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13th December 2017,
최윤섭의 Healthcare Innovation

Stanford Medicine X 2016 참석 후기

Yoon Sup Choi September 22, 2016 Digital Healthcare, Precision Medicine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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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5-18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열린 Healthcare Innovation Summit 2016 과 Stanford Medicine X 2016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스탠퍼드는 제가 과거에 잠깐 연구를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괜찮은 연구 성과를 거두었던, 행복한 기억이 많은 곳입니다. 마침 이번 행사가 열렸던 Li Ka Shing Center 는 제가 연구하던 CCSR 건물 바로 옆이라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오랜만에 교수님과 친구들도 만나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습니다)

Stanford Medicine X 는 매년 스탠퍼드에서 열리는 의료 혁신과 관계된 큰 행사입니다. 저는 주로 의료와 관계된 디지털 테크놀러지, 디지털 헬스케어 동향에 관심이 있어서 참석한 것이었지만, 이 주제를 포함해서 훨씬 넓은 범위의 의료 혁신에 대해서 다루는 행사였습니다.

사실 이 행사에서 다루는 범위가 너무 넓은 탓에, 솔직한 심정으로 너무 중구난방으로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다양한 주제들을 관통하는 의료 혁신이라는 어떤 ‘큰 흐름’ 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다루었던 주제는 precision medicine, digital health, design, medical decision making, data liberation, regulation, clinical trial 등등 다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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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one Included

특히, ‘everyone included’ 라는 모토로 의료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 즉, 의사, 간호사, 연구자, 병원, 제약회사, 보험사 뿐만이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care-giver), 창업가, 디자이너, 사회 운동가, 리더십 전문가 등이 모두 활발하게 참여하는 장이 펼쳐졌습니다. 특히, 이런 범주에 두 가지 이상 해당되는 분들이 많아서 (예를 들어, 본인이 환자이면서 의사, 환자이면서 사회 운동가, 의사이자 창업가 등등) 특정 범주로 분류하기가 어려운 분들도 많았습니다.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환자와 보호자들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어서, 본인의 삶과 질병, 투병 생활, 인생관, 그리고 죽음까지도 공유하는 시간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분들을 용케 찾아내어서, 초청하고, 오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주최측이나, 그 기회를 십분 활용해서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피력하는 환자 본인이나, 그들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며 눈물을 흘리는 청중들이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제게도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고, 사실 한국에서 이런 모임이 가능할지에 대해서 반성해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주로 “Oral Ignite!” 이라는 부분의 행사에 환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는데, 대부분은 아주 희귀한 질병에 걸렸거나, 큰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많은 경우에 자신이 전통적인 환자의 자세로 수동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기만 하거나, 변화를 무작정 기다리기 보다는 의료와 의료 체계를 스스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분들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예시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숨결이 바람될 때

행사 첫날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의 하나는 루시 칼라니티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녀는 스탠퍼드 병원의 내과의사이자, 남편을 불의의 암으로 먼저 떠나보낸 미망인이기도하다. 그녀의 남편은 스탠퍼드 병원의 신경외과 의사이자,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자신의 삶, 고뇌, 결단, 투병과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2년을 담담한 필치로 써내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베스트셀러 ‘숨결이 바람될 때 (When breath becomes air)’ 의 저자 폴 칼라니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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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칼라니티는 그 자체로 융합적인 인재였습니다. 스탠퍼드와 캠임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 생물학, 철학, 역사학까지 전공했던 그는 마지막으로 이 모든 학문의 교차점이라고 여겼던 의학을 전공하기로 합니다. 스탠퍼드 신경외과 레지던트 마지막 해, 모교에 교수자리까지 얻었던 그의 나이 서른 여섯에 폐암 4기 판정을 받습니다. 그는 암환자로 투병하면서도 최고참 레지던트로 업무를 소화했고, 아내와의 상의 끝에 인공 수정으로 임신에도 성공합니다.

루시 칼라니티는 그들이 의대에서 어떻게 처음 만났고, 사랑에 빠졌으며, 의료 전문가로서, 한 사람의 환자이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어떠한 삶을 살고 마무리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또한 의사들이 어떠한 태도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와 그 보호자들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너무 장미빛 희망을 주거나,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연명 치료로 단순히 목숨만을 연장하기 보다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폴 칼라니티는 레지던트 수료를 앞두고 급속도로 암이 악화됩니다. 그는 약에 취해서 자신도 모른채 죽음을 맞기 보다는, 마지막 순간에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맑은 정신으로 존엄을 지킨채 가족들 품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원고의 에필로그는 그녀가 마무리했습니다.

