만으로도 검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17년 5월 카디오그램은 UCSF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애플워치로 측정한 심박수를 통해 정상인과 심방세동 환자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을 활용하였는데, 정상인과 심방세동 환자의 구분이 AUC 0.97로 매우 높았다. 다만 이 연구에서는 심방세동과 그 외 다른 부정맥과의 구분 능력까지 보여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능성 정도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cardiogram

카디오그램 이외에도 웨어러블의 심박센서로 측정한 데이터로 심방세동을 측정하겠다는 시도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손목에 착용하는 대부분의 웨어러블에는 심박센서가 이미 내장되어 있으므로, 일반 사용자들에게 접근성이 매우 높은 센서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단순히 활동량을 측정하는 것을 넘어 의료 분야로도 활용도를 늘려가려는 핏빗은 2017년 8월 역시 심박센서로 얻은 데이터를 통해 심방세동을 측정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애플 역시 애플워치로 심방세동을 측정할 수 있는지를 스탠퍼드 대학 및 원격의료 회사인 아메리칸 웰(Americal Well)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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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내과 전문의 vs. 딥러닝

그런가 하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얻은 심전도 데이터에서 부정맥을 딥러닝이 심장내과 전문의(cardiologist)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소위 ‘딥러닝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앞서 몇번 언급된 바 있는, 스탠퍼드의 앤드류 응 교수팀에서 이러한 연구 결과를 2017년 7월 발표했다. 논문의 제목은 ‘심장내과 전문의 수준’ 이라고 되어 있지만, 본문을 보면 적어도 연구에 사용한 환경에서는 딥러닝이 다양한 종류의 부정맥을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골라낸다.

논문에 따르면 기존에 자동으로 심전도를 분석하여 부정맥을 진단하려는 컴퓨터 알고리즘은 그리 정확하지 않았다. 심박과 달리 심전도를 자동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간에 따른 심전도 파형의 모양과 각 파형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파형은 환자마다 약간씩 다르기도 하고, 노이즈도 섞여있기 때문에 자동 분석은 더 어려워진다.

이 연구에서 앤드류 응 교수팀은 약 3만 명의 환자에게서 얻은 64,000여 건의 심전도 데이터를 34층 깊이의 딥러닝에 학습시켰다. 이는 기존의 연구에 비해 500배 이상 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시킨 것이다. 특히, 이 심전도 데이터는 다름 아닌 지오(ZIO) 패치라는 손바닥 크기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얻은 것이다. 지오 패치는 2009년에 FDA에서 인허가 받은 의료기기로, 가슴에 최대 2주까지 붙이고 다니면서 지속적으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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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병원에서 측정하는 표준 심전도는 12 종류(12채널)의 심전도를 유도하기 위해 10개의 센서를 가슴과 손발에 부착한다. 하지만 이 기기를 일상생활 속에서 계속 부착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주로 홀터 모니터라는 기기를 활용한다. 홀터 모니터는 심전도 기기를 작게 만든 것으로 보통 세 가지의 심전도를 24시간 동안 측정한다. 하지만 몇주 이상의 간격으로 발생하는 부정맥은 홀터 모니터로도 진단이 어렵다. 반면, 지오 패치는 비록 한 종류(단일 채널)의 심전도밖에 기록하지 못하지만, 2주 동안 부착하여 지속적으로 심전도 측정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336명에게서 얻은 지오 패치의 심전도 데이터를 세 명의 심장내과 전문의들이 상의하여 정답을 매겨, 정상 및 총 12가지 종류의 부정맥으로 분류했다. 이 데이터에 대해서 또 다른 총 6명의 심장내과 전문의들과 앤드류 응 교수팀의 인공지능이 부정맥의 발생 여부와 부정맥 종류까지 얼마나 정확하게 맞추는지를 비교해보았다.

부정맥의 판독 정확도는 크게 두 가지를 기준으로 평가되었다. 이 연구에 활용된 심전도 데이터는 총 30초 길이였는데, 인공지능은 매 1초마다 판독 결과를 내어놓는다. 따라서 연구진은 부정맥의 종류를 시간대에 맞게 맞추는지 (예를 들어, 1초부터 10초까지는 정상, 10초부터 30초까지는 심방세동), 또한 데이터 전체에서 나타나는 부정맥을 맞추는지의 두 가지 기준으로 비교했다. 이를 각각 Sequence F1과 Set F1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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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딥러닝이 이 두 가지 기준 모두에서 심장내과 전문의들의 정확도를 넘어섰다. 모든 데이터를 통틀어서도 딥러닝이 Sequence F1과 Set F1 모두 높았으며, 12가지의 개별적인 부정맥에 대해서도 심실빈맥(VT)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딥러닝의 정확도가 높았다. 특히 개별 부정맥 간에 비교한 결과를 보면 일반적으로 심장내과 전문의들도 구분을 까다로워하는 방실 차단의 두 가지 유형 (Wenckebach과 AVB TYPE2)과 방실 완전 차단(CHB)을 인공지능은 잘 구분해낸다는 것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cardio-cnn

이러한 결과만으로 딥러닝이 모든 경우에 심장내과 전문의보다 부정맥 판독이 더 정확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또한 임상 현장에서는 지오 패치와 같은 한 종류 (단일 채널)의 심전도보다는 12가지(12채널)의 심전도를 바탕으로 진단을 내리는 것이 표준이다. 다만 과거에 비해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인간 심장내과 전문의와 부정맥 측정을 비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사용되는 환경에 따라 이러한 종류의 인공지능이 크게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인제의대 응급의학과 권인호 교수는, “응급의학과 입장에서 큰 의미가 있는 연구이다. 심폐소생술 상황이나, 앰뷸런스 이송 중 등의 응급 상황에서는 12채널의 심전도를 모두 얻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이러한 경우 일부 부정맥에 대해서라도 사람보다 높은 확률로 판독이 가능하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살펴본 서울아산병원의 심실빈맥 예측 인공지능이나, 뷰노와 세종병원의 심정지 예측 인공지능과 달리, 애플워치의 심박수나, 지오 패치의 심전도 분석 인공지능의 경우 부정맥을 ‘예측’하지는 않는다. 심박수나 단일 채널 심전도의 경우에 예측을 위해서는 더 정교한 인공지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연속적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환자에게 의료적인 가치를 제공한다는 부분은 동일하다. 또한 병원 환경에서 얻은 데이터 뿐만 아니라, 이렇게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일상 생활에서 얻는 연속 데이터의 경우에도 인공지능을 통한 질병의 진단에서 예측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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