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0th Octo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칼럼]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던 미래

Yoon Sup Choi January 19, 2017 Big Data, Column, Digital Healthcar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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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제가 매일경제에 기고한 것입니다. 분량 제한 때문에 실리지 못했던 원문을 올려드립니다. 매경의 칼럼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000달러 게놈”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1,000달러만으로 한 사람의 유전 정보 전체를 분석하는 것은 과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류 최초로 한 사람의 유전체을 분석했던 휴먼 게놈 프로젝트는 27억 불이나 필요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 발전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이 필수다. 스티브 잡스는 질병 치료를 위해 유전체 분석을 했던 최초의 사람 중 한 명이다. 2011년 그는 10만 불을 들여서 췌장암 치료법을 찾으려 했다. 27억불 보다는 낮은 가격이지만, 일반인들에게 10만 불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러던 지난 2014년 미국에서 희소식이 들려왔다. 유전체 분석 기기 제조사 일루미나에서 드디어 1,000달러 게놈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업계의 오랜 숙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이로부터 불과 3년이 흐른 며칠 전, 또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일루미나가 새롭게 기기를 내어놓으며 머지 않아 “100달러” 게놈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27억 달러라는 가격이 100달러로 크게 낮아지면 결국 서비스의 대중화로 이어진다. 동일한 서비스라도 가격이 100만원과 10만원의 체감은 천지 차이다. 과거에는 스티브 잡스 같은 부자만 할 수 있던 것을 일반인도 쉽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뉴스를 접한 업계 지인의 “이제 초등학교 신체검사에 유전체 검사도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변화 이면의 보다 근본적인 현상이다. 사실 100달러 게놈은 언젠가 반드시 도래할 미래였다. 하지만 우리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그 미래가 이토록 빠르게 올 줄은 몰랐다는 것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빨라지고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집적 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두 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이나, 무어의 법칙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유전체 분석 가격의 추이를 보면 이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PPTExponentialGrowthof_Computing-2기술이 기하급수적 발전과 특이점의 도래 (출처: “특이점이 온다”)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다보면 언젠가 기술 수준이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는 순간이 온다. 이러한 특이점이 정말로 도래할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지만, 최근 몇년 간 변화를 보면 적어도 기술의 발전이 우리가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무서운 점은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당시 우리는 불과 몇달 전의 알파고 기보를 바탕으로 “아직은 인간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잘못 예상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이미 선형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고 있다. 결국 알파고의 충격도 “언젠가는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올 줄은 몰랐다” 는 것이다. 우리는 이 충격을 앞으로 더욱 자주 맞이할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회 구조의 변화는 이렇게 폭주하는 기술 발전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 드론, 유전 정보 분석 등의 새로운 기술은 필연적으로 법률, 규제, 보안, 윤리 등에서 새로운 이슈를 파생시킨다. 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장기적인 안목과 세심한 준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너무 과감한 접근은 기술의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지만, 또 너무 보수적인 접근은 우리 사회를 회복 불능의 갈라파고스로 만들 수 있다.

선진국은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에 발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작년 말 오바마 정부가 임기 말임에도“21세기 의학 법안(21 Century Cure Act)”이라는 법안을 파격적으로 통과시킨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 법안은 한화 7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향후 5년 동안 세밀한 계획 하에 유전체 의학, 정밀 의료에 필요한 기초 연구 지원, 규제 혁신, 의료 시스템 개혁을 투입한다.

이와 비하면 시계가 멈춰버린, 혹은 과거로 회귀한 작금의 한국 정치 상황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앞으로 5년 동안 인류가 겪을 변화는 지난 50년간의 변화보다 더 클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대비할 기회를 이미 놓치고 있는 것 같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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