의사이자 환자, 그리고 보호자로서의 시각. 사랑과 병,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는 그녀의 이야기는 청중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갔고, 청중들도 눈물을 흘리며 아낌없이 기립 박수를 보냈습니다.

 

자폐아, 무대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다

Dillan Barmache 이라는 청소년 자폐증 환자가 보조자와 함께 직접 무대 위에 올라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자폐증은 대부분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하는데, 이 친구는 아주 더디기는 하지만 아이패드에 자신이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과 소통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페이스북에 ‘Typing4Change‘ 라는 페이지도 있더군요.

발표할 때에는 본인이 예전에 만들어둔 문장을 태블릿 피씨를 클릭해서 컴퓨터가 인공 목소리로 읽어주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보통 자폐아들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지내며, 주위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문장을 통해 “우리가 겉으로 표현하지 못할 뿐,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와 같은 이야기들을 하기도 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앉아서 패널 토의를 하면서 받은 질문에도 즉석에서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했다는 것인데요. 큰 무대 앞에 올라서 긴장한 탓인지 계속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질문을 받았을 때 문장을 만드는 속도도 느렸지만 결국에는 문장을 만들어내더군요. ‘우리와 같은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더 많은 연구도 필요하다’ 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한 글자씩 아이패드에 입력하는 몇 분에 걸친 시간이 좀 어색할 수도 있었는데 참을성을 갖고 기다려주는 청중도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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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토의에도 함께 참여했던 Dillan Barmache

 

Moebius syndrome의 경험을 공유하다

Moebius syndrome 이라는 희귀한 질병에 걸린 Natalie Abbott 도 자신의 삶과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이 질병에 걸리면 얼굴 근육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서 표정을 짓지 못하고, 입도 잘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안내견과 함께 무대에 오른 Natalie Abbott 은 자신이 처음에 매우 권위적인 의사를 만나서 치료법과 질병에 대한 제대로된 안내도 받지 못하고, 치료법에 대한 선택권도 갖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전통적인 의료에서 수동적인 환자였던 것이지요.

하지만 질병도 계속 악화되어 좌절하고 목숨을 끊을 생각을 했었지만 (그 의사가 뇌졸증에 걸렸기 때문에) 찾게 된 새로운 의사가 알고보니 moebius syndrome 신약 임상 시험의 선구자였습니다. 그 임상 시험에 참여하면서 많은 호전이 있어서 이렇게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점,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투병하는 모든 과정을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제는 그 블로그 자체가 다른 moebius syndrome 환자들의 임상 시험 리크루트 통로로 쓰이기도 한다는 것 등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입의 움직임이 어려운 탓에 Natalie Abbott 은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천천히 이야기를 진행했는데요. 발표가 끝나자 청중은 기립 박수를 쳤습니다.

img_5777Natalie Abbott의 발표가 끝나자 청중들은 모두 기립 박수를 보냈습니다

 

환자, 사회 운동가, 그리고 과학자

Broad Institute의 Corrie Painter 박사의 발표는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들은 것 중의 하나였습니다. 의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하는 중에 본인이 angiosarcoma 라는 아주 희귀한 종류의 암에 걸렸습니다. 너무 희귀하기 때문에 종양내과 전문의들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암이고, 진행된 연구나 논문도 거의 없으며, 변변한 환자 단체도 없는 희귀 질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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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rie 박사님은 환자로서 환자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patients advocate 이 될지, 본업인 과학자로 남을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둘 다 하기로 결심합니다.

