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19th March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인터뷰] IBM Watson Health의 최고 의료 책임자 Dr. Kyu Rhee를 만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IBM Watson의 도입이 한국만큼 활발한 국가는 아마도 없을 것 같습니다. 2016년 9월에 길병원이 국내 최초로 Watson for Oncology (WFO)을 도입한 이후,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내에 총 여섯 개의 병원이 WFO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단일 국가로는 중국에 이어서 WFO를 가장 많이 도입한 국가가 한국입니다. (중국은 작년에 Hanzhou Cognitive Care 를 통해서 50개 이상의 병원에 도입했습니다.)

IBM의 입장에서도 한국은 Watson의 사업에 대해서 현재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지난 7월 4일 조선대학교병원이 호남권에서는 최초, 국내에서는 여섯번째로 WFO의 도입을 발표했는데요. 같은 날, 한국을 방문한 IBM의 부사장이자, Watson Health의 최고 의료 책임자(Chief Health Officer)인 Kyu Rhee 박사님을 제가 여의도의 한국 IBM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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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 Rhee 박사님은 아마도 IBM Watson에 대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Dr. Kyu Rhee는 예일 대학에서 생화학, 생물리학, 분자생물학 학사를, 남가주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의학을, Cedars-Sinai Medical Center에서 내과와 소아과 수련을 모두 마치신 의사이십니다. IBM에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6년 동안 근무하시면서, 2015년부터 CHO가 되어 Watson Health 의 사업 부문을 총괄하고 계십니다.

사실 Kyu Rhee 박사님은 그동안 Watson에 관한 뉴스를 보면 자주 등장하시는 이름으로, 저도 기사에서 익히 봐왔던 분입니다. 또한 제가 작년 12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Connected Health Conference 에 참석했을 때 키노트 강연을 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발표 슬라이드는 여기를 참고. 거의 비슷한 버전으로 보입니다.) 당시에 키노트 강연이 끝나고 제가 질문을 하려 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해서 아쉬웠던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 한국 IBM에서 기회를 주셔서 박사님과 1:1로 50분 정도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박사님의 성이 Rhee 이신지라 한국계이신지 궁금했는데, 서울에서 태어나 1살 때 의사이신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가신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하시더군요. (한국어는 전혀 못하신다고)

언론 등에서 본 Kyu Rhee 박사님의 인상은 상당히 차갑고 엄해보였습니다만, 실제로 인터뷰에서는 사람 좋은 미소로 호탕하게 웃으시면서, 여러 농담을 던지기도 하셨습니다. 또한 박사님께서는 중요한 부분을 설명할 때에는 매우 진중하셨는데, 박사님의 랩탑에 있는 슬라이드, 논문, 규제 관련 자료들을 아낌 없이 보여주시면서 제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셨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주신 Kyu Rhee 박사님과 한국 IBM에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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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Connected Health Conference 에서 제가 찍은 사진

그러면 시작해보겠습니다.

 

1. WFO 의 도입 등 일반적 이슈

Q: 바쁘신데도 시간 내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사실 오늘 오전에 조선대학교병원이 WFO을 도입했다는 기사가 났다. 한국을 방문한 이유가 그것 때문인가?

완전히 관련이 없지는 않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 아시아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기도 한다. 왓슨 및 인공지능의 미래에 관한 강의다.

 

Q: 오바마 전 대통령도 그 컨퍼런스에서 발표하신다는 것을 보았다. 나도 가고 싶었는데 참가비가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웃음) 

첫번째 질문이다. 이제 WFO의 개발이 시작된지 몇년이 지났고, 한국, 인도, 태국 등 여러 국가에 WFO가 도입 되었다. 하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서 미국 내에서는 WFO의 병원 도입이 생각만큼 빠른 것 같지 않다. 미국에서는 Jupiter Medical Center 등 소수의 몇몇 병원만 WFO를 도입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미국 내에서 WFO의 도입이 느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단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IBM은 글로벌 회사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 Watson을 도입하려는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우리는 특히 MSKCC의 전문적인 진료 역량을 전세계로 전파하여 의료의 민주화(democratising medicine)을 이루는 것에 관심이 있다. 현재 Watson은 미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태국, 호주, 멕시코, 방글라데시, 부탄, 네델란드, 동유럽 등에 도입되어 있다.