우선 Patients Advocate으로서, Angiosarcoma Awareness 라는 단체를 조직하여 인터넷, 소셜 미디어 등을 활용해서 환자들을 모으고 기금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 주요 활동 중의 하나가 ‘환자 주도의 angiosarcoma 전문가 만들기’ 였는데요. Angiosarcoma Awareness를 통해 모은 angiosarcoma 환자를 MD앤더슨의 한 의사에게 몰아서 주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기존에는 대형 암센터에서 종양내과 의사 한 명이 1년에 angiosarcoma 환자 1-2명 만날 수 있었던 것을, 이제는 한 명이 60-70명을 보면서, 전문성을 키우고, 집중적으로 연구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학자로서는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에 하버드와 MIT 가 세운 보스턴의 브로드 연구소에서 연구를 시작합니다. 진행한 일 중의 하나가 MBCproject 라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전이성 유방암 (metastatic breast cancer)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임상 시험에 등록하고, 자신의 암 조직, 유전 정보를 기부함으로써 ‘우리는 샘플이 아니라, 스스로 임상 연구를 주도하겠다’ 는 컨셉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나중에 따로 한 번 정리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2015년 10월에 시작해서 무려 2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미 등록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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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project 에 이미 2500명 이상의 환자가 등록해서, 타액 샘플을 보내고 있습니다

브로드 연구소에서는 MBC project 의 성공에 따라 다른 희귀 질병을 대상으로도 환자들이 참여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첫번째 질병은… 바로 본인이 걸린 angiosarcoma 였입니다. 여태껏 누구도 하지 못했던 angiosarcoma 환자를 자발적인 참여 방식으로 모집하여 WES, RNA 시퀀싱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자신이 운영하는 환자들의 페북 그룹에 글을 쓰니 한 시간(!)만에 90명 넘는 환자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이런 사례는 환자들이 직접 SNS, 인터넷 등을 활용해서 힘을 합치고,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임상 연구를 활성화/가속화시키며, 심지어는 전문가의 양성을 지원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환자 주도 혁신의 대명사: NightScout와 OpenAPS

또한 제가 블로그에서 여러번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 #WeAreNotWating 운동의 두 축인 NightScout 와 OpenAPS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WeAreNotWating은 당뇨병 환자들이 우리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의료 기기회사나 제약사의 성과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직접 질병을 관리하는 주체가 되겠다는 운동인데요.

NightScout는 덱스콤 등의 연속혈당계의 데이터를 (전용 기기에만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업로드를 할 수 있도록 기기를 해킹하고, 그 제조법을 온라인을 통해 공유했습니다. 이는 주로 본인이 당뇨병 환자이거나, 당뇨병 환자인 자녀를 둔 개발자들이 주도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당뇨병 환자인 자녀들의 혈당을 인터넷이나 스마트 워치, 스마트폰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OpenAPS 는 인공 췌장 (Artificial Pancreas)를 환자들 스스로 만드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입니다. 인공췌장은 당뇨병 환자들의 성배와 같은 것이지만, 계속 연구와 임상시험만을 거듭하면서 환자들은 그동안 계속 기다려왔지요. 이제 환자들은 직접 연속혈당계-라즈베리 파이-인슐린 펌프-배터리를 연결하고 프로그램을 짜서 간단한 형태이지만 실제로 동작하는 인공 췌장을 DIY 로 만든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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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혈당계, 인슐린펌프, 배터리 등을 연결해서 만든 OpenAPS 시스템 (출처: Medscape)

NightScout 프로젝트의 공동 창립자인 Ben West와 (제가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최초로 자신의 몸에 DIY 인공 췌장을 적용하며 OpenAPS 를 시작한 Dana Lewis 도 참석해서 자신의 의견들을 이야기 했습니다. 주로 환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고, 접근 가능해야하며, 환자들이 직접 의료를 혁신하는 모델 등을 강조했습니다.

Dana Lewis 는 아주 활발하고 적극적인 여성이었는데, 이미 미국에서는 유명인사인지 인기가 많았습니다. 저도 쉬는 시간에 만나서 그 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몇가지 물어보았습니다. FDA는 환자들이 직접 만드는 OpenAPS 규제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다른 사람이 DIY 인공 췌장을 만들 수 있도록 ‘교육’ 하는 것은 괜찮지만, 대신 만들어주거나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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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a Lewis, Ben West 등의 패널 토의

또한 현재 의료 기기 회사들이 개발 중인 ‘1세대’ 인공췌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쯤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블랙 박스 형태이고 환자들이 스스로에게 맞게 설정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어서 (지금의 OpenAPS 에 비해서도) 한계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나올 2, 3 세대 인공췌장이 실제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가격이 비쌀 것이므로 그 때에도 여전히 OpenAPS는 필요할 것이다. 등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미국과 전세계에서 몇명이 지금 OpenAPS를 사용하는지 알고 있느냐고 물으니, 정확히 세어본 적은 없지만 수백 명은 넘는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몇 년 전 자신 혼자에서 시작했고, 작년인가 재작년 Medicine X 에 참석했을 때에는 열명 이하였다고 한 것을 감안하면 아주 빠르게 증가한 것이지요. 또한 한국에도 사용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환자 주도 혁신의 전파를 위한 Patients Innovation