미국에서만 하더라도, 언급한 Jupiter Medical Center를 비롯해서,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임상시험 매칭(clinical trials matching)을, UNC는 왓슨 포 지노믹스(Watson for Genomics)를 쓰는 등 도입은 꽤 활발하다고 할 수 있다.

 

Q: 그렇다면 미국에서 WFO를 도입한 병원은 정확히 몇개인가?

사실 미국 내에서도 WFO을 도입했다고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는 병원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에 공개되어 있는 것보다는 더 많은 수가 WFO를 도입했다고 보면 된다.

한 가지 우리가 공개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는 ‘베스트닥터(Best Doctors)’ 이다. 베스트닥터는 환자에게 2차 소견을 제공하는 회사이다. 베스트닥터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주체와 일한다. 하나는 보험회사이고, 다른 하나는 고용주(employers)이다. 미국에서는 고용주가 직원에게 건강 보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모델에서 고용주들은 베스트닥터를 통해서 왓슨의 결과를 직원들에게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직장 건강 보험에 가입한 직원들이 베스트닥터에 컨택하여 내 의료 정보, 주치의 정보, 동의서 등을 전달하면, 베스트닥터가 그 정보를 이용해서 세 가지 왓슨 솔루션, 즉 WFO, 임상 시험 매칭 (clinical trials matching) 및 왓슨 포 지노믹스(Watson for Genomics)의 결과를 환자와 주치의에게 보내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미국의 환자들이 보험회사나 고용주를 통해서 왓슨의 결과에 접근할 수 있다. (이 설명을 하시며 박사님께서 환자 – 고용주 – 주치의 – 베스트닥터 – 왓슨의 복잡 다단한 구도에 대한 그림을 종이에 직접 그려주셨다)

 

Q: 어떠한 경우에 왓슨을 활용할 수 있나? 환자가 요청하는 경우인가?

그렇다. 환자의 동의 하에 자신의 모든 의료 정보를 베스트 닥터에게 보내게 되면, 그 데이터를 왓슨에 입력해서 결과가 나온다. 그 결과는 환자와 주치의에게 전달된다. 미국에는 수많은 의사들과 수천 개의 병원들이 있다. 베스트 닥터를 통함으로써 미국 전역의 환자들이 왓슨의 결과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의료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

 

Q: WFO를 개발한 MSKCC에서는 얼마나 활발하게 암환자 치료에 WFO를 활용하고 있나? 이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한국의 의사들이 WFO에 대해서 회의적(skeptical)이거나 의문(doubts)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MSKCC에 있는 의사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MSKCC 내부에서는 WFO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진료에 활용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부분은 사실 MSK 에 물어봐야 한다. 나는 MSK 를 대표하지 않지만, MSK가 실제로 WFO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 정도만 이야기 해줄 수 있다.

 

Q: 사실 왓슨의 목적이 MSK의 전문성을 Jupiter와 같은 지방 병원 (community hospital)에 전파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한면, MSK 내부에서 왓슨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자신의 전문성을 반영한 것 아닌가.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아무튼 MSK 의 종양학자들의 전문성은 WFO를 훈련하고 개발하는데 반영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IBM 내부에도 몇명의 종양학자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의 전문성을 충실히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Q: IBM에 계신 종양학자들 중에 Andrew Norden 박사는 나도 지난 3월 만나봤다. 

오 그런가. Andrew Norden 박사가 종양학 전문의들로 이루어진 팀을 이끌고 있다. (주: 앤드류 노든 박사는 현재 Watson Health의 Deputy Chief Health Officer 입니다. 즉, 이 분의 직속 상관이 Kyu Rhee 박사님) 그는 지금도 매주 금요일 오후에 다나-파버 암센터에서 암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MSK에는 IBM 내부보다 당연히 훨씬 많은 수의 종양학 전문의들이 있으며, 그들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얻은 전문성이 반영되도록 하였다.

 

Q: 한국은 현재 전세계에서 WFO에 대해 가장 인기가 많은 국가 중 하나일 것이다. 지난 몇달만에 길병원을 비롯한 6개 병원이 WFO를 도입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을줄 예상했는가?

그 질문은 옆에 있는 김주희 실장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웃음) 한 편으로 한국은 새로운 기술에 열려 있고, 통신망 등으로 연결성이 높은 나라다. 인지 컴퓨팅 기술을 통해서 지금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 한국이 그 기술에 대한 가치를 먼저 알아봤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이 부분이 자랑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주: 이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 특유의 의료 전달 체계나, 암환자의 수도권 big 5 병원에의 편중에 대한 지적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중요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2. WFO의 정확도, 의학적 검증 관련

Q: WFO 는 새로운 논문이 출판되거나, 가이드라인이 바뀌거나, 사용자(의사) 들의 피드백이 있을 때마다 이를 반영하여 계속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 새로운 데이터나 피드백을 어떻게, 어떠한 기준으로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WFO의 정확성 유지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WFO가 새로운 논문이나 피드백을 반영하는 빈도는 어떻게 되는가? 예를 들어, 실시간인가? 정기적인가? 혹은 비정기적인가? 새로운 데이터나 피드백의 퀄리티와 반영할지의 여부를 누가 결정하는 것인가?

일단 WFO는 300여 개의 의학 저널의 논문을 반영한다. 어떤 저널은 매주 나오기도 하고, 어떤 저널은 매달 나오기도 한다. 논문의 경우 이렇게 출판 빈도가 정해져 있으므로 그에 맞게 정기적으로 반영한다. 가이드라인의 경우에는 수년에 한 번씩 바뀌므로 그 때마다 반영한다. 교과서도 반영을 하는데, 그건 새로운 판이 나올 때마다 한다. (웃음)

왓슨을 사용하는 의사들의 피드백은 매일 전송된다. (주: 왓슨이 제시한 옵션 중에 어떤 것을 골랐는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별도로 피드백을 텍스트로 써서 전송할 수 있는 포멧이 따로 있다고 하는군요.) 주말에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병원의 업무가 이뤄지는 날에는 거의 매일 온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피드백의 경우에는 MSKCC 의사들이 정기적으로 검토하여 왓슨이 배울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며칠 간격으로 하기도 하고, 혹은 주별로 하기도 한다 (sometimes daily, sometimes weekly).

그러한 피드백을 IBM의 인공지능 전문가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MSK의 종양학 전문의가 직접 평가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왓슨이 계속해서 배우는 과정 중에 일부는 자동화된 부분이 있지만, 많은 부분은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이다. 종양학 전문가들이 그 자료의 퀄리티에 대해서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Q: 피드백을 평가하는 MSK의 그 팀에 대해서 더 설명해줄 수 있는가? 예를 들어, 몇명의 의사들이 그 팀에 포함되어 피드백을 평가하고 있는가?

많은 의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MSK에는 여러 암종에 대한 전문의들이 있으며, 이 케이스들은 MSK 의사들의 전문 영역에 따라서 배정된다. 유방암과 같은 환자가 많은 경우에는 의사도 많이 포함되어 있고, 희귀한 암종의 경우에는 포함되어 있는 의사의 수도 적을 것이다.

 

Q: 이 부분이 내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다. WFO가 얼마나 정확하다고 생각하는가?

의학적인 근거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하는 일 중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2013년 정도부터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현재 Watson Health 부서에 헬스케어 전문가들이 200명 정도 된다. 그 중에 약 50명이 의사, 50명이 약사, 50명이 간호사이다. 또한 지금까지 ASCO에 출판한 연구들이 20건 정도 된다. 그 중에서 WFO에 대한 것은 5건 정도다. 혹시 그 중에 본 것이 있는가?

 

Q: 그렇다. 지금까지 WFO에 관해서 ASCO 에 출판된 연구 결과는 나도 모두 다 보았다. 

그렇다면 이미 답을 잘 알면서 묻는 것 아닌가? (웃음)

 

Q: (웃음) 하지만 내 생각에는 현재의 연구 결과들이 대부분 의사와의 일치도를 기반으로 하므로, WFO의 정확성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의사와의 일치도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의사와 판단이 일치한다고 해서 WFO이 의학적으로 정확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WFO의 임상적 검증을 위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 초기 연구에서 WFO이 의사와의 일치도를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만든 시스템이 동일한 환자에 대해서 내린 결론이 의사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왓슨의 답을 고르는 것은 의사가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우선 WFO에 대한 의사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즉, 의사와의 높은 일치율을 보여주는 것이 의사의 신뢰를 얻기 위해 좋은 방법이다.)