더 나아가서 ‘환자들이 주도하는 의료 혁신’ 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플랫폼인 Patients Innovation 도 인상 깊었습니다. 많은 경우 의료 기기나 보조 기구 등의 발명과 혁신은 환자나 그들의 보호자에 의해서 스스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이나 의료계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희귀한 질병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발명 중에 상당수가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발명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환자 개인들이 발명한 그 혁신적인 결과물들이 다른 환자들에게 전파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Patients Innovation 은 환자들이 스스로 개발한 발명품 들을 공유하고 전파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기발한 발명품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article-2588157-1c88ebc000000578-331_634x444움직임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발명한 장비, Upsee

조금 아마추어 느낌이 나고, 어설퍼보이는 것도 있지만 환자들이 본인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 끝에 만든 것들이므로 그 유용성은 클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플랫폼을 통해서 한국을 포함한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자신의 혁신을 공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의료계의 우버, Heal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의료계의 우버’ 라고 불리며, LA 지역에서 온디맨드로 환자들이 있는 곳으로 의사들이 찾아가는 왕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Heal 의 대표가 나와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붕괴된 미국의 의료 전달 체계를 Heal 이 혁신하고 있다면서 매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했는데요. 재구매율도 높고,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을 줄이며, 보험 적용도 되고, 회사도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간 성장률이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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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캘리포니아 주 전체와 재입원율 감소, 응급실 방문 감소, affordable care 관련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 모델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서 특히 유용한 모델이고, 한국에서는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모델인데요. 역시 난세에 영웅이 나오고, 문제가 많은 시스템일수록 혁신적인 해결책이 빛을 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외에도 최근 노키아에 인수된 프랑스의 모바일 헬스케어 디바이스 회사 Withings의 CEO 도 나와서 이야기를 했고, 각종 병원, 연구기관, 보험사 등등의 인사들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큰 강당 뿐만 아니라, 같은 건물 내에 총 7개 정도의 위치에서 동시에 세미나들이 돌아가다보니 관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중복되어서 놓칠 수 밖에 없었던 주제들도 많아 아쉬웠습니다.

마무리하며

4일 간의 길었던 행사를 모두 정리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이번에는 이 정도로 정리하고,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강의나 블로그에서 더 자세한 것들을 차차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10월에 에릭토폴 박사의 스크립스중개과학연구소 학회에 참석할 때에도 느꼈던 것입니다만, 의료는 정말로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아직 한국에서는 이런 흐름이 피부에 닿지 않는 측면도 있습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미국의 이런 행사에 제가 자주 참여하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런 행사에서 의료에서 기술, 디자인, 참여 등이 어우러지며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이 의료 변화의 변곡점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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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아쉽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한 점은 한국에서도 과연 이런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미국의 의료가 있고, 한국에는 한국의 의료가 있습니다만. 이렇게 의사, 간호사, 과학자, 환자, 창업가, 사회 운동가 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의료의 미래를 논하고,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방안으로 토론을 이끌어내는 자리가 한국에서 가능할까요. (어쩌면 미국에서도 이런 자리는 캘리포니아에서만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열린 마음을 가진 의료 전문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의료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환자, 세상에 없는 의료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사업가.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지는 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저는 그저 부럽기만 했습니다. 제가 이번 Stanford Medicine X 2016 에 참여하면서 기대했던 기술적인 이슈가 충분히 많이 다뤄지지 않았음에도, 제가 이 행사에서 너무도 많은 것들을 배우고 얻어간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우리의 의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우리가 의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About The Author

IT와 헬스케어의 컨버젼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융합 생명과학자, 미래의료학자, 작가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Stanford University 방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조교수,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조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의 소장이며, 국내 유일의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의 대표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이자, VUNO, Zikto, Promisope, Souling, 트랜스링크 캐피털, HB 인베스트먼트, 녹십자 홀딩스의 자문이며, 매일경제신문의 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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