다른 집단과 마찬가지로 의사의 집단에도 이노베이션 커브가 적용된다. 의사 중에도 이노베이터나 얼리어답터가 있는가 하면, 후기 수용자(lagger)가 있다. 이들을 모두 설득하기 위해서는 결국 근거(evidence)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암 치료에 대한 정답은 의사들의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 외에는 정답(gold standard)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없지 않은가. 물론 의사들 사이에서도 치료법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WFO가 최고 수준의 의사 집단인 MSK의 의사와 일치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Q: 그렇다면 WFO의 정확성 검증을 위해서 추가적인 임상 시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의사와의 일치도를 기준으로 하는 것보다, 생존율 등의 보다 임상적인 지표를 가지고 randomized controlled study로 WFO의 임상적 효용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WFO에 대한 randomized controlled trial 로, 5년간의 사망률(mortality)과 이환률(morbidity)을 보는 연구다.

 

Q: 아아. 그러한가. 매우 흥미롭다. 그 임상시험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줄 수 있는가?

아직까지는 공개하기가 어렵다. 이해해달라. 현재 임상 시험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하게 되면, 연구자들이나 환자들이 influence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추후 논문으로 출판하기도 어려워진다.

다만, WFO 의 의학적 근거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임상시험을 통해서 의학적 근거를 만드는 방법은 무작위 연구나 코호트 연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할 수 있다. 현재 WFO을 사용하는 많은 병원들은 임상 연구를 통해 그러한 의학적 근거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

우리는 한국을 포함하여, WFO을 사용하는 전세계 의사들로부터 배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의사들에게 특히 많은 부분 배우는 것은 위암에 관한 것이다. MSK의 의사들은 그리 많은 위암 환자를 진료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간암의 경우에는 인도 의사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는다. WFO은 MSK를 기준으로 만들어졌으며, MSK 내부의 진료 사례들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MSK 내부에도 많은 진료 사례들이 있지만, 위암 등 특정 암종의 경우에는 다른 국가에 더 많은 진료 사례들이 있을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근거를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2000년대 인지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서 왓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IBM은 수천 건의 특허를 얻었다. 이 또한 왓슨의 역량에 대한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제는 real-world 에서 근거를 만들어가야 하는 단계다.

 

Q: 그러면 그 임상시험의 실험군과 대조군이 무엇인지, primary/secondary outcome이 무엇인지는 공개 가능한가? 내 생각에는 대조군은 현재의 의사의 치료를 대표할 수 있도록하고, 또한 실험군은 거기에 WFO가 추가되는 식으로 디자인되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outcome의 경우에는 일치율보다는 좀 더 의학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일이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WFO는 의사를 강화(augment) 해주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인간 의사 vs 인간 의사+인공지능의 비교는 필요하다.

우리는 크게 네 가지의 기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하나는 퀄리티, 즉 환자들의 치료 결과(patients outcome)이다. 이는 mortality 와 morbidity 와 같은 부분으로 평가할 수 있다.
  • 두 번째는 비용(cost)이다.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되면 재발율도 낮아지고 재입원도 적어지게 되니 비용 절감 효과가 있게 된다.
  • 세번째는 병원의 경험 (providers’ experience) 즉, 의료진의 만족도(doctors satisfaction)이다. 이는 최근의 맥시코 연구에서 볼 수 있다. (ASCO 2017에서 발표된 맥시코 병원의 결과를 의미하는 듯) 의사들이 WFO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WFO을 이용함으로써 의사들의 업무가 수월해지고 삶이 개선되며, 그 과정에서 의사들도 얻는 것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 마지막 네번째는 환자의 만족도(patients satisfaction)이다. 우리는 환자들로 하여금 의사들에게 “왓슨을 사용하고 싶어요” 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서 WFO에 대해서 이러한 네 가지 요소들을 증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WFO 가 새로운 논문과 의사로부터의 피드백을 받아들여서 계속 변화한다는 점이 임상시험을 진행에 어려움을 주지는 않는가?

그 부분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 신약 임상시험의 경우, 약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도중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경우에는 계속 변화한다. 시스템이 계속 개선(improve)되기 때문에 임상시험이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Q: 변화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더 개선될 수도 있지만, 더 악화될 수도 있지 않은가? 

가설적이지만 개선된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새로운 논문을 받아들이고, 가이드라인을 반영하고, 그 과정에 의사들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의견도 일리는 있다. 악화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의 전문성이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지속적으로 의사들과의 일치율이 개선되는 등, 전반적으로 개선(gets better) 되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3. WFO의 의료기기 여부 및 규제 관련

Q: WFO는 의료기기로 구분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최근에 미국의 FDA는 WFO가 의료기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실 나도 한국 식약처의 협의체 일원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함께 만들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여러 전문가들이 고민했다. 사실 국제적으로 일관성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이 부분은 2016년 8월에 IMDRF에서 내어놓은 Software as a Medical Device 을 참고하면 좋다. 여러 나라의 규제 기관이 모여서 협의한 가이드라인이다. 초기 가이드라인이라 강제성은 없지만, 각 국가의 규제가 이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각 국가의 규제에 발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규제 기관과의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Q: 일단 미국의 경우에는 이미 WFO를 비의료기기로 판단하지 않았는가? 그러면 더 이상 규제에 관련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그것은 국가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EU에서는 WFO를 의료기기로 규정했다. (주: 이 부분은 필자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만 다른 나라들의 기준을 비교해볼 때 EU가 꽤나 예외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해당 국가의 규제 기관을 존중하며, 그 국가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개별적인 기준을 준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마지막 질문이다. 항공 산업의 사례를 보면 오토파일럿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에 파일럿의 조종 기술이 감퇴되었다는 소위 ‘탈숙련화(diskilling)’ 현상이 알려져 있다. WFO의 경우에도 장기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걱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즉, WFO가 결과적으로 의사들의 ‘탈숙련화’ 를 야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WFO의 역할은 무엇보다 의사를 보조하고 강화(augment)하는 것이다. 의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때로 편견을 가질 수 있고, 현재 쏟아지는 모든 논문을 소화할만한 시간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스탭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EMR에 데이터 입력하는 등등의 여러 일들을 하기 때문에, 실제 환자를 대면할 시간도 부족하고, 논문을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다.

한국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몇 분 정도 걸리는가?

 

Q: 3분이다. 허허허…

(약간 당황) 미국에서 의사들은 보통 15분 정도 진료한다. 아무튼 의사는 항상 시간에 쫓기고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의사에게 WFO은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다. 24시간 동안 논문을 읽고, 의사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질 수 있는 편견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왓슨은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역할이다. 한국에서는 일부 환자들이 의사보다 왓슨을 더 신뢰한다는 뉴스가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내가 항상 강조하는 것은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치료 결정이 내려져야 하며, 왓슨은 그런 과정을 도와주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Q: 그렇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WFO을 활용하게 되면, 그것이 의사의 역량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만약 장기간 WFO의 활용이 의사의 탈숙련화에 영향을 미친다면, WFO의 정확성이나 안전성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의견에는 왓슨이 의사들을 탈숙련화(diskilling)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의사들을 더 숙련화(up-skilling)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현재 미국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퀄리티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NEJM의 연구를 보면 의료 퀄리티가 54%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아래의 사진 참조) 즉, 왓슨은 의사가 아직 배우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더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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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계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의료 사고 등으로 매일 두 대의 점보 제트기가 추락하는 것만큼의 환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아래의 사진 참조). 전세계적으로 보자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즉, 우리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에서 개선해야 할 여지가 너무도 많다. 이러한 부분에서 인공지능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고 본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왓슨을 의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그러한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 다만 왓슨이 발전하는 목적은 이렇게 의사의 한계를 보조하고, 현재의 퀄리티가 낮은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것임을 염두에 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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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정된 시간보다 너무 많이 쓴 것 같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이렇게 시간을 많이 내어주셔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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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Kyu Rhee 박사님과의 45분 정도에 걸친 인터뷰가 끝이 났습니다. 사실 준비한 질문은 더 많았고, 중간중간에 박사님의 답변에 대해서 반박을 하거나, 추가적인 질문을 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시간 제약 때문에 Watson for Oncology 을 중심으로 물어보았지만, 원래는 Watson for Genomics와 Clinical Trials Matching에 대한 질문들도 준비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도 부족하고, 제 영어 실력이 부족한 탓에 더 자세히 묻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제가 궁금하던 부분들을 Watson Health의 최고 책임자 중 한 분에게 직접 여쭤보고 상세한 답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WFO에 대한 궁금증들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고, 또 새롭게 배우게 된 부분도 많았습니다. 시간을 내어주신 Kyu Rhee 박사님, 그리고 여러모로 배려해주신 한국 IBM의 김주희 실장님과 김정연 부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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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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